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보수적인 친구들에겐 ‘깨어 있는(woke)’ 진보 진영으로, 진보적인 친구들에겐 우익 성향의 보수주의자로 인식된다. 폴 그레이엄의 설명대로, 이런 입장은 너무나 난처하다. 정통 집단의 일원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하나는, 이 에세이를 직접 보여 주는 것이다.
청중 앞에서 말로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허세나 오류 없이, 이 글처럼 명료하게 정리된 형태를 직접 보여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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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이미 지적 정직함을 이해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돌아온 이유
샌디에이고에서 7년을 보낸 후, 아내와 나는 가족 전체의 삶의 터전을 베이 지역(Bay Area)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기회나 가족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찾고자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진실 추구가 우정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요소가 전혀 없는 삶도 우스운 일이다. 적은 숫자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사람들이 꾸준히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물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부족주의적인 성향이 덜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사람들의 밀집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자신의 편향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환경이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세상을 필터 없이 바라보려 애쓰는 사람들을 다른 어떤 곳보다 많이 만나게 되었다. 비록 20대 내내 나는 여기서 벗어나려 늘 애썼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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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그렇다면, 사고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주제는 매우 방대하다. 나 역시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여기서는 내 생각을 간단히 말하고, 아래에 더 깊이 있는 자료들을 따로 링크해 두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네 가지 핵심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 갖기
- 사고 체계를 개발하기
- 확률적으로 사고하기(think in bets)
- 자신의 주장을 흔들어 보기(oscillate your argument)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추구하려는 의지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말하려는 핵심이기도 하지만, 그 의지야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결여된 부분이기도 하다.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스로의 부족주의적 충동을 인식하고 저항하는 법을 익히는 것, 또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 등이 있겠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누구든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다음 단계는, 탄탄한 사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나는 2020년에 친구들과 가족을 위해 치트시트(요약 정리표)를 만들었는데, 지금까지도 꽤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기본서’로 여겨지는 자료는 엘리에저 유드코스키(Eliezer Yudkowsky)의 《The Sequences》라고 한다. 나는 아직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해리 포터와 합리성의 방법(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만 읽었는데, 그래도 이 책은 합리적 사고를 시작하기에 아주 훌륭한 입문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세 번째 항목, ‘확률적으로 사고하기’
[15]는 기술적으로 사고 체계의 일부로 분류될 수 있지만, 내가 부족주의와 구별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 핵심적인 전환점이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하고자 한다.
확률적 사고
인간은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고자 한다. ‘A로 인해 B가 발생했고, 그것이 C로 이어졌다’는 식의 서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모든 일의 원인이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생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포커에 더 가깝다. 다음 서술처럼 말이다.
‘이 일이 성공할 확률은 A 때문일 가능성이 40퍼센트, B 때문일 가능성이 25퍼센트, 우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다른 원인이 10퍼센트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갖고 있는 모델이 완전히 틀렸을 확률이 25퍼센트쯤 된다.’
설상가상으로 올바른 접근법도 실패할 수 있고, 잘못된 접근법도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둘 중 무엇이 옳았는지를 사후에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미래 시나리오를 상상하려 들면, 결정 지점마다 타임라인이 두 배로 증가한다. 우리는 머릿속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떠안게 된다.
‘만약 A가 사실이라면 B도 사실이고, 하지만 A가 사실이 아니라면 C가 사실이고, 그리고 B가 사실이라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