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5화

저출산 시대에 부모가 된다는 것

노키즈존과 맘충 시대


“제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직 부모가 되기에는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20대 후반 미혼 여성 A씨)

“주변에서 육아하시는 분들 보면 부럽다기보다는 안쓰러워요. 퇴근 후에는 집에서 쉬기 바쁜데, 어떻게 또 육아를 한다는 거죠?”(20대 중반 미혼 남성 B씨)

“저는 부부 합쳐 연봉이 3억 원 이상이 되지 않으면 아이 낳을 생각이 없어요. 집도 마련해야 하고 직장에서 자리도 잡아야죠. 요즘 세상에 아기 낳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죠.”(30대 초반 기혼 남성 C씨)

출산은 어쩌다 두려운 존재가 된 것일까. 육아 경험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사례,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출산 포비아(phobia)를 경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7년 조선일보가 25~45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직 출산을 경험해 보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한 경우가 34퍼센트로, 그렇지 않은 경우(32퍼센트)보다 더 컸다.[1] 가족을 이루는 것에서 비롯하는 행복, 아이가 성장하며 느끼는 기쁨보다 두려움과 걱정,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사회경제적 상황 속에서 아이를 잘 기를 수 있겠냐는 질문은 청년들에게 무겁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저출산 극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의 부정적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애국자 되려다 내가 망해요”라든지[2], “정부 말대로 30세 이전에 두 명의 자녀를 낳다간 파산한다”든지, “1억 원을 줘도 아이 안 낳을래요”라는 말이 청년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젊은 세대는 다양한,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에 지쳤다. 숨 가쁜 경쟁을 해온 청년들은 결혼, 출산, 육아라는 과제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미혼, 신혼부부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임에도 향후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등 예상되는 기회비용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청년들에게 결혼 출산은 이익이 아닌 비용에 가깝다. 이런 시대상에서는 오히려 비혼과 딩크족이 더 행복과 가까운 삶의 형태로 인식된다.

사회적으로도 육아와 관련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3] 노키즈 존No Kids Zone, 맘충(Mom+蟲)과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공공연한 반감 표현,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욕설, 폭행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육아하는 부모들이나 임산부들에게 공격적인 발언, 혐오 표현,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아직까지 임신, 육아로 인해 자발적인 퇴사를 종용하거나, 승진에서 배제하거나, 최하 등급의 평가를 주거나, 심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까지 가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4]

 

죄책감과 불안감의 육아


육아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만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요즘 부모들도 육아에 대한 어려움과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전보다 가구당 키우는 자녀 수도 줄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면서 객관적인 양육 환경은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와 관련된 부모의 스트레스, 불안감과 죄책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5]

요즘 육아 방식은 ‘낳으면 알아서 자라는 식’의 자연스러운 육아가 아니다. 게리 베커(Gary Becker) 전(前) 시카고 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오히려 자녀를 적게 낳는 대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양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자녀 수보다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수를 줄인 만큼 이전보다 육아에 온 신경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게다가 핵가족화로 인해 육아 과정에서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기회가 줄면서 아이 돌봄, 육아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부모가 지게 됐다. 육아에 대한 부모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양육 부담이 부모에게 집중됨과 동시에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부모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으로 인해 부모의 역할과 직장에서의 역할 간 극심한 갈등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맞벌이 부부라고 해서 여성의 가사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는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1970년대 가정주부와 육아에 똑같은 시간을 들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6] 시간은 한정돼 있다. 줄지 않은 집안일과 직장 일, 이 두 가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부모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7]

“사회 생활하다 보면 저녁 약속도 생기고, 회식도 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것만 남편 허락을 받아 겨우 참석해요. 평소에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가요. 친구와 약속 잡기도 어렵다 보니 아기 낳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하고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요.”(30대 초반 여성 D씨)

“평소에 취미 생활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할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어 틈날 때마다 유튜브로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자기 자신을 위한 여유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20대 후반 남성 E씨)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삶에서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며 많은 시간과 노력, 때로는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 부모 자신의 욕구가 아닌 아이의 욕구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수면, 식사 등 자신의 기본적 욕구까지도 아이를 위해 희생 해야할 때도 있다. 이런 기본적인 육아의 특성에 더해 최근에는 ‘집중 양육(Intensive Parenting)’이라는 새로운 육아 방식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다.[8]

