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하면 흔히 영상 플랫폼을 떠올린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아마존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디즈니, 타임워너 등 방송·통신 기업들은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례다. 디지털 기술로 산업 구조가 재편된 영상, 음원 시장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검색에서 추천으로 진화했다.
미디어 혁신의 힘은 이제 텍스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 음원에 비해 더뎌 보였던 텍스트 시장의 변화는 최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2년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이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연 데 이어, 카드 뉴스나 리스티클(목록 형태의 기사) 같은 새로운 포맷도 등장했다. 텍스트 미디어의 변혁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 혁신의 최신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서는 텍스트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가 만난 9곳의 텍스트 미디어는 모두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형식의 다양성은 거의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고,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 콘텐츠를 담는 틀의 경계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쿼츠와 악시오스는 모바일 읽기 환경에 최적화된 저널리즘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한눈에 핵심을 볼 수 있는 짧은 기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더하는 형태는 기존의 신문 기사 형태를 과감히 버린 결과다. 블록체인으로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만드는 스팀잇, 현업에서 뛰고 있는 저자와 독자의 공감대에 초점을 맞추는 퍼블리, 전문가의 기자화를 통해 깊이와 시의성을 담는 북저널리즘은 기자나 작가로 대표되는 기성 콘텐츠 공급자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GE리포트는 기성 매체의 소비자 혹은 광고주였던 기업이 직접 고급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다.
미디어의 사업 영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미디어 그룹 악셀슈프링어가 삼성전자와 협업해 만든 서비스 업데이는 유럽의 모든 뉴스를 큐레이션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공급하는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의 루빅스는 사용자의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방문자 수를 43퍼센트나 늘렸다. 모노클은 잡지라는 올드 미디어를 주축으로 상품 판매, 부동산 사업 등 라이프 스타일을 아우르는 미디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한다’는 미디어의 정의가 가장 명확하게 구현되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본래 미디어는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전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 진정한 독자·소비자 중심의 시대, 무경계 미디어 시대의 막이 올랐다.
김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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