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공정: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는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공정한 채용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 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 이전 입사자는 ‘서류-인성 검사-적격 검사-면접 전형’등 비교적 단순한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 ‘좌절’, ‘역차별’, ‘불공정’. 이번 결정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지적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공기업 비정규직 전환을 이제 그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바늘구멍 같은 공개 채용문을 뚫기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업 준비생들, 현직자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 현직 정규직 노조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직 비대화와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며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인천공항 외 전국 14개 공항이 속한 한국공항공사는 보안 검색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결과의 공정: 반대편에서는 경쟁의 규칙만을 따지면, 뿌리 깊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 이들은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소속만 다를 뿐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거나 별도의 채용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안 검색원들도 길게는 20년 동안 전문성을 쌓아 왔다는 것이다.
- 젊은 세대의 거센 반발이 청년과 비정규직의 ‘을 대 을 대결’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47개 공공 기관 중 82퍼센트인 367곳이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충족했다. 이행률은 2017년보다 2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청년 일자리 뺏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전망: 갈등의 출발점은 ‘정규직은 선, 비정규직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노동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는 맞지 않는 고정관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 유연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근무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떤 형태건, 단순히 비율을 줄이고 늘리는 게 아니라 근로 환경 개선과 적절한 보상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