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학자들은 출시된 백신들이 무증상 감염과 전염력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데이터에 따르면, 감염이 되었더라도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의 바이러스 양은 줄어든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Oxford/AstraZeneca) 백신의 임상 시험에서는 PCR 테스트로 감염 여부를 검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백신은 감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의 전반적인 전염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전염을 막고 있는지, 전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더 뛰어난 백신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다.
신종 변이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백신들은 B.1.1.7 변종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변종은 면역되지 않은 인구 집단 사이에서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30개국에서 발견된 B.1.351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J&J), 노바백스(Novavax) 등 최소 3개의 백신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변종들에 비해서 B.1.351의 감염 차단 효과는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이외의 여러 나라들에서 보고되고 있는 P.1 역시 기존의 감염이나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 체계를 능숙하게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종들이 확산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백신 접종을 해온 국가들의 노력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2월 10일 현재 13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했고, 감염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의 면역성을 갖게 된 사람들(영국의 연구에 의하면 5개월 내의 재감염 사례는 극히 적다)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영국은 B.1.351 변종이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B.1.351 사례가 발견된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사례가 발견되면 접촉자들을 특별히 세심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국경 통제도 강화했다.
장점을 찾아서 버티기
새로운 변종을 모두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경에서 모두 차단할 수도 없다. 변이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집 안에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1] 그러나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변이의 범위에는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는 것 같다. 신규 변종들은 모두 원래의 바이러스와 다르고, 각각의 바이러스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P.1과 B.1.351은 모두 특정한 변이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기술적으로는 E484K라고 불리는 것인데, 친절하게도 에릭(Eric)이나 이크(Eeek)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는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단백질에 특정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크는 현재 B.1.1.7의 일부 분리 샘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크로 대표되는 이러한 변화가 백신 접종을 받았거나 이미 감염됐던 사람을 다시 감염시킬 수 있는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백신에 내성을 보이는 변종이 없다면 좋겠지만, 내성을 가진 변종들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모두가 동일한 변칙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은 약간의 위안을 준다. 즉, 이크가 신규 변종들이 원래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최선의 도구이거나, 적어도 가장 쉽게 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변종들의 수법이 모두 같은 것으로 수렴된다면, 한 종류의 변종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을 약간만 수정해도 다른 종들까지 모두 막을 수 있다. 자연 선택의 원리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그 어떤 변종들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바이러스가 기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수단들을 찾아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크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지든 그렇지 않든, 면역을 확대하는 새로운 방식은 있다.
일부 백신 개발사들은 초기 버전의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종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계된 촉진 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또 어떤 곳들은 다수의 변종들에 즉시 약효를 내는 것을 목표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후기 임상 시험 단계에 있는 mRNA 백신 개발사인 독일의 바이오테크 기업 큐어백(CureVac)이 그러한 “다종 작용(multivalent)” 백신의 개발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수정 코로나19 백신들은 해마다 새로 개발되는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 혈액에서 면역성을 나타내는 작은 지표를 찾아내는 소규모의 시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접종을 선택한 모든 성인들에게 올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접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NHS는 이미 가을에 코로나19의 신규 변종들을 겨냥한 한 차례의 촉진제 주사를 접종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감시가 더욱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변화를 가해서 변종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전 경고 효과도 기대된다. 행운과 끈기와 노고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올해 초에 시작된 마법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