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세계를 구할 것인가
1화

판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코로나19는 일상화된 전염병이 될 수도 있다

기적에도 한계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빠르게 찾아왔고 효과는 좋았다. 백신이 없던 상황에서 판데믹은 1억 5000만 이상의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는 위협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백신이 코로나19를 몰아낼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이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대신 이 전염병은 몇 년 동안 떠돌면서 엔데믹(endemic, 감기처럼 일상화된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가 처음 닥쳤을 때, 충격을 받았던 각국 정부들은 이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후 1년이 조금 넘은 현재까지 전 세계의 의료진이 이미 1억 4800만 회분을 접종했다. 세계 최대의 접종국인 이스라엘에서는 예방 주사를 맞지 않은 60세 미만 연령의 병원 입원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반면 대부분 접종을 받은 60세 이상의 입원율은 감염이 극에 달했던 지난 1월 중순에 비해 거의 40퍼센트 가까이 낮아졌고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백신은 감염으로 인한 경증이나 무증상 사례까지 모두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사망이나 병원 입원이 필요한 중증 감염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요하다. 초기의 근거들로 보면 일부 백신은 바이러스의 확산 역시 막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판데믹의 확산 속도는 엄청나게 둔화될 것이고, 확진 사례가 급증해서 집중 치료실(ICU)이 넘쳐나는 일 없이 봉쇄 조치를 더 쉽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결과들은 향후 몇 달 동안 쌓일 더욱 많은 데이터로 더욱 확실하게 입증될 것이다.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인류의 관계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계속해서 퍼질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론칭한 새 팟캐스트 ‘더 잽(The Jab)’이 탐사한 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정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실은 각국 정부의 대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한 가지 이유는 전 세계 78억 인구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양의 백신을 만들고 보급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 어떤 강국들보다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영국에서조차 50세 이상 인구에 대한 접종은 5월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부담스런 사실은 예방주사의 효능이 약화하면 촉진제를 개발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을 제외하고 세계 각국의 85퍼센트는 아직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해당 국가들에 살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2023년 이전에는 바늘에 찔려 보지도 못할 것이고, 그때까지 이들은 바이러스의 연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줄여 사망을 막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의 효과를 일부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B.1.1.7(영국 변이 바이러스) 사례와 같은 일부 변종은 감염력이 25~40퍼센트 정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감염은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아찔한 수학적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변종이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변종들에는 개발된 백신들에 대한 내성이 있을 수도 있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종들도 이전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획득된 면역력을 무너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라면, 이 질병에 처음 감염됐을 때 이미 면역 체계가 갖춰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변종에 감염되어도 증상은 좀 더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무방비한 사람들을 찾아내면서 계속 돌아다닐 것이다(바이러스가 원래 그렇다). 새롭게 등장하는 변종의 일부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방벽을 더욱 쉽게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세 번째 이유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이러스가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이나 기저 질환 등의 이유로 지병에 취약한 영국인은 총 1000만 명이다. 만약 이들 중의 단 10퍼센트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바이러스가 높은 수준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해제된다면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엄청나게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실제로 전체 인구 중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사고 실험에 의한 예상치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2화 참조). 아동 접종 허가를 받은 백신은 아직 없다. 수많은 나라들에서 감염에 가장 취약한 소수 집단들은 정부와 의료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참상을 직접 목격한 돌봄 노동자들 중에서도 많게는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신규 변종을 고려했을 때 감염자 1명이 이 질병을 퍼뜨린 사람의 수가 평균 1명 미만이 되려면 전체 인구의 약 80퍼센트가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 이 지점이 에피데믹(epidemic, 대규모 전염병)이 가라앉는 한계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무리한 주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를 엔데믹으로 다루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들은 현재 (코로나19를) 언젠가는 지나갈 비상사태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엔데믹으로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빗장을 걸어 잠금으로써 코로나 청정국을 모색했던 뉴질랜드를 살펴보자. 뉴질랜드는 이런 식으로 공식 사망자 수를 25명이라는 낮은 수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가혹한 정책은 영구적인 방어책이 될 수 없다. 뉴질랜드는 북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염에 취약한 뉴질랜드인들이 접종을 받게 된다면 이 나라에는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의 일상화를 용인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정부는 비상사태 조치에서 사회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정책으로 언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코로나 청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던 나라들은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정책을 전환하기 어렵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재 백신이 더디게 접종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의 모든 감염 사례를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그리고 이 질병이 널리 퍼지는 것을 서구 민주주의의 타락에 대한 징조로 규정해 왔다.

 

뉴 코로노멀(new coronormal)


코로나19와의 공생을 위한 조정은 의학에서 시작되고 있다. 변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백신을 수정하려는 연구는 이미 개시됐다. 널리 퍼지고 있는 변종에 대한 감시를 더 강화하고 촉진제 접종에 대한 규제 당국의 승인을 가속화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감염되더라도 사망하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더욱 많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면역력을 획득하고, 변종에 적합한 촉진제 백신을 주기적으로 접종받으며, 코로나19가 웬만해서는 생명을 위협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련의 치료법들을 조합한다면 최선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의료만으로는 코로나19의 치명적인 발병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부담은 대부분의 대유행병과 마찬가지로 비의료적인 행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대가가 따르는 국가적인 봉쇄 조치나 수개월 간의 학교 폐쇄가 아니라, 개인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과 같은 습관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나 혼잡한 장소에 대한 접근 금지 등은 의무 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은 경계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할 것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보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겠지만, 제한적으로 보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지의 여행 산업에 대한 특별 기사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언제까지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무관용의 원칙을 폐기하기를 꺼리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급성 감염이 지속되고 만성적으로 발병하면서 건강을 약하게 만드는 ‘만성 코로나(long covid)’가 이어진다는 것은 이번 판데믹의 다음 단계가 암울할 것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잠재워지지는 않더라도, 지금은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엄청나게 좋은 상황이다. 이 모든 공로는 의학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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