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과 관련한 대형 협약인 오커스는 강대국의 경쟁을 위한 새로운 무대가 해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19세기 초, 현재의 호주 서부에서 일하던 중국과 인도의 노동자들은 이 식민지의 난로에서 불을 때는 향긋한 냄새의 통나무가 단향목(檀香木, sandalwood)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그들의 조국에서는 상당히 귀한 원목이었다. 1870년대가 되자, 호주의 단향목은 이 식민지 국가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호주의 단향목은 퍼스에서 배에 실린 다음 특히나 이 나무를 귀중하게 여기는 봄베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로 이동되었다.
그 이후로도 이들 나라간의 무역은 지속되었는데, 호주가 다양한 원재료들을 공급하긴 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1990년대에 중국의 시장 개혁이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석탄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광석에 대한 수요가 전례 없을 정도로 폭증했다. 2010년이 되자,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으며, 그들은 단지 부피가 큰 원재료들뿐만 아니라 최고급 해산물이나 시라즈(shiraz) 와인과 같은 기호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상품에 굶주린 구매자가 되어 있었다.
호주에서는 자국의 번영을 독재적인 중국과의 교역에 기반을 두는 것과, 자국의 안보를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의존하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예전부터 제기되었지만, 호주의 정치권에서는 이를 오랫동안 회피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이러한 모순을 더 이상 무시하거나 용인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은 14가지에 달하는 불만사항들을 제기했는데, 그 범위와 적개심, 위선 등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호주가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비난하고 중국의 언론인들이 국가 요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 정치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포함되어 있다. 호주산 바닷가재, 와인, 보리, 석탄, 설탕, 목재 등은 갑자기 중국으로부터 비공식적인 무역 금지조치를 당하면서 팔리지 않은 채 그대로 쌓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중국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익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견해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로 인한 한 가지 결과는 2030년대가 되면 호주의 퍼스에서 단향목을 싣고 북쪽을 오가던 항로에서 새로운 종류의 선단이 등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것이다. 호주가 미국 및 영국과 체결한 방위 협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버지니아급이나 영국의 어스튜트급의 잠수함을 최소한 여덟 척 만들어서 핵잠수함 함대를 구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잠수함은 지난 9월 15일에 미국과 호주, 영국이 체결을 발표한 오커스(AUKUS) 협정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적인 부분이다. 몇 개월 동안 극비리에 진행된 이 협상은 사이버 보안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외교 및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국이 캐나다 및 뉴질랜드까지 포함하여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수많은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협약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호주가 새롭게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일단 무기 거래로만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이다. 최소한 여덟 척의 핵잠수함을 금액적으로 평가해 보면, 이번 합의는 무려 수백억 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이다. 전략적인 변화를 따져보자면, 이는 더욱 중대한 움직임이다. 이번 협약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더 증가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국이 이제껏 선보인 움직임들 가운데 가장 극적이면서도 결연한 조치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븐 월트(Stephen Walt)는 이렇게 썼다. “이는 지역 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하여 향후 중국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좌절시키거나 제압하기 위해 고안된 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즉각적인 반발은 중국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쪽 끝에서 터져 나왔다. 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가 “우리의 가장 커다란 힘의 원천인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영국과는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인 프랑스는 장 이브 르 드리앙(Jean-Yves Le Drian) 외무장관의 말처럼 등에 칼을 찔린 신세가 되었다.
2016년, 호주는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네이벌그룹(Naval Group)이라는 회사와 디젤 발전 방식의 “쇼트핀 바라쿠다(Shortfin Barracuda)” 잠수함 12척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국방부에 따르면, 오커스가 발표되던 당일에 호주는 프랑스에게 해당 계약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다는 내용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오커스 협약이 발표되면서 바라쿠다(창꼬치고기)는 물속에서 죽어버렸다. 9월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워싱턴과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주재하는 프랑스 대사들을 본국으로 소환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런던 주재 대사를 소환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 3국의 관계에서 영국은 그저 곁다리에 불과하기에 경멸할 가치도 없다는 프랑스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교묘한 술책이었다.)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인 프랑스는 영어권 동맹국들은 결코 믿을 수 없다는 의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의심을 근거로 전략적 자주권에 대한 주장이 다시 한 번 살아날 것이며, 프랑스가 수많은 자치령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프랑스 시민권자 약 200만 명과 7000명의 군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권역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그러한 주장이 반영될 것이다. 프랑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는 그러한 주장을 일부는 수용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에 전화로 회담을 하면서, “동맹국들 간에 공개적으로 협의를 했다면 더욱 이득이 되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미국은 “대서양 연안 및 세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하며 나토(NATO)에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더욱 강력하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유럽연합 차원의 방위력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는 다음 주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이번 일로 얻은 교훈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를 수습하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프랑스와 인도는 올해 초에 3일간의 해당 합동 훈련을 재개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주에 대화를 나누었다. 인도는 자국의 비동맹주의(non-alignment) 노선에 동조하는 거대 무기 수출국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을 기뻐할 것이다. 그들은 프랑스산이든 오커스든 관계없이, 핵잠수함의 도움을 받는다면 좋아할 것이다.
