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사용자 100만 명을 모집하는 데 걸린 시간 단 5일. 과연 어떤 서비스일까? 바로 오픈AI의 챗GPT다. 택시 사업자 타다가 9개월에 걸쳐 누적 사용자 100만 명을 모집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향후 모빌리티 영역에도 챗GPT를 도입한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MaaS 영역에선 사용자의 목적과 시간, 경제적 조건에 따라 이동 경로나 수단을 추천하거나 매칭하고, 오늘의 일정을 말하면 알아서 적당한 이동 스케줄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LaaS 영역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상품에 따른 적절한 이동 수단을 추천하고 매칭해 줄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교통 혼잡도, 운전 시간과 패턴 등에 따라 운전자에게 적당한 휴게소 안내, 휴식 권장, 말 동무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서비스는 모두 이용자가 모빌리티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나만의’ 모빌리티 서비스 가이드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결국 모빌리티에서도 챗GPT를 비롯해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다. 이에 각종 모빌리티 산업 간의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으며, ‘융합’이라는 핵심 가치로 나아가고 있다. 일례로 충전 사업과 주차 사업은 이제 하나의 사업 카테고리로 엮을 수 있을 만큼 꽤 큰 교집합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주차장’이라는 장소는 곧 ‘충전을 하는 장소’로 인식되며 충전 및 주차 요금을 한 번에 결제하는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다. 또 주차 패턴에 따라 충전 속도를 정하는 주차장들도 나타날 것이다.
융합에 필요한 핵심은 데이터다. 충전, 주차 사업 등에서 데이터가 활용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내가 평균적으로 2시간 30분을 머문다면, 주차장에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게 가장 적합한 속도의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융합은 비단 주차-충전 영역만의 것이 아니다. 로봇 충전의 관점에서 로봇을 이용해 차량 위치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충전할 수 있는 이동 로봇 충전 서비스, MaaS-주차 관점에서 탑승 거점인 주차장에서의 서비스 등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각 사업별 이용 고객층과 서비스가 발생하는 장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사고 등이 각 산업의 속성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과 융화하기 위해선 상대 산업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즉 물리적인 결합은 비교적 쉽지만 유의미한 사업 성과를 만들기 위한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기까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흐름은 이미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버, 리프트, 디디, 올라 및 그랩과 같은 대표 사업자들은 모두 전통적인 운송 서비스를 탈피해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인 이동 옵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승차 호출, 배달, 차량 공유, 심지어 자율 주행 차량 제공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및 융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 혹은 사물의 이동에 있어 완벽하게 융합된 한 흐름으로서의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위 국내 모빌리티 산업 지도에선 각 사업 영역을 구분하지만, 결국엔 각 사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이 개척될 것이다. 즉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단순히 기술만, 생산만, 서비스만, 연결만을 하는 형태가 아니며 자동차만을 주차만을 MaaS만을 LaaS만을 사업하는 형태가 아닐 것이다. 모빌리티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서로의 밸류 체인을 넘나들며 발전할 것이다. 각 산업의 특징과 장단을 이해함으로써 이 책이 독자분들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집필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모빌리티 네트워크 ‘모네’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책을 구성할 때 큰 도움을 얻었다. 모네 멤버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이 책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 전하는 일부의 지식이, 모빌리티 생태계를 개선하고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