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현재의 호주 서부에서 일하던 중국과 인도의 노동자들은 이 식민지의 난로에서 불을 때는 향긋한 냄새의 통나무가 단향목(檀香木, sandalwood)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그들의 조국에서는 상당히 귀한 원목이었다. 1870년대가 되자, 호주의 단향목은 이 식민지 국가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호주의 단향목은 퍼스에서 배에 실린 다음 특히나 이 나무를 귀중하게 여기는 봄베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로 이동되었다.
그 이후로도 이들 나라간의 무역은 지속되었는데, 호주가 다양한 원재료들을 공급하긴 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1990년대에 중국의 시장 개혁이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석탄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광석에 대한 수요가 전례 없을 정도로 폭증했다. 2010년이 되자,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으며, 그들은 단지 부피가 큰 원재료들뿐만 아니라 최고급 해산물이나 시라즈(shiraz) 와인과 같은 기호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상품에 굶주린 구매자가 되어 있었다.
호주에서는 자국의 번영을 독재적인 중국과의 교역에 기반을 두는 것과, 자국의 안보를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의존하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예전부터 제기되었지만, 호주의 정치권에서는 이를 오랫동안 회피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이러한 모순을 더 이상 무시하거나 용인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은 14가지에 달하는 불만사항들을 제기했는데, 그 범위와 적개심, 위선 등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호주가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비난하고 중국의 언론인들이 국가 요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 정치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포함되어 있다. 호주산 바닷가재, 와인, 보리, 석탄, 설탕, 목재 등은 갑자기 중국으로부터 비공식적인 무역 금지조치를 당하면서 팔리지 않은 채 그대로 쌓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중국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익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견해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로 인한 한 가지 결과는 2030년대가 되면 호주의 퍼스에서 단향목을 싣고 북쪽을 오가던 항로에서 새로운 종류의 선단이 등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것이다. 호주가 미국 및 영국과 체결한 방위 협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버지니아급이나 영국의 어스튜트급의 잠수함을 최소한 여덟 척 만들어서 핵잠수함 함대를 구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잠수함은 지난 9월 15일에 미국과 호주, 영국이 체결을 발표한 오커스(AUKUS) 협정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적인 부분이다. 몇 개월 동안 극비리에 진행된 이 협상은 사이버 보안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외교 및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국이 캐나다 및 뉴질랜드까지 포함하여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수많은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협약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호주가 새롭게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일단 무기 거래로만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이다. 최소한 여덟 척의 핵잠수함을 금액적으로 평가해 보면, 이번 합의는 무려 수백억 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이다. 전략적인 변화를 따져보자면, 이는 더욱 중대한 움직임이다. 이번 협약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더 증가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국이 이제껏 선보인 움직임들 가운데 가장 극적이면서도 결연한 조치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븐 월트(Stephen Walt)는 이렇게 썼다. “이는 지역 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하여 향후 중국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좌절시키거나 제압하기 위해 고안된 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즉각적인 반발은 중국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쪽 끝에서 터져 나왔다. 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가 “우리의 가장 커다란 힘의 원천인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영국과는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인 프랑스는 장 이브 르 드리앙(Jean-Yves Le Drian) 외무장관의 말처럼 등에 칼을 찔린 신세가 되었다.
2016년, 호주는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네이벌그룹(Naval Group)이라는 회사와 디젤 발전 방식의 “쇼트핀 바라쿠다(Shortfin Barracuda)” 잠수함 12척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국방부에 따르면, 오커스가 발표되던 당일에 호주는 프랑스에게 해당 계약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다는 내용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오커스 협약이 발표되면서 바라쿠다(창꼬치고기)는 물속에서 죽어버렸다. 9월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워싱턴과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주재하는 프랑스 대사들을 본국으로 소환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런던 주재 대사를 소환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 3국의 관계에서 영국은 그저 곁다리에 불과하기에 경멸할 가치도 없다는 프랑스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교묘한 술책이었다.)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인 프랑스는 영어권 동맹국들은 결코 믿을 수 없다는 의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의심을 근거로 전략적 자주권에 대한 주장이 다시 한 번 살아날 것이며, 프랑스가 수많은 자치령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프랑스 시민권자 약 200만 명과 7000명의 군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권역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그러한 주장이 반영될 것이다. 프랑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는 그러한 주장을 일부는 수용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에 전화로 회담을 하면서, “동맹국들 간에 공개적으로 협의를 했다면 더욱 이득이 되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미국은 “대서양 연안 및 세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하며 나토(NATO)에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더욱 강력하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유럽연합 차원의 방위력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는 다음 주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이번 일로 얻은 교훈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를 수습하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프랑스와 인도는 올해 초에 3일간의 해당 합동 훈련을 재개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주에 대화를 나누었다. 인도는 자국의 비동맹주의(non-alignment) 노선에 동조하는 거대 무기 수출국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을 기뻐할 것이다. 그들은 프랑스산이든 오커스든 관계없이, 핵잠수함의 도움을 받는다면 좋아할 것이다.
HMAS(호주해군), 불신의 알비온(Perfidious Albion)[1]
핵잠수함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군사력의 전개 범위 때문이다. 쇼트핀 바라쿠다와 같은 디젤 발전 방식의 잠수함들은 전기로 가동되는 상태에서는 매우 조용하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의 연안 수역을 보호하는 역할로는 아주 적합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원자로의 배관이 울리는 소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없는 핵추진 잠수함보다도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해에서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 핵잠수함은 소리가 쉽게 투과되지 않는 서로 다른 수온층 사이에 숨을 수 있고,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및예산평가센터(Centre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의 계산에 의하면, 호주 잠수함 선단의 본거지가 있는 스털링(Stirling) 해군기지에서 남중국해의 분쟁 수역에 파견한 재래식 잠수함은 불과 2주를 근무하고 나면 재급유와 유지보수를 위해서 기지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핵잠수함은 선원들에게 먹을거리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래 지도 참조) 이곳에서 핵잠수함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로는 정보 수집과 특수부대 파견은 물론이고, 중국의 해상 선박과 잠수함을 위협하는 것도 포함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