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인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률은 지속될 것인가? 이미 자산은 비싸졌다. 앞으론 사람도 비싸진다.
편집자 노트: 본 기사는 출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를 변경하면서 그에 맞추어 수정되었습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미국 중서부의 어느 도시(일단은 클리블랜드라고 하자)에 사는 주민은 출시 3년 된 토요타 캠리 차량을 1만8000달러 정도에 구입하고 연료통에 60리터의 기름을 28달러 정도에 채울 수 있었다. 5월이 되면, 동일한 차량의 가격은 22퍼센트 상승하고, 휘발유 16갤런(60리터)의 가격은 27퍼센트 비싸지게 된다. 미국 경제가 판데믹의 잠결에서 깨어나면서, 내구재 및 생필품의 가격이 급등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서 부유한 세계에서 장기간의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2월,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는 2021년 미국의 성장률을 3.7퍼센트로 예측했다. 7월 1일에는 두 배로 높아져서 7.4퍼센트를 전망했다. 지난 5월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은 올해의 불과 두 번째 분기 만에 영국의 GDP가 1.5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며 기존의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예상치 못했던 성장과 함께 물가상승률도 예상치 못하게 솟구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그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 물가(특히 생필품의 가격)가 2020년의 봄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기저 효과(base effect)”라고 알려진 현상이 이번 여름에 소비자 물가지수(headline inflation)의 상승을 주도할 것임을 의미했다. 즉,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물가가 안정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동일한 기간 동안의 하락폭과 비교하면 전년 동기 대비 차이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 상품의 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지난 2월, 일반적인 경제 예측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심 소비자 물가(core consumer prices)는 2021년에 불과 1.9퍼센트 상승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왔다. 세 달 후인 5월이 되자, 핵심 소비자 물가는 연간 기준으로 8.3퍼센트에 도달했는데, 이는 1980년대 초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지불하는 가격의 변화를 반영하는 구매자관리협회(ISM)의 지수는 지난 6월에 1979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979년 당시에는 소비자 물가가 13.3퍼센트 상승했다.
다른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좀 더 완만한 수준을 보였다. (표1 참조) 그러나 여전히 예상치를 초과하고 있다. (표2 참조) 유로 지역에서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5월 이후로 전년 대비 0.9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상승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로 내세웠던 “2퍼센트에 가깝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 이것은 상당 부분 기저 효과 때문이다. 핵심 소비자 물가가 실제로 일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월부터 5월 사이에 하락했다. 영국은 많은 점에서 그렇듯, 중간 정도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으나, 핵심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경고 신호가 켜졌다. 잉글랜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홀데인(Andy Haldane)은 지난 6월 30일에 직위에서 물러나면서 영국의 현재 2.1퍼센트인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이 되면 3퍼센트를 넘어서 4퍼센트에 근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은 단지 부유한 나라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컨설팅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가 내놓은 신흥 시장의 총 물가상승률(aggregate inflation) 추정치는 4월의 3.9퍼센트에서 5월에는 4.5퍼센트로 상승했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은 통화 정책 사이클에서 긴축 국면을 촉발시켰다. 6월 초 이후 브라질, 헝가리, 멕시코, 러시아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반등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나쁜 소식이다. 첫째, 인플레이션은 고통스럽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수행된 생활만족도 설문조사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퍼센트 상승할 때마다 실업률이 0.6퍼센트 정도 높아지면서 평균적인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갑작스럽게 잠식된다면, 급여가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갑작스럽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거나 심지어 경기 침체를 획책해야 한다면, (세계 경제라는 이름의) 짐승을 다시 우리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자산 시장을 뒤엎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주식, 채권, 주택, 심지어 암호화폐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데에는 금리가 오랫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러한 추정은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때에만 타당하다. 만약 물가가 지나치게 꾸준히 상승한다면, 몇 년 동안 낮은 물가상승률이라는 토대 위에서 구축된 금융 체계는 그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봉쇄조치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가정을 더욱 멋지게 만들고 아웃도어 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돈을 펑펑 쓰면서 촉발된 차량, 가구, 가전제품과 같은 상품들에 대한 수요의 호황이다. 둘째는 그러한 상품들 중의 일부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차질이다. 예를 들어서, 마이크로칩의 부족은 차량 공급을 심각하게 축소시키고 있다. 높아진 유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 해운업 및 항만에서의 차질은 다양한 시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셋째는, 아마도 가장 중요하며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체감되고 있는 것인데, 서비스 가격의 반등이다. 소비자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복귀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당, 술집, 미용실 등 대면 업종을 다시 찾고 있다.
