소프트뱅크의 재기는 현실이다. 소프트뱅크의 약점은 그대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손 마사요시(손정의)는 도쿄에 있는 자신의 맨션에 앉아서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술 분야 기업가들을 평가하고 그들에게 돈을 나눠 주는 일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수십억 자산을 가진 소프트뱅크(SoftBank) 대표의 행보가 늦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12일에 있었던 이 일본 그룹의 수익 보고에서, 마사(일반적으로 그를 부르는 호칭)는 세 달 동안 60개의 기업을 지원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에, 그는 매주 2억 1000만 달러를 나눠 줬다.
지난 4년 동안 소프트뱅크는 스타트업들에게 84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소프트뱅크는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이다. 이는 986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투자 기구(vehicle)인 비전 펀드(Vision Fund)와 현재 3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그 형제 펀드(비전 펀드 2)의 규모를 더하지 않은 수치이다. 소프트뱅크가 지원한 224개의 테크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서부터 Z세대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틱톡(TikTok)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ByteDance)와 같은 거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플렌티(Plenty), 베터(Better), 포워드(Forward)[1]와 같은 이름들은 각각 식품, 은행, 건강 분야의 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벤처캐피털(VC) 펀드들이 사용한 가치평가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그들이 지원한 기업들은 모두 합해서 1조 1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
2020년 봄, 소프트뱅크의 기술 부문 전체가 거의 무너질 뻔했다. 코로나19가 퍼지고 시장이 들썩이자, 소프트뱅크의 채권자들이 겁을 먹었다. 이 회사의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다.[2] 투자자들은 손 회장의 도박이 판데믹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혹은 헤쳐 나가기는 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의 대표적인 투자 기법은 스프레드시트에 대한 분석보다는 거래할 때 “느껴지는 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스타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해 보였다. 2019년 말,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2020년 2월에서 3월 사이,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50퍼센트 이상 폭락했다.
소프트뱅크와 가까운 어떤 사람은 “마사가 불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고 한마디로 요약한다. 그러나 이후 시장이 반등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정크 본드 등급의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면서 유동성을 부풀리고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채권은 투자 등급 이하로 평가받는다.) 소프트뱅크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252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자산 중에서 410억 달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손 회장은 또 다시 천재처럼 보이고 있다. 기술계의 총아들을 지원한 것이 디지털 방식으로 가속화된 코로나 경제에서 완벽한 전략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그의 예감이 결실을 맺었다.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생존 모드를 발동했던 소프트뱅크는 이제 마치 거대한 ATM 기계처럼 현금을 토해내고 있다. 한국의 전자 상거래 기업인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소프트뱅크는 24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들이 지원한 몇 개의 기업들이 추가로 IPO 시장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달 소프트뱅크는 460억 달러의 연간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지난 6월 10일,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5분의 1을 소유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 정도로 평가받는 중국의 차량 호출 기업인 디디추싱(Didi Chuxing)이 주식을 상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의 기업 가치는 1260억 달러로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이는 2020년 3월에 저점을 기록했을 당시에 비해서 600억 달러 상승한 수치이다.
이와 같은 마법이 일어난 후 소프트뱅크의 어느 대주주가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소프트뱅크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기 1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의 기업 역사상 최악의 수준인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잊혀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익숙했던 비판 역시 잊혀졌다. 소프트뱅크가 지출하는 모든 돈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마사가 과대평가된 투자처를 고른다는 비판이었다.
아마도 가장 크게 잊힌 것은, 이들이 기술계의 물결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게 되면서, 소프트뱅크가 일부 구경꾼들의 입장에서는 의심스럽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는 기업 지배 구조 방식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준들을 멀리해 왔다.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진 유럽 최대의 기업 스캔들 두 건에 휘말렸다. 하나는 부정을 저지른 독일의 결제 처리업체인 와이어카드(Wirecard)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의 공급망 금융(supply-chain-finance) 업체로 현재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그린실(Greensill)이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그 설립자와 예전부터 더욱 밀접하게 융합되었다.
