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7일 소식

[bkjn 팀 인터뷰] 좋은 물건을 엄선하고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좋은 물건을 엄선하고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bkjn shop

이연대 대표, 신아람 디렉터,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 권순문 디자이너, 홍성주 커뮤니티 매니저
 
12월 6일 서울시 중구 퇴계로4길 2 4층에 리테일 미디어 플레이스 bkjn shop이 오픈했다. ‘좋은 물건을 엄선하고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bkjn shop이 내세우는 미션이다. 그 시작에 앞서 bkjn shop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bkjn shop에 진열된 북저널리즘 종이책과 에코백 ⓒbkjn shop
bkjn shop은 리테일 미디어 플레이스다. 기존 매장과 무엇이 다른가.

이연대 (대표) 백화점에선 물건만 판매한다. 디스플레이 이미지 정도는 볼 수 있지만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 철학을 깊이 알기는 어렵다. 반면 신문, 잡지, 방송 같은 미디어에선 CEO 인터뷰, 기획 기사 등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 철학을 알 수 있지만, 제품은 팔지 않는다. bkjn shop은 리테일과 미디어를 결합한다. 좋은 브랜드를 엄선해 브랜드 스토리를 지식 콘텐츠로 풀어내고, 커머스를 함께 제공한다. 강연, 워크숍 등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시 브랜드는 미술관 기획 전시처럼 4~8주 단위로 바뀐다.

오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연대 북저널리즘은 콘텐츠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와 저자, 독자와 에디터, 독자와 독자를 연결하고자 한다. 커뮤니티를 위한 거점 공간이 필요했는데, 커뮤니티 프로그램 매출만으로는 서울 도심에서 독립적인 공간을 유지하기 어렵다.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어야 했다. 그게 숍이다. 낮에는 좋은 물건을 팔고, 저녁에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연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비슷한 사례가 있나.

이연대 리테일 미디어는 국내에서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오프라인 매장 스토리(Story)는 잡지를 표방한다. 잡지처럼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상품을 큐레이팅하고, 두 달에 한 번씩 주제를 교체한다. 스토리는 2018년 메이시스 백화점에 인수돼 현재 미국 전역의 메이시스 백화점 36곳에 입점해 있다.

‘좋은 물건을 엄선하고 물건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라는 미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연대 우리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바꿔 말하면 가치와 취향을 공유하는 일을 한다. 우리 독자의 일상을 채울 양품 ― 오래 쓸 수 있고, 기능적이며, 아름답고, 합리적인 가격의 물건 ― 을 소개하는 것은 독자의 취향을 잘 아는 우리가 잘할 수 있고, 독자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bkjn shop에 진열된 사사와시, 플라스틱 아크 제품 ⓒbkjn shop
선보이는 상품은 무엇이고 어떤 스토리를 담았나.

이연대 론칭과 함께 브랜드 네 곳의 이야기를 전시한다. 메인 전시는 일광전구다. 일광전구는 196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백열전구 제조사다. 최근 일광전구는 조명 기구 회사로의 피보팅에 성공했다. 60년 된 전구 회사가 어떻게 리브랜딩에 성공했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리브랜딩의 산물인 조명 기구 제품을 전시한다. 2022년 9~10월 일광전구 임직원을 만나 생산 철학과 제품 제작 과정, 리브랜딩 과정을 인터뷰했다. 이 내용을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로 발행해 제품과 함께 전시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특수 가공해 내구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생활 소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아크(Plastic Ark), 일본 전통 종이인 와시를 활용해 종이 섬유 제품을 만드는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사사와시(SASAWASHI)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그리고 북저널리즘 서비스를 전시한다.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나.

이연대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을 텍스트로 옮긴다. 고객이 시간을 투자해 읽을 가치가 있어야 한다. 생산자의 철학과 제작 과정, 브랜드 스토리를 고객이 알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다. 또한 제품은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능이 명확하고, 디자인은 기능적 맥락을 고려하고,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다.
《일광전구:빛을 만들다》와 일광전구 테이블 조명 제품 ⓒbkjn shop
권순문 (디자이너) 《일광전구:빛을 만들다》를 시작으로 curated by bkjn 시리즈가 발행될 예정이다. curated by bkjn은 bkjn이 선별한 브랜드의 역사, 제작, 운영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인터뷰를 통해서 전달하는 책이다. 질문과 답변의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등 인터뷰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 중간 큐알 코드를 통해 인터뷰이의 음성을 들으며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장감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권순문 보통 책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브랜드북에 담긴 건 실재하는 이야기다. 현장에 나가 사진을 직접 찍었다. 실제로 마주한 일광전구 사무실의 인테리어는 굉장히 감각적이었다. 디자인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브랜드북을 읽는 독자에게 실재하는 이야기와 더불이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왜 물건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는가.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 지금의 세상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숍에 들어가면 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모르는 채로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떤 물건을 소비하고 어떤 공동체에 속하고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bkjn shop은 제품 구매 경험에서 소거된 이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물건과 내 삶이 관계 맺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한다. 내가 사는 이 물건이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면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쓰게 된다.

