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라디오, OTT의 전략적 동반
라디오와 TV에서 방송되는 토크 뉴스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재미있는 내용은 동영상 하이라이트 클립 형태로 업로드된다. 유튜브로 동시에 송출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요즘은 라디오 청취율이나 TV 시청률만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뉴스 시청 패턴을 따라갈 수 없다. 부족한 부분들은 유튜브 조회 수로 채워진다. 인기 있는 라디오 토크 뉴스들은 매 스트리밍마다 수만에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회와 시청자층을 만들고 있다.
라디오는 태생적으로 ‘듣는 매체’라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출퇴근길 자동차나 지하철에서 편하게 듣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라디오가 돌파구로 찾은 게 ‘보이는 라디오’다.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라디오 진행자의 모습을 유튜브로 보여 주는 것이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나 출연자들은 대부분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기 때문에 청취자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매체의 한계는 극복된다. 현재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라디오는 물론이고, TBS 와 CBS 등 대부분의 라디오 토크 뉴스들은 유튜브로 동시 생방송된다. 아예 유튜브 오리지널 토크 뉴스 프로그램들도 많다. MBC 〈정치인싸〉는 유튜브 오리지널로 출발해서 라디오에 정규 편성됐다.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토크 뉴스의 단골 출연진들이 TV에 출연할 때보다 편안한 복장으로 라디오에 등장해 떠드는 모습이 흥미를 유발한다. 복장이 편안한 만큼 주고받는 대화도 더 자연스럽고, 때로는 더 시원하거나 화끈하다. 말로 재미있게 뉴스를 풀어 가는 것은 라디오가 가진 핵심 무기다. 라디오가 가진 전통적인 강점에, OTT의 덕택으로 보는 힘까지 더해졌으니, 라디오 토크 뉴스가 매체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 시장 자체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코넌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은 2022년 5월에 자신이 운영하던 팟캐스트 채널인 ‘오브라이언은 친구가 필요해(Conan O’Brien Needs a Friend)’를 라디오 방송국에 약 1억 5000만 달러에 매각해 화제가 됐다.[1] TV 뉴스를 진행하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들도 팟캐스트 형태로 자유롭게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TV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적으로 TV는 기술적인 특성상 시청자와 상호 소통이 안 되는 매체라는 한계가 있다. 방송사가 뉴스를 만들어 전파로 송출하면 시청자는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처럼 시청자 전화 연결이 쉽지도 않다. TV에서 시청자 전화 연결은 MBC 〈100분 토론〉이나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일종의 팬 서비스에 가까웠다. 게다가 TV는 다른 매체에 비해 내용과 형식, 출연자 모두 엄숙하다. 이러한 특성은 뉴스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장점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TV 토크 뉴스들은 유튜브와 동시에 생방송되거나 업로드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낮 시간대를 점유하는 TV 토크 뉴스들은 시청률이 대체로 낮다. 낮에 TV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으면 TV 프로그램은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유튜브 스트리밍과 영상 클립 조회 수로 만회하고 있다. 예를 들어, MBC 〈2시 뉴스외전〉의 경우 정치나 경제 관련 이슈를 다룬 코너들의 조회 수가 클립마다 50~60만 회씩 나온다.
사실 정치 뉴스는 재미있기가 어렵다. 말 잘하는 패널들을 불러 모아 재미있는 토크 뉴스로 만들어도 남녀노소가 좋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TV를 통해 정치 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는 주로 40~50대 남성이라 시청률 면에서도 확장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하면 시청층을 늘리고, 화제성을 높일 수 있다. 유튜브 버전에서는 TV보다 가볍게 시청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KBS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시즌에 맞춰 TV로 방송했던 〈정치합시다〉, 〈정치합시다2〉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 출연자들은 여야를 대표하는 뉴스메이커들이었다. 〈정치합시다〉는 유시민, 박형준, 홍준표가 출연했다. 〈정치합시다2〉는 유시민, 전원책이 출연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토크 뉴스에서 쏟아진 뉴스메이커들의 발언은 자체적으로 재생산됐다. KBS는 〈정치합시다〉를 별도의 유튜브 홈페이지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TV 미방영분이나 각종 하이라이트 장면을 묶어 유튜브용으로 재미있게 편집해 올렸다. 온라인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와 썸네일 디자인 등에 다양한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각 영상은 수만 회에서 많게는 2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TV 시청률만으로 달성하기 힘든 화제성과 영향력을 유튜브로 보완하고, TV가 가진 엄숙함을 유튜브를 통해 내려놓음으로써, 평소 정치 뉴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나 더 젊은 연령층에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뉴스 경쟁과 미디어 경제
토크 뉴스는 앞으로도 TV에서 계속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한순간의 반짝 트렌드인가. 필자는 토크 뉴스의 성장을 예상한다. 이유는 실시간 뉴스 경쟁력, 경제적 이유, 정치 뉴스 트렌드 등 크게 세 가지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실시간 뉴스 경쟁력
TV 뉴스가 인터넷 포털,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들과 뉴스 경쟁을 하는 데 실시간 토크 뉴스가 효과적이다. 전통적 신문과 방송이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좌우하던 2000년 전후만 해도 실시간 속보라는 개념은 지상파 TV 방송사가 자막으로 내보내던 뉴스 속보가 대표적이었다. 이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각 매체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 속보를 유통했다. 휴대폰이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이후 뉴스 속보는 대부분 모바일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속보뿐만 아니라 중요한 다른 뉴스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한동안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강화했는데, 어느새 유튜브가 성장해 이제는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방송사는 정시 뉴스 보도에 익숙하다. 아침 뉴스, 정오 뉴스, 5시 뉴스, 저녁 메인 뉴스, 마감 뉴스 등이다. 정시 뉴스에 익숙한 시청자들도 여전히 많다. 이러한 정시 뉴스는 기자가 만드는 리포트를 기반으로 시간대별로 내용을 업데이트하거나, 새로 제작해서 방송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뉴스 리포트들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완성도 높은 뉴스를 전달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하지만, 기사를 쓰고 촬영을 하고, 영상 편집을 하면서 하나의 리포트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들을 소화하기란 물리적으로 어렵다.
