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법칙에 해당되지 않는 상황 / 연간 로봇 설치 수 (민트색 막대 그래프, 단위: 1000대), 제조업 평균 임금 (네이비색 선형 그래프, 단위: 1000위안) / 출처: 치앤잔연구소(Qianzhan Research), 국제로봇협회(IFR), 국가별 통계자료
기업들은 언제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 방식을 추구한다. 중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생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어떤 점에서는 딩 이와 시진핑 주석의 야심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은 시진핑 주석이 노블리프트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투자를 하게 만들었던 시장의 힘에는 거의 의지하지 않고 국가의 권력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중국은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생산성이 높은 미래로부터 오히려 멀어질 위험도 있다. 미래 글로벌 경제의 모습은 그러한 비판들이 과연 옳은지에 따라서, 또는 수많은 세부적인 목표들로 무장하고 영광스러운 목적이라는 부담을 떠안은 중국의 지도자들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지에 따라서 달려 있다.
경제 성장은 불과 세 가지의 기본적인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가, 생산성은 얼마나 높은가이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세 가지의 요소들이 모두 전속력으로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이다.
도시의 노동력은 1980년 당시 1억 명에서 현재는 약 5억 명으로 치솟았다. 자본의 증가는 훨씬 더 극적이었다. 1980년에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현대식 도로의 길이는 1만 5000킬로미터도 되지 않았다. 현재는 70만 킬로미터가 넘으며, 그 외에도 초고속 열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항들, 전력망 등을 비롯한 산업용 기반시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동시에 중국은 생산성의 호황을 경험했는데, 이는 대부분 중앙 계획경제를 꾸준히 폐기한 덕분이었다. 경쟁이 중국의 경제를 뒤흔들었다. 기업들은 경영을 더욱 잘 하게 되었고, 노동자들은 임금이 높은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평균 10퍼센트였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그 기세가 누그러졌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현재의 잠재성장률이 연간 5.5퍼센트라고 생각한다. 노동 연령 인구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발표된 전국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의 총 인구는 감소 직전의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인프라가 과잉 공급 상태는 아니지만, 점점 더 그 수요가 충족되는 단계에 다가가고 있다. 1인당 건축 환경(built environment)의 규모는 훨씬 더 부유한 국가들의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느슨한 국가의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던 생산성 향상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은 2008년 이후로 중국의 총요소생산성(TFP)
[1]은 매년 불과 1.1퍼센트 증가했다고 계산했는데, 이는 이전의 30년에 비해서 3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치이다. 참고로 총요소생산성은 자본이나 노동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GDP의 증가량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동일한 10년 동안에 미국이 보여준 수치에 비해서 두 배나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에게는 중국의 과거 수치와 비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이러한 속도 둔화의 일부는 그들이 따라가던 상황에서 따라잡히는 상황으로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생산성의 잠재적 성장률이 더 낮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의 경제 모델이 특히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치솟는 부채가 바로 그 증거이다. 요즘에는 GDP에서 1위안이 추가될 때마다 약 4위안의 신규 부채가 추가된다. 10년 전에는 불과 2위안의 부채만 있어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속도를 한 단계 더 높여라
마오쩌뚱과 마르크스를 주로 인용하던 시진핑 주석이 TFP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것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조치로부터 막 벗어나고 있던 지난해 3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中央委員會)와 중국의 국무원(國務院)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32개 항목으로 이뤄진 비전을 발표했다. 올해 3월에 최종안이 확정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보면, 중국 정부는 GDP보다 노동생산성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를 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하향식의 권력이 아닌 기업과 개인들이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가 직접 움직여서 그러한 계획이 펼쳐질 지형을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32개의 항목으로 그 비전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모두 3개의 넓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즉, 산업 현대화, 새로운 노선을 따르는 추가적인 도시화, 그리고 따라잡기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범주는, 노블리프트가 보여주는 것처럼, 산업의 업그레이드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계산이 간단하다. 즉, 공장 시설을 현대화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두 가지의 더욱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중국 외부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그들에게는 지정학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적개심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한 중국은 반도체에서부터 농기계에 이르기까지 필수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자립도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중국제조 2025(中国制造2025)”라는 정책으로 요약되는 그 목표를 이루려면, 공장시설을 개선하면서 야망을 더욱 높이고 새로운 산업들을 정복해야 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경제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생산성을 높은 수준으로 지속하려면 거대 제조기반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르크스의 교리를 학습한 중국의 지도자들은 서비스 부문보다는 제조업이 경제적으로 더욱 가치 있으며 전략적으로도 더욱 유용하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그러한 서비스 부문이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금융 파생상품을 만드는 것인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생각이다. 서비스 부문도 생산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그것을 정책적으로 확고히 해왔다. GDP에서 제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유한 세계의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보다 더욱 높은 약 25퍼센트 수준이지만, 그들은 그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싸울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은 조립 라인을 자동화하는 것보다도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각종 자문과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가 그들의 모든 작전 속으로 깊숙이 포함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국의 개발자들은 그러한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맞춤형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있다.
그러한 개발업체들 중 하나인 헤이후커지(黑湖科技, Black Lake Technologies)의 설립자인 저우위샹(周宇翔)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공장에서는 종이서류로 재고를 추적하고 주문을 했다고 말한다. 데스크톱 기반의 SAP나 오라클(Oracle)과 같은 시스템은 중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 요즘에는 제조업체들이 휴대전화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그에 맞게끔 행동한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회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우위샹의 말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현금 위주의 경제에서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게 된 것처럼, 제조업 부문을 디지털화 하는 것에 있어서도 후발주자의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두 번째 범주는 도시화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산업시설에 더욱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집적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는 거대 도시들의 규모를 제한해 왔는데, 그것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전문화된 노동력과 공급망을 촘촘하게 엮이는 형태로 도시의 집적도를 높이면 더욱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커다란 허브와 거기에 연결된 좀 더 작은 위성 도시들로 구성된 거대한 도시 클러스트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끔찍할 정도의 혼잡한 교통이나 과밀화된 학교와 같은 다른 거대 도시들이 가진 단점들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집적으로 인한 장점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