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탄생
2화

이재명 지사의 탄생

경기지사 이재명은 모라토리엄과 성남의뜰에서 탄생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장동 설계에 들어갑니다. 일단 민영개발 약속부터 없던 일로 만듭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처음부터 공공개발로 대장동을 개발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입니다. 이재명 후보한테서 보고 싶은 것만 본 민간개발업자들과 일부 주민들이 잘못한 것이죠. 이재명 후보가 약속했던 건 문제 많고 탈 많은 LH가 대장동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LH가 손을 떼는 것과 민영개발이 동의어라는 건 듣는 이의 착각이었죠. LH가 아니어도 대장동을 공영개발할 방법이 있었으니까요. 성남시가 직접 도시개발공사를 만들어서 개발하는 방식이었죠. 게다가 LH가 대장동을 포기하게 만든 것도 이재명 시장의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성남시장 선거 한 달 뒤인 2010년 7월에 LH의 대장동 포기가 발표되자 이것까지도 이재명의 설계처럼 비춰졌을 뿐이었죠. 이재명 시장 입장에선 어부지리에 불과했죠.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9월 14일 대장동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렇게 설계하라고 한 겁니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대장동의 행동대장이고 진짜 설계자는 이재명 후보 자신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이재명 시장이 설계한 대장동 개발 청사진이 공식화된 건 취임 반년 뒤인 2011년 3월이었습니다. LH가 2번째로 손을 떼면서 대장동은 두 번째로 무주공산이 됐습니다. 중앙에서 손을 뗐으니 지방 권력을 쥔 이재명 성남시장의 독무대였죠.


설계자 이재명의 탄생 

이재명 후보는 권력을 쥐는 그립력이 유난히 강한 정치인입니다. 조직을 장악할 줄 알죠. 대표적인 사례가 성남시 모라토리엄입니다. 이재명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 12일 전격적으로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습니다. 모라토리엄은 채무지급유예입니다. 채무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도저히 못 갚겠다며 미루는 경우죠. 모라토리엄은 디폴트와는 다릅니다. 디폴트는 채무불이행입니다. 못 갚겠다고 배 째라고 나오는 경우죠. 

1998년 외환 위기가 바로 모라토리엄이었습니다. 1998년 한국 경제 위기가 외환 위기라고 불리는 건 정말 달러가 없어서 벌어진 사태였습니다. 1998년 당시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1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50퍼센트에 육박하죠. 그런데도 함부로 위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1998년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상환해야 하는 외환 단기 채무를 초과했죠. 당시 한국 정부한텐 정말 모라토리엄 말고는 돌파구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우리 나라한테 달러를 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은 외환 위기와 좀 성격이 달랐습니다. 2010년 당시 성남시의 부채는 89억 원이었습니다. 2010년 성남시 1년 예산은 1조 8000억 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성남시한텐 받을 채권이 209억 원이 있었습니다. 채무도시가 아니라 채권도시였단 뜻입니다. 이재명 시장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건 판교특별회계 5200억 원 때문이었습니다. 전임 이대엽 시장 시절 판교특별회계라는 게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판교밸리라고도 불리는 혁신 기업 클러스터가 막 조성되던 시기였죠.

당시 성남시엔 두 개의 거대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현안이었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비벌리힐즈라고 불리는 대장동 개발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판교 개발이었습니다. 무주공산이 된 한국의 비버리힐스와 달리 한국의 실리콘밸리는 중앙 정부 LH 주도로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판교밸리 개발은 성남시한텐 엄청난 수혜입니다. LH가 깔아주는 상하수도와 전기 설비와 공원이 결국 성남시 것이 되니까요. 판교특별회계라는 건 LH와 성남시의 득실을 회계상으로 정리해둔 부분입니다. 성남시민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성남시민을 위한 공공개발을 했으니까요. 성남시가 대한민국에 빚을 진 셈인거죠. 