신아람 (디렉터) 스토리가 모든 것인 시대다. 콘텐츠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소중한 물건에 진심을 담아 파는 가게라면 당연히 콘텐츠가 중심에 서게 된다.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많이 소비하는 시대다. 쉽게 버림받는 물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런 의미도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물건에는 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큐알 코드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는 일광전구 전시 ⓒbkjn shop
bkjn shop은 제품이 아닌 이야기를 전한다. 이러한 점이 공간에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김지연 처음 숍에 방문했을 때,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밝은 조도를 사용했고 어두운 공간은 모두 조명으로 밝혔다. 또 뼈대가 드러나는 디자인의 가구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에센스만 남긴다는 의미가 공간 곳곳에 녹아있다.

권순문 보통 편집숍에 있는 제품 설명글은 브랜드와 생산연도 등 최소한의 정보만 담고 있다. 제품의 이야기를 모르면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내가 좋은 물건을 쓰고 있다는 설명을 할 수 없다. bkjn shop은 인터뷰를 통해 제품을 소개한다. 인터뷰, 사진,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큐알 코드도 마련돼 있다. 읽고 보고 들으며 경험의 확장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애착이 책임감이 생긴다.
bkjn shop 심볼 ⓒbkjn shop
bkjn shop 심볼은 어떤 뜻인가?

김지연 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덜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에도 ‘필요한 만큼’만 담고자 했다.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글자와 점이라는 소통의 최소단위에서 시작했다. 그게 이야기와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말풍선이었다. 이를 반으로 나누면 접시 같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물건과 물건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뜻하는 bkjn의 심볼이 완성됐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예매할 수 있는 bkjn shop 홈페이지 ⓒbkjn shop
bkjn shop은 낮에는 좋은 물건을 팔고, 저녁에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연다. 어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열리나.

홍성주 (커뮤니티 매니저)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공개된 프로그램은 curated by bkjn, 브랜드 코멘터리, NOW THIS, 이렇게 세 가지다. curated by bkjn은 북저널리즘이 선정한 브랜드의 제작자, NOW THIS는 지금 깊이 알아야 할 이슈의 전문가를 모셔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브랜드 코멘터리는 북저널리즘 팀원이 중심이 돼 취재 후기 등 고유의 관점을 나눈다. 독자가 직접 연사가 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기존 강연, 북토크와는 무엇이 다른가?

홍성주 이런 프로그램에서 밀도 높은 소통이 이뤄지고 있나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이 많다. 그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bkjn shop은 콘텐츠로서의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새로운 것을 얻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강연 내용, 청중과의 대화 등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기록해서 종이책 레이아웃 파일을 제공한다. 본인이 참여했던 시간에 대한 콘텐츠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말이다. bkjn shop 커뮤니티의 특징은 연속성과 확장이다.

커뮤니티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홍성주 진지한 얘기를 꽤나 즐기지만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친구들과 밥 먹다 할 수는 없고, 온라인에는 날이 서 있거나 극단적인 의견이 많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커뮤니티에 대한 갈증이 오랜 시간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bkjn shop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는지?

홍성주 하나에 머무르는 태도를 경계하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글이든 영상이든, 콘텐츠의 본질은 시간을 투자해서 새로운 자극을 얻는 것이다. bkjn shop의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값진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지적 경험을 통한 성장을 찾고 있다면 bkjn shop 커뮤니티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bkjn shop의 전경 ⓒbkjn shop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지금, 콘텐츠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미션을 내세운다.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발상 아닌가?

이연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는 미디어 회사다. 둘째, 오프라인도 미디어다. 지식과 통찰은 텍스트(txt), 오디오(m4a), 비디오(mp4) 파일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읽고 보고 듣고 쓰고 ‘만나고 대화하며’ 지각을 넓힌다. 우리에겐 확장자가 없는 미디어도 필요하다. 오프라인이다.

신아람 지난 2년여간 우리를 사로잡았던 단어가 있다. 바로 ‘가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이다. 가상의 공간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얼굴을 궁금해하고 현관문 밖의 세상을 탐험하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공간에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스스로의 가치를 정의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콘텐츠를 비로소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게 된다. 콘텐츠 경험의 궁극은 언제나 공간과 만남에 있었다. bkjn shop은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지연 bkjn shop은 사람들이 익숙하다고 여기는 것에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bkjn shop은 주변과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미디어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북저널리즘이랑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브랜드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연대 티 브랜드 스튜디오(T Brand Studio)의 사례를 들고 싶다. 뉴욕타임스가 2014년에 사내에 설치한 조직인데, 뉴욕타임스의 편집 방향과 품질 기준에 맞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한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광고 매출의 3분의 1이 여기서 나온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건강한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 북저널리즘의 미션은 책과 뉴스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2017년 북저널리즘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루 평균 150개의 기사를 생산한다는데, 우리가 컴팩트한 지식·정보 시리즈를 매달 150개씩 발행하게 된다면 책과 뉴스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500년 된 출판 산업, 200년 된 신문 산업을 바꾸는 일이다. 이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bkjn shop은 북저널리즘 서비스를 더 오래, 더 풍부하게, 더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줄 프로젝트다.

신아람 bkjn shop은 ‘지금 깊이’ 나눠야 할 콘텐츠가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형태는 다양할 것이다. 사려 깊은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북저널리즘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를 사람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전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지켜갈 방향성이 있다. ‘왜 지금 이 이야기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연대 현재 bkjn shop 2호점 출점을 논의 중이다. 리테일과 미디어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커뮤니티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동네 단골 카페처럼 평일 저녁에 독자들이 부담 없이 들러 지식, 교양, 통찰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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