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는 주로 스타트업 종사자, 혹은 창업(예정)자인가요?
경업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 종사자, 투자자들이 많고, IT 업계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 기자가 만드는 뉴스레터라 흥미로웠어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실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호철 기자로 일하면서 기존의 저널리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어요. 종이 신문은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매체다 보니 조금 더 좁고 깊은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죠. 매체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으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고요. 이 고민이 〈스타트업〉을 발행하는 ‘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로 연결됐어요.
•우리가 잘 아는 분야로 할 것
•기존 유통 채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콘텐츠로 할 것
위 두 가지를 기준으로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던 ‘스타트업’을 주제로 잡았어요. 보도 자료 말고 진짜 스타트업의 현장 이야기를 담는 거죠. 내용과 분량에서도 디테일한 정보와 새로운 작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일간지에서 10년 넘게 몸담고 있다 보니 이제는 독자에 따라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 줄 알거든요.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설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폐쇄형 회원 추천제, 유료 멤버십 등도 접목하고요.
자신감과 막막함이 동시에 있었겠네요. 뉴스레터 기획안을 회사에 제안하신 거예요?
호철 네, 맞습니다. 〈스타트업〉은 언론사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테스트라고 볼 수 있죠. 이런 도전은 조선일보뿐 아니라 많은 언론사가 하고 있고 현업 기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소속이 다르더라도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료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뉴스레터를 만들며 배운 것들을 최대한 나누는 편입니다. 〈스타트업〉의 시행착오가 다른 매체의 누군가의 도전으로 이어져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사례가 탄생하면 좋죠. 저희도 거기에서 더 배우고 성장하고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국내 전통 매체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시도군요. 〈스타트업〉은 처음 구독자를 어떻게 모으셨어요?
호철 뉴스레터 출시를 알리는 소개 페이지를 조선일보 웹사이트에 올린 게 처음이었어요. 평소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고 0명부터 시작했어요.
경업 구독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업계 인플루언서의 도움이 컸어요.
예를 들면 어떤 분이 계세요?
호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센터장으로 계셨던 임정욱 선배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스타트업 소식을 활발하게 포스팅하는데 〈스타트업〉 구독 링크도 소개해줬어요. 그저 아는 선배였는데 포스팅 이후로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어요.
경업 바이럴을 경험하면서 스타트업 씬에서는 페이스북이 유효한 채널이라는 것을 실감했죠. 그때 이후로 페이스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비해 긴 글 친화적인 성향이 있죠. 뉴스레터를 반기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구독자를 모집하고 추천 회원제, 7일 공개 후 유료 전환도 도입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호철 처음 6개월만 무료 구독자를 받고 유료 뉴스레터로 전환했어요. 치밀한 계산보다는 실험의 일환이었는데요.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무료로 읽고 나면 콘텐츠의 매력을 알게 되기 때문에 추후 그 인터뷰를 인용하고 싶거나 다시 보고 싶을 때 흔쾌히 돈을 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웹툰하고는 반대죠. 웹툰은 독자들이 유료로 봐왔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성에 확신이 있는데 지적 콘텐츠는 아직 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읽어보게끔 하는 장치였어요.
결론적으로 가설이 성립되지는 않았고, 일부만 공개하는 형태나 브랜드 신뢰도를 먼저 높이고 적극적으로 구독을 유치하는 형태 등 〈스타트업〉에 맞는 방식을 다시 처음부터 고민 중입니다.
유료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와 매체의 전망에 대한 두 분의 관점이나 생각을 더 알고 싶어요.
호철 다들 아시겠지만, 콘텐츠에 제작비가 은근히 많이 들잖아요. 취재와 작성 외에 제반 업무도 많고요. 보통 새벽 3시에서 아침 8시까지 집중 작업하거든요.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면 기회비용이 꽤 크겠죠. 뉴스레터 발행을 지속하기 위해 유료 구독을 전제로 시작했어요.
신문사에서의 본업은 책임감 있게 수행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의무감보다는 즐거움도 커요. 글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가끔 오타나 비문이 섞이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거든요. 100퍼센트 노동이라면 유료 구독 모델만으로는 지속이 어렵죠. 즐거움이 동반하는 노동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경제학적인 BEP(Break Even Point·손익분기점)를 맞출 필요가 없다면 은퇴할 때까지, 혹은 은퇴했어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업 공감해요. 〈스타트업〉에서 인터뷰했던 ‘래디쉬’ 이승윤 대표는 ‘1000명의 유료 독자가 한 명의 기자를 서포트할 때 유료 뉴스레터가 경제학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비즈니스를 시도했었대요. 계산해 보니까 맞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최소 유료 구독자 1000명은 돼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