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소득의 불균형, 사회 양극화는 자유 시장 경제가 만들어 낸 심각한 사회 문제다. 소셜 엔터프라이즈와 임팩트 투자자는 시장이 만들어 낸 이러한 사회의 문제를 오히려 시장을 활용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의 절반 정도가 북미, 유럽, 일본, 아시아의 일부에 거주한다. 이들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가난에서 벗어났다.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빈곤 탈출이 산업 혁명기에 형성된 시장 덕분이라고 본다. 방직 기술과 스팀 엔진 기술, 그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들이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니스 같은 항구 도시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근대적 의미의 시장을 통해 매매되고 전파되면서 유럽 사회를 시작으로 산업화 국가들이 번영했다는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시장은 회계 제도, 정보 전달의 수단, 교통수단, 금융 등 기초적인 사회 생태계를 갖춘 시장을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덕분에 부를 얻은 서방 세계가 가난 탈출을 돕는다며 아프리카에는 시장을 보급하지 않고 원조를 해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1] 1970~2000년의 30년간 아프리카의 GDP 대비 원조액 비율과 1인당 소득 증가율은 반비례했다. 결국 서방의 원조는 아프리카의 가난 탈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2]

35억 명을 가난에서 탈출시킨 시장이 나머지 35억 명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기업가의 믿음이다. 시장을 힘센 말에 비유하는 시각이 여기에서 나온다. 말이 주인을 다치게 했다면 그것은 말의 잘못이 아니라 말을 서툴게 다룬 주인의 잘못이다. 시장이 사회 문제를 유발한 것은 시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주인인 사회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셜 엔터프라이즈와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환경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통합해 추구한다. 시장은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모아서 재무적 가치라는 형태로 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3]

그러나 사업 모델이 가치 통합적이라고 해서 그 사업의 사회적 가치가 저절로 재무적 가치로 모아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는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아이디어나 기술, 시장 적용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면 내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고, 시장에는 경쟁이 전제되어 있다. 시장 경쟁이 혁신을 만들어 낸다. 소액 대출 사업은 자조 그룹(self help group) 단위의 대출이라는 아이디어를 시장에 접목하는 혁신으로 다른 대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기술의 혁신은 협력 업체, 경쟁 업체, 금융 투자 업체, 자본 시장 등 사회의 생태계를 거치며 복제, 확장되고, 일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해진다. 더 큰 규모의 통합 가치를 창출해 내면 비즈니스의 혁신이 사회 혁신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방식, 사회 관습, 법령, 사회 제도가 바뀐다. 사회는 그렇게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