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과 생방송 뉴스를 챙겨 보지 않는 밀레니얼에게 디지털 저널리즘은 저널리즘과 동의어다. 밀레니얼이 뉴스를 접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포털 사이트는 뉴스의 창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포털 뉴스 중심의 디지털 공간은 어뷰징(abusing) 기사들과 경쟁성 속보 더미로 오염되어 있다. 밀레니얼은 같은 검색 키워드를 담은 천편일률적인 기사들이 초 단위로 쏟아지는 광경을 보며 자라 온 세대다. 이들에게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라는 말은 신조어가 아니라 언론에 대한 첫인상인 셈이다. 청년 세대가 언론에 비판적이고 뉴스 소비에 소극적인 배경 중 하나다.
디지털 저널리즘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 대중화 초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되짚으면서 대안 저널리즘의 실험이 이뤄졌던 디지털 공간을 소개한다.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공론장 역할을 했던 디지털 공간이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디지털 공간은 소통의 광장에서 상업적 시장으로 급격하게 변모했다. 언론은 수익 창출을 위한 트래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국 디지털 뉴스의 지금은 디지털의 속성 탓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공간의 가치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공간을 광장으로 여겼던 시기에 시민 저널리즘이 시작됐고, 인터넷 산업이 육성된 시기에는 가십성 뉴스를 쏟아 내는 매체들이 급증했다. 디지털 공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뉴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디지털은 우리 삶의 필수적 인프라가 됐다. 디지털 공간은 또 하나의 사회다. 디지털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라는 얘기다. 지금의 디지털 뉴스를 방치한다면 민주주의의 한 축인 저널리즘이 붕괴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공유와 신뢰의 디지털 세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뉴스의 정상화를 논의할 적기다. 공론장을 꿈꿨던 과거의 디지털 뉴스는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 갈 미래의 디지털 뉴스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주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