손 회장이 1981년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포하기 위해 설립한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에 처음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에 통신 비즈니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2006년에 영국의 이동 통신 기업인 보다폰(Vodafone)의 일본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미국의 이동 통신사인 스프린트(Sprint)를 인수했다. 그러던 중, 2000년에 손 회장은 2000만 달러의 비용으로 알리바바(Alibaba)라는 중국의 전자 상거래 신생업체 주식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다. 알리바바는 현재 약 60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지닌 글로벌 거대 기업이 되었는데, 당시 그의 천재적인 도박 덕분에 손 회장은 테크 업계에서 선지자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그가 소프트뱅크를 투자 회사로 변화시키는 데에도 영감을 주었다.
2018년 손 회장은 일본 통신사들의 자산을 일부 분리해서 비전 펀드(Vision Fund)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10~100억 달러 규모의 VC 투자 기구(vehicle)를 조성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고위직 출신으로 뛰어난 인맥을 가진 라지브 미스라(Rajeev Misra)를 핵심 참모로 활용해서 소프트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 투자 펀드(Public Investment Fund, PIF)로부터 450억 달러, 그리고 아부다비의 국부 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로부터 150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리고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도 2016년에 인수한 영국계 마이크로칩 제조사인 암(Arm)의 지분 일부를 포함해서 자신들의 현금과 자산 280억 달러를 투입했다.
현재의 소프트뱅크는 네 개의 주요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까지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자산은 알리바바의 지분 24.85퍼센트다. 그 규모는 1440억 달러에 달한다. 두 번째 부문에는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 비즈니스와 암(Arm)이 포함되어 있다(암의 지분은 처분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두 곳(SVF1, SVF 2)이 세 번째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년 전에 설립한 내부의 헤지 펀드인 노스스타(Northstar)가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손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전직 임원은 “그것은 하나의 회사이고, 마사의 쇼이며, 그게 전부이다”라고 한마디로 요약한다.
소프트뱅크가 최근에 보이는 반복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손 회장에게 두 가지의 커다란 아이디어가 있다. 첫 번째는 기술 투자와 금융 공학(financial engineering)을 결합하는 것이다.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는 기존의 VC를 활용해서 레버리지(leverage)를 급격히 늘리고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했다. 두 번째는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핵심으로 하는 중요한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비록 소프트뱅크가 다른 기업들의 일부 지분만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그는 그것들이 모두 한 그룹의 일부처럼 작동하기를 원한다. 이 모델은,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미쓰비시와 같은 일본 대기업들이 금융이나 자동차 등 수많은 분야에 촉수를 뻗고 그러한 계열사들끼리 서로 협력하는 게이레츠(系列, 계열)를 연상시킨다.
그 복잡함
금융과 관련된 곡예부터 살펴보자. 손 회장과 가까운 소프트뱅크의 최고위층에는 독일의 도이체방크 은행이 리스크를 감수한 과감한 투자로 유명했을 당시에 근무했던 일군의 트레이더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 최고 책임자가 바로 소프트뱅크에서 비전 펀드를 담당하는 부문인 SBIA(SoftBank Investment Advisers)를 이끌고 있는 라지브 미스라이다. “비전 펀드에는 존재의 이유가 오직 금융공학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이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복잡성입니다. 만약 그들이 A에서 B까지 가고 싶다면, 그들은 알파벳의 모든 글자들을 지나서 거기까지 갈 것입니다.” 손 회장은 옛날 방식의 좀 더 보수적인 VC 유형의 투자보다는 모험이 넘치는 자신들의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와이어카드의 대참사에 관여하게 된 것도 그런 방식 때문이었다. 2019년 초, 회계 부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 독일 기업의 주가는 2018년 말에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절반으로 폭락했다. 2019년 3월 28일, 당시 독일의 블루칩들이 모인 DAX 30 지수에 속해 있던 와이어카드는 일련의 탐사 보도에 대해서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FT)》를 고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에 역시 도이체방크 출신으로 소프트뱅크에서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던 아크샤이 나헤타(Akshay Naheta)는 자신의 고용주의 평판을 최대한 활용해서 논란이 되고 있었던 그 기업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4월 24일, 와이어카드는 소프트뱅크의 “계열사”가 전환 사채(CB)를 통해서 9억 유로(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와이어카드와 협업 계약을 체결해서, 이 결제 기업이 비전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포함해서 소프트뱅크의 다른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세계 최대의 기술 투자 회사가 이렇게 확실하게 와이어카드를 신임해 줌으로써, 이 독일 기업의 주가는 21퍼센트가 치솟았다. 또한 와이어카드의 신용도를 개선해 주는 역할도 했다.
