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나(Georgina)는 서둘러서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금융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37살의 그녀는 지난해 대부분을 집에서 일했다. 그래서 그녀는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됐고,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채로 일했고, 자신이 임신한 것과 관련해서 어색한 대화를 피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현재 출산 휴가 중이지만, 다른 동료들은 하나둘씩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만나는 회의는 여전히 줌(Zoom)을 통해서 이뤄진다. 사무실에 출근한 동료들도 각자의 책상에서 줌에 접속하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배제되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조지나는 걱정이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사람들이 판데믹 이전의 업무 방식으로 빠르게 복귀하면, 집에서 일하는 것이 다시 한번 예외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코로나19가 퍼지고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나 (이제는 거의 동사가 되었을 정도로 매우 널리 쓰이고 있는) 줌과 같은 화상 회의 플랫폼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원격 근무를 할 수 있었다. 한때는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 했다면, 지금은 사무실에 가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요가 클래스에서부터 진료 예약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전부 직접 만나서 해야 했던 일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줌의 화상 회의에 참여하는 일일 이용자 수는 2019년 12월 말에는 기껏해야 10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4개월 뒤에는 3억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에는 좋은 영향을 끼쳤다. 사람이 이동하는 것과 장비를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화상 회의는 대면 회의에 필요한 에너지의 10분의 1도 사용하지 않는다. 정신 건강이나 동료들과의 관계 측면에서 사람들에 대한 혜택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화면을 통해서 상호 교류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료들이 음소거(mute) 버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지쳐 버렸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체달 닐리(Tsedal Neeley) 교수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든 간에 가상 업무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다만, 좋은 부분은 유지하고 나쁜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판데믹 속에서 1년을 보낸 지금, 많은 사람들이 줌 피로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그 이면에 숨은 과학을 설명하고 있다. 화상 통화의 첫 번째 문제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동료들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트북에서 줌의 기본 설정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두 사람이 마치 50센티미터 떨어져서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얼굴이 크게 나타난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면 인간의 두뇌는 주먹을 날리거나 아니면 키스를 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예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끊임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 봐야 하는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 대면 회의에서는 서로의 시선을 고정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직 화상 회의에서만 참석자들이 화면을 끊임없이 응시하고, 그러면서도 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에 대해서 의아함을 느낀다. 스탠퍼드대학교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Virtual Human Interaction Lab)의 소장이자 위 연구의 주저자인 제러미 베일린슨(Jeremy Bailenson)은 (이러한 현실을) 동료들이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금지된 상황에 비유한다.
연결 상태 불량
또한 화상 회의에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제거되어 있다. 대면 회의에서라면 비언어적인 신호를 자연스럽게 보낼 수 있지만, 화상 회의에서는 그렇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발표가 길게 늘어지면 동료들이 꼼지락거리는 걸 볼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화상 회의에서는 사람들이 대면 회의에서보다 15퍼센트 더 크게 말하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지친다.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면 전송 지연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의사소통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불과 1.2초의 차이만 나더라도 사람들이 주의를 덜 기울이고 있고, 덜 우호적이며, 좀 더 불성실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경영대학원에서 협상 분야를 가르치는 폴 피셔(Paul Fisher)는 이러한 사교적 신호 없이는 신뢰를 구축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피셔 교수는 최근 가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과목을 하나 개설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 늦고 화상 회의에서 옆쪽을 흘끗 쳐다볼 때마다 의심이 생겨난다. 피셔 교수는 가상으로 협상을 하면 “교착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말하는데, 서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불만스러움만 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상 회의에서는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2020년 6월 워싱턴대학교의 가브리엘 펀드(Gabrielle Pfund)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녀가 여성으로만 한정해서 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문제들을 더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화상 통화를 하는 시간의 평균 40퍼센트를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는 데 사용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얼굴에 있는 주름과 부은 눈을 계속해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은 자존감을 키우는 데는 좋지 않다.
가상 회의는 다른 측면에서도 여성들에게는 나름의 유불리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공학 및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거의 3분의 1이 대면 회의에서보다는 화상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기도 하고, 자신의 발언이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 회의는 또한 여성들을 성가신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대형 컨설팅업체의 고위직에 있는 바비(Bobbi)는 자기 스스로를 “자그맣다”고 말할 정도로 체구가 작다. 그녀는 이제 회의에서 더 이상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조지타운대학교의 언어학 교수인 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은 가상 회의에서는 옷을 어떻게 입을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치마가 길든 짧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일부 고용주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일 수도 있지만, 지난해의 결과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2만 1500곳의 기업들에서 일하는 300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행해서 지난 9월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그들은 판데믹이 닥쳐서 온라인으로 업무를 하기 시작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일했고, 더 많은 이메일을 처리했으며(아래 표 참조), 더 많은 회의에 참석했다(다만, 회의 참석 여부는 생산성 판단에 있어서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