그런데 당시 아무도 성남시한테 당장 판교개발비용을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판교특별회계엔 이자가 없습니다. 이자가 없다는 건 급한 빚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바꿔 말하면 당시 중앙 정부는 성남시한테 판교개발비용을 토해내게 해서 도시를 파산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외환 위기 시절 IMF처럼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파산시킨 건 성남시가 아니었습니다. 전임 이대엽 성남시 정부를 파산시킨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호화 청사 때문에 성남시가 파산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호화 청사는 문제였지만 호화 청사와 모라토리엄은 상관 관계이지 인과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으로 이대업의 성남시를 파산시키고 이재명의 성남시를 출범시킵니다.

지난 11월 20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충남 논산 화지중앙시장에서 갑자기 즉석 연설을 합니다. “민주당은 도대체 압도적 의석을 갖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신속하게 해치우면 좋겠다 했는데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고. 그래서 제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하겠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가겠다.” 비유하자면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셈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능합니다. 약자한텐 기회보다 위기가 더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지론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의 삶은 온갖 위기와 기회의 교차로처럼 보입니다. 나아가서 이재명 후보는 위기를 만들어서 기회를 만들어내기까지 합니다. 성남시 모라토리엄이 대표적이죠. 이재명의 민주당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이란 위기로 성남시 조직을 장악합니다. 당장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가 대장동이었습니다. 관건은 토지강제수용 여부였습니다. 투전판이 된 대장동은 토지를 강제수용하지 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했습니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감당하고서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민간개발사는 없었습니다. 해결책은 2007년 개정된 도시개발법이었습니다. 공공 지분이 50퍼센트 이상이면 민간개발사한테도 도시개발사업지에서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죠. 악법입니다. 민간업자한테까지 토지수용권을 부여해서 원주민들까지 강제로 내쫓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사실 도시개발법을 이용해서 대장동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이재명 시장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 설립된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가 대표적이었죠. 당시 대표가 지금 대장동 4인방으로 지목되고 있는 남욱 변호사입니다. 남욱 변호사는 도시개발법을 포함한 대장동 관련법에 정통합니다. 2009년 LH를 대장동에서 손 떼게 하는 로비 과정에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2014년에 8억 원을 받았다는 명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2015년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남욱 변호사 입장에선 도시개발법을 이용해서 대장동 토지를 헐값에 강제 수용하려면 지분 절반을 투자해줄 공공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2010년 6월에 이재명 시장이 당선됩니다. 성남 지방 권력이 교체된 것이죠. 이재명 시장은 선거에 승리한 직후부터 대장동을 공공개발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을 공공개발해줄 시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물론 공공 지분이 100퍼센트인 공공개발을 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가능하면 딱 51퍼센트면 충분했죠. 도시개발법상 토지강제수용이 가능한 최소한도 지분이었으니까요.

이재명 시장은 대장동 공공개발의 실무를 유동규한테 맡깁니다. 이재명 시장과 유동규는 2009년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이재명 캠프의 선거 전략상 2006년 시장 선거가 성남시의료원 선거였다면 2010년 시장 선거는 부동산 선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남시 리모델링 업자였던 유동규도 이때 측근이 됩니다. 이재명 시장은 우선 유동규를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앉힙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합니다. LH를 대신할 지방 공기업을 만든 것이죠.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본부장이 연결된 것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양쪽은 원하는 게 같았습니다. 공공개발 같은 민간개발 말입니다. 지금 대장동이 딱 그렇게 개발됐죠. 유동규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의 실세였습니다. 나중엔 이사장 직무대행까지 겸했죠. 남욱 변호사한텐 유동규 본부장은 성남시로 통하는 핫라인이었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시기에 유동규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유착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정작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은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성남시의원들은 이재명 시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서 대장동을 공영개발하려고 한다며 반발했습니다. LH가 물러가면서 민영개발을 하라고 한 대장동을 왜 지역개발공사까지 설립해가면서 공영개발을 하려고 하느냐는 반대 논리였죠. 이재명 시장은 민영개발로 개발 이익을 소수만 독점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대장동에 관한 이재명 대선 캠프의 방어 논리와 대동소이합니다.

