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났다. 방송은 그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부작용을 동시에 안겼고 인류는 지금 이 양면성을 더 절실히 경험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가짜 뉴스라는 새로운 문제가 커지고 있고, 기존의 미디어가 독점하던 광고 시장은 AI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과 경쟁 구도에 놓였다. 우리는 케이블 TV와 인터넷이 난립한 무한 다채널 시대를 산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문가들조차 어떻게 방송을 이해해야 하는지, 대중들이 어떻게 방송을 경험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현업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TV 방송이 처한 현실을 보여 준다. 지금 방송이 겪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 현상을 쉽게, 예시를 들어 이야기한다. 특히 21세기에 들어 토크 쇼를 중심으로 한 정치 방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우선 경제적 이유를 든다. 저비용으로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토크 쇼 포맷은 방송사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책의 백미로 볼 수 있는 토크 뉴스의 “세 가지 맛” 역시 신선한 설명이다. 시청자의 기호를 말맛, 시원한 맛, 그리고 뜨거운 맛으로 쉽게 풀어냈다.
필자는 학부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글을 쉽게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강조하곤 한다. 쉬운 글쓰기의 본질은 어렵고 복잡한 현상이나 아이디어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방송과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특히 저자가 미디어와 사회 현상과의 연결 고리를 설명하는 것은 일견 쉬워 보여도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면 복잡해져 독자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세 가지 맛”은 그런 점에서 탁월하다. 토크 뉴스에 대한 사회 현상을 직관적이고 신선하게 드러내는 아이디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네바다대학교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네바다주의 리노 옆으로는 아름다운 타호 호수(Lake Tahoe)와 시에라네바다산맥(Sierra Nevada)이 있다. 필자는 저자가 집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몇 번의 필드 트립(Field Trip) 역시 동행했는데 때때로 튀어나오는 감각적이고 집중력이 돋보이는 질문에서 한국의 톱 기자로서 쌓은 공력이 느껴졌다. 방송·광고는 공공 미디어에 대한 지원을 최소한으로 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에 서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고민은 책 여기저기에 담겨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뉴 미디어와 기존의 방송을 오가며 이어지는 설명에선, 광고에 의존하는 동시에 공공 미디어의 위치를 지키는 MBC 기자로서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OTT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방송 기자들은 저자의 고민과 그에 따른 설명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노력하고 끝내 책 작업에서 탈고脫稿한 저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쉬지 않고 연구해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기록을 남겨 준 것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방송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다.
윤기웅 미국 네바다주립대(UNR) 레이놀즈 저널리즘 스쿨 교수(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