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브라질에서 가장 부패한 인물이라는 말루프의 수식어는 지난 5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 수사로 빛을 잃었다. 입찰 담합과 자금 세탁의 거대한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오데브레시(Odebrecht), 안드라디 구티에레스(Andrade Gutierrez), 카마르고 코헤아(Camargo Corrêa) 같은 거대 건설 기업들의 비리가 밝혀진 것이다. 정치인, 관료, 중개인들이 벨루 몬치(Belo Monte) 댐,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비롯한 브라질 전역 수십 개의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최소 20억 달러(2조 34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수사 기관은 보고 있다. 검찰은 오데브레시 한 곳만 추산해도 415명의 정치인과 26개의 정당이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는 몰락했고, 브라질의 전직 대통령과 에콰도르의 부통령은 수감되었다. 페루 대통령은 사임해야 했고, 그 외 수십 명의 정치인과 기업 임원이 철창신세를 졌다. 부패 스캔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미국 법무부는 이 스캔들이 ‘외국에 뇌물을 준 사례로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2017년 말루프가 마침내 체포되었을 때는 아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변화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위에 축조된 권력 구조에 제동을 걸고, 견고함보다는 비옥함이 성장을 위해 더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부정부패는 단순히 세금을 도둑질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환경 범죄를 부추기기도 한다. 사회적인 효과가 미심쩍은 사업을 진행해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벨루 몬치 댐 사례처럼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환경 관련 허가 당국도 깊은 우려를 표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다.
위험성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이제 막 고도의 콘크리트 발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향후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새로 지어지는 면적은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일부는 보건적인 측면에서 혜택을 주기도 할 것이다. 환경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전 세계 극빈층 가정의 흙바닥을 콘크리트로 대체하면 기생충 감염을 거의 8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실은 손수레들이 이 세계를 생태계 붕괴로 더 가까이 몰아붙이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영국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는 도시화, 인구 증가, 경제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이 매년 40억~50억 톤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제 및 기후에 관한 글로벌 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the Economy and Climate)에 따르면, 만약 개발 도상국이 인프라 설비를 현재의 전 세계 평균 수준으로 늘린다면 건설 부문은 2050년까지 47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는 기후 변화에 관한 파리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정부는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에서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시멘트 산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16퍼센트 감축하는 것에 동의했다. 게다가 시멘트 생산량 증가는 인간 복지에 필수적인 생태계에 현재보다 훨씬 심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채텀 하우스에서 작년에 발간한 보고서는 시멘트의 생산 방식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재생 자원을 사용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며, 클링커를 대체하는 물질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보다 넓게 적용하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고, 아직 산업계에서 상용화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기술이지만 말이다.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건물의 거품을 제거하고, 가능하다면 집성 교차목(Cross Laminated Timber, CLT)과 같은 대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건물의 외관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콘크리트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앤서니 시슬턴(Anthony Thistleton)은 말한다.
그는 《건축 저널(Architects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콘크리트는 아름답고 용도도 다양하지만, 불행하게도 환경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강철과 아스팔트, 석고 보드를 만드는 데에는 콘크리트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전 세계의 숲은 목재 수요가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려스러울 만큼 빨리 줄어들고 있다.
리즈 대학교의 재료구조학 교수 필 퍼넬(Phil Purnell)은 세계가 ‘콘크리트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콘크리트의) 원재료는 사실상 무한하고, 도로든 교량이든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건설하는 한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어떤 재료와 비교해 봐도 콘크리트가 가장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재료입니다.”
대신 그는 기존 구조물을 더 잘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재활용을 해야 한다. 현재 콘크리트 폐기물은 매립지로 향하거나 부서져서 골재로 재사용된다. 퍼넬은 이 과정이 더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콘크리트 패널에 ID 태그를 삽입하면 필요한 곳을 찾아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넬의 리즈 대학교 동료들은 포틀랜드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다. 배합을 다르게 하면 접합재의 탄소 발자국을 최대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 모델 위주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개발 모델은 살아 있는 자연을 건축된 환경으로, 자연에 기반한 문화를 데이터가 주도하는 경제로 바꿔 놓았다. 변화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위에 축조된 권력 구조에 제동을 걸고, 견고함보다는 비옥함이 성장을 위해 더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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