와이어카드와의 이 계약에는 두 가지의 특이한 측면이 있었다. 우선, 그 계약은 유효 기간이 짧았다. 9억 달러 상당의 전환 사채는 거의 발행되자마자 리파이낸싱(refinancing) 작업의 대상이 되어서 순식간에 64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6월 와이어카드가 파산하면서 FT의 보도가 정확했음이 입증되었지만, 결국 손해를 본 것은 다른 투자자들이었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소프트뱅크가 직접 와이어카드에 자금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열사” 자금은 비전 펀드를 감독하는 SBIA가 관리하던 것이었다. 이 펀드의 투자자로는 개인적인 수익을 거두고자 했던 소프트뱅크의 개인 임원들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아크샤이 나헤타, 라지브 미스라, 소프트뱅크의 전직 전략 책임자였던 사고 가츠노리(佐護勝紀), 그리고 아부다비 국부 펀드에서도 한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와이어카드에 대한 FT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와이어카드는 소프트뱅크와의 협정 체결 사실을 소프트뱅크로서는 평판 리스크(reputational risk)를 가진 금융 시장에 공개했다. 전환 사채 거래로 순식간에 거둔 수익의 거의 대부분은 결국 소프트뱅크나 주주들이 아니라 계열사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이후 와이어카드가 무너지면서 소프트뱅크가 안고 있던 평판 리스크가 확인되었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한 명 역시 만약 와이어카드가 파산할 경우 SBIA가 관리했던 계열 펀드는 그 잠재적인 이익을 잃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사정에 정통한 한 명은 SBIA와 와이어카드 사이의 협업 계약에 의거해서 나헤타를 비롯한 동료들이 팀을 꾸려서 와이어카드를 비전 펀드의 특정 포트폴리오 기업들에게 소개해 주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기업들 가운데는 테크 업계의 스타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약 그 기업들이 암묵적으로 지지를 했더라면 당시 약화되어 있던 이 독일 기업에게 홍보를 위한 자극제의 역할을 해서 소프트뱅크 임원들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비전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FT의 보도 때문에 와이어카드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노스스타(Northstar)는 손 회장이 대형 금융을 끌어안은 또 하나의 사례이다. 소프트뱅크의 최신 조직인 이곳은 손 회장이 스스로 흥미로운 신생 기업을 후원하고 300년 후의 미래까지 뻗어 있는 투자의 지평선 상에서 사고하려 한다고 밝혔던 욕구와는 정반대인 것으로 보인다. 노스스타의 업무는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상장 주식에 대한 단기 투자인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지도 철학에서 이렇게 명백하게 이탈한 한 가지의 이유는 소프트뱅크에게 놀고 있는 현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데믹 초기의 재정난이 완화되자, 그들은 410억 달러 상당의 자산 매각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재투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분의 현금이 있으면 국채와 같은 안정된 유가 증권에 묻어둔다. 그러나 이런 건 마사의 방식이 아니다.
