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YQ에 푹 빠진 것은 울프가 거의 15년간 연구를 지속했던 시점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일부 농학자들처럼 미국은 계속해서 개체군을 발전시키고 있었지만 YQ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작물에 불과했다. 2007년에서 2013년, YQ를 유럽 전역으로 배포해 다른 기후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파악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다양한 기후 조건과 다른 종류의 토양에서도 YQ의 산출량은 놀랄 만큼 안정적이었다.
울프는 유럽 연합(EU) 규정에 YQ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 브뤼셀(Brussels)과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를 오갔다. 2014년, 그는 성공했고, 2017년 7월부터 YQ는 공식적으로 ORC 웨이크린스 개체군(ORC Wakelyns Population)으로 불리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벨은 그녀의 빵집인 스몰 푸드 베이커리(Small Food Bakery)에서 YQ 밀가루를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재배할 수 있는 농부가 필요했다. 그녀는 턱스포드 제분소(Tuxford Mill)의 폴 와이먼에게 자문을 구했다. 와이먼은 에이원(A1)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링컨셔(Lincolnshire)에 가족 농장이 있는 존(John)과 가이 터너(Guy Turner)로부터 유기농 밀을 공급받고 있었다. 폴 와이먼은 그들에게 전화해 보자고 제안했다.
터너 형제(Turner brothers)는 100헥타르(250에이커) 규모의 그랜지 농장(Grange Farm)을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농민이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인근에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경영난을 겪다가 농장을 팔아넘기는 것을 지켜봐 왔다. 2001년 그들은 유기농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마디로 말하면 겨우 버텼어요.” 존은 말했다. 그들이 폴 와이먼에게 직접 재배한 밀을 보내기 시작한 시점은 몇 톤가량의 남는 곡식을 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다. 벨이 YQ 재배에 관심이 있냐고 묻자, 터너 형제는 답했다. “좋아요. 안 할 이유가 있나요?”
“겨울을 나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될지 전혀 확신할 수 없었죠.” 가이가 말했다. “처음에는 매우 가늘고 빈약한 작물이었어요. 하지만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자,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들판 가장자리에 앉아 작물들이 자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을 정도였어요.”
“실제로 이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다양성의 진가를 모를 겁니다.” 존이 말했다. 높이가 4피트인 것과 2피트인 것, 수염털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뾰족하고 가는 수염이나 네모난 머리를 달고 있는 것, 건장하고 튼튼한 녀석과 날씬한 녀석도 있었다. 2018년 여름은 매우 건조했고 곡식을 재배하기 좋지 않은 해였지만, YQ 수확량은 이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재배되던 기존 농작물의 수확량을 능가했다.
벨은 YQ를 제빵에 사용해 보라고 다른 제빵사들을 설득했고, 그녀의 곡물 연구소(Grain Lab)에서 YQ로 베이킹 시연을 했다. 선로 건축물 아래 부지에서 밀가루를 직접 제분하는 런던 필즈(London Fields) E5 베이커리(E5 Bakery)의 벤 맥키넌(Ben Mackinnon)이 4톤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는 웨이크린스 근처 농장에서 자라 울프를 알고 있었다(그는 한 달간 울프를 도와 감자를 캔 적도 있었다). 터너는 기뻤지만 런던으로 곡식을 운반하는 문제가 남았다. 터너는 자신의 사륜구동 자동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해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벽촌에서 온 촌놈처럼 느껴졌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지난 150년간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제분할 곡식을 런던 중심부로 직접 운반하는 농부 말이다.
지난해 4월 E5를 방문했을 때, 제빵사들은 터너 형제의 YQ를 거의 다 써서 에섹스(Essex)의 다른 농부로부터 YQ를 공급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문은 자자해졌고 YQ의 이야기와 그 맛에 제빵 장인들은 흥분했다. 2018년산 YQ는 품절되었다.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식생활과 자연의 연결 고리를 되찾는 노력은 식탁을 넘어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2019년 3월 마틴 울프는 짧게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그동안 연락을 하고 있었고 그는 나를 농장에 초대했었다. 울프가 사망한 지 2주 후 그의 아들 데이비드와 조시아 멜드럼이 웨이크린스에서 친절하게 나를 맞았다. 찬바람이 불며 태양이 밝게 빛나는 어느 봄날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마틴의 사무실을 보여 주었다. 흩어져 있는 서류들, 흰 곰팡이가 핀 미끄러운 보릿잎들, 바닥에 널브러진 전선들, 전기톱의 부품들, 창고와 헛간에는 트랙터, 수확기와 실험용으로 개조한 온갖 종류의 엄청나게 복잡한 기계들이 있었다. “리베나(Ribena, 주스 브랜드) 병으로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데이비드가 막대기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병을 가리키며 웃었다. “모든 물건이 노끈으로 묶여 있네요.” 멜드럼이 거들었다. “마틴은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었어요.”
그리고 나무가 늘어선 길 사이로 클로버와 YQ의 녹색 풀잎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녹색과 흰색과 분홍색 꽃, 40종의 사과, 다양한 배, 자두로 알록달록했다. 진흙에는 문착(muntjac) 사슴과 산토끼 발자국이 있었고 개암나무에서 노래하는 개똥지빠귀도 있었다.
우리는 나무들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세찬 바람을 맞으며 울타리를 지나 도로로 나왔다. 눈앞에는 40헥타르의 밀밭이 당구대처럼 고르고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웨이크린스 농경지의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전통적으로 경작된 밭의 풍경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우리는 다양성, 그리고 식물, 동물과 우리가 공존하는 자연의 복잡한 시스템이 생장에 미치는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틴 울프는 한 인터뷰에서 작물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지 가격이 아니라 그 작물이 토양과 탄소 포집에 미치는 영향, ‘분위기, 아름다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들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YQ의 이야기는 토양 건강부터 곡물 저항성, 영양가 있는 밀가루, 맛있는 빵의 서사와 함께 지역을 풍요롭게 하는 식품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아버지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마틴의 아들이 말했다. 우리는 풀이 무성한 초원 끝까지 걸어갔다. 그의 아내 앤의 무덤은 수선화들 사이에 소박한 돌멩이 하나로 찾을 수 있다. 4월, 마틴은 그녀의 옆에 잠들었다.
마틴의 로비 활동 결과, YQ 밀은 2021년부터 EU의 법적인 거래 대상이 된다. 벨은 마틴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틴은 저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작년에 그가 말했죠. ‘킴, 일이 벌어지고 있어. 내 인생에서 처음 보는 일이야. 곧 이뤄질 거야.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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