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뉴스레터
5화

뉴스레터로 수익 만들기

크리에이터 경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가 2010년대를 휩쓸고 지나갔다면, 2020년대는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로 시작했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누구나 창작자가 돼 손쉽게 콘텐츠를 올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생태계를 말한다.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틱톡 (Tiktok)과 같은 플랫폼에서 높은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가 등장한지는 오래됐지만, 그들이 대중매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대에 들어서다. 더불어 크리에이터 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들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가 구독자로부터 정기 후원을 받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돕는 ‘패트리온(Patreon)’은 2013년에 시작해 누적 투자금 약 5300억 원을 달성했고 2021년에는 약 5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도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대형 플랫폼은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기능을 선보이거나 플랫폼이 거둔 수익의 일부를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러한 흐름에 대응했다. 유튜브가 만든 슈퍼챗과 트위터의 슈퍼팔로우 기능, 틱톡의 크리에이터 펀드와 유튜브의 쇼츠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이메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서브스택 때문이었다. 서브스택은 이메일 뉴스레터를 제작, 발행하고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서브스택 이전까지 이메일 뉴스레터로 수익을 만드는 것은 기획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 외에도 상당한 기술적인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물론 이메일 뉴스레터의 제작과 발송을 돕는 도구는 많았지만, 유료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위한 결제 시스템, 멤버십 시스템까지 제공하는 도구는 많지 않았다. 서브스택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서브스택은 발행인이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월간, 연간 베이스의 정기 구독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료 구독자를 관리하는 도구를 제공해 개인이 간편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서브스택은 〈스트래터처리(Stratechery)〉를 운영하는 벤 톰슨(Ben Thompson)이라는 1인 독립 저널리스트에게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 벤 톰슨은 유료 뉴스레터 모델의 개척자로 불린다. 그는 독립 저널리스트가 유료 뉴스레터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한 블로거는 2020년 벤 톰슨의 1년 수익을 약 39억 원으로 추정했다.[1] 벤 톰슨의 성공은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가 거둔 성공을 떠오르게 한다.
〈스트래터처리〉 웹사이트 ⓒSTRATECHERY
서브스택은 누구나 벤 톰슨처럼 뉴스레터로 자신만의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돕는 도구다. 이런 지점 덕분에 서브스택은 미디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2021년 기준 상위 열 명이 서브스택으로 번 수익이 약 330억 원에 달했고, 서브스택 플랫폼 전체의 유료 구독자는 100만 명에 달했다.[2] 서브스택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엔젤 투자자 레니 라치츠키(Lenny Rachitsky)는 2021년 말 기준 약 33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해 약 4억 7000만 원의 연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3] 서브스택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로부터 2019년에 약 200억 원, 2021년에 약 85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서브스택을 시작으로 유료 뉴스레터 모델이 주목받으면서 기존 대형 플랫폼들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트위터는 2021년 서브스택과 유사한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레뷰(Revue)’를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플랫폼 ‘불리틴(Bulletin)’을 선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2022년 서브스택은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었지만, 전체 직원의 14퍼센트를 감원하기도 했다. 트위터의 레뷰와 페이스북의 불리틴은 2023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2년 10월, 서브스택의 공동 창업자 해미쉬 맥킨지(Hamish McKenzie)는 〈우리를 ‘뉴스레터 경제’나 ‘크리에이터 경제’라고 부르지 말아달라〉[4]는 글에서 “서브스택이 하는 일은 뉴스레터 트렌드나 크리에이터 경제 트렌드에 있지 않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서브스택이 뉴스레터, 크리에이터와 선을 그은 것은 아니다. 서브스택은 자사의 뉴스레터 플랫폼이 잠시의 트렌드로만 소비되고, 관심이 식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서브스택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작가와 크리에이터가 기존의 미디어나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메일 뉴스레터 시장 속 크리에이터의 부상은 국내 이메일 뉴스레터 시장도 비슷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를 시작으로 작가들의 다양한 뉴스레터가 등장했다. 〈일간 이슬아〉는 월 1만 원을 내면 한 달 동안 매일 에세이 형식의 글을 보내주는 뉴스레터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여러 시즌에 걸쳐 발행됐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크리에이터는 주로 뉴스 큐레이션, 콘텐츠 큐레이션, 에세이 등을 발행한다. 스티비에서도 2021년부터 크리에이터 유형의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 유형 사용자의 비율은 2021년 1월 31.3퍼센트에서 2023년 1월 38.3퍼센트로 높아졌다.
크리에이터의 부상에 따라 국내에서도 서브스택과 유사한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고 뉴스레터로 발행할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오픈했고, 카카오는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카카오 뷰’를 오픈했다. 스티비도 꾸준히 증가하는 크리에이터의 수요에 맞춰 2021년 유료 구독 기능과 페이지 기능을 출시했다. 크리에이터들은 페이지와 유료 구독 기능을 통해 뉴스레터를 상품화해 신규 구독자를 모으고,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커피팟〉, 〈스타트업〉 등이 스티비로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네이버
유료 구독 모델 외에도, 뉴스레터를 수익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제작자들은 뉴스레터 안에 광고를 싣기도 하고, 외부 채널과의 콘텐츠 제휴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익화 시도가 ‘크리에이터 경제’와 함께 지나가는 트렌드로 그칠지, 서브스택의 말처럼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메일 뉴스레터가 미디어 변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뉴스레터는 어떻게 돈을 벌까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뉴스레터로 수익을 만든 경험이 있을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리포트에서는 개인 발행인 62명을 상대로 ‘뉴스레터 수익화’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한 개인 발행인의 50퍼센트가 뉴스레터와 관련된 수익화 경험이 있었다. 그 방식으로는 ‘유료 뉴스레터 발행’과 ‘외부 광고 집행’이 동일하게 41.9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제작한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거나 제휴하는 방식이 뒤를 이었다.

