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전쟁
1화

미국의 인재 전쟁은 비즈니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나

노동력 부족 현상이 기업들을 더 창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DCL로지스틱스(DCL Logistics)는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처럼 지난해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주문을 처리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물류창고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고, 임금은 상승했으며,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았다. 그래서 DCL은 두 가지의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창고의 선반에서 상품을 집어 들어서 상자에 넣는 로봇을 구입했다. 그리고 정규직 직원들을 더 고용함으로써 시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이와 관련하여 DCL의 데이브 투(Dave Tu)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임시 직원들을 확보하는 데 들이는 비용은 아꼈지만, 생산성을 잃었습니다.” 그들의 정규 직원 규모는 지난해 두 배로 늘어서 280명이 되었다.

미국 기업들이 또 한 번의 불확실한 1년을 맞이하면서, 노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기업 대표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리서치 기관인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들은 노동력 부족을 2022년의 비즈니스에 있어서 최대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1월 28일, 미국 노동부(DOL)는 지난해 4분기에 기업들이 임금 및 복리후생비 항목에 전년 대비 4퍼센트의 비용을 더 지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20년 동안에는 볼 수 없었던 상승세이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굽는 사람들부터 시티그룹(Citigroup)의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급여가 점점 더 두둑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생각보다 잘 견뎌왔던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대기업들의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2월 2일, 메타(Meta)는 수익이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연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을 가상현실의 메타버스(metaverse)로 이동시키면서 인건비 관련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모든 분야의 모든 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배치하는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들 가운데 일부는 임시적인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미국의 비즈니스를 재편할 수도 있다.
(표1) 일손이 필요해 미국의 일자리 공석 대비 실업자의 수 (옅은 색 띠) 경기 침체 시기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현재의 일자리 시장은 기이하게 보인다. 지난 12월의 일자리 공석은 1090만 개였는데, 이는 2019년 12월에 비해 60퍼센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중에서 결원을 채운 경우는 일자리 10개 당 6개에 불과했다. (표1 참조) 예상할 수 있듯이, 많은 이들이 예전의 직장을 버리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걸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러한 추세는 침대 시트를 갈고 창고에 물건을 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주식을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에 45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그만뒀는데, 이는 기록적인 수치이다. 임금이 상승하고 팬데믹이 약해지면서 그들 중 일부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직원 채용을 위한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더욱 많은 여성들이 노동인구에 합류하고 세계화로 인해 잠재적인 구직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거대하게 깊어진 노동력 풀(pool)을 홀짝이듯 음미할 수 있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의 앤드류 슈어델(Andrew Schwedel)은 그러한 확장세가 이제 대부분 과거의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다른 경향들도 노동력 풀을 그럴 수도 있었던 것보다 더 얕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일자리 시장에서 남성들의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25-54세 사이의 남성들 가운데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8퍼센트였는데, 이는 1950년대의 97퍼센트에서 하락한 것이다. 자국민들을 우선시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곤두박질쳤던 이민자들의 수는 더욱 급감해서, 2016년과 비교하여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에 의하면, 코로나19는 240만 명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 2차 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조기 은퇴를 하도록 부추겼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가 빠르게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다시 일제히 일터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숙련된 기술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외부인들에게 적대적인 공화당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당장에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깊어진 이후로 일부 남성들이 노동인구에 복귀하긴 했지만, 남성들의 노동인구참여율(LFPR)은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 시장은 이처럼 경직된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

노동자들과 고용주들은 모두 이런 상황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인력 채용의 대부분은 단체교섭이라는 제도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버팔로에서 일하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과 앨라배마에서 일하는 아마존의 노동자들이 2월에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들의 비율은 10.3퍼센트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9년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민간 부문에서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6.1퍼센트에 불과하다. 일부 경영진들은 파업과 시위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영진들은 직원 채용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선금 지급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용하는 가장 간단한 전략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현금을 사용하려는 기업들은 급여를 높여주는 것보다는 일회성 보너스를 더 선호한다. 급여는 계속해서 그 금액을 지급해야 하고 여러 가지 불편한 문제들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두둑한 보너스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크리스마스 대목으로 돌입하기 이전에 아마존은 노동자들에게 3000달러의 계약 보너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티그룹과 힐더브랜드컨설팅(Hildebrandt Consulting)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50대 기업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받은 보상금은 보너스까지 더해져서 16.5퍼센트 증가했다. 지난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직원들에게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권한이 생기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10억 달러어치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표2) 더 많은 걸 기다리기 미국의 실질임금 일부 선택 분야, 2021년 1월=100 기준 (버건디) 레저 및 접객 (민트) 운송 및 물류 (초콜릿) 리테일 (네이비) 전문 서비스 (블랙) 모든 분야 평균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그러나 기본급 역시 오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25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최대의 민간 부문 고용주인 월마트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2달러로 책정했는데, 이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13-14달러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보다는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의 평균 임금을 18달러로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생산직 및 비관리직 직원들의 평균 시급은 1년 전보다 5.8퍼센트 높았는데, 참고로 민간 부문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4.7퍼센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난해에 시간당 실질 임금이 상승한 분야는 레저 및 접객업종 뿐이었다. (표2 참조)