HMAS(호주해군), 불신의 알비온(Perfidious Albion)[1]
핵잠수함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군사력의 전개 범위 때문이다. 쇼트핀 바라쿠다와 같은 디젤 발전 방식의 잠수함들은 전기로 가동되는 상태에서는 매우 조용하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의 연안 수역을 보호하는 역할로는 아주 적합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원자로의 배관이 울리는 소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없는 핵추진 잠수함보다도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해에서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 핵잠수함은 소리가 쉽게 투과되지 않는 서로 다른 수온층 사이에 숨을 수 있고,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및예산평가센터(Centre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의 계산에 의하면, 호주 잠수함 선단의 본거지가 있는 스털링(Stirling) 해군기지에서 남중국해의 분쟁 수역에 파견한 재래식 잠수함은 불과 2주를 근무하고 나면 재급유와 유지보수를 위해서 기지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핵잠수함은 선원들에게 먹을거리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래 지도 참조) 이곳에서 핵잠수함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로는 정보 수집과 특수부대 파견은 물론이고, 중국의 해상 선박과 잠수함을 위협하는 것도 포함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젤 발전 방식에서 핵잠수함 함대로 전환한다는 것은 단순히 잠수함의 추진방식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전략적인 변화라고 해석해야 한다. 핵잠수함이 있다면, 모든 중요한 물자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던 말라카 해협은 이제 대만의 앞바다까지 전력을 파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초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까지 탑재한다면(잠수함은 필리핀의 동쪽 해상에서 중국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호주의 공격 능력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새로운 잠수함들의 제원이나 정확한 모델은 18개월의 평가기간 동안 구체화될 것이다. 만약 실제로 잠수함을 인수하기 전까지의 몇 년 동안 호주가 선원들을 훈련시키고 본격 가동시의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한두 척의 버지니아급 미군 핵잠수함을 임대한다면, 호주와 미국 해군 사이의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스털링 해군기지는 물론이고 북쪽 해안의 다윈이나 동쪽 해안의 브리즈번에서는 미국의 핵잠수함들이 방문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기간 시설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오커스 체결 소식이 있은 지 하루 만에 호주의 안팎에서 미군 주둔 병력을 상당히 증원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니다.
9월 16일 오커스 체결 발표에 대한 대응으로, “전랑외교”를 추구하는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이들의 잠수함 공조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누가 했는지를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오커스 협약은 핵확산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잠수함이 핵으로 추진된다고 해서, 그 잠수함에 반드시 핵미사일이 실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호주의 핵잠수함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버지니아급이나 영국의 어스튜트급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핵탄두는 없다. 따라서 호주의 핵잠수함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핵잠수함에서 미국이나 영국의 원자로를 사용한다면, 호주는 고농축 우라늄(HEU)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고농축 우라늄은 핵탄두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원료이다. 그렇지만 호주가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비핵 국가들 중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나라는 호주가 유일할 것이다.