미국은 주요한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더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가장 컸던 관계로 내구재 분야가 그 어느 곳보다도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목표로 설정한 물가지수에 의하면, 차량, 가구, 스포츠 장비 등은 지난 5월에 핵심 물가지수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데 있어서 5분의 4 이상을 기여했다. (표3 참조)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의하면 유럽의 공급망도 미국과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수요가 좀 더 낮은 관계로 이러한 공급망의 차질에 민감한 내구재의 지난 5월 물가가 1년 전에 비해서 겨우 1.5퍼센트 높아졌다고 한다.
수요가 과열되고 공급이 제한되는 이런 상황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 2020년의 경험을 보면 공급망은 (화장지나 진단 키트의 부족과 같은) 몇 가지의 사안들을 비교적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마이크로칩 공급과 선적 용량의 조정이 비교적 느리다는 점이다. 공급 물량을 늘리려면 반도체 제조시설과 선박에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여섯 달 동안 출하 시간이 좀 더 단축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들의 일부가 지속되더라도, 내구재의 부족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정점에 달했을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이란 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만약 물가가 높지만 상승을 멈춘다면, 또는 상승하는 속도가 줄어든다면, 물가상승률은 떨어진다. 미국의 목재 가격이 6월에 무려 40퍼센트나 떨어졌듯이 만약 물가가 다시 떨어진다면, 기저 효과가 역전되어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다.
애초에 내구재의 수요를 끌어올린 수요의 증가세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판데믹 기간 동안 전반적인 가계 지출이 감소했는데, 심지어 경기부양책으로 받은 보조금이 남아 있거나 소득이 증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그 결과로 인한 초과 저축액은 약 2.5조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GDP의 12퍼센트에 해당한다. 유로 지역의 경우에는 그런 초과 저축액이 2020년 말 현재 GDP의 4.5퍼센트였다. 현재 시점에서 그 액수가 많이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 지출을 하고 있다. 서비스가 다시 재개되면서, 초과저축을 가진 소비자들은 판데믹 기간에도 구입할 수 있었던 상품들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거의 2년 동안 굶주렸던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데 돈을 쓰는 것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그리고 그들은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새로운 희망[1]
인플레이션의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는 경제를 프라이팬 밖으로 밀어내서 불속에 떨어트릴 수도 있다. 호텔, 교통, 식당에서의 식사 등에 대한 높은 수요는 수많은 업체들에서 노동자들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6월에 거의 35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레저 및 접객업은 판데믹 이전의 고용 수준에 비해서 아직도 8분의 7에 불과하다. 올해 초에 경기부양 보조금 2000달러와 실업보험 확대로 여건이 크게 달라진 노동자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다. 레저 및 접객업 분야의 임금은 지난해 2월보다 거의 8퍼센트 올랐다. 구인중인 일자리도 풍부하다. 레스토랑과 호텔들은 전반적으로 이윤이 낮은 경향이 있다. 임금이 올라간다면, 가격 역시 따라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에 의하면, 전 세계 평균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판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에 그러한 차이의 절반만 채우더라도 평균 소비자 물가지수에 1퍼센트가 더해질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에서는 인건비가 그러한 차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으로 보이며, 때로는 넘어서기도 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중간 소득 노동자들이 어떤 일자리를 수락하려면 판데믹 이전보다 3퍼센트 더 높은 임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필요한 임금이 19퍼센트 올랐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판데믹 이전의 임금과 판데믹 이전의 노동 조건을 내건 일자리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머뭇거림에 대해서 그럴듯한 많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실업보험 한도 상향을 비난하며 9월에 실험보험의 혜택이 만료되면 그러한 임금 상승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몇몇 주들에서는 보험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식당 노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까지 만연한 상태에서는 그런 직종으로 자진해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동 돌봄 서비스의 지원이 없다면 노동자들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런 설명들 중 그 어느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처럼) 후한 실업보험의 혜택을 갖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산업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젊은 웨이터들은 원한다면 백신접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찾아오고 싶은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이상해 보인다. 하버드대학교의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및 윌슨 파월 3세(Wilson Powell III)와 매릴랜드대학교의 멜리사 커니(Melissa Kearney)가 새로 내놓은 논문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미국 전체의 고용 부족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기존의 통념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로서는 파악하기 힘든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나름의 추정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판데믹으로 인한 심리적 휴지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일자리가 어떤 종류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을 주었으며, 그러면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자기탐구와 호기심을 발동시켰을 수도 있다. 아마도 어느 시점이 되면 그런 사람들도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은 불분명하다. 실제로 실업보험의 혜택이 강화된 것은 제외하고, 그 어떤 추정이나 인과적 요소들도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상승의 여지가 있는 또 하나의 물가는 임대료이다. 판데믹 기간 동안, 낮은 금리와 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로 부유한 세계 전반에서 이상할 정도로 주택 가격의 호황이 촉발되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미국의 주택은 1년 전에 비해서 14.6퍼센트가 비싸졌다. 그러나 미국, 유로 지역, 영국의 주택 임대료는 판데믹 이전의 추세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임대료는 판데믹 기간 동안 꾸준히 떨어졌다. 세입자들은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보다 지난 1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임대료는 변동이 아주 심해서 경제 상황에 따라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와 노동 시장이 반등한다면 임대료도 그에 상응해서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며, (만약 집값만 놓고 본다면) 훨씬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임대료는 미국 연준이 목표로 하고 있는 물가지수의 핵심 물가상승률에서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려면 임금이나 임대료와 같은 부분이 계속해서 빠르게 올라야 한다. 