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급작스러운 폭우를 겪으며, 6살 된 아들을 둔 아빠로서 영화보다 더한 현실에 두려움이 커진다. 그동안 인류는 지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겨 왔으며, 그 과정에서 인류가 자연에 미친 악영향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인류에게 돌아오고 있다. 2011년 신종 감염병을 소재로 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이 나올 때만 해도 바이러스로 인한 위협은 영화적 발상이었으며, 2013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속 기후 대응 실패로 인해 빙하기가 도래한 세상은 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전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등장하리라는 공상은 현실이 됐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하나둘 실질적인 위협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의해야 할 사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와 기후 변화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 단순히 해수면 상승의 문제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얼음 속에 수만 년간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 이러한 바이러스를 처음 접해본 인류에게는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없어진 동물들이 점점 도시와 가까워지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 공통 바이러스의 위협은 커지고 있다. 사이비 종교의 종말론과 같은 얘기를 하고 싶진 않으나, 바이러스와 자연재해의 추이를 살펴보면 인류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은 확실하다. 특히나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 세대에게 최소한 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선 현세대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녹색을 이야기하며 경제적 가치와 재무적 영향을 강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본의 힘으로 도래한 녹색의 시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지구를 위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인류의 과제에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친환경 성과를 비롯해 비재무적 성과를 재무적 성과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인은 만나본 적이 없다. 기업의 목적이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경영학적 접근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비용이 수익을 초과해 손실이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비재무적인 부문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더라도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물질적 풍요의 달콤함은 그걸 누릴 수 있는 평온한 자연이 건재할 때 의미를 갖는다. 친환경이 트렌드를 넘어 정부 지원과 투자자의 자금,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 한정된 자원을 허투루 쓸수록, 인류에게 주어진 전 지구적 마진(margin)은 줄어든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과 시간을 낭비할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린워싱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견제를 시작으로, 이제는 ‘진짜 녹색’을 논의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