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의 반대자들은 캐나다의 경우가 결국 사람들을 살리려고 돕기 전에 죽이려고 돕기부터 하는 결과로 끝나지 않겠느냐고 두려움을 표한다.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사회가 그들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택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다. 그들은 특히 학대, 인종차별, 가난 등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점이 진실일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온 데이터에 따르면 조력사를 선택하는 이들 중에는 교육받은 백인 중산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메이드의 적용 범위를 정신질환만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확대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차별이 될 것이라는 이유다. 많은 캐나다인들이 이를 난처한 문제라고 본다(표2 참조). 그들은 의사들이 많은 정신질환의 증상 중 하나인 자살 충동을 방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10분의 1이 자살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의학적 이해가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고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도 무척 미진한 상황에서 과연 환자가 가능한 치료요법을 모두 시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퀘벡의 정신과 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모나 굽타는 난치성 정신질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소평가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대중문화에서 묘사한 것으로만 봤지 진짜 심각한 환자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탈출구
몇 십 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아 온 존 스컬리도 이에 동의한다. 기자가 밤중에 토론토의 자택에서 만난 80세의 스컬리는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목격했던 무서운 장면들에 시달리고 있다. 독수리가 갈기갈기 찢은 시체, 그를 쏘려고 겨누었던 AK-47 소총 같은 장면들이다. 그는 또한 육체적인 고통도 겪고 있다. “치료법이 없어요.” 스컬리가 말했다. 열아홉 번의 충격 요법과 셀 수 없는 약물 처방, 정신과 환자로 보낸 여섯 번의 입원 모두 그에게 안식을 안겨주는 데 실패했다. 그가 믿는 “딱 한 가지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조력 자살이다. 그는 조력사를 그냥 자살보다 더 존엄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미 그는 두 번 자살을 시도했고, 조력사 쪽이 가족에게도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명윤리학자와 마찬가지도, 굽타 박사 역시 정신질환이 만성적인 육체적 고통을 야기하는 다른 질환과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 말에 따르면 의사 입장에서는 죽음에 대한 충동적인 소망과 신중하게 고려된 소망을 구별하는 평가 과정과 환자의 정신적 능력이 충분한지 결정하는 평가 과정은 거의 똑같을 것이라 한다. 2020년에 네덜란드에서는 88명의 정신질환 환자들만이 도움을 요청하여 안락사 클리닉의 승인을 얻었는데, 이는 전체 신청자의 12퍼센트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운을 낸다.
한때 자국의 안락사 법을 지지했던 네덜란드의 윤리학자 테오 보어는 캐나다가 네덜란드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20년 전 네덜란드 의사들이 조력사 합법화를 밀어붙인 이래 자발적 안락사는 “끔찍한 죽음을 방지하는 최후의 수단에서 끔찍한 삶을 방지하는 최후의 수단”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왕절개가 탄생에 이르는 지름길이듯 자발적 안락사는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보어는 네덜란드 전체 사망자의 25분의 1이 조력 자살인데, 몇몇 도시에서는 그 수치가 7분의 1까지 치솟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치매 환자가 죽음을 선택하면 종종 상황이 모호해진다. 2016년 심각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네덜란드 여성이 안락사 과정에서 정신이 들었다. 그녀가 발버둥치는 동안 가족들이 그녀를 붙들고 내리눌러야 했다. 그녀는 치매에 잠식당하기 전에 서면으로 안락사를 신청했고, 의사는 그 선택에 우선순위를 뒀다. 2020년 의사는 불법 혐의를 완전히 벗었고, 대법원은 설사 환자가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소망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한다 해도, 중증 치매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실행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기소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해에 평균 두 건 정도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안락사 사례들 중 일부를 진행했던 노인병의사 베르트 카이저는 새로운 지침이 심히 거북하다. 안락사는 보통 환자, 의사, 가족의 동의를 받고 진행된다. 하지만 치매의 경우, 그가 사려 깊게 말하는 바에 따르면 “진짜 핵심 당사자가 정작 그 일에서 제외되고 말지요.” 법원의 판결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과거 모습이 지금 현재의 모습보다 더 가치 있다는 판단이다. 살고 싶었던 사람이 살겠다는 선택을 거부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향후의 문제들
반면 스위스 법은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또 다른 두려움을 낳는다. 알렉스 판돌포는 치매가 이르게 발병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죽겠다고 결심했지만 이미 한 번 죽을 날짜를 미룬 바 있다. 만약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 그는 자기가 원치 않는 미래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일부 조력사 지지자들은 자격 범위를 확대시켜 자신이 ‘완전한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그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압력을 넣는다. 2020년 네덜란드의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66’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7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살용 알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해 주자는 법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위트레히트 소재 인문연구 대학의 조사 결과를 지적하는데, 그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죽음에 대한 소망은 바뀌기 쉬우며 이런 소망은 어떤 경우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생겨난다. 진짜로 죽고 싶은 사람은 적고, 그런 사람들은 2016년에 설립된 위원회에서 제시한 안락사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반면 법안의 지지자들은 설사 나중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안락사를 택한다 해도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력사 캠페인을 벌이는 디그니타스 멤버 중 3퍼센트만이 삶을 마감하기 위해 남의 도움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