노스스타에게 중요한 것은 이 조직을 이끄는 나헤타이다. 39세인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증시 펀드를 이끄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도이체방크를 떠난 후 그는 직접 자신의 주식 투자사를 차렸는데, 그는 주로 중형주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노스스타는 소프트뱅크의 현금을 레버리지로 더욱 크게 활용해서 막대한 자금을 집행하는 곳이다. 지난해 9월, 투자자들은 시장의 누군가가 기술주 중심으로 베팅한 금액이 너무 커서 (그리고 그 구조가 너무나도 복잡해서) 그것만으로도 일부 기업들의 주가를 폭증시켰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스닥의 고래(Nasdaq Whale)”라고 불렸는데, 머지않아서 그들의 정체가 노스스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스스타는 2021년 3월까지 1년 동안 파생 상품 거래에서 56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탐사 언론사인 플레인사이트(PlainSite)가 요청한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서에 의하면,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우리 회사의 유가 증권 거래에 대한 SEC의 조사와 관련하여 어떤 것도 알지 못하며, 그 어떤 사실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기술 생태계
와이어카드와 노스스타가 손 회장의 금융 곡예에 대한 애호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면, 그린실(Greensill)의 흥망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들이 추구하는 생태계가 가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사례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생태계를 경쟁 우위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기업들의 모든 설립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주최한다. 그런 방식의 생태계라면 기껏해야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매출을 신장시키고, 잠재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은 소프트뱅크가 약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그 생태계의 다른 부분을 우호적으로 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설령 그것이 소프트뱅크 이외에 그들 기업에게 투자한 이들이나 이해당사자가 명백하게 관심을 둔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소프트뱅크에게 있어서 그린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동원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렉스 그린실(Lex Greensill)은 기술을 활용해서 무능한 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사의 특별 공식에 잘 맞는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그린실은 소프트뱅크의 생태계를 위해서 사용될 수 있었다. 이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청구서를 발행했지만 고객으로부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우량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나면 그린실은 이러한 송장 담보 대출들을 모은 다음 다시 포장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은행이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3]나 기업 재무팀 등의 고객들에게 이러한 채권들로 구성한 펀드를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손 회장은 렉스 그린실을 “돈을 아는 친구(money guy)”라고 불렀다. 2019년 5월 초, 비전 펀드는 그린실에 14억 달러를 투자했고, 설립자인 렉스 그린실은 액면 상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지난해 초, 이 투자가 그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비전 펀드의 일부 기업들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는 파산한 미국의 건설 스타트업인 카테라(Katerra)와 같은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로 주택 건설을 저렴하고 빠르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인도의 호텔 그룹인 오요(Oyo)는 너무 빨리 확장을 시도했다. 위워크가 무너진 후, 잠재적인 대출 기관들은 비전 펀드 기업들의 상당수를 외면했다. 바로 그런 빈틈을 그린실이 채워줄 수 있었다. 그린실은 카테라와 오요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크레디트스위스의 고객들이 간접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당시 그렇게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새로이 증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소프트뱅크의 이익과는 맞지 않았다. 증자를 하면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소프트뱅크로서는 자신들의 지분을 재평가해야 하고, 이는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그린실을 수중에 둔 것이 결국은 유용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는 잠재적으로 이해가 상충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대출을 해준 회사(그린실)와 대출을 받은 회사(카레라 및 오요 등)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크레디트스위스의 펀드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다. 만약 그린실이 무너진다면, 그전까지는 자신들의 후원자였던 이들이 자신들 때문에 금융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소프트뱅크의 전직 임원은 당시의 상황이 복잡했지만 이해의 충돌은 어떻게든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사자 중의 한 곳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현재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모든 잠재적인 갈등은 SBIA의 정책에 따라서 적절하게 관리되었다”고 밝혔다.
2019년 말, 소프트뱅크는 논란의 여지가 적은 다른 경로를 택하는 것으로 보였다. 소프트뱅크의 주식은 자사가 소유한 회사 주식 가치의 약 70~75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었다. 뉴욕의 행동주의 헤지 펀드(activist hedge fund)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는 기회를 감지했다. 소프트뱅크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며, 주주들에게 돈을 되돌려주는 정책이 이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 폭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의 검증을 거친 방식이었다. 판데믹 초기의 불안감 덕분에 손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매각한 410억 달러의 자산에는 소프트뱅크가 아직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통신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암(Arm)을 더욱 큰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에게 매각했다(이 계약은 현재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그룹이 좀 더 간소해졌다. 그러나 이로써 그들은 활기찬 통신 업체에서 복잡한 투자 지주 회사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게 되었다.