수익화하면 떠올리는 유료 뉴스레터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기 발행 방식’으로, 구독자가 매달 구독료를 결제하면 정해진 발행 종료일 없이 주기에 맞춰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방식이다. 앞서 소개한 〈커피팟〉, 〈스타트업〉과 같은 유료 뉴스레터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같은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뉴스레터마다 발행 주기, 구독료 등은 다르다. 한 달을 기준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발행하는 뉴스레터가 있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만 발행하는 뉴스레터도 있다. 설문에 참여한 뉴스레터들은 한 달 동안 총 네 번 뉴스레터를 발행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구독료는 평균 6500원이었다. 반면 ‘시즌제 발행 방식’은 발행 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에 대한 구독료를 한 번에 또는 여러 번에 걸쳐 결제받는 방식이다. 시즌제 발행 방식의 뉴스레터는 3개월 또는 1년 동안 발행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평균 구독료는 2만 9000원이었다. 크리에이터는 유료 뉴스레터를 통해 광고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콘텐츠를 소개하는 플랫폼, 출판사의 도움 없이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직접 수익화할 수 있다. 또한 발행인이 직접 뉴스레터를 보내는 주기와 금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을 통한 수익화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무료 뉴스레터 발행인은 그동안 맺어온 구독자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외부 광고를 집행해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이미 기업들은 개인 발행인의 뉴스레터를 매력적인 광고 채널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SNS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팬, 구독자들이 모여 있다는 점, 그리고 텍스트 기반의 풍부한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은 뉴스레터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외부 광고 집행의 경우, 직접 콘텐츠를 기획해 원고를 작성하는 경우가 92.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평균 광고료는 뉴스레터를 한 번 발행 기준으로 50만 원이었다. 그 외에도 광고주가 전달한 원고를 그대로 게재하거나, 광고료 대신 상품을 받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개인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목적은 대개 퍼스널 브랜딩이다. 자신을 스스로를 ‘뉴스레터 발행인’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뉴스레터 발행인’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른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콘텐츠를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뉴스레터 발행인들은 외부 플랫폼에 원고를 기고하면서 수익을 얻기도 한다. 실제로 70퍼센트가 해당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평균 원고료는 1회당 26만 원이었다. 이미 발행된 콘텐츠를 타 플랫폼에 게시해 수익을 얻는 경우도 있었고, 외부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PDF 전자책과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리포트에 소개한 세 가지 방식 외에도 개인 발행인들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비정기 후원을 받기도 하고,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서 강의를 판매하거나 그동안 발행했던 뉴스레터들을 모아 출판 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내가 가진 이야기를 ‘어디에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를 꾸준히 전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면, 이를 수익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많은 뉴스레터 크리에이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양한 수익화 사례


