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아시아 및 전 세계의 다른 지역 공장들의 공급원인 중국의 역할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사람들이 세계의 공급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중국의 공급망이었습니다.” 마힌드라 회장의 말이다. 베이징으로부터 독립된 공급망을 찾으려면 보다 멀리,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한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인 외르그 우트케(Joerg Wuttke)는 이런 점에서 이번 판데믹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일 공급원을 지양하고 다각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공급원을 물색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록 비용이 증가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공급원을 넓혀야 한다. 마힌드라 회장은 베트남과 미얀마, 그리고 기회가 생긴다면 인도에서도 생산에 대한 신규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다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 내수 시장의 가능성을 촉진할 기회라고 보기도 한다. 일본의 국영 은행인 일본 정책 투자 은행은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기업들에게 이전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에 자문을 해주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CEO 리치 레서(Rich Lesser)는 로봇 공학을 비롯한 여러 제조 기법으로 인해 생산 공장이 소비 가정에 더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신기술이 생산 비용의 차이를 줄여 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정보 기술이 공급망의 확산을 뒷받침했다면, 이제는 공급망을 단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현지 상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정보 기술이 일으키는 변화의 범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코로나 이후 두 번째 가속화 흐름의 본질이다. 지난 2월에 마감한 불 마켓(bull market)
[2]의 중심에는 수억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를 대량 수집하는 디지털 환경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다.
코로나19에 맞서면서, 많은 사람들과 기업은 IT 기술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온라인 화상 회의 서비스 줌(Zoom)은 올해 초만 해도 하루 1000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기업 회의에 주로 쓰이고 있었다. 지금 줌의 하루 이용자 수는 2억 명에 달한다. 기존의 회의는 물론이고 태극권과 ‘쿼런티니(quarantini)
[3]’ 만드는 법 강의에도 줌이 사용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들에게 공동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슬랙(Slack)은 저녁 식사 테이블의 대화 주제가 되었다. 신생 테크 기업이나 주로 젊은 층이 사용하던 테크 기업들만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들고 나면 원격 업무의 처리량이 예전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도입이 가속화된 데에는 2003년 사스(SARS) 발생 당시에 취해진 제한 조치가 도움이 되었다. 이미 전자 상거래가 보편화된 경제권에서도 코로나19는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영국 최대의 점포 및 사무실 임대 기업인 브리티시 랜드(British Land)의 대표 크리스 그릭(Chris Grigg)은 영국의 온라인 쇼핑 점유율이 현재의 20퍼센트에서 두 배로 증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한 자사의 예상을 적어도 몇 년은 앞당겼다고 말한다(20퍼센트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점유율이다). 판데믹은 온라인 생활의 편리함을 부각할 뿐 아니라, 단점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 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는 독일인들은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와 비슷해 보이는 그 어떤 것에도 거부감을 보인다. 수압 펌프 제조사인 HAWE의 회장인 칼 하오이스겐(Karl Haeusgen)은 코로나19 감염을 추적해 공공 보건 유지를 돕는 앱이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른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 갈아탈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등 테크 대기업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경제 회복의 필요성이 강조되면, 세계 최대 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 논리는 약해질 것이다. 만약 테크 업계가 중국 대 서양이라는 양강 구도로 분열되면, 양쪽 진영에는 각자의 대표 선수가 필요하다.
상황이 거대 테크 기업들에게 상당히 좋아 보인다면, 사람들은 큰 곳을 놔두고 굳이 초라한 곳들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세계가 다시 일어서면 대기업들은 자본 시장에 더 쉽게 기댈 수 있다. 중소 규모의 경쟁자들에 대해 추가적인 우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에 걸쳐 국가라는 큰손 고객 하나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마힌드라 회장은 말한다. “향후 12개월에서 24개월 동안 소비를 견인하는 것은 정부뿐일 겁니다.” 대기업은 큰 정부(big government)와 잘 어울린다. 이들이 정부의 일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더 부지런히 정부에 로비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필연적으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중국 의존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혁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 테크 기업이 커질수록, 스타트업이 이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규모를 키우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줌은 더 큰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잘해 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제약 회사와 바이오 테크 기업이 열심히 의약품과 백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즈니스는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BCG의 레서 CEO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서적으로 취약한” 소비자들과 유대 관계를 구축하면, 사람들이 다른 측면에서 갖는 불안감을 줄여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계속 이런 불안을 겪을 수도 있다. 기업들은 폐쇄 조치가 끝나고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을 때 사람들이 식당과 술집, 작은 가게들을 방문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부문을 회복하면서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레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에 그랜드 센트럴(Grand Central) 역을 통과해 걸어갈 때 느끼곤 했던 불안감을 떠올린다. 사람들이 커피를 사러 몰려와서 줄을 서기라도 하면, 또 다른 끔찍한 테러가 닥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걸음을 빨리 옮겼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두려움은 가라앉았고, 텅 비었던 공간은 매력을 되찾았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경제 #세계경제 #테크 #정부 #세계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