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경기는 후퇴하는데 물가만 오르고 있다. 중앙은행한텐 다른 선택지도 시간도 없다.
지난 2년의 대부분 동안,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부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금리가 판데믹 이전에도 이미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 수준이었고,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공공지출을 대폭 늘려야만 했다. 이제 중앙은행들이 확실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를 더욱 빠르게 앞당겼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정책입안자들의 약속을 시험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금리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정은 현재 몇 년 앞당겨졌다. 지난 10월 말의 며칠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1퍼센트에서 거의 0.8퍼센트로 뛰었는데, 이는 비교적 최근인 9월에 거래되었던 5년 만기 국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중앙은행은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극도로 낮게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면서 수건을 던지고 말았다. 그들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본 후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수익률 곡선(yield curve)에 대한 통제 정책은 11월 2일에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10월 27일에는 캐나다은행(BoC)이 채권매입 계획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다가오는 유가증권의 수익금을 여전히 재투자할 것이다.) 채권시장은 그러한 발표 이전에 이미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고, 채권의 가격은 내년에 금리가 소폭 인상되는 것을 전제로 형성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표 참조)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잉글랜드은행(BoE)은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록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미국과 유로 지역에서도 비춰지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는 자산매입의 감소를 발표했다. 이는 널리 예상되어 온 것이지만, 미국 금리의 변동성을 추적하는 무브 지수(MOVE Index)는 판데믹 초기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28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는 금리의 조기 인상은 유럽중앙은행의 기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빠르면 2022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장의 예측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독일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20년 1월 이후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지금까지의 움직임은 연준이 예전에도 축소를 선언하며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2013년의 수준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 대부분의 기간보다 훨씬 더 고조되어 있다는 사실은 경제 전망에 대해서, 특히 인플레이션의 전망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의 시점에 대한 시장의 예측이 옳은 것으로 입증될지, 아니면 중앙은행들이 기존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지금까지의 물가 상승은 극심한 공급부족 현상이 반영된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로운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면 더욱 강력해진 노동자들과 더욱 빠른 임금 상승이 물가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잉글랜드은행에서 금리 결정을 담당했던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에는 노동력이 넘쳐났지만, 이제는 원하는 인력을 찾기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며, 이는 그들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최근의 움직임은 또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사이에 때로는 복잡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평상시라면 중앙은행들이 단기 금리를 책정하고, 시장은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채권시장에도 경제 및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어떻게 예상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참고로 경제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분야이다. 연준의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의장은 언젠가 “두 개의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이라는 역학관계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채권 수익률의 상승에 대응해야 하지만, 반대로 수익률은 중앙은행의 조치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은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안개를 뚫고 나가려 시도하는 중앙은행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안도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주로 원자재의 가격과 공급망의 변동에 의해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면,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엄격한 통화정책이 영구화되리라는 예상으로 과열되기보다는 금리 인상의 예상 시기를 앞당겨 왔다. 예를 들어서, 미국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는 지난 3월의 최고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채권시장들은 여전히 차분하다. 일본의 지난 9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불과 0.2퍼센트 높았는데, 에너지와 신선식품 항목을 제외하고 나면 이곳에서는 여전히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日本銀行)의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은 그것이 붕괴된 오스트레일리아와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경제의 전망을 더욱 확실하게 예측할수록, 정책을 수립하기도 좀 더 수월해진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사치를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