앞서 살펴보았듯, 이메일 뉴스레터가 다양해지며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스티비를 통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개인 발행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수익화하고 있을까?

유료 뉴스레터 발행은 뉴스레터의 콘텐츠 자체를 수익화하는 방법이다. 프리워커 굿수진이 세계 여행을 하며 생기는 일들을 전하는 뉴스레터 〈굿수진라디오〉는 인스타그램으로 연재하던 짧은 일기를 더욱 긴 호흡으로 전하기 위해 시작했다. 굿수진은 개인 창작자가 가진 이야기를 유료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에게 직접 전하는 방식이, 농부가 농산물을 직접 고객에게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과 닮았다고 말한다.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발행인은 자신이 전하고픈 이야기를 구독자와 ‘직거래’ 할 수 있다. 굿수진은 그 덕분에 유료 뉴스레터가 세계 여행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은 개인 창작자뿐만이 아니다. 종이책을 주로 출판하던 종합 콘텐츠 전문 회사 ‘호밀밭’은 유료 뉴스레터 〈호두레터〉를 통해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행했다. 〈호두레터〉는 작가들의 문화 예술 이야기, 호밀밭 장현정 대표의 책 쓰기 팁을 포함해, 자기 이야기를 세상으로 내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전한다. 덕분에 내부적으로는 단행본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작가,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호밀밭이 끊임없이 콘텐츠를 발행하고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는 브랜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호두레터〉 구독 페이지 ⓒ호밀밭
외부 광고 집행은 기업 등의 광고주가 제안한 광고 협업에 응해 뉴스레터 내에 광고를 삽입, 집행하는 방식이다. 단비 같은 주말을 선물하기 위해 다양한 제철 놀거리를 소개한다는 콘셉트의 뉴스레터 〈주말랭이〉는 지금까지 40건 이상의 외부 광고를 집행했다. 이때 광고주가 전달한 원고를 그대로 뉴스레터에 싣는 대신 〈주말랭이〉만의 톤 앤 매너로 광고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하고 제작하여 뉴스레터 내에 게재했다. 이러한 방식은 〈주말랭이〉 구독자들의 뉴스레터 구독 경험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광고주에게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어 다른 광고 협업 제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광고를 뉴스레터 콘텐츠의 일부처럼 활용한 사례다.
〈주말랭이〉의 광고 집행 사례 ⓒ주말랭이
콘텐츠 판매/제휴는 외부 플랫폼에 원고를 기고하거나 뉴스레터 콘텐츠를 재가공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몰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브랜드 사례와 실무 이야기를 전하는 〈스몰레터〉는 2021년부터 정기적으로 발행하며 쌓은 뉴스레터 콘텐츠를 PDF 전자책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스몰레터〉는 뉴스레터를 전자책으로 재가공하는 것이 새로운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스몰 브랜드의 성장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후기를 남긴 구독자가 많아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스몰레터〉의 PDF 전자책 판매 페이지

〈쫌아는기자들〉 ; 지속 가능한 뉴스레터


인터뷰이: 임경업, 성호철/인터뷰어: 손꼽힌
“낮에는 조선일보 기자, 새벽에는 유료 뉴스레터 발행인.”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뉴스레터 〈스타트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경업 〈스타트업〉은 매주 화, 목, 금 발송하는 뉴스레터로 주로 스타트업 창업자,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람, 그리고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옆집 스타트업에 있는 숟가락 개수까지 세어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쓸데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열 명에서 12명의 창업자의 인터뷰를 진행하고요.
조선일보에서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발행 중인 임경업, 성호철 기자 ⓒ스티비
구독자는 주로 스타트업 종사자, 혹은 창업(예정)자인가요?