정작 이재명 성남시청 뒷뜰에선 유동규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짬짜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영개발을 추진하고 있었죠.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과정에선 유동규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한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 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먼저 제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유동규와 남욱의 유착 사실을 알았는지 혹은 지시했는지 여부는 검찰이나 특검 조사로 밝혀야 할 일입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9월 14일 기자 회견을 통해 “대장동 개발은 5503억 원의 개발 이익을 공공에 환수한 모범적 공익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장동 공영개발을 모범적 공익 사업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결과적으로 특정 민영개발업자들한테 공영개발의 면죄부를 주고 토지수용권까지 보장해줘서 막대한 개발 이익까지 넘겨준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남시가 환수한 개발 이익은 5503억 원이 아니라 현금 1822억 원뿐입니다. 나머지는 공원과 주차장 조성 같은 기부채납입니다. 택지 개발에서 공원과 주차장 기부채납은 당연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현금 환수죠.

반면에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로 얻은 배당 현금은 1000억 원이 넘습니다. 심지어 남욱 변호사보다 더 많이 번 개인투자자도 있습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죠. 1200억 원을 벌었습니다. 심지어 김만배 대표의 아내와 누나도 각각 100억 원 씩을 벌었습니다. 아내와 누나가 대장동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872만 원씩입니다.


이재명 재선 시장의 탄생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시장 재선의 두 바퀴 축이었습니다. 이때 키맨이 등장합니다.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입니다. 최윤길 의장은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본부장을 연결시켜 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토건 세력과 신흥 지방 권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겁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은 공공개발의 탈을 쓴 민영개발을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였습니다. 최윤길 의장이 총대를 멨습니다. 최윤길은 2002년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성남시의원이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시의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우선 2012년 7월에 있을 성남시의장 선거에서 최윤길 의원을 최윤길 의장으로 옹립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이재명 시장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었습니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여소야대였습니다.

사실 최윤길 의원도 당시 소속은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2012년 7월 의장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 측과 가까운 최윤길 의원 대신 박권종 전 성남시의회 부의장을 후보로 내세웁니다. 이때 전대미문의 정치 거래가 펼쳐집니다. 최윤길 의원이 당론을 무시하고 출마해버린 겁니다. 뜻밖에도 새누리당 최윤길 의원을 당시 민주당 시의원들도 지지해 줍니다. 당시 최윤길 의원과 민주당 시의원 사이에서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도 돌았죠. 최윤길 의원은 성남시의회 하반기 의장으로 당선됩니다. 당연히 새누리당은 배신자 최윤길 의장을 제명합니다. 자연히 최윤길 의장은 당적을 민주당으로 바꿉니다. 덕분에 이재명 시장 후반기는 사실상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집니다.

2013년 2월 최윤길 의장의 주도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시의회를 전격 통과합니다. 최윤길 의장은 원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은 공산주의라고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이재명표 대장동 공영개발을 앞장서 반대했었죠.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죠. 이 시기에 최윤길 의장과 유동규 본부장은 골프 친구였습니다. 이재명표 대장동 공영개발이 사실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영개발이란 숨겨진 진실을 공유받았을 가능성이 있단 뜻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3년 9월에 전격 설립됩니다. 성남시의회를 평정한 불도저 유동규의 추진력이 만든 성과였습니다. 덕분에 유동규는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영전합니다.

이즈음 이재명 시장의 다른 숙원 사업도 첫 삽을 뜹니다. 2013년 11월 4일 성남시의료원 건립 공사 기공식을 갖습니다. 당시엔 2017년 7월 개원이 목표였죠. 실제론 2020년 7월 28일에 개원합니다. 3년이나 늦어진 건 솔직히 이재명 시장 탓이 적지 않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을 표준시장단가 방식으로 입찰합니다. 표준시장단가 방식은 이전 유사 공사 사례를 기준으로 입찰 예정가를 정하고 건설사가 그보다 얼마나 낮은 입찰가를 써내는지를 보고 낙찰가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한 마디로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이 무조건 싸게 건설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언뜻 시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성남시의료원의 입찰 예정가는 1436억 원이었습니다. 이것도 비현실적이라고들 했습니다. 심지어 여기에서 300억 원을 더 깎아서 1131억 원을 써낸 울트라건설이 낙찰됩니다. 설계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태영건설은 당연히 가격부분에서 울트라건설에 밀렸습니다. 정작 울트라건설은 1년 정도 터파기만 하다가 부도가 납니다. 무리한 저가 수주의 부작용이었죠.

