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선을 그어 주었어요.”
‘정치에 참여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스웨덴 초등학생의 답이다. 저자가 한 초등학교에서 던진 이 질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비슷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정치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축구장 선 긋기, 쓰레기통 비우기, 친구의 가방 들어주기 같은 일상의 과제들이다.
저자는 스웨덴 정치의 강점을 일상과 소통에서 발견한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정치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다.
매년 여름 휴가철, 스웨덴의 휴양지 고틀란드섬에서 열리는 정치 축제 ‘알메달렌 주간’은 일상으로 스며든 소통의 정치가 발휘하는 힘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일상에서 정치를 경험하는 시민들은 휴가지에서도 정치를 즐긴다. 휴가지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주제일 것 같은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가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알메달렌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시민이자 정치인이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발견한 정책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은 눈이 나쁜데도 안경을 살 수 없는 친구들을 도울 정책을 고민하고, 연금생활자들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연금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 문제나 군부대의 양성 평등 문제 같은 무거운 이야기도 축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스웨덴은 흔히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린다. 수준 높은 복지 시스템과 양성 평등 문화를 바탕으로 매년 발표되는 각종 국제기구의 설문 조사나 연구 결과에서 행복 지수 상위권에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이민을 꿈꾸고, 스웨덴의 정책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수준 높은 정책과 문화의 이면에는 ‘정치하는’ 시민들이 있다.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배우고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정치인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스웨덴을 바꿔 나가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었고, 국회의원을 비하하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수준 낮은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시민이 행동해야 한다.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부터 일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일까지 모두 시민의 몫이다.
일상의 정치를 축제의 정치로, 그리고 더 나은 국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스웨덴에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본다.
김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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