경업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 종사자, 투자자들이 많고, IT 업계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 기자가 만드는 뉴스레터라 흥미로웠어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실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호철 기자로 일하면서 기존의 저널리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어요. 종이 신문은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매체다 보니 조금 더 좁고 깊은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죠. 매체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으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고요. 이 고민이 〈스타트업〉을 발행하는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로 연결됐어요.

•우리가 잘 아는 분야로 할 것
•기존 유통 채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콘텐츠로 할 것


위 두 가지를 기준으로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던 ‘스타트업’을 주제로 잡았어요. 보도 자료 말고 진짜 스타트업의 현장 이야기를 담는 거죠. 내용과 분량에서도 디테일한 정보와 새로운 작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일간지에서 10년 넘게 몸담고 있다 보니 이제는 독자에 따라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 줄 알거든요.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설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폐쇄형 회원 추천제, 유료 멤버십 등도 접목하고요.

자신감과 막막함이 동시에 있었겠네요. 뉴스레터 기획안을 회사에 제안하신 거예요?

호철 네, 맞습니다. 〈스타트업〉은 언론사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테스트라고 볼 수 있죠. 이런 도전은 조선일보뿐 아니라 많은 언론사가 하고 있고 현업 기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소속이 다르더라도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료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뉴스레터를 만들며 배운 것들을 최대한 나누는 편입니다. 〈스타트업〉의 시행착오가 다른 매체의 누군가의 도전으로 이어져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사례가 탄생하면 좋죠. 저희도 거기에서 더 배우고 성장하고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국내 전통 매체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시도군요. 〈스타트업〉은 처음 구독자를 어떻게 모으셨어요?

호철 뉴스레터 출시를 알리는 소개 페이지를 조선일보 웹사이트에 올린 게 처음이었어요. 평소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고 0명부터 시작했어요.

경업 구독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업계 인플루언서의 도움이 컸어요.

예를 들면 어떤 분이 계세요?

호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센터장으로 계셨던 임정욱 선배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스타트업 소식을 활발하게 포스팅하는데 〈스타트업〉 구독 링크도 소개해줬어요. 그저 아는 선배였는데 포스팅 이후로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어요.

경업 바이럴을 경험하면서 스타트업 씬에서는 페이스북이 유효한 채널이라는 것을 실감했죠. 그때 이후로 페이스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비해 긴 글 친화적인 성향이 있죠. 뉴스레터를 반기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구독자를 모집하고 추천 회원제, 7일 공개 후 유료 전환도 도입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호철 처음 6개월만 무료 구독자를 받고 유료 뉴스레터로 전환했어요. 치밀한 계산보다는 실험의 일환이었는데요.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무료로 읽고 나면 콘텐츠의 매력을 알게 되기 때문에 추후 그 인터뷰를 인용하고 싶거나 다시 보고 싶을 때 흔쾌히 돈을 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웹툰하고는 반대죠. 웹툰은 독자들이 유료로 봐왔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성에 확신이 있는데 지적 콘텐츠는 아직 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읽어보게끔 하는 장치였어요.

결론적으로 가설이 성립되지는 않았고, 일부만 공개하는 형태나 브랜드 신뢰도를 먼저 높이고 적극적으로 구독을 유치하는 형태 등 〈스타트업〉에 맞는 방식을 다시 처음부터 고민 중입니다.

유료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와 매체의 전망에 대한 두 분의 관점이나 생각을 더 알고 싶어요.