집중 양육이란 엄마가 아이의 모든 영역,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모두 참여하는 육아 방식을 말한다. 이런 집중 양육 방식을 취하는 부모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자녀의 발달에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부모는 자녀의 학습에 일일이 관여하며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이전에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자랄 수 있게 돕고,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 에 중점을 둔 양육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부모가 매 순간 아이의 발달과 성장을 세세하게 체크하고 육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아이와 상호 작용하는 집중 양육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부모는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런 양육 태도는 소진과 부모 번아웃을 초래한다고 밝혀졌다.[9]

아이의 초반 인지적 발달과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는 ‘부모 결정론(Parental Determinism)’이 확산함에 따라 부모들은 육아에도 전력을 다하게 됐다. 행여 지금 부모가 하는 행동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요즘 부모들은 육아에서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공부한다. 그렇다 보니 육아를 하면서도 부모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높다. 아이에게 하는 것들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24개월 이하의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여 주지 말라는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집에 텔레비전을 처분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부모는 완벽한 육아를 위해 온라인상에서의 아동 발달 전문가 의견을 참조해, 아이의 인지적 발달을 위한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자극, 교육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장난감, 교구,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서 공부한다. 부모 간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 항상 민감하게 아이의 요구를 알아차리고(sensitivity), 그에 따라 반응(responsivity)해 주려고 노력한다. 요즘 부모들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쉴 틈이 없이 항상 긴장감과 불안감 속에 살며 육체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일-가정 갈등과 집중 양육 방식이 확산하면서 요즘 부모는 ‘좋은 부모’라는 기준을 맞추기가 점차 더 어려워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적으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모들은 매일 쏟아지는 육아 정보들과 조언들을 접하며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평가한다. 비교 속에서 요즘 부모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과 발달, 자극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요즘 부모들은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 속에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삶을 산다.

 

완벽한 부모보다는 ‘충분히 좋은 부모’


심리학에는 ‘충분히 좋은 엄마(Good-enough Mother)’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소아과 의사 위니컷(Donald Winnicott)이 만든 개념으로, 아이의 발달을 위해 민감하게 요구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사람을 말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모든 아이의 욕구를 완벽하게 수용하고 반응해 주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이에게 좌절의 순간도 경험하도록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는 완벽한 엄마보다 편안함과 적정 수준의 좌절을 주고 이겨 내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엄마가 충분히 좋은 엄마이고 더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오히려 완벽한, 최고의 엄마가 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 의도치 않은 문제를 겪게 된다는 것이 위니컷의 분석이었다.

시대는 변했지만, 이상적인 부모상의 기준은 나날이 더 높아졌다. 좋은 부모라면 응당 해야 하는 것들이 넘쳐난다. 완벽한 엄마에 대한 모성 신화는 매일 진화 중이다. 매일 새롭게 갱신되는 육아 정보, 쏟아지는 전문가들의 조언 속에서 요즘 부모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많은 밀레니얼 부모들은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밤낮으로 육아 정보를 찾고,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밀레니얼 부모들은 끝없는 육아라는 숙제와 수업들을 들으며 마치 육아라는 박사 학위를 따듯 열성적으로 육아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서서히 지쳐 간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아주대학교 병원 교수는 요즘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최선의 것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어진다”면서 “살아만 있어도 좋은 부모”라고 말한다.[10]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싼 옷, 음식, 새로운 장난감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상호 작용, 교감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그를 위해서는 부모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 매 순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주변 사람에게 믿고 의지하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 보는 것도 방법이다.

출산의 기쁨과 황홀함도 잠시뿐, 과도한 부모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산후 우울증은 출산 여성의 5~20퍼센트 정도로 발병하는데, 국내에서도 18~19퍼센트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11] 여성은 산후 2주 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80퍼센트에 달하지만, 2주 이상 우울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10~20퍼센트나 된다. 남성 또한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약 10퍼센트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

산후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기분과는 다르다. 지속적인 우울감, 삶에 대해 느끼는 무가치함, 불안감과 같은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은 물론, 부모로서 자신이 부적절하다는 느낌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아이에 대한 무관심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아이와 부모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후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심한 육아 스트레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사회적 지지 부족, 부모 역할에 대한 중압감, 가족 간의 갈등, 회피적 성향이나 완벽주의적 성향 등의 심리적 요인이 지목된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로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혹자는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향해 “남들 다 하는 육아가 뭐가 힘들다고”, “당신이 선택해서 낳은 아기인데 뭐가 힘든지”, “집에서 아기만 보는 게 뭐가 힘들다는 건지, 일하는 게 얼마나 더 힘든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시선은 육아가 어려운 부모가 자기 자신을 자책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렵게 만든다.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아이를 낳으면서 기존의 자신이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포기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초보 부모들은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이를 주변에서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고, 오히려 부모를 비난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육아 스트레스가 심화해 산후 우울증이 악화할 수 있다.

