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세이며 머리가 검고 날씬한 체형의 페테르손은 귀리 우유의 이미지를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마케팅 광고 전문가 존 스쿨크래프트(John Schoolcraft)를 영입했다. 콘셉트는 간단했다. 스쿨크래프트는 “유당 불내증이 아니라면, 왜 굳이 우리 제품을 찾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새로운 포장 디자인을 선보였다. 1990년대풍의 요란스런 스타일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오틀리는 자사 제품명을 ‘귀리-스럽게!(Oat-ly!)’로 새롭게 스타일링 했으며, 포장 상자 측면에는 오틀리 직원들이 쓴 80개가 넘는 메시지들 중 하나를 인쇄했다. 그 메시지들은 독자들에게 “탈우유(post-milk) 세대”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한다거나, 약간 반어적으로 “추종자 집단(the cult)”에 동참한 것을 환영했다.
오틀리의 결정적인 한 방은 바리스타 에디션(Oat Drink-Barista Edition)을 출시한 것이었다. 식물성 우유 대부분은 뜨거운 음료에 넣으면 분리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산도 조절제와 첨가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유 같은 거품이 나지 않는다(이는 식물성 단백질 때문이다). 오틀리는 바로 거기에 강점이 있었다. 거품이 나는 데다, 귀리 맛의 대부분은 커피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페테르손과 스쿨크래프트는 슈퍼마켓들은 무시하고 뉴욕 브루클린과 런던의 쇼디치 같은 힙한 지역의 커피숍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물량은 소매업에서 나오지만, 수요 창출은 커피숍이거든요.” 페테르손이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환경에서 처음으로 귀리를 맛보고 경험해 볼 수 있게 한 거죠.”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전직 바리스타이자 비건 커피 브랜드인 마이너 피겨스(Minor Figures)의 공동 창업자 스튜어트 포사이스(Stuart Forsyth)가 말했다. “오틀리는 귀리를 섹시한 것으로 만들었어요.”
우리는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에서 들어 있지 않은 성분으로 구매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오틀리의 성장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스웨덴 유제품 업계는 오틀리를 고소했다. “우유와 비슷한, 하지만 사람을 위해 만든 것(Like milk, but made for humans)”이라는 광고 문구가 우유를 부당하게 폄훼했다는 것이다. 오틀리는 패소했지만 페테르손과 스쿨크래프트는 스웨덴 밖에서 이 선전 문구를 계속 사용했다. “이 문장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 우유는 소가 송아지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지는 겁니다.” 스쿨크래프트가 말했다.
식물성 우유가 정말로 소가 만드는 우유의 건강한 대용품인지는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다.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2017년 6월 벨기에의 한 부부는 생후 7개월 된 아기에게 유아용 분유 대신 귀리와 퀴노아 우유를 먹인 뒤, 아기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하던 이 부부는 아이가 유당 불내증이라 믿고 의학적 치료 방법을 찾기보다 민간요법의 조언을 따랐던 것이다.
수많은 논쟁은 식물성 우유에 비타민을 추가해 우유 수준으로 영양을 강화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오틀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라서 비타민을 강화하고 있고, 루드 헬스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루드 헬스의 설립자 카밀라 바너드는 말한다. “뭔가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우유인 척하는 거죠. 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정직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많은 식물성 우유 업체들은 영양소 추가보다 유기체의 ‘순수성’을 (가격이 비싸더라도) 선택한다. 토양 협회(Soil Association)가 인위적으로 영양소를 강화한 제품에는 유기농 인증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칼리피아 농장(Califia Farms)의 무가당 아몬드 우유는 우유병에 “우유보다 50퍼센트 더 많은 칼슘”이라는 문구를 써넣고 있지만 비타민 D, B12, 리보플라빈 등 우유나 강화 식물성 우유에 함유된 영양소들은 빠져 있다.
30년 이상 우유를 연구해 온 퍼듀 대학교의 영양학자 데니스 사바이아노(Dennis Savaiano) 교수는 “제품들 간의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포장의 정보를 읽고 이런 우유들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식물성 우유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안에 어떠한 물질도 첨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제품 무첨가, 설탕 무첨가, 대두 무첨가, 글루텐 무첨가, GMO 무첨가, 비스페놀 A 무첨가처럼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무첨가’ 항목이 성분표보다 길다. 칼리피아 농장은 카라기난(carrageenan) 무첨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카라기난은 유럽 연합과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 그리고 세계 보건 기구도 안전성을 인정하여 널리 사용하는 식품 첨가제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의 식문화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에서 들어 있지 않은 성분으로 구매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우리 제품의 종류를 보시면, 좀 정신이 없죠?” 페테르손도 인정했다. “귀리 우유의 정의는 뭘까요? 귀리 우유와 두유, 그리고 아몬드 우유와 쌀 우유 등을 비교해 보세요. 이 제품들이 전부 식물성 우유인가요, 아닌가요?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불확실성에 대항하고, 신생 기업들로부터 기존의 유제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상원의원은 2017년 유제품 자부심(DAIRY PRIDE)이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요거트와 우유, 치즈의 모방과 대체를 방지하고 매일 규칙적인 유제품 섭취를 권장한다(Defending Against Imitations and Replacements of Yogurt, Milk and Cheese to Promote Regular Intake of Dairy Everyday)’의 이니셜을 딴 법안이다. 이 법안은 유제품을 가장한 식물성 음료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레벨 키친의 타마라 아비브는 “영양 문제로 반드시 우유를 마셔야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성인들은 음료에서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느끼기 위해서 우유를 넣죠.” 전후 아동의 영양실조 걱정은 아동 비만 걱정으로 바뀌었다.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골다공증이나 구루병으로 고생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런 병이 발생하는 비율은 유럽보다 (우유를 덜 마시는) 중국과 일본에서 더 낮다.