유일하긴 하지만 조약 위반은 아니다. NPT는 그러한 방식의 사용은 허용하고 있다. 만약 NPT를 주관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호주가 IAEA의 안전기준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고농축 우라늄을 잠수함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NPT 조약을 더욱 강화하는 하나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만약 그러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른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된 규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잠수함 추진 연료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는 명분은 핵폭탄 제조를 위장하기 위한 핑계로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최근에 잠수함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은 대부분의 핵보유국들은 이미 갖고 있지만, 핵비보유국들에게는 굳이 필요하지는 않은 역량이다. IAEA의 안전기준을 따르지 않은 채 잠수함을 위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그러한 동기에 대해서는 매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이번 협약에 의해 호주의 전략적 입장이 바뀌었다면,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은 역사학자인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가 “제국의 군도(archipelago of empire)”라고 부르는 지역을 통해서 이 지역 전체에서 세력을 확장해왔다. 제국의 군도란 동쪽의 하와이에서부터 괌 사이에 있는 섬들과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원주민들의 동의 없이 영국으로부터 조차했던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섬을 가리킨다. 미국은 현재 호주에서 동맹국을 되살리는 동시에 사실상 자국 군대의 작전을 위한 대륙 규모의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금도 거대한 규모로 군함 건조와 미사일 제조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해상 권력의 균형추가 이동하는 걸 늦추기는 하겠지만 역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안보 협력이 어떠한 양상을 띠고 있는지를 가리키고 있다. 즉, 상대국이 원하는지의 여부와 그러한 역할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에 의해서 규정되는 동맹관계인 것이다. 새로운 협약의 특징은 다분히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그것은 거래이자 협약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미국과 호주, 인도, 일본이 체결하여 어느새 14년을 맞은 쿼드(Quad, 4자 안보대화)일 것이다. 이들의 기본 이념인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생각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쿼드의 회원국들은 이러한 철학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쿼드는 이 지역에서 널리 환영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중국이 아닌 아시아의 작은 국가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창한 표현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쿼드의 회원국들을 위협하는 걸 막지도 못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의 항공기와 선박들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곳을 자국의 다오위다오(釣魚島)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에는, 히말라야의 고도 높은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인도와 중국 병사들 사이의 다툼이 참사로 돌변한 일도 있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라자 모한(C. Raja Mohan)은 최근 포린폴리시 매거진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인도가 육로를 통한 위협에 대처하려면 해상 측면에서의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걸 보면서 동요했던 인도는 현재 오커스를 미국이 이 지역에 헌신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반가운 증거로 여기고 있다.
9월 24일, 쿼드의 4개 회원국 정부 수반들이 워싱턴DC에서 사상 처음으로 직접 만나게 된다. 이는 부활의 의도와 에너지의 증표이다. 그동안 인도가 다른 세 나라가 만든 “블루닷(Blue Dot)”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왔다. 블루닷의 개설 취지는 기반시설 프로젝트에서의 투명성과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매력적인 제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가상회의로 진행된 쿼드의 정상회담에서는 아시아 회원국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위한 프로그램이 공개되었는데, 아직까지 그다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쿼드가 오커스와 함께 어떻게 작동될 것인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오커스를 재빠르게 지지하고 나선 일본도 여기에 동참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며, 호주와의 안보 협력 관계를 상당히 많이 증진시켜왔고, (핵잠수함은 아니지만) 잠수함에 있어서의 전문성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가 오커스를 용인한다면, 영국과 프랑스까지 참여해서 쿼드 회원국들과 프랑스의 활동을 일치시키기 위한 “쿼드+2”[2]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큰 편이다.
해협의 길목에서
오커스를 신속하게 지지하고 나선 또 다른 국가로는 대만이 있는데, 이들은 중국으로부터 거의 지속적인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9월 초, 중국은 19척의 항공기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보내는 작전을 펼쳤는데, 여기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드니의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샘 로그빈(Sam Roggeveen)은 호주가 새로운 군사력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이 [대만을 두고 벌이는] 어떠한 분쟁에서도 호주가 미국 편에 설 것이라는 예상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역의 주요한 국제기구로는 아세안(ASEAN)이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과 대만을 제외하고 남중국해에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가입되어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약 4년 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산호초를 파괴하고 활주로와 요새를 구축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섬들을 만드는 일종의 대대적인 테라포밍(terraforming)[3]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신들의 해역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 (지도 참조) 내에서 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개척했다. 그러한 정박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그 경계선이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전략및국제관계연구센터(Centr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그레고리 폴링(Gregory Poling)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항공 병력과 육상 병력의 개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의 군사력이 충분히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설령 그러한 억지력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깊은 심해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잠수함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주로 “회색 지역”에서 해양경비대와 탐사선, 어선들로 구성된 “중국해상민병(中国海上民兵)”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 이러한 활동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들은 베트남과 필리핀 수역에서의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를 중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은 자원확보에 대한 갈망은 물론이고 이곳에 대한 영유권을 억지로라도 인정받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공동 탐사를 요구하고 있다.