이재명 시장은 표준시장단가 방식 대신 표준품셈 방식으로 입찰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표준품셈은 공정별 원가를 조사해서 합리적 표준비용을 정해 두고 입찰을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울트라건설처럼 시공사가 나자빠지는 사례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입니다. 이재명 시장은 표준시장단가 방식을 고집합니다. 이재명 시장의 아버지는 가난으로 절약을 생활화한 분이었습니다. 급기야 소년공 아들이 밤에 전깃불을 켜고 공부를 하는 것조차 절약을 이유로 막았었죠. 이재명 시장의 어린 시절 일기에선 이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합니다. 이재명 시장 본인도 성남시의료원에 근검 절약 설계를 요구합니다. 결국 성남시의료원은 울트라건설의 바통을 이어 받은 삼환건설까지 무너지면서 짓다 말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재명 시장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모라토리엄 상태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었죠. 이재명 시장은 2014년 1월에 모라토리엄 졸업을 선언합니다. 정치적으론 나쁠 게 없는 모라토리엄 설계였습니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가 재선을 앞두고 모라토리엄 졸업을 선언한 것이죠. 실제로 성남시 재정이 건전해졌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재명 시장은 재임 기간 중 판교특별회계 5400억 원 가운데 3500억 원을 현금으로 갚았습니다. 정작 성남시 지방채는 2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관건은 이자입니다. 판교특별회계엔 이자가 없습니다. 지방채엔 이자가 붙습니다. 카드론으로 은행 대출을 갚은 셈입니다. 판교특별회계 잔여금은 2021년 현재에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라토리엄도 아닙니다. 어차피 이자가 없으니까요.

어쨌든 이재명 시장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합니다. 득표율은 55.05퍼센트로 2010년 선거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수훈갑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리마저 내던지고 이재명 재선에 올인한 유동규와 당적까지 바꾸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재명 시장과 맞붙었던 새누리당 후보가 신영수 전 국회의원입니다. 이재명 시장 이전엔 대장동 개발에 직간적접으로 간여했던 인사죠. LH가 대장동에서 손을 떼게 된 건 이재명 시장의 작품이 아니라 신영수 의원의 작품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작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청을 차지하면서 신영수 의원은 재주만 넘은 곰이 된 꼴이었죠. 2014년 성남시장 선거는 겉으론 복지 정책인 성남의료원이나 재정 정책인 모라토리엄이 쟁점이었을진 몰라도 본질적으론 부동산 정책인 대장동 개발권을 달린 리턴 매치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엄청난 이권이 걸린 선거였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조선일보》는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담당했던 대행 업체가 43억 원을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이 돈이 다시 이재명 재선 선거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러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내용이었죠. 서울중앙지검은 43억 원이 실제로 이재명 시장 재선 캠프로 흘러들어갔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대장동 의혹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여당 대선 후보가 과거 공직 선거 과정에서 검은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일보》보도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이재명 재선이 대장동 개발을 위해 유리하다고 2014년 4월 30일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에서 공개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아가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유동규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성남시장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이었죠.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서 남욱 변호사의 말은 모두 현실이 됩니다.


그분의 탄생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6일이 설립됐습니다. 화천대유의 뜻은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주역에서 화천은 불이 하늘을 치솟는 형상을 말합니다. 큰 뜻이 도모되는 것이죠. 대유는 큰 뜻이 하늘에서 천하를 내리비추는 것을 말합니다. 화천대유는 솔직히 일개 부동산개발사의 이름으론 좀 과합니다. 대선 프로젝트 정도의 격이죠.

화천대유가 설립된 2월 6일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선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킨 날입니다. 이날 유동규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안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전권을 확보합니다. 대장동사업 개발 담당 부서를 바꾸고 담당자를 최측근으로 선임한 다음 유동규 별동대로 불렸던 전략사업실과 함께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합니다. 사실상 사장까지 무시하고 개발본부를 기획본부장이 장악한 것이죠. 2015년 2월 6일은 성남시청 안과 밖에서 화천의 불길이 동시에 치솟은 날입니다.
 