엘리엇의 자극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여성을 지명하고 사외이사의 수를 늘리는 등 기업 지배 구조에 있어서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슈에서의 개선을 부채질했다. 2021년 6월 현재, 9명의 이사들 중에서 4명이 사외 이사인데, 이는 2019년 1월 당시 12명 중에서 3명이던 것에 비해서 늘어난 비율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모든 잠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난해 초 이후로, 소프트뱅크는 법무 및 규제 준수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고위직 임원들이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중 일부와 가까운 어느 인사의 말에 의하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소프트뱅크의 문화였다. 이 회사는 이해의 상충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또 다른 우려사항이었다.
가장 최근에 사임을 선언한 이는 소프트뱅크 최초의 여성 이사이며 기업 지배 구조 분야의 존경받은 전문가인 가와모토 유코(川本裕子)이다. 그녀는 불과 1년 만에 일본 인사원(人事院)의 위원직을 맡으며 떠났는데, 그녀는 내부의 지배권을 두고 손 회장과 의견을 달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1일 그녀는 소프트뱅크의 지배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공개하면서, 내부의 견제와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녀는 소프트뱅크 전반에 걸쳐서 “저항의 의무(obligation to dissent)”나 필요하다면 반대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더욱 널리 퍼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는 “건설적인 논의는 이사회가 효율적이라는 신호”라며, 가와모토 전 이사도 그녀가 제안한 최고위기관리자(Chief Risk Officer)의 지명을 포함해서 지배 구조의 변화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그녀가 떠난 이유는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지배 구조 체제에서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계열사의 전환 사채 거래를 촉진하는 대가로 와이어카드와 SBIA는 독일의 금융업자인 크리스티안 앙어마이어(Christian Angermayer)에게 수백만 달러의 성공 보수를 지급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지난해 여름 소프트뱅크의 최고운영책임자인 마르셀로 클라우레(Marcelo Claure)가 T-모바일(T-Mobile)의 주식 500만 주를 약 5억 달러에 매입한 것이 있다. 이 주식 매입은 소프트뱅크가 대출금을 지원했다. 이후 T-모바일의 주가는 올랐고, 그 상승분은 클라우레가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주가가 하락한다면,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임원에게서 수억 달러의 자금을 회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다. “T-모바일 주식의 취득에 대한 대출은 소프트뱅크 주주들의 이익과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더욱 일치시키는 것이다. 양사의 인수 합병 계약에 의하면, 만약 T-모바일이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주가가 150달러에 달하게 되면, 소프트뱅크의 주주들은 T-모바일 주식으로 70억 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비전 펀드를 잘 아는 한 사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임원이 개인적으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이후에 소프트뱅크가 그곳에 지원해서 가치 평가액이 크게 증가한 사례가 최소한 한 건 이상이라고 한다. SBIA의 선임 경영 파트너(senior managing partner)인 디프 니샤르(Deep Nishar)는 2016년에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페튬(Petuum)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는데, 이는 2017년에 비전 펀드가 9300만 달러를 투자하기 전이었다. 소프트뱅크의 규정에 의하면 니샤르는 개인적인 투자분을 유지할 수 있는데, 당시 이 사실은 비전 펀드의 출자자(LP)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는 “페튬에 대한 투자는 공개되었고, 당사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며, 성장 단계의 투자에서는 비교적 흔한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VC 기업들은 그러한 관행이 드물다고 하며,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임원이 회사에 해당 주식을 원가에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배 구조 전문가들이 씨름해 온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소프트뱅크의 이익은 어디까지이고 손 회장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 경계는 겉보기에는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 이 회사의 활동 중에서 일부는 소프트뱅크의 다른 주주들에 비해서 손 회장에게 수익의 더 많은 부분이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노스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이 설립되었을 때, 투자액의 3분의 1은 손 회장의 것이었다. 따라서 이 펀드가 버는 수익의 3분의 1은 그에게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노스스타는, 그리고 손 회장 개인적으로도,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약 70퍼센트인 소프트뱅크로부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노스스타의 영업 내용은 소프트뱅크의 대차 대조표에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반영이 되어 있다.