<남중국해: 아시아의 패권투쟁>의 저자인 빌 헤이튼(Bill Hayton)은 중국의 목표가 종속 국가나 위성 국가들이 자신들의 드넓은 영향력 아래에서 순응하는 중화 세계의 건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걸핏하면 채찍을 휘두르면서도 정작 비위를 맞추는 이들에게는 당근을 내주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전략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 당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신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들어서 남중국해 분쟁을 실제 소송으로 가져간다면 자국에게 분명이 유리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판결을 무시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결정의 대가로 거액의 투자가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이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에게 동조하는 입장으로 기울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중국산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다시 맞서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위트선 리프(Whitsun Reef)에 220척의 중국 어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의 안쪽이지만,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되는 수역이다. 이에 대해 “테디 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필리핀의 테오도로 록신(Teodoro Locsin)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중국, 나의 친구여, 내가 얼마나 더 정중하게 표현해야 할까? 어디보자.... 아... 당장 꺼져.”
이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 UN과 함께 이의를 신청하면서 필리핀의 행보를 뒤따르고 있다. 빌 헤이튼은 중국의 일방적인 테라포밍과 노골적인 괴롭힘으로 인해서, 당초에 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을 개시했던 때보다 전반적인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세안의 회원국들에게 호소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 지역의 안보를 위해서 일부 국가들이 아세안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음을 감지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지역의 국가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마이크 폼페이오처럼 이들 나라에게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며 중국에 맞서 미국의 편에 서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지역의 나라들이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맞서서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즉, 중국의 억압으로 인해서 베트남의 천연가스 시추권이나 필리핀 어부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데릭 그로스먼(Derek Grossman)이 지적하듯,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자기의 편을 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미국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형성되는 “가드레일”은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주변국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오커스의 등장을 환영했다. 싱가포르에 정통한 어느 전략가가 말하듯,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환영받는다. 베트남도 좀 더 신중하기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국가들은 더욱 말을 아끼고 있다. 그들은 오커스가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이라는 신성한 개념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은 다른 나라들이 이 지역에서 아세안의 존재 이유를 인식하게 하고 강대국들의 개입을 막아보고자 하는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수사적 표현이다. 말레이시아의 신임 총리인 이스말리 사브리 야콥은 오커스가 “다른 강대국들도 이 지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미 최근에 말레이시아의 영공으로 16대의 군용 항공기를 비항하게 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기본적인 위협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이 “평화, 자유, 중립의 지대(ZOPFAN)”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앞서 만났던 싱가포르에 정통한 전략가는 이러한 요구가 퇴행적이며 허상에 경계를 두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체적으로 보자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실질적인 동맹국은 (파키스탄) 하나뿐이고, 진정한 우방국들은 거의 없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구심점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러한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가지 신호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교역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사실상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TPP에는 12개의 야심찬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는 지적재산권이나 국가의 산업 지원과 같은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한 세부적인 조항과 기준들을 가진 자유무역 체계였다. 아세안 국가들도 4곳이나 참여한 이 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던 “아시아로의 전환”에서 비군사적인 분야의 중심축이 되어 왔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의회에서는 이에 대한 반감이 거세기 때문에, 바이든이 이 협정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가진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하나는 트럼프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이 가진 동맹국으로서의 신뢰도가 상당히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계에서는 누구라도 그의 행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무엇을 펼쳐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무역 문제에 있어서, 특히 중국이 막강한 세력으로 성장한 아시아에서, 미국은 뒷짐을 진 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분야라면 중국이 뭔가를 할 수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을 비롯한 현대 안보와 관련한 측면에서 오커스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일본과 인도를 독려하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과 대만까지 가세한다면, 차세대 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표준을 정할 수 있는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면서 다른 나라들에게 중국식 기준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혹시라도 중국의 기준이 표준이 될 가능성을 배제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교역의 측면에서는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다.
전략의 허점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이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거대한 타격이었지만, 2018년에 호주와 일본이 주도한 노력 덕분에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형태의 협정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오커스의 체결 발표 하루 뒤인 9월 16일, 많은 이웃나라들과 양자간 협정을 체결해왔던 중국이 CPTPP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진지하게 가입하려는 것보다는 어쩌면 일종의 훼방을 놓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대만도 대응적인 차원에서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이 규제가 훨씬 느슨하며 15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을 추진했던 이유는, 여기에 노동관련 법률이나 국영기업들에 대한 견제라는 요구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CPTPP에서는 이를 요구조건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이는 중국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과감한 묘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적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현재 경제적 주도권을 갖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외무차관이었던 빌라하리 카우시칸(Bilahari Kausikan)의 말처럼, “미국의 전략에는 거대한 허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