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24시간 방송하는 디지털 라디오 ‘모노클 24’를 론칭했다. 수많은 매체들이 팟캐스트에 뛰어들었던 당시, 왜 라디오였을까. 모노클은 진성 독자가 언제 어디서나 고급 콘텐츠를 소비하게 할 방법을 연구한 결과, 라디오라는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모노클 24는 UBS, 루프트한자,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기업을 광고주로 두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월간 청취자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
모노클은 모든 분야에서 ‘마이 웨이’를 고수한다. 세계 유수의 미디어 기업들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뉴스룸을 혁신하고 있지만 모노클은 서두르지 않는다. 2016년 CNN과 쿼츠, 뉴욕타임스가 앞다투어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하며 하이테크 기술을 자랑할 때, 모노클은 고유의 방식으로 고객과의 유대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모노클 홈페이지에서는 직원과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다. 지난해 “모노클 트래블 가이드의 서울편도 나올 예정이냐?”고 묻자 담당 직원은 즉각 “2018년 봄으로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언젠가 주소가 바뀐 뒤 매거진이 배송되지 않아 모노클 공식 계정으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고객 관계 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담당 직원은 신속한 회신과 함께 모노클 아카이브의 온라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모노클의 프리미엄 전략은 콘텐츠뿐 아니라 독자 서비스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느꼈다.
소셜 미디어 운영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매체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소통에 힘을 쏟는 것과 달리 모노클은 이메일 뉴스레터 ‘The Monocle Minute’ 외에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창간 멤버인 앤드루 턱(Andrew Tuck) 에디터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가 왜 (경쟁자인) 그들을 도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모노클의 프린트 퍼스트 전략은 이코노미스트의 운영 방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우직함을 넘어 거만하기까지 한 이코노미스트의 마케팅 전략과 상당 부분이 닮았다. 두 매체 모두 종이 제품 의존도가 매우 높다. 온라인 콘텐츠에는 하이퍼링크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업데이트도 자주 하지 않는다. 미디어 기업가인 존 바텔(John Batelle)이 2006년 이코노미스트의 온라인 운영 방식에 대해 “오늘날의 뉴스 생태계에서는 자신을 대화와 단절시키는 행위가 가장 큰 죄악”이라고 경고했지만, 인쇄 산업 역사상 최악의 해로 꼽히는 2009년 이코노미스트의 수익은 오히려 6퍼센트 성장했다. 그해 광고 수익과 영업 이익은 모두 25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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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은 창간 7년 만에 1억 1500만 달러(약 1240억 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했는데, 매출의 20~25퍼센트를 차지하는 네이티브 광고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모노클 본문의 1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네이티브 광고는 콘텐츠 소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2018년 5월호(113호)에 실린 무인 자동차 관련 네이티브 광고는 아우디와 합작해서 만들었다. 마블 코믹스를 연상시키는 만화와 인터뷰 형식으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정치적·사회적으로 파급력 있는 기사가 적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노클은 ‘보는 잡지’에 가깝다. 한 권을 다 보고 나서도 종종 ‘커버스토리가 뭐였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모노클이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개별 기자들의 명성이나 영향력도 크지 않다. 2011년 모노클 24 라디오를 시작하고 나서야 독자들이 모노클의 필진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앤드루 턱 에디터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는 모노클의 ‘왜색’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있다. 2014년 9월 일본 닛케이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모노클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이후 일본풍의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반영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2] 디자인팀의 구성원은 대부분 일본인이다. 런던 본사의 이름인 미도리 하우스의 미도리는 일본어로 초록색을 뜻한다. 모노클 카페에서는 일본식 녹차인 말차(抹茶) 디저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창업자인 브륄레가 개인적으로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