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의 여건상, 우리가 외계 행성의 생명체를 조사하면서 지구의 미세 생명체의 극소량조차 옮기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것을 ‘전향 오염(forward contamination)’이라고 하는데, 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나사의 행성보호책임자(planetary protection officer)의 막중한 임무이다.”
“연구소 방문 전에 우리는 매우 상세한 규칙들이 나열된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향수, 스킨로션, 화장품, 귀걸이 등 어떤 것도 사용하거나 착용하지 않을 것. 플란넬, 양모, 헤지는 천으로 된 의류는 허용되지 않음. 심지어 손톱은 삐뚤빼뚤하지 않고 가지런하게 다듬어져 있어야 했다.”
“1960년대로 돌아가서, 과학계에서 행성 보호가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서로 완전히 상충되는 두 가지 요구를 받고 있었다. 나사의 내부 고위층은 그들이 우주로 보내는 건 무엇이든 완전무결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존 F. 케네디는 전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서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미국이 달에 인간을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된다면 수 조 개의 박테리아도 그 여정에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인류는 그 행성을 내버려 두어야만 한다는 글을 썼다. “화성은 화성인들의 소유가 되어야 합니다. 설령 그들이 미생물일지라도 말입니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에 그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들이 들이닥친 이후로 신세계(New World)에 살고 있던 사람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죽었을 거라고 추정한다. 원인은 대부분 감염병 때문이었다. 정복자들이 남아메리카 및 중앙아메리카의 주요 도시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그들이 들여온 미생물들은 이미 사람과 사람을 거치며 그곳에 도착해 있었고, 거대한 죽음을 불러왔다.”
“조슈아 레더버그(Joshua Lederberg)는 외계 환경을 지구의 생명체가 오염시키는 것과 그 반대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성 간 격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런 글을 썼다. “우리는 분명 콜럼버스보다 나은 조건에 있으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