호철 다들 아시겠지만, 콘텐츠에 제작비가 은근히 많이 들잖아요. 취재와 작성 외에 제반 업무도 많고요. 보통 새벽 3시에서 아침 8시까지 집중 작업하거든요.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면 기회비용이 꽤 크겠죠. 뉴스레터 발행을 지속하기 위해 유료 구독을 전제로 시작했어요.

신문사에서의 본업은 책임감 있게 수행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의무감보다는 즐거움도 커요. 글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가끔 오타나 비문이 섞이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거든요. 100퍼센트 노동이라면 유료 구독 모델만으로는 지속이 어렵죠. 즐거움이 동반하는 노동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경제학적인 BEP(Break Even Point·손익분기점)를 맞출 필요가 없다면 은퇴할 때까지, 혹은 은퇴했어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업 공감해요. 〈스타트업〉에서 인터뷰했던 ‘래디쉬’ 이승윤 대표는 ‘1000명의 유료 독자가 한 명의 기자를 서포트할 때 유료 뉴스레터가 경제학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비즈니스를 시도했었대요. 계산해 보니까 맞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최소 유료 구독자 1000명은 돼야 하죠.
콘텐츠 유료화, 유료 뉴스레터에 대한 생각을 전해준 성호철 기자 ⓒ스티비
딱 떨어지는 구체적인 숫자라 흥미롭고 은퇴할 때까지라니 구독자로서 반갑네요. 유료 구독자들은 피드백이 더 적극적이죠?

경업 굉장히요. 제가 주로 CS를 담당하는데 어떤 부분이 좋았다, 이번 주제는 어려웠다 등 반응이 바로바로 와서 좋아요. 가장 아팠던 피드백은 초창기부터 꼼꼼히 읽어주신 창업자 구독자분이었어요. 〈스타트업〉은 너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본인과의 괴리감이 느껴져 마음이 힘들어서 구독을 취소한다는 말을 남겨주셨죠.

호철 스타트업에서 실패담과 번아웃 이야기도 늘 다루고 싶고, 실제로 시도하기도 했는데 섭외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실패 경험을 가진 분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하는데 낙인이 될 수도 있잖아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에 관용적이지 않으니까요. 혹시 이 인터뷰를 보고 경험을 나눠줄 분이 계신다면 연락 주세요. 저희는 늘 열려 있습니다.

정말 공감돼요. 누구나 실패하며 성장하기 마련인데 결과만 주목받는 경향이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 콘퍼런스를 하기도 하죠?

호철 맞아요. 와이 컴비네이터에서도 하는데 익명을 전제로 폐쇄적으로 진행해요. 모든 실패와 결국 본인의 잘못한 경험을 인정해야만 진행이 되는데, 그 지점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죠.

‘쫌아는기자들’은 어떤 프로세스로 뉴스레터를 만드시나요?

경업 성호철 선배와 제가 만들고, 회사 내에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동료 기자도 객원으로 참여해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하는 거죠. 동료 기자들에게 종이 신문에 썼던 내용을 〈스타트업〉의 작법으로 다시 보내줄 수 있는지 요청을 하기도 해요. 수요일은 기고를 받아서 운영하는데 라인업을 모두 짜두고 마감일을 정해 기고자와 커뮤니케이션하죠. 원고를 받고 나면 뉴스레터에 맞춰 편집 작업을 하고요.

금요일은 시의성 있는 인터뷰 혹은 주제를 다루되 전화 인터뷰로 진행해요. 일요일 메인 인터뷰는 석 달 전에 리스트업과 섭외를 마쳐요. 일정에 맞춰서 인터뷰를 미리 하고 순차적으로 발송하는 거예요. 별도 코너를 진행하게 되면 여기 추가 업무가 생겨요. 뉴스레터 발행을 부업으로 하다 보니 노션으로 프로세스를 정리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죠.

어느새 시즌 4죠. 지금까지 100명에 가까운 분들을 만나셨어요. 취재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경업 다른 매체의 인터뷰에서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를 포착해 전할 수 있을 때 즐거워요. 래디시 이승윤 대표 휴대폰에 사채 독촉 문자가 쌓였던 것, ‘당근마켓’이 ‘맘 카페’에서 쫓겨난 이야기,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100번 넘게 피칭에 실패하고 여성 창업자로서 겪었던 불합리한 경험 등 생생한 현실 속 이야기들이요.

