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전쟁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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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코노미스트(전리오 譯)
에디터 신기주
발행일 2021.08.18
리딩타임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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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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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중국 공산당은 플랫폼 테크 기업을 공격해서 시장을 통제하려고 한다. 
시진핑의 대안은 중국 경제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관리들은 경제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어서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하여 거대 기술 플랫폼이 가진 힘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그대로 믿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대신에 시진핑 주석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언급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진심이라는 깨달음이 퍼지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지나치게 부유해지는 것을 탐탁히 않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산당이 정부, 군부, 사회 및 학교, 북쪽, 남쪽, 동쪽, 서쪽 모두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정말로 본심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많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초가 아니다. 중국은 이제 21세기의 핵심 인프라 통제력을 두고 무소불위의 국가가 세계 최대의 기업들과 싸우는 정책 실험실이 되려 하고 있다. 토지나 노동력처럼 중국 정부가 “생산의 요소”라고 말하는 일부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국가는 플랫폼들 사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강제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챗(WeChat)은 더 이상 경쟁업체들이 자사의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게 된다. 중독성이 있는 알고리즘은 더욱 엄격한 감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조치로 수익에는 타격을 받겠지만, 시장은 더욱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유례 없는 정책 실험이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경제 전문가는 많지 않다. 

* 18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Economist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커버스토리 등 핵심 기사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격조 높은 문장과 심도 있는 분석으로 국제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어 왔습니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헨리 키신저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애독하는 콘텐츠를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북저널리즘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지혜와 그 전진을 방해하는 변변치 못한 무지 사이의 맹렬한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 1843년에 창간되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격조 높은 문체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시진핑의 기술계에 대한 공격은 중국의 궤적을 바꿀 것이다
시진핑은 왜 빅테크 기업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나
글로벌 자본시장의 불신과 중국내 기업가 정신의 쇠퇴

2. 중국의 미래 경제 잠재력은 인민을 위한 자동화에 달려있다
바보야, 문제는 생산성이야?
자동화와 도시화 그리고 약간의 서구화가 묘수가 될까
생산성보다 이데올로기에 더 진심

에디터의 밑줄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거둔 모든 성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기술 산업의 성장이다. 알리바바에서는 아마존보다 두 배나 많은 전자상거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텐센트는 사용자 수만 12억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슈퍼앱(super-app)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혁명은 또한 제조업 부문을 넘어서 디지털 의료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의 새로운 분야로 도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국 내에서의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변화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눈부신 기술 산업은 중국의 번영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소셜 미디어나 게임 회사 등에 대한 탄압으로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과 프로그래머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러한 “하드 테크(hard tech)” 분야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결국엔 기업이나 경제 성장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거대한 도박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0년대에 러시아의 올리가르히(oligarch)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탄압은 내부자들끼리 전리품을 두고 싸우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것은 서방의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이 자국의 상황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서방의 디지털 시장은 독점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를 마구 수집하며, 공급업체들을 괴롭히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공중도덕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산당은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규제들을 발표하고 신선한 열의로 그것들을 시행하는 등 상당히 대담해졌다. 중국의 규제가 미숙하다는 점은 모든 면에서 드러난다. 중국 반독점 당국의 인력은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펜 한 번만 휘둘러도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을 파괴할 수 있다. 적법한 절차도 필요 없기에, 기업들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참고 견뎌야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수십 년 동안 서방의 자유주의 경제학에 기반을 둔 원칙들에 대해서 성공적으로 방어해 왔다. 그들은 기술 산업에 대한 탄압을 국가 자본주의 정책의 개량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즉, 국가의 안정 및 당의 권력 유지를 위한 통제와 사회의 번영을 결합시키기 위한 청사진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공산당은 공장을 자동화하고 도심에 메가클러스터(mega-cluster)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여, 국가의 주도하에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더욱 커다란 리스크는 이러한 탄압이 중국 내의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 분야로 전환해 감에 따라서, 정교한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아서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중국 기술 업계의 대표적인 거물들 중의 여러 명이 그들의 회사와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고 있다. 그들을 동경했던 사람들은 똑같이 따라하려던 생각을 재고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일련의 탄압으로 인하여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오쩌뚱과 마르크스를 주로 인용하던 시진핑 주석이 TFP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것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조치로부터 막 벗어나고 있던 지난해 3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中央委員會)와 중국의 국무원(國務院)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32개 항목으로 이뤄진 비전을 발표했다. 올해 3월에 최종안이 확정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보면, 중국 정부는 GDP보다 노동생산성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를 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도시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 함께, 그들은 5G 모바일 네트워크로 그 위를 뒤덮고, 고속도로와 하수구에는 수많은 센서를 심어서 그 성능을 모니터링하며, 감시카메라를 장착한 가로등을 세우고 있다. 공산당은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전국에 분산된 메가시티(megacity)들을 정확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을 초생산적인 현대성의 전형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시를 진정으로 혁신적인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을 드러낼 수도 있다.”