“많은 과학자들은 아이들이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유가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은 분명히 가짜죠.” 음식 역사학자 마크 쿨란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유는 나쁘니까 아몬드 우유나 두유 같은 걸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짜이기는 마찬가지예요. 왜냐하면 완전히 다른 식품이니까요.”
소비자들을 식물성 우유 쪽으로 몰고 가는 힘은 더 거대한 것이다. 바로 우리 몸에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집단적 불안감의 표출이다.
내가 대화를 나눈 영양학자들은 우유가 예전처럼 건강한 식품임을 강조했다. 사실 우유가 지금보다 더 안전했던 적은 없다. 사바이아노 교수는 “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우유를 나쁜 식품으로 볼 만한 데이터는 없다”고 말한다. “우유가 함유하고 있는 영양소는 풍부해요. 칼슘, 단백질, 리보플래빈과 칼륨의 훌륭한 섭취원이죠. 그래서 우유가 영양가 있는 식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어요.” 건강 전문가들 역시 유당 불내증을 자가 진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지만, 실제로 유당 불내증이 늘었다는 확실한 데이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물성 우유 붐은 영양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이고 식물 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처음은 아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긴 했지만, 판매에 있어서는 부차적인 특성입니다.” 식물성 우유 성장세를 관찰해 온 식품 산업 분석 기업 뉴 뉴트리션 비즈니스(New Nutrition Business)의 이사 줄리언 멜렌틴(Julian Mellentin)이 설명했다. 식물성 우유 구매자의 90퍼센트가 여전히 치즈나 아이스크림 같은 다른 유제품을 구매하고, 치즈나 아이스크림 산업 모두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을 식물성 우유 쪽으로 몰고 가는 힘은 더 거대하다. 우리 몸에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집단적 불안감의 표출인 것이다. 우리는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데, 어쩌면 그래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무언가가 비난당해야 마땅하다.
“유제품 불내증이나 글루텐 과민증, 그리고 그런 종류의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많아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대한 거부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비브는 말했다.
우유에 대한 커지는 의혹은 어쩌면 거대 농업과 영양 과학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식생활 지침이 바뀐 것을 알고 있어요.” 멜렌틴이 말했다. 처음에는 포화 지방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설탕이 최고의 적이다. 달걀과 견과류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근원이었지만, 지금은 슈퍼 푸드가 되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들은 회의적이 되어 가는 거죠.” 멜렌틴이 덧붙였다. “계속 바뀌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누가 듣겠어요?” 과학 이론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도 변한다. 그러니 누가 혈액형과 유당 불내증 사이에 관계가 없다거나, 카라기난이 불안감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멜렌틴은 새로 생겨난 유당 불안을 반드시 의학적으로 진단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알레르기와는 상관이 없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또 어떻게 하면 사람들 기분이 더 나아지는지와 관련이 있는 거죠.” 이런 생각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오틀리는 식물성 우유의 다음 시장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대기업으로부터 비공개 투자를 받아 2016년부터 중국 사업을 시작했는데 매출 전망이 밝다. 중국의 우유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식물성 우유와 유당 무첨가 대체 식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오틀리에게 중국 시장을 정복하는 것은 사업 이상의 윤리적 의무이기도 하다. “환경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중국인들이 농장 우유를 마시기 시작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지구상의 젖소들로는 그만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틀리 CEO 토니 페테르손이 말했다. 오틀리는 최근 경쟁이라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퀘이커(Quaker)가 귀리 음료 제품군 출시 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1월에는 실크도 자체 귀리 브랜드인 오트 예(Oat Yeah)를 출시했다. 페테르손은 “귀리 음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식물성 우유 업체들은 더 신중하다. 해독 주스나 코코넛 오일의 사례처럼, 건강식품 과대광고들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는 콤부차가 소화가 잘되는 식품 치료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식물성 우유의 인기도 길어야 3년에서 5년 정도면 사그라질 걸요.” 멜렌틴이 단호하게 말했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건강 #푸드 #가디언 #환경 #다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