CEO가 자기 회사의 특정한 부문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의 잠재적이지만 명백한 문제는 그 대표가 자본을 중립적으로 배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스스타의 경우에는, 만약 그쪽으로 현금의 흐름을 돌리면 노스스타의 수익은 급증할 수 있고, 손 회장에게도 그 일부가 흘러갈 수 있다. 손 회장이 개인 지분을 넣는 것을 포함해서 이러한 노스스타의 구조는 소프트뱅크의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인데, 이 문제는 손 회장과는 별도로 논의된 것이다.
그렇게 돈이 외롭지는 않아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지배 구조와 재무 구조가 건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향후 2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정책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지난해 위기 당시 자산을 처분한 덕분에 그룹 전체의 부채 비율이 줄어들었다. 소프트뱅크는 보유한 자산(예를 들자면 알리바바의 지분) 가치의 4분의 1을 넘는 금액을 대출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흔히 대출을 받기 위해 담보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액 주주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이 정도로는 충분히 안심하지 못한다. 소프트뱅크가 말하는 이러한 레버리지 캡(leverage cap, 대출 상한선)은 투자 회사들의 기준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신용 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프트뱅크가 자산에 대한 신용도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는 S&P가 그들 자체적인 기법으로 그 비율을 계산한다고 말한다. S&P는 소프트뱅크에 대한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로 조정했다. S&P의 평가를 받은 투자 지주 회사들 중에서는 S&P의 조정을 거친 이후의 비율이 소프트뱅크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도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수치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S&P의 비율 수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프트뱅크 측은 “S&P와는 등급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 의사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자금 차용은 회사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비전 펀드는 자신들이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데, 그 회사들은 이미 스스로도 빚을 지고 있는 상태이다. 손 회장은 자신의 소프트뱅크 지분을 회사와 관련된 활동을 위해 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신용 평가 기업인 무디스(Moody’s)는 그 결과로 인한 자본 구조가 유동적이고 복잡하며 투명성은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들이 공개하는 내용도 기껏해야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불평한다.
기업의 지배 구조, 부채, 소프트뱅크의 와이어카드 및 그린실과의 관계 등의 문제들이 지금 당장으로서는 손 회장을 곤경에 처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징후는 100년에 한 번 있을 홍수와 같은 위기로부터 살아남은 이후 그가 더욱 대담해졌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어느 주주는 이것이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경고한다. “마사를 비롯한 고위급 임원들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을까’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기업 지배 구조를 굳이 주의할 필요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분위기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난 5월에 소프트뱅크가 그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대신에, 손 회장이 비전 펀드 2의 규모를 1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세 배 늘린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외부의 출자자들이 때로는 제동 장치의 역할을 했던 첫 번째 비전 펀드와는 달리, 이 신규 펀드에는 외부의 투자자들이 없다.
마사는 마음대로 움직여도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지난 6월 10일, 이 신규 펀드는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인 클라르나(Klarna)에 6억3900만 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비롯한 다른 비슷한 규모의 투자들은 지난해 1억 달러 미만으로 투자했던 것들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금액이다. 소프트뱅크는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AC) 세 곳을 설립했는데, 이들은 모두 합해서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성한 다음, 스타트업 기업들과 합병하는 것이 희망이다.[4] 소프트뱅크 측의 말에 따르면, 그러한 스타트업 중에는 비전 펀드 두 곳이 가진 포트폴리오 기업들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더욱 심각한 잠재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를 위한 강세장 시나리오(bull case)는 간단하다. 기술을 원동력으로 삼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눈부신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에 노골적으로 돈을 거는 것이다. 기업은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이 미래의 수익을 바라면서 그곳에 투자를 한다면 그들도 번성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그러나 최근에는 IPO 붐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거둔 기록적인 수익의 상당 부분에는 별표(*)가 붙어 있다.[5] 그러한 수익을 가능하게 했던 주가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팡은 상장 이후 시가 총액의 5분의 1을 잃었다. 소프트뱅크와 그 주주들은 특히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를 인상할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파티가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금을 싸게 차입해서 성장주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사의 반등은 신속했지만, 운에 기댄 것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에 대한 다음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가 머지않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