불과 일주일 뒤인 2015년 2월 13일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공고가 나갑니다. 한 달 뒤인 3월 11일엔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황무성 사장이 갑자기 사임합니다. 3월 27일 최종 사업자 선정을 보름가량 앞둔 시점이었죠. 이때 황무성 사장한테 사퇴를 압박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입니다. 지금은 포천도시공사 사장을 맡고 있죠. 당시 성남시청에서 유동규 기획본부장은 유원으로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은 유투로 통했습니다. 여기에 막후에서만 움직이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까지가 이재명 성남시청의 실세들이었습니다.

정진상 실장은 유동규 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에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에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정진상 실장은 지금은 이재명 대선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유동규가 성남시장 시절 측근이라면, 정진상 실장은 경기지사 시절에도 정책실장을 맡겼고 대선 후보 시절에도 비서실 부실장을 맡길 정도의 복심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유동규 측근설을 부인하면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정도는 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습니다.

황무성 사장을 사퇴시킨 다음부턴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 대리로서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을 주도합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3월 26일 사업계획서를 접수받고 불과 24시간 만에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개발사로 선정합니다. 이때 각종 공문을 작성하고 사실상 공모의 법적 절차를 설계한 인물이 정민용 변호사입니다. 민간사업자 선정 심사위원도 정민용 변호사가 맡았죠. 정민용 변호사는 당시 유원 별동대로 불린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기획실 소속이었습니다. 정민용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이었습니다. 성남의뜰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딱 1830억 원으로 제한한 실무자입니다. 반면에 화천대유의 이익은 얼마가 나든 상관없도록 초과이익환수조항을 빼버린 실무자입니다. 당시 전략투자팀원의 문제 제기까지 묵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런데 정민용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후배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도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본부장의 연결 고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동규 본부장과 더불어 이재명 시장한테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을 담은 공모지침서를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라인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유원이든 유투든 남욱 변호사든 정민용 변호사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정진상 실장까지만 연결됩니다. 이재명 시장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재명 시장과 연결되는 건 오직 정진상 실장뿐입니다. 정진상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땐 성남시 정책실장이었습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경기도 정책실장이었습니다. 대선 후보인 지금은 비서실 부실장입니다. 이재명으로 통하는 길목엔 언제나 정진상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전형적인 변호사 사무실 구조입니다. 변호사와 사무장의 관계죠. 아닌 게 아니라 정진상 실장은 이재명 변호사의 사무장 출신입니다.

대장동 개발권을 따낸 화천대유는 2015년 7월에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합니다. 2015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 4개월여는 대장동의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 기간입니다. 유동규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대행을 맡은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성남의뜰의 총자본금은 50억 원입니다. 성남의뜰의 지분 50퍼센트 더하기 1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갖습니다. 그래야 도시개발법에 따라 대장동 토지강제수용이 가능해지니까요. 화천대유는 5000만 원을 투자합니다. 1퍼센트죠. SK증권이 3억 원을 투자합니다. 6퍼센트입니다. 나머지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부동산금융으로 매웁니다. 문제는 합해서 7퍼센트인 화천대유와 SK증권이 대장동 개발로 각각 577억 원과 3463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지분이 절반 이상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당금 1830억 원을 압도하고 남습니다.

