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장기적인 문제를 악화시켰다.
호이어스베르다(Hoyerswerda), 바우첸(Bautzen), 카멘츠(Kamenz), 라데베르크(Radeberg)는 모두 독일 동부의 작센(Sachsen) 주에 있는 도시들로,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특히 젊은이들과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을 포함하여 수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한때 석탄 채굴의 중심지였던 호이어스베르다의 인구는 1985년의 7만 명에서 3만 2000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53세이다. 네 도시 모두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할 예정이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력의 부족해지는 것을 우려한 네 도시의 시청을 비롯한 24개의 지역 사업장들은 2019년에 “야간 교대근무”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오후에 지역의 청소년들을 버스에 태워서 현지의 공장, 작업장, 사무실 등을 견학시키고, 그들을 견습생으로 등록하는 걸 독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노동력이 부족이 커다란 문제이다. 독일의 노동인구는 절대 수치 기준으로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2030년이 되면 적게는 500만 명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팬데믹의 초기에만 하더라도 도시의 봉쇄와 경기 침체로 인해 독일의 수많은 기업들은 지나치게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고, 그래서 결국 많은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임시해고(furlough)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경제가 재개되자, 기업들은 이제 인력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규 직원을 모집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구직자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호텔이나 항공사 등 일련의 기업들이 거의 완전히 문을 닫는 걸 지켜본 그들은 민간 부문보다는 공공행정 분야에서의 안전한 일자리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싱크탱크인 독일경제연구소(German Economic Institute)의 주자나 블라제크(Zuzana Blazek)는 말한다.
독일의 국영 개발은행인 KfW와 싱크탱크인 Ifo가 지난해 10월 9000개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43퍼센트의 기업들이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3퍼센트 상승한 것이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로는 최대의 상승폭이다.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곳은 서비스 부문이며, 제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숙련 노동자들의 부족은 현재 너무도 심각해서 시장 친화적인 성향의 독일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뒤르(Christian Dürr) 대표는 지난달 “우리 경제가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 사회가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완화시키려면 매년 약 4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많은 독일인들이 뒤르 대표의 이민 친화적인 입장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목표를 하룻밤 사이에 달성할 수는 없다. 독일 기업들은 지금 당장 직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매력적인 일터를 조성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의 노력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도들과 비슷하게 보인다. (1화 참조) 그러한 시도들 가운데 상당수는 줄어드는 노동력으로 인한 우려를 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기존의 계획들을 더욱 확대한 것이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편적이면서도 명확한 방법은 더욱 많은 급여를 주는 것이다. 독일의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임금 상승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새로 집권한 독일 정부는 법정 최저임금을 2021년의 9.60유로(10.10달러)에서 올해 말에는 12유로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고소득자들도 약간의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If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78퍼센트의 기업들은 올해 임금이 평균 4.7퍼센트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5퍼센트에 근접한 수준이며, 연방정부가 예측하고 있는 2022년의 물가상승률인 3.3퍼센트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사회공학
팬데믹에 대응하여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또 다른 전략은 고용주들이 더욱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형 보험사인 알리안츠(Allianz)는 새로운 근무방식(ways of working), 줄여서 “와우(WOW)”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여기에는 근무시간의 최소 40퍼센트를 원격으로 일하고, 1년에 최대 25일까지 외국에서 근무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는 것과 같은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독일 기업들은 이런 조치를 극단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대기업인 보쉬(Bosch)는 노동자들이 100가지의 근무시간 모델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그들은 두 사람이 직무를 나누어서 각자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잡셰어링(job-sharing, 근무분담) 제도를 고위관리직까지 확대했다.
다른 선진국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고용주들도 직원들의 복지를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그들은 아이돌봄 서비스를 오랫동안 제공해왔다. 제조업계의 또 다른 대기업인 지멘스(Siemens)와 보쉬는 모두 직원들의 자녀를 돌봐주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지원의 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보쉬는 압슈타트(Abstatt)의 본사에 의료센터를 구축하는 데 75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상담과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고, 피트니스 시설과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베를린 소재의 온라인 음식 배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는 노동자들에게 온라인 요가 수업,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 명상 서비스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 계정, 자전거 대여료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츠는 직원들이 어떠한 회의 일정도 없는 “집중 시간(focus time)”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자체적으로 만든 “글로벌 미팅 에티켓(global meeting etiquette)”에서는 회의 시간을 25분에서 50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한 차례의 통화 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걸 포함하여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경총인 도이칠란트 AG(Deutschland AG)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들의 교육 시스템과 수습 제도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보쉬는 뮌헨공과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 및 카를스루에공과대학교(Institute for Technology in Karlsruhe)와 같은 저명한 교육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 하에서 보쉬의 직원들은 이들 대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강의와 행사들을 개최하고, 학생들에게 인턴 근무의 기회와 훈련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츠는 직원들에게 매주 근무시간 중의 한 시간을 할애하여 그래픽 디자인에서부터 빅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1만 개가 넘는 수업들 가운데 하나를 수강하게끔 독려하고 있다. 지멘스는 독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교육과 재교육에 연간 1억 75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의 사업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현재 국내에서 3700개의 수습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몇 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가용한 자원이 적기는 하지만, 그들의 패기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지역에서 시행되었으며 대부분 중간 규모의 기업들에서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센 주의 야간 교대근무 제도는 지금까지 어떻게든 그들에게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