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미국의 한 보험 회사에서 일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업무상 7만 건 이상의 산업 재해를 분석했던 그는 재해 발생과 관련해 스스로 발견한 통계적 법칙을 책에서 설명했다. 큰 재난과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는 1:29:300의 비율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 혹은 ‘1:29:300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법칙은 300번의 경미한 사고를 방치하면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하고, 이마저 통제하지 않았을 때 한 번의 대형 재난을 초래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인리히에 따르면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 예고된다. 오늘날 이 법칙은 산업 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도 널리 인용된다.
목전으로 다가온 기후 재앙도 이 법칙의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7도 상승하는 ‘재앙의 길’에 놓였다.”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 해수면 상승과 대형 산불 그리고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19 판데믹은 인류세 시대의 기후 대재앙을 경고하는 전조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의 기후 재난을 암시하는 위기의 현상은 무엇이었을까.
《지구에 대한 의무Ⅱ》는 산업화 이후 지구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냈던 재난의 징후를 세밀히 다룬다. 줄어드는 목초지와 작물의 흉작, 남극이 매년 만들어 내는 빙하가 녹는 소리, 메마른 토지와 범람하는 강과 유실되는 토양, ‘여섯 번째 멸종’ 수준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수천 이상의 생물종 등이다.
북저널리즘이 앞서 펴낸 첫 번째
《지구에 대한 의무》에서는 플라스틱, 팜오일, 에어컨, 콘크리트 등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어떻게 우리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는지 살폈다. 이번 책은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러한 현상으로 예상되는 재난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게 한다.
재앙의 위기가 우리를 엄습할 때, 막연한 두려움 혹은 무력감 대신 지혜로운 행동으로 무장하자. 지금 우리가 충실히 다해야 할 두 번째 지구에 대한 의무는 이 행성이 끊임없이 발신하는 재난의 징후를 제대로 마주해 아는 것이다.
전찬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