산후 우울증 전문가 일산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교수에 따르면 산후 우울증은 제한된 시간과 환경 속에서, 주변의 지지가 부족할 때 더 잘 발생한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을 공감해 줄 사람이 있다면, 힘들 때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주변 가족, 친구들이 있다면 산후 우울증은 회복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모든 것들을 매 순간 ‘부모가 다 감당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휴식 시간을 마련하고 행복감을 높일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다.

우울증에 걸린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적시에 반응하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 인지적 능력, 학습 능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12]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돼야겠다는 압박감과 걱정으로 인한 우울증이 오히려 아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완벽한 부모상이나, 과도한 책임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5년간 산후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부모 개개인도 육아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부모가 되면서 겪는 양육 스트레스, 고단함은 아이가 주는 기쁨과 황홀함과 별개로 그저 웃어 넘기거나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출산 후 부모에게 집중되는 양육 부담과 맞벌이로 인한 높아진 일-가정 갈등, 경제적 부담, 높아진 이상적인 부모의 기준에 힘겨워하는 부모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체계 강화와 함께 부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산후 우울증 체크 리스트[13]

1. 나는 사물의 재미있는 면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
(0점) 예전과 똑같았다.
(1점) 예전보다 조금 줄었다.
(2점) 확실히 예전보다 줄었다.
(3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2. 나는 어떤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0점) 예전과 똑같았다.
(1점) 예전보다 조금 줄었다.
(2점) 확실히 예전보다 줄었다.
(3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3. 일이 잘못될 때면 공연히 자신을 탓하였다.
(3점) 대부분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자주 그렇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4.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웠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가끔 그랬다.
(3점) 자주 그랬다.

5. 특별한 이유 없이 무섭거나 안절부절 못하였다.
(3점) 꽤 자주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거의 그러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러지 않았다.

6. 요즘 들어 많은 일들이 힘겹게 느껴졌다.
(3점) 대부분 그러하였고, 일을 전혀 처리할 수 없었다.
(2점) 가끔 그러하였고, 평소처럼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었다.
(1점) 그렇지 않았고, 대게는 일을 잘 처리하였다.
(0점) 그렇지 않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잘 처리하였다.

7. 너무 불행하다고 느껴서 잠을 잘 잘 수가 없었다.
(3점) 대부분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자주 그렇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8. 슬프거나 비참하다고 느꼈다.
(3점) 대부분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자주 그렇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9. 불행하다고 느껴서 울었다.
(3점) 대부분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자주 그렇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10. 자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적이 있다.
(3점) 자주 그랬다.
(2점) 가끔 그랬다.
(1점) 거의 그렇지 않았다.
(0점)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합산 점수]
0-8점 정상, 9-12점 상담 필요, 13점 이상 산후 우울증 의심

 

아이를 낳으면 행복해질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기쁨이고 축복이라고들 말한다.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그렇다. 아이를 낳는 환희의 순간이 강조된다. 반면 아이를 낳는 과정이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빨리 감기’ 형태로 편집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현실은 이와 다르다. 아이를 낳는 데까지만 해도 9개월의 임신 과정이 있으며 고통 없는 출산은 없다. 육아는 영화처럼 빨리 감거나 생략할 수 없을뿐더러, 아이 성장 발달 과정에 따라 각기 다른 난제들이 부모에게 닥치게 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육아는 녹록지 않다. 처음에 가졌던 기대는 머지않아 사라진다.

물론 결혼, 출산, 육아는 기쁘고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삶에 큰 변화와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일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한 생애 사건들 43개 중 결혼, 임신, 출산, 육아는 상위 15위 안에 든다. 생애 스트레스 척도[14]에 따르면 결혼은 큰 질병이나 상해를 입은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임신과 출산, 육아는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은퇴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출산과 육아가 행복도를 높일 것이라는 부모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낮은 행복도를 보이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모됨의 역설(The Parenthood Paradox)’이라고 부른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부모들의 행복도를 높이지 않는다. 육아는 부모의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의 감정적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많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처럼, 부모들은 아이 없는 부부보다 더 큰 감정적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다. 물론 부모는 아이를 통해 일상적으로 더 많은 기쁨을 느끼지만, 동시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15]

부모들이 육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원인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경제적 부담(financial burden), 일-가정 갈등, 합리적인 가격의 아이 돌봄 서비스 부족(affordable childcare), 시간과 에너지 부족(time and energy demands)이 그것이다.[16]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항상 불행한 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위의 네 가지 스트레스 요인이 조절될 경우 육아가 행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실제로 부모됨(Parenthood)과 행복 간의 상관관계는 사회적, 경제적, 제도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헝가리 등 22개국 중 여덟 개국 부모들은 아이 없는 부부보다 더 행복감을 느꼈고, 나머지 호주, 영국, 미국 등 14개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 없는 부부보다 덜 행복감을 느꼈다.

