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무엇이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말이다.
긴 부활절 휴가를 집에 갇혀서 보낸 후, 일부 스페인 사람들은 일터로 복귀했다. 경찰과 적십자 자원 봉사자들은 교통 중심지에서 마스크를 나눠 주며 이들을 반겼다. 한 달 전에 시작된 봉쇄 조치에 대한 ‘완화’로 보도되었지만, 정부는 봉쇄 완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만 직장에 출근할 수 있고, 학교, 술집, 식당, 호텔 등을 비롯한 대다수 상점들은 문을 닫은 상태다. 야외 행사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고, 법률 집행도 엄격하다. 경찰은 3월 14일부터 4월 6일까지 봉쇄를 어긴 혐의로 3267명을 체포하고 34만 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스페인은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에는 30퍼센트 안팎이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주 전에는 어쩔 줄 몰랐던 병원들에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총리는 4월 12일 “(봉쇄를 완화하는)두 번째 단계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빠르면 2주 내에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단계적 완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산체스 총리는 주장했다.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19 봉쇄를 종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스페인에서처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오스트리아, 독일, 노르웨이, 체코 등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유치원과 학교, 상점 등의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표 참조).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한 달 만에 만 명 넘게 목숨을 잃은 뉴욕주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 수의 증가세가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뉴욕주는 동부의 5개 주와 함께 지역 경제 재개를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4월 13일 밝혔고, 이날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의 3개 주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고려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출구 전략 중 어떤 것이 2차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연구원들은 등록되지 않은 다수의 감염자를 감안해도 3월 말 기준 유럽인의 1~15퍼센트만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는 의료 체계를 압도하는 규모의 신규 감염을 막기 위해 충분한 수의 감염자들을 계속해서 철저히 격리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대다수 정부가 이렇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심각해졌고, 재난 상황에 처한 병원들을 구하기 위해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시행해야 했다. 정부가 두 번째로 주어진 기회에 제대로 대응해서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미 전염병의 첫 번째 확산세가 절정을 지난 국가의 정부들은 봉쇄 이후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양질의 데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국내 병원들이 특정 규모의 코로나19 확진자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 국민의 행동과 의료 체계 작동을 경험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더 이상 중국 데이터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연령대가 함께 거주하며 각 세대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는 남유럽 지역과 노인 대다수가 혼자 혹은 요양원에 살고 있는 고립된 사회인 북유럽 지역의 확산세는 다르다.
그러나 자료가 있다고 해도, 정부는 어떤 규제를 언제 완화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크 라이언(Mike Ryan)은 “절대적인 규칙은 없다”고 말한다. 확진자 규모가 일정 수치에 도달했을 때 특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각 병원에 병상이 남아 있을 때, 즉 폐쇄 완화에 따른 감염 급증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봉쇄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는 타당한 전략이다.
봉쇄 완화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전염병이 통제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운영 재개 시점을 상세히 다룬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4월 첫째 주 약 16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표본 테스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1퍼센트 미만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확산율(각 사례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이 0.7로 떨어졌다는 과학자들의 보고를 받은 후, 노르웨이 정부는 4월 20일부터 유치원을 개원하기로 결정했다. 확산율이 1보다 낮으면, 전염병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멸할 것이다. 스페인 보건부는 앞으로 3주 동안 전국의 최소 3만 가구 이상의 표본을 테스트하여 실제 발병 규모와 면역력을 가진 인구를 파악할 계획이다.
제한 조치를 언제 해제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어떤 규제를 먼저 해제할지 선택하는 일이 더 어렵다. 국가마다 추론은 다르지만, 결론은 대부분 같다. 여러 규제가 다양하게 결합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소요되는 장기적인 비용을 평가한 노르웨이의 위원회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폐쇄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 중 하나임을 발견했다. 덴마크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4월 15일에 먼저 문을 열었다. 연령이 더 높은 아이들은 한 달 후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부모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4만 명의 덴마크인이 “내 아이는 코로나19의 실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4월 15일 출구 전략의 윤곽을 잡은 독일에서는 5월 4일부터 학교가 문을 열지만 시험을 앞두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만 해당되며, 어린 자녀들의 학부모를 위한 ‘긴급’ 보육 서비스가 확대된다.
비정상으로 돌아가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쇄를 서서히 완화해 사업을 평상시로 복귀시키고 있는 곳은 없다. 상점과 기차, 사무실로 돌아가는 유럽인들은 새로운 위생 규칙과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 규칙들 중 일부는 봉쇄 기간에 도입됐다. 오스트리아인과 체코인들은 이미 직장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스페인도 이와 비슷한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상점들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고객 수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4월 15일 발표된 노르웨이의 지침은 유치원의 아이들을 작은 무리로 나누는 것이다. 3세 아이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누고, 4세 이상 연령의 아이들은 6개 그룹으로 나눈다. 각 조에는 성인 1명이 배정된다. 그룹 변경은 일주일에 한 번만 허용된다.