실시간 다매체 경쟁에서 뉴스는 유통 기한이 점점 짧아진다. 공들여 만들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리포트는 사람들에게 이미 뉴스가 아니다. 각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 정도가 아니고서야 사람들은 굳이 TV 뉴스 시간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저녁 메인 뉴스조차도 이미 인터넷과 유튜브 등 수많은 매체에서 하루 종일 뉴스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뉴스는 밤보다 낮에 많이 존재한다.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 조간 신문이 강력한 뉴스 공급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에 뉴스가 많이 쏟아졌던 것뿐이다. 토크 뉴스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속보를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꼭 속보를 전달하지 않더라도 그날 화제가 된 뉴스의 맥락을 늦지 않은 시점에 분석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속보만큼이나 정보 가치가 크다.
또한 토크 뉴스에서 유력 정치인 등 뉴스메이커가 출연하면 그 자체가 뉴스가 되고, 출연 영상을 동영상 클립으로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맞춤형으로 다시 유통시킬 수 있다. 사람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뉴스를 많이 보면 뉴스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들이 유튜브 같은 OTT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토크 뉴스는 TV가 실시간 뉴스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경제적 이유
경제적 불가피성 역시 중요한 이유다. 종편 채널이 낮 시간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개국 초반에 적극 편성한 데는 경제적 이유가 컸다. 그리고 현재 지상파가 이를 받아들인 것도 경제적 이유가 크다. 왜일까? 요즘은 종편이 흑자를 달성하기도 하지만, 종편 4사는 방송 첫해인 2012년 무려 275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2] 시청률이 낮고 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종편은 드라마와 예능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줄였다. 대신에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하는 생존 전략을 취하게 된다.
2013년 10월 기준으로 종편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총 14개였고, 본방을 기준으로 주간 편성 시간을 합산하면 채널A가 1500분, TV조선 1475분, JTBC 880분, MBN 750분이었다. 주중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중이 전체 방송 시간의 60~7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였다.[3] 탐사 보도는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전·현직 언론인과 시사 평론가, 정치인을 불러 토크 쇼를 하면 출연료 외에 큰 부담이 없었다. 또 매체 간 뉴스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뉴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념성을 취하는 것인데, 종편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 주제를 확대하고 중장년층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4] 특히 종편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 패널을 통해 보수적으로 뉴스를 해석하고, 보수 정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그렇다면 지상파는 어땠을까?
지상파 3사가 낮 시간 토크 뉴스를 적극 편성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과 2018년 사이다. 당시는 지상파의 방송 광고가 급감하면서 경영 위기를 겪던 시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KBS, MBC, SBS, EBS, 지역방송사)는 2018년 2237억 원의 적자, 2019년 21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종편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패널들이 출연하는 토크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은 드라마나 예능 등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보도국이 보유한 취재 시스템과 영상 인프라 등을 공유할 수 있고, 두 시간을 편성하더라도 개별 리포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저녁 메인 뉴스와 달리 인력 부담도 덜하다.
방송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 판매마저 쉽지 않은 낮 시간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편성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다. 지상파 역시 방송사 전체적으로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인다는 경제적인 고민 속에서, 낮 시간 토크 뉴스 편성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면이 있었다.
정치와 예능의 결합
앞에서 다룬 뉴스의 실시간 경쟁력과 경제적 이유 같은 것은 방송사가 토크 뉴스를 선택하는 산업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토크 뉴스가 성장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방송사의 전략적인 시도들이 있다. 바로 정치와 예능의 결합이다. 방송사들은 약 10여 년 전부터 정치 뉴스를 예능과 결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최근엔 이러한 트렌드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것이 토크 뉴스가 성장할 것이라 보는 세 번째 이유이다.
방송사는 정치 이벤트를 좋아한다. 개표 방송에 큰돈을 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려고 서로 경쟁한다. 정치 이벤트를 보도하는 자체가 시청률을 높여 주고, 뉴스 채널 신뢰도를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방송사 스스로 정치 이벤트를 만드는데, 정치와 예능의 결합이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선거철이 되면 기존 프로그램이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유력 후보나 뉴스메이커들을 출연시켜 정치적 화제를 모으고자 한다. 시청자들도 딱딱한 뉴스 인터뷰에서 정치인을 접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에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의 정치적 비전과 함께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길 원한다. 정치인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당시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및 안철수연구소 의장을 출연시켜 단숨에 청년 멘토로 급부상시켰고,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었다. 이후 안 교수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시작으로 2023년 현재도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개그맨 강호동이 진행한 예능 토크 쇼였는데, 안철수의 유명세는 당시 프로그램 출연 기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 안철수를 만든 1등 공신이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