여기서 김만배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등장합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이미 2009년부터 대장동과 연결돼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YTN 출신으로 나중에 머니투데이로 자리를 옮기는 배성준 법조팀장이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부국장을 연결시켜 준 것으로 알려집니다. 남욱 변호사의 아내는 MBC 정시내 기자입니다. 언론 인맥으로 연결 고리가 없지 않았죠. 반면에 김만배 부국장과 이재명 후보의 연결 고리가 겉으로 드러난 건 2014년 7월 한 차례 인터뷰가 전부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인맥은 성남 라인과 경기 라인과 국회 라인 정도로 분류됩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가 됐으니까요.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선 각각의 인맥을 놈과 사람과 분으로 구분한다는 뒷얘기마저 있습니다. 이걸 좀 다르게 나눠볼 수도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기준입니다. 이재명 인맥엔 부동산 개발 같은 돈이 오가는 머니 라인과 정치와 정책과 홍보처럼 권력을 움직이는 권력 라인 사이에 일종의 방화벽이 있어 보입니다. 돈 라인의 대표적인 인물이 유동규라면 권력 라인의 대표적인 인물이 김용입니다. 김용 경기도지사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도 인정하는 측근입니다. 성남시 국회의원 출마를 노리고 있습니다. 방화벽을 넘나드는 건 오직 정진상 실장뿐이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와 이재명 경기도가 모두 정진상을 중심으로 한 점조직처럼 운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만배 부국장도 따지고 보면 머니 라인입니다. 머니 라인은 이재명 후보와 공식적인 연결 고리는 없지만 음양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만배 부국장은 화천대유를 설립한 대주주입니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유동규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쿠데타에 맞춰 급조된 회사입니다. 결과적으로 김만배 부국장은 화천대유로 거부가 됐습니다. 화천대유에는 천화동인이라는 이름의 자회사들이 있습니다. 7호까지 있습니다. 설립 목적은 대장동에서 벌어들인 화천대유의 배당금을 자회사에 재배당하는 형식으로 분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욱 변호사가 천하동인 4호입니다. 대장동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천하동인 5호입니다. 남욱 변호사의 지인인 조현성 변호사가 천하동인 6호입니다. 나머지 천하동인 1호와 2호와 3호 그리고 7호는 모두 김만배 부국장 본인과 아내와 누나 그리고 측근인 머니투데이 배성준 법조팀장의 소유입니다. 남욱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 본부장 그리고 대학후배이자 변호사인 정민용 전략투자팀장과 손발을 맞춰 왔습니다. 계산해보면 김만배 부국장과 남욱 변호사가 화천대유의 배당금 4000억 원을 양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남욱 변호사의 역할은 천하동인 이전에 2009년 대장동프로젝트금융투자 시절까지 더하면 더 길고 커집니다. 남욱 변호사를 대장동에 끌어들인 인물은 대장동이 무주공산이던 시절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씨세븐이라는 부동산 개발사의 이강길 대표입니다. 2009년만 해도 LH주도의 공공개발이 논의되던 때라 씨세븐 주도의 대장동 개발 계획은 번번이 무산됐죠. 이강길 씨세븐 대표는 자문단을 구성합니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자문단으로 합류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이강길 씨세븐 대표가 대장동 개발을 억지로 포기하면서 남욱 변호사가 사실상 씨세븐을 인수합니다. 2010년 6월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고 7월 LH가 빠지면서 남욱 변호사한테 대장동이 굴러들어옵니다. 성남시에서 누군가 공공개발 같은 민영개발을 설계했다면 씨세븐을 통해 대장통에 터를 닦아 놓은 남욱 변호사야말로 최적의 파트너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김만배 부국장의 역할은 모호합니다. 정작 김만배 부국장은 남욱 변호사보다 큰 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성남시 대장동 안팎에서 화천대유가 활활 타오르던 2015년 6월에 남욱 변호사는 갑자기 검찰에 구속 기소됩니다. 2009년에 LH가 대장동에서 빠지도록 국회의원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였죠. 남욱 변호사에게 로비 자금 명복으로 8억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이강길 씨세븐 대표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6년 전 일로 갑자기 덜미가 잡힌 겁니다. 사실 이 사건 수사는 경찰 내사로 시작됐습니다. 2014년 1월이었죠. 먼저 이강길 씨세븐 대표가 조사를 받습니다. 결국 국회의원 로비 자금으로 남욱 변호사에게 5억 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냅니다. 여기서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넘어갑니다. 유동규 본부장이 2015년 2월 6일 대장동 쿠데타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접수하고 김만배 부국장이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화천대유를 설립하고 불과 한 달 만에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자로 선정하는 시기는 남욱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기와 포개집니다. 다시 말해서 남욱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긴 어려워진 상태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남욱 변호사가 검찰에 체포되고 수원지검의 수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화천대유가 대장동을 접수해야만 했습니다. 시간 싸움이었죠.