“개혁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실패를 허용하는 것이다. 자본이 잘 분배되도록 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들을 파산하게 하는 것이다. 차이팡(蔡昉)은 부유한 국가에서는 파산하는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의 무려 50퍼센트 정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중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창조적 파괴가 억제되어 온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도 파산 건수가 급증했다.”
코멘트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시장을 망치는 정부는 있다. 영미식 자본주의가 300년 동안의 시행 착오 끝에 도달한 잠정적 결론이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정부는 중국식 자본주의는 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 공산당이 마윈을 날리고 마화텅을 때릴 수 있는 건 중국식 자본주의가 영미식 자본주의를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민주주의가 나라마다 다르듯 자본주의 역시 국가별로 다르다. 중국식 자본주의는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영미식 자본주의의 발전 경로를 추격해왔다. 덕분에 중국경제는 세계의 빈농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다시 세계의 시장으로 도약을 거듭해왔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 역시 영미식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에 따라 불가피한 민주화 경로를 밟을 것으로 가정했다. 당연히 공산당의 실각은 필연이었다. 정작 먼저 무너진 건 미국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격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중국 자본주의가 영미식 자본주의를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중국의 정치체제를 등소평 이전 모택동의 시대로 회귀시켰다. 시는 마오 이후 가장 강력한 전제 군주가 됐다. 시진핑 공산당 정부는 중앙집중된 국가 권력을 통해 시장과 기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독점자본화된 플랫폼 테크 기업들을 죽이고 살리면서 시장권력이 국가권력을 능가하면서 벌어졌던 영미 자본주의의 실패를 우회하려고 한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뉴욕 월가에 의한 워싱턴 정가의 포획이었다고 본다. 베이징의 공산당 엘리트들은 상하이의 금융인들이나 신천의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군림하는걸 용납할 생각이 없다. 공산당은 시장으로 권력을 넘길 생각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자본의 분배를 다시 국가가 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비효율성이다. 시진핑이 총요소생산성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이유다.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도 시장자본주의만큼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중국식 자본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능가한 셈이 된다. 중국 공산당은 자동화와 도시화 그리고 약간의 서구화로 중국 경제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생산성 증대야말로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빠졌던 선진국병을 회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자본주의의 재발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시장을 이기는 최초의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역시나 시장을 망친 또 하나의 정부로 남게 될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유례없는 실험이 실패로 끝나고 설사 중국 경제의 성장판이 훼손되더라도 중국 공산당은 끝까지 권력을 잃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권력이 인민의 지지가 아니라 인민해방군의 총구에서 나온다는걸 잊은 적이 없다. 이것이 지난 백년의 집권 기간 동안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유지한 비결이다. 이제껏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었던 건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예외다. 과연 중국식 자본주의도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북저널리즘 에디터 신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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