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10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이동이 모든 것을 바꾼다

마트에서 장 보는 것으로 주말 저녁을 마무리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어젯밤 주문한 생수가 오늘 새벽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다. 중식집에 전화해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기분 내던 것도 까마득하다. 퇴근하며 배달시킨 메뉴가 나보다 먼저 집 앞에 도착한다. 모빌리티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발달로 새벽 배송과 총알 배달은 어느새 수도권 한국인의 당연한 일상이 됐다.

빨라진 건 물건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와 한 팀이 되어 시간 단축이라는 최정상의 목표를 달성한다.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라는 새로운 자가용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보행과 운전 그 중간의 속도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했다.

모빌리티는 이제 속도 경쟁을 넘어 다음 스텝으로 가고 있다. 도시, 워크, 관광,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협업하며 일상의 빈틈을 채운다. 네이버 사옥 1784는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융합형 미래 오피스’를 내세우고, 자율 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는 ‘탐라자율차’를 도입해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공항과 관광지와 숙소를 운전 없이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애플 지도는 주차앱 스팟히어로와 손잡고 지도에서 주차장을 검색하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우버는 푸드-모빌리티 통합 시스템인 고겟(Go, Get)을 출시하며 음식 배달부터 식당 예약, 이제는 통합 커머스 플랫폼까지 확장한다. ‘자동차 산업’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이동성(mobility)’은 하나의 고유 명사이자 서비스가 되어 수많은 산업에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

이동의 본질은 연결이다. 한 거점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즉, 모빌리티 시장에서 배달, 배송, PM, 택시 등 단독 사업의 수익성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흐름을 잇는 물류망을 선점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아날로그 방식에 멈춰 있던 화물 산업에 뛰어들었고 현대차는 자율 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신사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한다. 이동은 점이 아닌 선이라는 본질에 이들은 주목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융합을 말한다. 모빌리티 생태계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다. 결국 산업 간 경계는 흐려진다. 미래의 융합에 대비하는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각 산업이 어떻게 분절적으로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다. 각 산업의 특징과 범위, 규제를 알 때 어떤 제도를 이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어떤 산업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경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생태계를 읽는 초석이 된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은 힘을 잃고 있다. 거리와 시간을 단축하는 첨단 기술이 등장해 왔다. 일상의 많은 분야는 모빌리티를 만나며 잠재력을 극단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만남과 이동을 책임지는 모빌리티의 현재를 읽을 때 일상의 미래가 보인다. 이동하는 모든 것이 바뀌고 있고, 이동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이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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