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 라이트(Coors Light) 맥주의 ‘고장 난 쿠어스 라이트(Coors Lights Out)’ 캠페인은 정말 기발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콜라보를 했다.
오타니가 파울 볼로 쿠어스의 광고판을 강타한 사건이 계기였다. 전광판이 깨지면서 광고판 속 쿠어스 캔에 검은 사각형이 생겨났다. 쿠어스는 오타니가 만들어 낸 검은 사격형을 수리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틀 만에 깨진 전광판의 흔적을 그대로 옮긴 스페셜 에디션 쿠어스 캔을 출시했다. 다른 쿠어스 광고판에도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사각형을 만들었다. 쿠어스는 메이저리그나 오타니의 정식 스폰서가 아니라서 오타니를 직접 언급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타니가 만들어 낸 검은 사각형 하나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쿠어스와 오타니를 단단히 연결해 냈다.
한국에도 기억에 남는 좋은 광고가 많지만, 앞서 소개한 칸 수상작들과 비교할 땐 좀 밋밋한 느낌인데.
해외에 나가서 현지 TV를 비롯해 현지 미디어들을 통해 마주하는 광고들을 보면 칸에서 수상할 것 같은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많지 않다. 단지 수많은 광고 중 대표 선수들의 모습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이는 것뿐이다. 한국의 콘텐츠 중 광고는 상대적으로 해외에 노출되는 양이 아직은 많지 않다. 〈케데헌〉이나 〈기생충〉 같은 콘텐츠가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아무 설명 없이 내놓고도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칸의 수상작들만 보고 해외 광고를 따라가려고 하면 우리는 아무리 잘해도 결국 2등일 수밖에 없다. 지극히 한국적인 우리 광고를 자신 있게 만들어 간다면 곧 한국 광고가 밋밋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올해 6월에도 칸 라이언즈에 다녀왔다. 전년과 비교할 때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에서 감지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
올해 칸 라이언즈의 공식 요약 리포트에 의하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많은 연사가 크리에이티비티의 힘을 이야기했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차별화, 상업적 성과, 그리고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이 대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AI의 영향은 올해 칸의 거의 모든 세션에서 언급되었고, AI를 주제로 하지 않은 강연에서도 끊임없이 회자되었다.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다음 트렌드는 어떤 방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대격변의 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 시대를 어떻게 겪어내고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AI는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을 확대하고 있고 그 끝이 어디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전의 4대 매체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매체로 진화가 이루어졌듯, 각자의 강점을 가진 개인 또는 작은 조직들이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을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꼭 광고인이 아니라도 크리에이티브와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려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칸 라이언즈를 경험한다는 것은 크리에이티브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정리하는 일을 해본다는 것이다. 종종 이 경험이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발전시켜 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기를 권한다. 그다음에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인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 훨씬 쉽게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 예술도 특정 표현을 통해 어떤 메시지나 감정을 전달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크리에이티브는 더욱 그래야 한다.
글
이연대 에디터
* 2025년 9월 26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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