그러나 보상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채용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전략들이 시도되고 있다. 일부 유형의 직종을 보자면, 자격을 갖춘 지원자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처하기 위하여 많은 기업들이 예전에는 필수사항으로 여겨졌던 자격요건들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다.

리서치 기업인 버닝글래스(Burning Glass)는 채용공고에서 “경력 무관”을 명시한 게시글의 수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다. 굳이 노동력 부족이라는 현실이 아니더라도, 엄격한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조지프 풀러(Joseph Fuller)는 4년제 학위가 그 노동자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과 미국 상공회의소(USCC)는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4년제 대학 학위를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자들의 능력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격을 갖춘 인력의 부족 현상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은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직접 자격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버닝글래스가 가장 최근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지난 9월의 상황을 보면, 채용공고에서 교육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게시글의 비중이 2020년 1월에 비해 30퍼센트 이상 더 높았다. 대학들이 운영하는 “취업캠프”에서부터 제너럴어셈블리(General Assembly)나 대형 고용주와 같은 전문단체들이 운영하는 단기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취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버팔로의 고용주들은 제너럴어셈블리와 계약을 맺고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데이터 관련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는 많은 구직자들이 있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적인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술계의 거대 기업인 구글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온라인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을 4년제 학위를 가진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처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채용 및 교육 방식을 재편하는 것 외에도,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급여가 낮고, 일정을 예측할 수 없으며, 발전의 기회도 거의 없는 등 객관적으로 좋지 못한 일자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MIT슬론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제이넵 톤(Zeynep Ton)은 저임금 일자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이직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개선하여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리테일 부문의 최대 기업인 월마트가 급여를 인상한 것만큼이나, 그들의 경영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흥미롭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월마트는 자사의 매장에서 일하는 56만 5000명 이상의 시간제 노동자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앞으로는 정규직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2016년의 절반 수준에서 늘어난 수치이다. 그들은 앞으로 예측 가능한 스케줄에 따라 일할 것이며, 좀 더 체계화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벅스와 아마존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수많은 불만사항들은 직원들이 받는 임금이나 혜택만큼이나 업무상 안전 및 스트레스와도 아주 많이 관련되어 있다.

충분한 노동자들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적은 인력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이것이 기존의 서비스를 정리하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힐튼(Hilton)을 포함한 많은 호텔 체인들은 매일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객실 정리 서비스를 선택 사항으로 전환했다.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의 대런 우즈(Darren Woods) 대표는 2월 1일 자사의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회사가 충원해야 하는 일자리에 대해서 매우 사려 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화에 대한 투자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화진흥협회(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에 의하면, 지난해 로봇 주문량은 규모 및 판매액에 있어서 모두 팬데믹 이전의 최고치를 넘어섰다. 운송업체인 UPS는 더욱 자동화된 포장 및 라벨 시스템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새로운 전자 태그가 도입되면 매일 수백만 번이나 수동으로 스캔하는 작업이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도 이러한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컬럼비아에 있는 매킨타이어프로듀스(McEntire Produce)를 살펴보자. 매년 4만 5000톤이 넘는 슬라이스 상추와 토마토, 양파가 이곳의 공장을 통해 이동한다. 노동자들은 이런 채소를 봉투에 담아서 박스에 넣고, 패스트푸드 식당들로 배송될 팔레트 위에 박스들을 쌓는다. 매킨타이어는 임금을 올렸지만, 직원들의 이직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그들의 인건비는 올랐지만, 자동화를 위해 투입되는 초기의 비용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회사는 포장 및 적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로봇들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들은 포믹(Formic)이라는 신생 업체에게서 로봇들을 임대할 예정인데, 해당 로봇들의 시간당 임대료는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매킨타이어 직원 인건비의 절반도 안 될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2025년까지 전체 업무의 60퍼센트를 자동화해서, 고된 육체노동은 로봇들이 처리하고 노동자들은 좀 더 기술이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신설된 관리자 직책이 하나 있는데, 그 자리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관리자의 유일한 업무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원을 제공하여 그들이 그만두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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