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가 낯설어졌다. 쇠락한 제조업 지구였던 을지로는 어느 새 젊고 ‘핫’한 공간이 되었다. 을지로에 정착한 청년들은 딱히 돈이 되지 않는 전시나 공연을 개최하고, 언뜻 보기에 인근 상권과 어울리지 않는 음식점을 열었다. 놀랍게도 그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을지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노동의 기억이 내려앉은 회색의 장소에 다채로운 즐거움이 고이고 있다. 을지로는 일상의 익숙함과 젊은 상상력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저자 소개
김미경은 도시와 문화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 독립 문화예술 기획자 협동조합 ‘queue’ 활동을 통해 서울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소 특정적 예술의 공간적 상상력; 서울 세운상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진=ⓒ이형빈)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을지로의 힘
2화. 을지로, 흥망성쇠의 역사
근대 상공업의 발전 기지, 을지로
제조 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하다
제조업의 쇠퇴, 을지로의 쇠락
3화. 다시·세운 프로젝트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시작
창의·제조업의 첨병을 꿈꾸다
을지로의 문화적 도시 재생
4화. 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다
도심 속 보물창고
을지로에 모여드는 청년들
문화예술가의 뮤즈가 되다
5화. 을지로 특정적 예술
건축·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예술
제조업 특성을 활용한 예술
제조업 상인과 공존하는 예술
6화. 을지로와 현대 예술의 조우
저항적 일탈로서의 을지로 예술
도시와 문화예술의 상호 작용
7화. 을지로에는 힙스터가 없다
노가리 골목에 들어선 카페와 펍
힙 & 힙스터
8화. 가장 보통의 생존주의
청년들이 을지로에 입주한 이유
을지로 청년들의 꿈과 목표
독존주의, 공존주의, 탈존주의
9화. 지금, 여기 을지로 어바니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
지역 원주민과의 공생을 도모하다
10화. 다시, 을지로
자아 정체성으로서의 도시
공간적 상상력을 발휘하다
11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을지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먼저 읽어 보세요
을지로는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다. 한국식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을지로는 첨병으로 기능했다. 제조업 호황기인 20세기 후반, 한국에서 생산되는 첨단 기술과 도구는 ‘메이드 인 을지로’였다.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을지로는 서울 속 외딴 섬으로 전락했다.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공간을 다시 깨운 것은 청년들의 비실용적인 행위들이었다. 그들의 작업은 ‘노동 대 놀이’라는 이분법으로 정확히 가르기에 모호한 종류다. 저자는 청년들이 을지로에 모인 이유와 그곳에서 살아갈 이야기에 주목한다. 저자의 노력은 을지로가 회색빛 노동 지구에서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가능성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어 줄 것이다.
에디터의 밑줄
“근면과 노동, 생산성 등의 수식으로 을지로의 기능적 측면을 부각하던 언론은 이제 전시와 음악, 커피와 와인 등이 속속 등장하는 을지로의 변화를 문화나 예술 같은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을지로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심 산업과 문화, 관광의 연계를 목표로 삼는다.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오가고 지역에 활기가 돌면 지역의 자생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독창적인 실험과 장인들의 호응은 을지로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든다.”
“제조업과 공업, 사무업 회사들 사이에서 각자의 바, 카페, 레스토랑, 예술 공간을 열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수익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 을지로는 각자가 오늘의 생존과 내일을 도모하는 완충 지대다.”
“을지로 청년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은 지금, 여기 을지로만의 어바니즘(urbanism)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코멘트
도청기와 몰래카메라를 파는 정체불명의 가게 사이에 핫한 카페와 와인바가 숨어 있는 곳. 세운상가는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다. 단순히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조화 속에 우리나라 근대화의 과정이 녹이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주말에 다시, 세운을 찾아야겠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엄보람
을지로는 무언가 특별하다. 인쇄소로 쓰이고 있는 1, 2층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예술가의 작업실 겸 카페가 펼쳐지고, 오래된 호프집 간판을 그대로 달고 파스타를 팔기도 한다. 을지로를 직접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 저자 덕에, 을지로의 특별함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소희준
을지로를 지날 때마다 이국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청년과 중년, 공업과 예술이 어우러진 풍경이 드물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을지로는 인위적인 지역 개발이 아닌 자생적 성장과 변화의 사례로서 우리 도시의 미래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던 을지로가 전시와 음악, 커피와 와인,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을 살펴본다. 매일경제
책을 들고 다시 찾은 을지로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감각적인 레스토랑과 카페들. 계단을 오르면서도 ‘이 곳이 맞나’라는 의심을 품다가 문을 열면 그 좁은 공간 안에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네이버 아이디 36***
그냥 감성만 가득한 책이 아니라 을지로가 처한 현실과 현황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쓴 책이라 보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울의 한 장소를 이토록 재미있게 고찰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오래된 서울 동네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색다른 시각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알라딘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