이렇게 국가별로 부모의 행복감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제도였다. 각 국가가 제공하는 양육비 지원 제도, 육아 휴직 제도, 유급 휴가 및 병가 제도 등의 가족 지원 제도에 차이가 부모의 행복감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가족 지원 제도가 잘 정비된 국가에서는 아이를 낳는 부모와 아이가 없는 부부 간 행복도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가족 지원 제도가 미비한 국가일수록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아이 없는 부부보다 행복감을 덜 느꼈다.

국가적 가족 지원 제도 외에 아이를 기르는 데 경제적 부담이 없다면 아이는 부모의 행복감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이 연구에서도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때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의 영향을 통제할 경우, 아이는 부모의 행복을 키웠다. 보통 선진국, 고소득층, 나이가 많은 부모들에게 더욱더 행복을 높게 보고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17] 즉, 아이 존재 자체가 부모 삶의 만족도를 낮추기보다, 아이를 기르는 높은 비용이 부모 삶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걸까? 사실 ‘요즘’ 육아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다름 아닌 아이 그 자체다. 아이는 부모에게 삶의 가장 큰 의미이자 목적이며, 다른 것과 비견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다. 이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2021년 퓨 리서치 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17개국 중 14개국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로 ‘가족과 아이들’을 1순위로 꼽았다. 요즘 부모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기르는 것의 가치를 물어보면, 결코 쉽지 않지만 동시에 그만큼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제 친한 친구는 이번에 이색적인 해외여행을 어디로 갈지 고민하더라고요. 네덜란드로 갈지 스페인으로 갈지. 저한테 네덜란드는 바로 제 아이예요. 아이를 기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다른 물건들을 쇼핑하거나 여행보다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기쁨을 주는 존재랍니다. 여행하듯, 하루하루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요,”

배우 이하늬도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 177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임신, 출산에 대해서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솔직히 많았다. 공백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근데 문득,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을 배에 품어 내보내는 일보다 더 완성도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넘사벽으로 연기를 잘하게 되더라도 힘들 것 같았다.”[18]

부모들은 아이를 기르는 것은 힘들지만 세상에 이보다 더 가치 있고 성취감을 주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낳고 기존에 자신이 가졌던 가치관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어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사회적 성공보다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느낀다.[19]
캐서린 넬슨(Katherine Nelson) 교수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부모가 된다는 변화만으로 부모가 느끼는 불행과 행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부모가 되면서 불안, 걱정과 같은 부정적 감정, 혹은 경제적 부담과 수면 방해, 결혼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낄 경우, 육아는 행복보다는 불행으로 다가올 것이다. 반면 삶의 의미와 목적, 기쁨과 보람을 더 많이 느끼고 부모라는 정체성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등 육아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경험한다면 육아는 충분히 부모에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20]

요즘 육아가 힘든 이유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기르면서 오는 행복감, 보람, 가치와 같은 긍정적 요소보다 경제적 부담감과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요소를 더 크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들을 기르는 본질적인 보람과 기쁨이 퇴색하지 않기 위해선 부모가 느끼는 부정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을 줄여야 한다. 부모의 스트레스 관리는 개개인만의 몫은 아니다. 사회 구조와 제도도 그들을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아이를 기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기쁜 일이 된다.
[1]
홍영림·주희연, 〈“그냥 불안해요”…2040세대 52%가 출산 포비아〉, 《조선일보》, 2018.1.3.
[2]
 스프, 〈“애국자 되려다 내가 망해요” 대한민국 출산율의 이유있는 추락〉, SBS 뉴스, 2023.12.8.
[3]
권미경, 〈지역사회 내 육아문화 진단 및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방안〉, 육아정책연구소, 2022.
[4]
직장갑질 119, 〈2021년~2023년 임신 육아 갑질 사례〉, 2023.
[5]
Nomaguchi and Fettro, 〈Parenthood and Well-Being: A Decade in Review〉,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2020, 82(1), p.198-223.
[6]
Suzanne et al., 〈Changing rhythms of American family lif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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