〈스타트업〉은 시즌별 주제, 라인업을 정하는 기준이 시의성 있으면서도 예상을 벗어나더라고요.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쳐 결정하시나요? 시즌3에서 성수동 임팩트 기업을 조명하신 것도 의외였어요.

경업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조언을 많이 받아요. 말씀하신 시즌3의 임팩트 스타트업도 다른 대표님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했고요. 딥 테크 스타트업도 난이도가 있어 고민했는데 꼭 다뤄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진행했죠. 다음 시즌 주제는 대중성을 고려해 시리즈 C 이상 해외 진출 스타트업으로 잡았습니다. 언젠가 올 유니콘 스타트업 라인업으로도 진행하고 싶어요.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창업자들의 분야를 막론하고 관통하는 성향이나 공통점이 있나요?

경업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제가 느낀 점은 다들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건데 어찌 보면 자연스럽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자기 의심이 있다면 사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스티비를 통해서 유료 뉴스레터를 보내고 온라인엔 7일 동안만 공개하시죠. 아카이브는 노션으로 하시고요. 텀블벅으로 출판 펀딩도 진행하셨죠. 여러 채널을 관리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세요?

경업 유료 구독 기능, 유료 구독자용으로 발행된 뉴스레터 아카이브 기능 등 가볍게 진행할 수 있도록 스티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세요. 아마 ‘쫌아는기자들’이 스티비에 많은 기능을 요구하는 팀 중 하나일 거예요. 시즌1 임호열 대표님 인터뷰 때도 유료 구독 기능, 연간 구독 할인 프로모션을 개발해달라고 떼썼었죠. 결국 구현이 되어서 반가워요.

경업 스티비가 워낙 잘하는 걸 알고 있어서 계속 뉴스레터 생태계가 클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저희 역시 앞으로도 스티비 팀과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교류할 예정입니다.
생생한 스타트업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발행하고 있는 임경업, 성호철 기자 ⓒ스티비
뉴스레터 만드실 때 도움 되는 팁이나 기능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경업 제로 베이스로 시작한다면, 니치한 시장을 공략하는 걸 추천하고요. 처음부터 디자인에 공력을 많이 쓰기보다는 심플하게 보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디자인이 좋으면 물론 좋지만,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 제목의 중요성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오픈율에 영향을 많이 미치거든요. 발송 후엔 클릭률 대시보드도 잘 분석해 경향성을 파악하고요. 아무래도 진리는 역시 꾸준히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거리두기도 완화되었는데요, 오프라인 모임 등 콘텐츠를 매개로 더 시도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경업 기존에 100명 규모의 온라인 세미나를 종종 진행했었어요. 구독자와 접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웨비나 혹은 오프라인 미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더 깊이 있게 확장되는 거네요. 구독자가 체감하는 혜택이 더 커지겠어요.

경업 네, 그렇게 구독자가 체감하는 가치를 더하는 구조를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의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호철 뉴스레터를 만든다면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루고 싶은 분야에 대해 원고지로 작성한다면 챕터 몇 개나 작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죠.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식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대신 내가 새로운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소화해 이렇게 전달해 주겠다는 방식과 전달자의 태도라면 좋겠어요.
[1]
Andreas Stegmann, 〈Ben Thompson’s Stratechery should have crossed $3 Million in Profits in 2020〉, 2020.
[2]
Sara Fischer, 〈Substack says it has more than 1 million paid subscriptions〉, Axios, 2021.
[3]
Kasia Kovacs, 〈How a Former Start-up Founder Made More Than $300K in His 1st Year w/ a Substack Newsletter〉, LATKA, 2021.
[4]
Hamish McKenzie, 〈Please stop calling it the ‘newsletter economy’ or the creator economy, for that matter〉, Substack blo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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