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앱, 유럽의 모든 뉴스
업데이(Upday)는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인 독일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의 자회사 upday GmbH & Co. KG가 2016년 2월 정식 출시한 뉴스 큐레이션 앱이다. 앞서 2015년 9월 악셀슈프링어와 삼성전자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업데이 론칭을 위한 벤처 설립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협업은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 악셀슈프링어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14년 만남에서 시작됐다.
업데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만 콘텐츠를 독점 공급한다. 페이스북과 구글, 유튜브가 미디어 플랫폼을 장악해 가는 상황에서, 악셀슈프링어와 삼성전자는 공동 개발한 자체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앱의 첫 화면에는 ‘Upday for Samsung’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 있다. 서비스는 독일, 폴란드, 영국, 프랑스를 시작으로 2018년 6월 기준 유럽 16개국에 제공되고 있다.
이 뉴스 앱은 출시 10주 만에 사용자 150만 명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2018년 2월 월간 사용자 수 25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 2년 만에 16배 성장한 것이다. 일간 페이지뷰는 10억 뷰에 달해, 구글 뉴스 앱의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자체 콘텐츠 생산 없이 출시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업데이의 누적 방문자 수는 2018년 4월 기준 5억 7700만 명을 돌파해 독일 온라인 뉴스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독일 일간지 빌트(Bild, 3억 8300만 명), 3위는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2억 3400만 명)이다. 독일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빌트도 악셀슈프링어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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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는 저널리스트가 직접 고른 주요 뉴스인 ‘톱뉴스(Top News)’와 자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마이 뉴스(My News)’로 구성된다. 톱뉴스는 숙련된 에디터가 뉴스를 선별해 상황별로 제공하는 콘텐츠다. 하루 평균 20개가 조금 넘는다. 독자들이 굳이 여러 기사를 찾아 읽지 않아도 어떤 이슈가 중요한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 뉴스는 테크, 비즈니스, 스포츠, 동물 등 사용자가 지정한 관심 분야의 소식만을 골라 전달한다.
2000년대 초부터 디지털 전환에 주력해 온 악셀슈프링어는 2017년 매출의 80퍼센트를 디지털 분야에서 올렸다. 이 회사는 2015년 초 파이낸셜타임스 인수에 도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도 주목을 받았다. 악셀슈프링어는 같은 해 9월 3억 4300만 달러에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를 사들였다. 악셀슈프링어가 지난 10여 년간 인수한 디지털 기업은 150개가 넘는다.
업데이 앱은 서비스 지역인 유럽 16개국에서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애플 뉴스가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베를린에 있는 본사를 방문했을 때 업데이를 써볼 기회가 있었다. 카드 한 장에 기사 한 꼭지가 담겨 있는 카드 뉴스 형식이다. 하지만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낚시성’ 카드 뉴스와는 다르다. 업데이는 카드 한 장을 보고도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뉴스 큐레이션 앱 플립보드(Flipboard)와 비슷하다. 플립보드가 이미지와 기사 본문의 일부를 보여 준다면, 업데이는 이미지와 함께 요약 글 두세 문장을 보여 준다. 가령 미국의 민간 우주 항공 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폭발 기사에서는 사고에 관한 리드 문장과 함께 일론 머스크 CEO의 관련 발언이,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 기사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유출된 정황과 함께 피해자 규모가 8700만 명에 달한다는 내용이 요약되어 나타난다.
얀 에릭 페터스(Jan-Eric Peters)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제품책임자)는 이 점이 업데이의 강점 중 하나라고 말한다. 최상급 알고리즘 기술로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기사를 적절히 추천할 뿐만 아니라, 노련한 저널리스트가 기사의 핵심을 요약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것과 달리 업데이는 에디터가 선별한 ‘진짜 뉴스’만 제공한다는 게 페터스 CPO의 말이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퍼블리셔가 3500개에 달하는 것도 이 앱의 큰 강점이다. ‘하나의 앱, 유럽의 모든 뉴스’는 업데이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퍼블리셔 중에는 BBC와 파이낸셜타임스, 슈피겔과 같은 대형 언론사뿐만 아니라 유명 블로거도 있다.
업데이에는 배너 광고가 없다. 군더더기 없이 콘텐츠로만 화면이 구성되어 있어 가독성이 높다. 대신 주로 네이티브 광고를 게재한다. 뉴스 카드 열 장마다 한 장씩 광고가 노출되는데,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보여 준다.
업데이의 폭발적인 성장은 악셀슈프링어의 막대한 투자와 삼성전자 디바이스의 결합 덕분에 가능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갤럭시는 업데이 앱이 설치된 상태로 유통된다. 삼성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좋든 싫든 업데이 앱을 쓰게 된다는 얘기다. 론칭한 해인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폭발이라는 대형 악재가 있었지만, 별다른 영향 없이 순항하는 모양새다.
얀 에릭 페터스 부대표 인터뷰; “저널리즘과 알고리즘의 결합…3500개 매체 큐레이션”
독일 베를린의 중심가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있는 업데이 뉴스룸에서 얀 에릭 페터스 업데이 CPO 겸 부대표를 만났다. 업데이 뉴스룸은 베를린 장벽 터에 있는 모기업 악셀슈프링어 본사의 서쪽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오후, 통유리로 둘러싸인 사옥 내부에서는 우산을 든 행인들이 내려다보였다.
페터스 CPO는 2016년 초 업데이에 합류했다. 자신을 ‘30년 차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그는 짙은 색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젊은 뉴스룸’을 표방하는 업데이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그는 여느 스타트업 멤버처럼 민첩했고 소탈했다. 후디(hoodie)를 입은 20대 엔지니어와 수시로 대화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던 페터스 CPO는 최근까지 이어진 이메일 인터뷰에 빠르게 회신했다.
그는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의 편집국장과 뉴스 채널 N24의 보도국장을 10년 이상 역임했다. 국장 재임 시절 디벨트를 종이 신문과 TV, 온라인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미디어로 전환시켰다.
페터스 CPO는 인터뷰에 앞서 뉴스룸 곳곳을 직접 안내했다. 업데이 사무실은 크게 편집팀, 마케팅팀, 개발팀, 품질관리팀, 요가실, 요리실, 게임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