이번 판데믹의 경험이 경제의 조건들을 어떤 식으로든 상당히 변화시켰다면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임금과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기 시작하는 수준에서 실업률이 꾸준히 상승한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물가상승률을 지속시킬 수 있는 보다 그럴듯한 가능성은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expectation)[2]이 흐름을 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예상치가 실제 물가상승률만큼 높지는 않았다. 금융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물가연동채권(inflation-protected bond)과 일반적인 채권 사이에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에는 투자자들이 물가상승률 예상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에 이러한 예상치는 꾸준히 상승했는데, 그가 경기부양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그 수치는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유로 지역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설정한 향후 5년 동안의 목표는 실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잉글랜드은행의 앤디 홀데인(Andy Haldane)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던진 경고에서, 그는 영국 금융 시장의 장기적인 예상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보다 0.3퍼센트가 높은 것을 두고 악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상의 소비자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문제와 관련한 그들의 예상을 드러내기 위해 수행된 여론조사에서는 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약간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3]
이처럼 “단단히 고정된” 예상 덕분에 부유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일시적인 물가 급등을 무시하는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 변명 거리를 던져준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태도가 변화하면서, 그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8월 이후, 연준은 경기순환 전반에 걸쳐서 평균 2퍼센트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해왔다. 지금은 그 기준을 초과하면서(현재 연준은 올해 말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3.4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나 향후의 하락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ECB는 올해 말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2.6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7월 8일, ECB는 “2퍼센트에 가깝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기존의 목표를 폐기했다. 대신에 이후 그들은 “물가상승률 목표보다 음이든 양이든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2퍼센트라는 “균형 잡힌” 목표를 설정했다. 이로써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좀 더 용인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정된 예상치와 변화된 태도를 결합하면 중앙은행들이, 특히 연준이 왜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비교적 느긋해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를 설명해주며, 그들이 리스크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지만 성급한 조치와는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난 6월에 연준은 2023년에 금리를 두 배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 이는 이전의 예상보다 더욱 빨라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설정 담당자들 중 일부는 당장 내년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통화정책 입안자들 역시 올해 연준의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출 준비가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자신들의 운을 과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문제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채권 시장이나 경제학자들이나 그 누구도 물가상승률 예측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조제프 가뇽(Joseph Gagnon)과 마디 사르센바예프(Madi Sarsenbayev)가 최근의 분석에서 내린 결론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제이슨 퍼먼은 최근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요동치는 것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아니지만, 만약 그러한 우려를 하지 않는다면 사안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고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시절의 백악관에서 수석 경제자문으로 일했던 그는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전히 경기 후퇴라고 하는데,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참혹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컨설팅 업체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미국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5퍼센트 이상 지속되면서 “고 인플레이션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10-15퍼센트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보자면 오직 부유한 세계의 중앙은행들만 물가상승률이 안전하게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의 원자재 및 상품 가격의 상승으로 역시 고통 받고 있는 신흥 시장들은 램프의 요정을 밖으로 꺼내는 것에 대해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 역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신흥 시장의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의 압력으로 작용해서 상품을 수입하는데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며 현지에서는 또 하나의 인플레이션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6월에 연준의 비교적 강경파들이 회동을 가진 이후로 신흥 시장들의 통화는 평균 1.5퍼센트 하락했다.
현재로서는 신흥 시장에 속하는 나라들은 백신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시기이다. 성장을 지원하는 것과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일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일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모두 최근에 물가상승률 목표를 더욱 억제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목표치는 각각 4퍼센트, 3-6퍼센트이다.) 이는 물가 상승에 대한 압력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터무니없는 목표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데, 그것은 단지 그러한 의식 자체만으로도 중앙은행들이 그렇게 하는 걸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연준이 몇 년 동안 물가상승률 목표를 2퍼센트 정도에서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가상승률은 추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10년대의 대부분 동안 부유한 세계의 정책입안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왜 그렇게 낮은지를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것을 올리는 것이 자신들의 통제력을 벗어난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지금도 여전히 유로 지역과 일본은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금리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도 재정적인 경기부양책과 통화 정책을 훌륭히 결합하면 물가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지식은 앞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다. 치솟는 물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로서의 과제는 그것을 위해 치른 비용이 지나치게 높이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