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세계를 구할 것인가
2화

질병이 아니라 전염을 막아라

백신의 효능

지난 2월 1일,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트윗을 보게 되었다. “조심스럽지만, 마법은 시작됐습니다.”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소속 과학자인 에란 시걸(Eran Segal)은 이스라엘에서 6주 전부터 대규모의 백신 접종 작전이 시작된 이후, 이 나라의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을 주기적으로 트위터에 올려 왔다. 2월 1일, 그는 3주 전 백신 접종자의 비율이 중요 기점인 70퍼센트를 돌파한 60대 이상에서 입원환자의 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상은 했으나 조마조마했던 기다림 속에서 백신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월 6일까지 이스라엘에서 60세 이상의 약 85퍼센트, 전체 인구의 40퍼센트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Pfizer/BioNTech)의 mRNA 백신(이나 일부는 모더나(Moderna)의 mRNA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했으며, 60세 이상의 75퍼센트는 두 번째 접종까지 받았다.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지난 1월에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의 3분의 2 수준이었으며, 수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표1 참조). 같은 기간 전체의 확진 사례는 증가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에 찾아온 것은 백신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중에서도 전염성이 가장 강한 변종으로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B.1.1.7도 함께 찾아왔다. 이 변종은 영국과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 병원의 병동들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었다. 봉쇄 기간을 연장했지만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충분히 발전한 기술/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확진 사례, 2020~2021/ 백신접종 인구 비율, %, 하늘색 (1회), 파란색 (2회)/ 신규 확진 사례, 7일간의 변동 평균/ 백신 접종 개시 시점을 100으로 환산/ 신규 입원 환자 수, 7일간의 변동 평균/ 백신 접종 개시 시점을 100으로 환산/ 출처: 하가이 로스만 외,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면역 프로그램 전개 이후의 코로나19 판데믹의 역학〉
코로나19가 지난 1년 동안 1억 명 이상의 사람을 감염시킨 이후 새로운 생물학적 변종으로 진화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B.1.1.7과 거의 동시에 B.1.351이 나타났는데 이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종이다. 브라질에서는 P.1 변종이 처음 발견되었다. 이런 변종들 때문에 지난해 11월 백신 접종의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증거가 처음 입증되었을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백신 접종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새로운 변종이 얼마나 빠르게 퍼질 것인지, 현재의 백신이 변종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이런 변종들을 비롯해서 앞으로도 계속 모습을 드러낼 다른 변종들에도 잘 먹히는 새로운 백신들이 얼마나 빠르게 보급될 것인지가 판데믹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계 테스트


2월 10일 현재, 1개국 이상에서 사용이 승인된 백신은 최소 아홉 가지다. 처음 등장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포함해서 현재까지 61개국에서 허가되었다. 지금까지 1억 4800만 회에 달하는 접종 횟수는 판데믹이 시작된 이후 확진된 모든 사례의 수를 능가하고 있다. 백신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입원이나 사망에 이르는 중증 사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상 시험에서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과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백신의 중증 방지 효능은 85~100퍼센트였다.

시험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증상에 대한 백신의 효능은 66~95퍼센트로 다소 낮았다. 일부 원인은 백신 자체의 본질적인 차이에 있다. 임상 시험이 서로 다른 접종 절차에 의해서 서로 다른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의 다른 변종을 대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각각의 영향을 분리해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메시지는 상당히 명확하다. 백신 접종이 모든 유형의 중증 사례와 변종에 의해 유발되는 경증 및 중간 정도의 증상을 줄여 준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좋은 소식이다. 백신은 사망자 수와 병원의 부담을 낮춰 주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경증 및 중간 정도의 증상 환자의 문제는 생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만성 코로나(long covid)’는 최초 감염 이후 몇 달 동안이나 영향이 지속되며 심신을 허약하게 만드는 이 질병의 한 형태인데, 그 병세는 병원 입원까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만성 코로나가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가능성이 적은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약해지는 것인가, 줄어드는 것인가?/ 백신 접종 전과 후 중증도에 따라 분류한 코로나19 감염 사례/ 백신이 감염은 못 막지만 증세를 예방하는 경우/ 백신이 증상과 감염을 모두 예방하는 경우/ 출처: 플로리다대 내털리 딘
이러한 효능 패턴은 백신이 전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플로리다대 생물통계학자인 내털리 딘(Natalie Dean)은 코로나19 백신이 지금까지 제공한 예방 패턴을 해석하는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고 지적한다(표2 참조). 그중 하나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서 감염자 수는 동일하지만, 감염으로 인한 결과가 체계적으로 약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즉, 중증 사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감염이 거의 모두 중간 정도나 경증으로 나타나게 되며, 중간 정도나 경증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었던 상당수의 감염은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전체적인 감염의 수가 줄어들지만, 경증이나 무증상 사례와 비교한 중증 감염의 비율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미 떨어져 있는 사망자와 입원 환자 비율은 더 떨어져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경증과 무증상 사례도 비슷하게 줄어든다(하지만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눈에 띈다). 두 가지 시나리오의 주요한 차이는 전자에서는 무증상 사례가 증가하는 반면, 후자에서는 무증상 환자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패싱 게임