봉쇄와 마찬가지로 이런 규칙 중 다수는 중국에서 도입되었다. 중국 정부는 2차 감염 확산을 피했다고 말한다. 베이징에서는 기업 내 직원들을 분리하기 위해 대부분 기업에서 노동자의 극히 일부만 매일 현장에 출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가능하면 집에서 일한다. 식당들은 고객들을 떼어 놓기 위해 손님 수를 제한해야 한다. 학생들의 복귀를 환영한 중국 학교들은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지속적인 교실 환기, 책상 사이 간격 두기, 잦은 청소와 소독, 학급 크기 축소, 혼잡을 피하기 위해 시차를 둔 하교 시간, 식사 공간의 지정된 좌석과 칸막이 설치 등등 목록은 끝이 없다. 관리 당국은 2차 감염 징후가 보이면 등교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조치들 중 어느 하나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줄이는 데 특별히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조치들이 합쳐지면 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봉쇄 완화와 함께 확진자와 이들의 밀접 접촉자를 식별하고 격리하기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들이 방문한 모든 고객의 명단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방문자가 나중에 확진될 경우 같은 시간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중국의 전략은 봉쇄를 해제한 후 마스크를 쓰고 위생을 철저히 지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서 감염을 막으려는 유럽과 미국의 계획이 충분치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봉쇄 이후의 삶은 영국 인구와 비슷한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와 유사할 것이다. 미국이나 여러 유럽 국가와 달리, 한국은 완전한 봉쇄를 시행한 적이 없다. 발병이 한창일 때도 감염의 광범위한 진단 검사, 접촉 추적과 확진자 격리 덕분에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공공 의료 조사관들이 감염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경우는 10퍼센트에 불과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현재 30명 미만이다.
우리가 알던 삶은 아니야
판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학교, 대학, 박물관과 많은 교회가 몇 주 동안 문을 닫은 상태고, 다시 열 계획도 아직 없다. 외국에서 돌아온 여행객들은 집이나 정부가 제공한 시설에서 2주 동안 자가 격리해야 한다. 격리를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되거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고, 외국인은 추방당할 수 있다. 정부는 여전히 꼭 필요하지 않은 외출, 특히 단체 사교를 자제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대한 협조는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한국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휴대 전화 기지국 정보를 바탕으로 발병이 정점에 달했던 2월 마지막 주에 비해 3월 마지막 주에 약 16퍼센트 많은 사람들이 이동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수치가 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식당은 다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고, 주말에는 등산로에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또한 현재 엄격한 자가 격리 상태에 있는 약 5만 7000명 중 10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격리를 위반해 붙잡혔다. 정부는 모든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 전자 손목 밴드를 채우는 계획을 검토했다가 여러 단체가 사생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포기했다. 대신 자가 격리를 어긴 사람과 본인이 동의한 사람에게만 손목 밴드를 채울 것이다. 대중은 어느 쪽이든 이 아이디어를 지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 80퍼센트 이상이 손목 밴드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험은 봉쇄 해제를 준비하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의 주들이 접촉자 추적 역량을 강화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그러려면 공공 의료 부서를 확충해야 한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에게 모두 연락하고 14일의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상당히 노동 집약적인 일이다.
거기 항체 있어요?
이것이 대단한 숙련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다. 중등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하루면 훈련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처럼 쉽게 감염되는 질병에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공공 보건 부서는 현재 성병, 결핵, 그리고 가끔 발생하는 홍역에 대해 이런 종류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비하면 미미하다. 중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우한에서 발병 억제를 위해 투입한 접촉자 추적 인력을 기준으로, 존스홉킨스대학이 최근 소집한 공공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역 및 주 공공 보건 부서에 26만 명 이상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인력은 2200명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전념하는 인력 10만 명을 우선 채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 인력의 1년치 급여는 36억 달러(4조 4316억 원)에 달한다. 미국 경제를 중단하는 비용을 계산할 때는 포함하지 않은 오차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주는 접촉자 추적 인력과 자가 격리자들에게 음식을 사다 주고 약품을 가져다주는 일을 할 사회 복지사를 포함해 1000명을 추가 고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학들은 접촉자 추적 인력을 위해 응급 훈련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월 독일의 공공 의료원은 접촉자 추적을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봉쇄 스카우트’ 취업 광고를 냈고, 1만 명이 지원했다. 독일은 주민 2만 명당 최소 5명의 팀을 구성해서 접촉자 추적을 도울 계획이다.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군과 다른 인력을 소집할 것이다. 체코도 군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앱도 개발 중이다. 이런 앱은 이미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아니타 시서로(Anita Cicero)는 이들 앱이 추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기존의 접촉자 추적 방법과 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4월 15일 유럽 연합(EU) 집행 위원회는 회원국과 규제 해제를 공동 조정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고, 회원국이 추적 앱의 공동 구성에 동의하기를 원한다. 현재는 많은 국가들이 자체 계획을 세워 앞질러 가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앱이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 지역 및 주 보건 관리자 협회의 마이클 프레이저는 “미국인들이 앱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지난번 조사 결과에는 놀랐다”고 인정한다. 앱 설치와 집에 갇혀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앱 설치를 선택할 것이라는 결과였다. 독일인의 약 3분의 2는 설문 조사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퍼센트가 기꺼이 접촉자 추적 앱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필요한 규모로 자가 격리를 조직하는 데에는 단순한 인력과 기술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프레이저는 언급한다. 새로 고용될 접촉자 추적 인력 대다수는 가정에서 전화나 다른 기술을 사용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인력은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야 한다. 그러면 이들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마스크와 장갑이 필요하다. 지역 차원에서는 집에서 자가 격리가 불가능한 사람을 위한 격리 시설이 필요하다. 시설은 안전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며, 편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2차 감염 확산을 억제하려 하는 모든 국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사람과 접촉자들을 검진해야 한다. 1시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빠른 진단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시세로는 말한다. 모든 보건 의료 시설에 진단 검사소가 설치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검사 결과를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진단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