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가. 정말 많은 질문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일반적인 잡지에 실린 인터뷰를 읽다 보면, 좀 바빠 보일 때가 있다.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개괄적인 질문과 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지면의 한계와 마감이라는 압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한 개인의 삶을 만나면 질문이 생긴다. 얼마나 벌고 있나, 지금의 삶에 만족하나,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그렇다. 그런 내밀한 부분에 관해 궁금증을 갖고 있다. 특별한 방향성은 없다. 그저 삶을 둘러싼 일반적인 질문들이다.
나의 질문이 곧 독자의 질문이라는 확신이 보인다.
내가 가진 질문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가 궁금한데 남이 안 궁금할 리가 없다. 예를 들어, 내게 질문이 열 개뿐이라면 독자의 질문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책 기준으로 질문지에 적힌 질문만 160개였다. 현장에서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결과적으로 대략 300~400개 정도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인터뷰마다 그렇다. 그렇다면 독자 입장에서 300개의 질문 중에 적어도 50개 정도는 궁금증을 가진 질문일 수 있다. 그래서 이걸 독자도 궁금해할지 여부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300~400개의 질문과 답이 오가려면 대체 인터뷰가 얼마나 걸리나?
짧으면 10시간, 길면 2박 3일 정도 인터뷰를 진행한다. 과자를 잔뜩 쌓아 두고 먹으면서 한다. 중간에 밥 먹고 오기도 하고. 인터뷰에 응해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가진 자원을 거의 다 투입해서 사업을 일궈 나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2박 3일을 받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귀한 시간이다.
같은 질문지를 가져가도 인터뷰 현장마다 조금씩 질문이 달라진다. 답변도 당연히 다 다르다. 사람마다 삶의 과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매력 아니겠나?
내가 글쓰기를 처음 배운 곳은 금융업계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에도 동종 업계에서 인턴이나 RA(Research Assistant)로 일하면서 글을 썼다. 보통 통계 등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그건 나 말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또, 얼마나 방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지는 자본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 너머에 있다. 글쓴이의 의견이나 인터뷰야말로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인터뷰의 경우 인터뷰이도 중요하고,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취재 과정에 품이 많이 든 만큼 현실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력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금액, 이 일을 선택하는 데 든 비용, 매출 같은 것들을 묻는다. ‘나는 이러한 삶을 살았고, 그 결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았고, 그래서 가게를 열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참 많다. 그 자체로 좋은 콘텐츠다. 동기 부여도 되고 응원도 될 수 있다. 그런데 내 가게를 연다는 것은 경제 활동의 영역이고, 돈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가게라는 공간 자체가 어떤 ‘부동산’을 차지하는 일이다.
비싼 재화를 깔고 앉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도 서점 한번 열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현실적인 고민을 크게 하지 않고 서점 문을 열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생각보다 힘들어 금방 문을 닫은 상황이다. 결국 그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마음을 다해 가게를 꾸려 온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친 것이 된다.
예를 들자면 어떤 영향인가?
금방 문을 닫아 버린 그 서점 주변의 월세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얘기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가게를 열었다 닫는 분들이 많다면 우리 사회 전체로도 비효율적인 일이다. 우리가 어떤 가게를 좋아하게 되는 까닭은 그 공간을 마련한 사람의 고유한 방향, 자아실현의 흔적 때문이다. 그런데 개성 있는 공간은 줄어들고 효율을 추구한 공간이 늘어난다면, 그건 대개 비용 문제 때문이다. 비효율이 비용을 증가시킨다. 극단적인 예시가 명동이나 홍대 앞 같은 지역이다. 그렇게 비싼 곳에서는 자아를 표현하기보다는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이 책에 반영된 건가?
자신의 공간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주고 싶다. 필요하다면 그 결정을 한번쯤 재고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3년 이하’ 시리즈에 이 정도의 진심을 담았다. 그리고 10년 만에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나왔다. 책을 판매하는 수익만으로 회사가 지속 가능한가?
회사는 지속 가능하다. 그런데 내 욕심까지 채우려면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하다. 외부와 협력하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욕심인가?
개인적인 삶에 관한 욕심도 있지만, 다음 콘텐츠에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테면, 미슐랭 식당이나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자영업자의 이야기 같은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구를 떠난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화성 같은 곳에도 카페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항상 만나고 싶다.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런데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그걸 좀 더 마련하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생긴다. 그런 욕심이 생기면 이게 불만족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원하는 삶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왔다.
취미를 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고들 한다. 근데, 잘하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취미는 누구든 가질 수 있다.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당연히 힘들다. 테니스를 취미로 치면 재미있겠지만, 프로 선수가 되어 밥벌이하려면 잘 칠 때까지 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잘 칠 수 있을 때까지 나를 후원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스스로 시간과 기회를 마련하든가. 잘 치기 위한 여건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 없이 테니스만 열심히 친다고 내년에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취미를 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잘하면 된다. 다만,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궁리한다. 지금 이곳 사무실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집에서 작업해도 된다. 그런데 느슨해지면 한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곳을 함께 쓸 사람들을 찾았다. 주변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환경에서 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을 구성한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무척 중요하다. 건강 관리, 재정적인 부분 등을 모두 포함한 얘기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만들어 갈 브로드컬리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책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좀 더 짧은 호흡으로 우리 편집부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책의 형태가 아닐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고, 팟캐스트를 시작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 찾아뵐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다.
* 2025년 6월 13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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