현실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어느 정도는 거의 확실히 실현되고 있다. 전체적인 감염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백신에 따라 약효가 다르기는 하지만 감염 이후의 증상도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잘 고려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증세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덜 한 백신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에도 효과가 덜 할 것이다. 반면에 ‘감염이 줄었어요’ 유형의 백신은 악명 높은 코로나19의 재생산 지수(R)를 크게 줄이게 된다. 재생산 지수는 기존의 확진자에 비해서 신규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비교한 것이다. 이 수치가 떨어지면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와 같은 “비약품적 개입”으로 알려진 조치들이 줄어들 수 있다.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일부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저 질환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서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접종할 만큼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접종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백신이 감염 이후의 증세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위험해질 수 있다. 만약 백신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줄이는 것이라면,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뛰어난 백신이 더 유용하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이 만든 모델에 따르면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감염의 40퍼센트를 막아서 질병의 40퍼센트를 예방한 백신과 질병의 80퍼센트를 제거했지만 감염은 막지 못한 백신은 코로나 사망자 수의 추이에서 비슷한 효과를 낸다.
전염병학자들은 출시된 백신들이 무증상 감염과 전염력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데이터에 따르면, 감염이 되었더라도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의 바이러스 양은 줄어든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Oxford/AstraZeneca) 백신의 임상 시험에서는 PCR 테스트로 감염 여부를 검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백신은 감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의 전반적인 전염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전염을 막고 있는지, 전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더 뛰어난 백신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다.

신종 변이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백신들은 B.1.1.7 변종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변종은 면역되지 않은 인구 집단 사이에서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30개국에서 발견된 B.1.351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J&J), 노바백스(Novavax) 등 최소 3개의 백신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변종들에 비해서 B.1.351의 감염 차단 효과는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이외의 여러 나라들에서 보고되고 있는 P.1 역시 기존의 감염이나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 체계를 능숙하게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종들이 확산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백신 접종을 해온 국가들의 노력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2월 10일 현재 13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했고, 감염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의 면역성을 갖게 된 사람들(영국의 연구에 의하면 5개월 내의 재감염 사례는 극히 적다)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영국은 B.1.351 변종이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B.1.351 사례가 발견된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사례가 발견되면 접촉자들을 특별히 세심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국경 통제도 강화했다.

 

장점을 찾아서 버티기


새로운 변종을 모두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경에서 모두 차단할 수도 없다. 변이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집 안에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1] 그러나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변이의 범위에는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는 것 같다. 신규 변종들은 모두 원래의 바이러스와 다르고, 각각의 바이러스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P.1과 B.1.351은 모두 특정한 변이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기술적으로는 E484K라고 불리는 것인데, 친절하게도 에릭(Eric)이나 이크(Eeek)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는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단백질에 특정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크는 현재 B.1.1.7의 일부 분리 샘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크로 대표되는 이러한 변화가 백신 접종을 받았거나 이미 감염됐던 사람을 다시 감염시킬 수 있는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백신에 내성을 보이는 변종이 없다면 좋겠지만, 내성을 가진 변종들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모두가 동일한 변칙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은 약간의 위안을 준다. 즉, 이크가 신규 변종들이 원래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최선의 도구이거나, 적어도 가장 쉽게 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변종들의 수법이 모두 같은 것으로 수렴된다면, 한 종류의 변종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을 약간만 수정해도 다른 종들까지 모두 막을 수 있다. 자연 선택의 원리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그 어떤 변종들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바이러스가 기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수단들을 찾아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크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지든 그렇지 않든, 면역을 확대하는 새로운 방식은 있다. 일부 백신 개발사들은 초기 버전의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종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계된 촉진 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또 어떤 곳들은 다수의 변종들에 즉시 약효를 내는 것을 목표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후기 임상 시험 단계에 있는 mRNA 백신 개발사인 독일의 바이오테크 기업 큐어백(CureVac)이 그러한 “다종 작용(multivalent)” 백신의 개발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수정 코로나19 백신들은 해마다 새로 개발되는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 혈액에서 면역성을 나타내는 작은 지표를 찾아내는 소규모의 시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접종을 선택한 모든 성인들에게 올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접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NHS는 이미 가을에 코로나19의 신규 변종들을 겨냥한 한 차례의 촉진제 주사를 접종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감시가 더욱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변화를 가해서 변종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전 경고 효과도 기대된다. 행운과 끈기와 노고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올해 초에 시작된 마법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지도 모른다.
[1]
공포 영화 〈블랙 크리스마스〉의 대사. 영화는 기숙사에 살인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발신지가 기숙사 내부라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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