화천대유의 지분 구조는 김만배쪽과 남욱쪽이 거의 반반씩입니다.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지분 구조도 공영쪽인 성남시와 민영쪽인 금융사와 화천대유로 양분됩니다. 애당초 이재명 시장이 설계한 대장동 개발의 기본은 민관 합동개발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반반이었다면 화천대유의 이익 분배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요. 남욱 변호사는 민영쪽을 대표한다면 김만배 부국장은 공영쪽을 대신하는 건 아닐까요. 이번 대장동 수사의 스모킹건은 천하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입니다. 녹취록에서 김만배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합니다. 남욱 변호사 역시 지난 10월 1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부인하지 않습니다. “녹취록에 나온다고 하면 맞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추측성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 김만배 부국장과 남욱 변호사는 나중에 말을 바꿉니다. 천하동인 1호의 배당금은 1208억 원입니다. 그분 몫은 604억 원입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천하동인 1호 김만배 부국장과 천하동인 4호 남욱 변호사는 배임과 뇌물공여죄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천하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는 배임 공범이지만 검찰 조사에 협조했단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사실 진짜 키맨은 구속도 기소도 안 된 인물입니다. 대장동 공모지침서를 이재명 시장에게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정민용 변호사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실장으로서 법무적 실무를 모두 담당했기 때문에 수사의 결정적 제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민용 변호사는 검찰과 일종의 폴리바게닝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본부장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을 자술해서 구속을 피했습니다. 정민용 변호사가 이재명 시장에게 대장동 개발 공모 지침서를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을 검찰에서 했다는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사실이라면 기소도 피한 정민용 변호사의 입에서 그분의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단 의미입니다.

정민용 변호사는 대장동에서 지분을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소속의 공무원이라 화천대유에 대놓고 지분을 투자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유동규 본부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만일 수밖에 없었겠죠. 김만배 부국장의 아내와 누나까지 투자를 하는 마당에 말입니다. 아내와 누나 지분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요. 천하동인 6호는 조현상 변호사입니다. 정민용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역시 남욱 변호사의 인맥입니다. 조현상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초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291억 원을 조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천하동인 6호로 2400만 원을 투자해서 282억 원을 벌었죠. 정민용 변호사와 대비됩니다. 정민용 변호사는 2020년 성남시에서 해임됐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계속 근무했지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오전 근무 시간에는 수영 강습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해임 사유는 표면적으론 수영 강습이었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겠죠. 성남시를 떠난 정민용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유원홀딩스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유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시절 유동규 본부장의 별칭입니다.

유원홀딩스는 사업 목적이 50여 개에 달하는 회사입니다. 부동산 개발업부터 영화제작업에 심지어 다시마 비료 수입업까지 다양합니다. 남욱 변호사가 여기에 35억 원을 투자했죠. 검찰은 이 돈이 사실상 사후수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영학 회계사의 검찰 녹취록에는 2020년 10월에 김만배 부국장과 유동규 본부장 그리고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 배당금에서 유동규와 정민용 몫을 어떻게 전달할지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나옵니다. 회사를 설립해서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렇게 세탁된 범죄 자금이 은닉돼 고이는 회사를 흔히 저수지라고 부릅니다. 유원홀딩스가 설립된 건 2020년 11월 10일입니다. 정민용 변호사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유원홀딩스 대표로 재직합니다. 이때 어떤 식으로든 화천대유 배당금이 흘러간 것으로 의심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재명 대선 후보와 또 다른 연결 고리가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중앙일보》가 지난 10월 6일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유원홀딩스와 《M이코노미뉴스》가 유착 관계라는 게 골자입니다. 《M이코노미뉴스》는 MBC에서 발행하던 경제매거진의 후신입니다. 《M이코노미뉴스》는 통상 친이재명계 언론으로 분류됩니다. 201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조재성 대표는 MBC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언론인입니다. 유동규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하던 시절 영화제작투자에 몰두했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조재성 대표는 2019년 《M이코노미뉴스》를 떠나 2019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습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이나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이나 결국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사권 아래에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측근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유동규의 영향력이 사실은 경기도정에서도 이어졌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재성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정 사장과 일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 사장은 정민용 변호사를 말합니다. 10월 6일 당시만 해도 일주일 전 검찰에 체포된 유동규에만 관심이 집중된 시기였습니다. 사실 정민용이 대장동의 숨은 키맨이었는데 말입니다. 《M이코노미뉴스》홈페이지엔 지금도 다시마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프라임 레터 〈이재명의 탄생〉 3화는 〈이재명 후보의 탄생〉입니다.
11월 28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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