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가 처음으로 판매한 미술 작품 역시 할스의 그림이었다. 그것은 진품이었으며, 모자를 쓴 신사를 그린 〈검은 옷을 입은 남자(Man in Black)〉라는 제목의 반신 초상화였다. 소더비는 1913년까지 100여 년 동안 주로 책을 다루어왔다. 예술품은 그저 미미한 부업일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해에 소더비의 파트너 한 명이 회사에 위탁된 할스의 작품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 관행대로 크리스티(Christie)로 전달하는 대신 그것을 직접 경매에 내놓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9000파운드에 판매되었다. 이는 크리스티가 그 작품을 1885년에 약 5파운드에 판매한 이후로 매년 26퍼센트의 수익률이 더해진 가격이었다. 소더비로서는 그림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그들은 예술품과 보석, 부동산을 모두 합해서 55억 달러어치의 자산을 판매했다.
소더비에게 작품의 진위는 단순히 학술적인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거기에는 서양미술사에서 오래도록 주장과 반박이 이어져 온 ‘진품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평가인 얼라인 사리넨(Aline Saarinen)은 언젠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어떤 위작이 너무나도 전문적으로 제작되어서, 심지어 철저한 검사와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마친 후에도 여전히 진위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남겨 둬야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진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만족스러운 미술작품일까, 아닐까?” 일반적으로 이러한 논의는 매번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물론 진위 여부는 중요하다. 렘브란트(Rembrandt)의 위작을 진품인 줄 알고 연구한다면, 화가인 렘브란트 개인만이 아니라 미술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방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이 지닌 철학적인 속성은 이제 재정적인 위기로 대체되었다. 미술 시장이 미술 자체와 동의어가 된 시대에 작품의 진위에 대한 관심의 부족은 렘브란트의 진품이 지니는 희소성을 거래하는 시장의 관행에 탈선을 불러올 것이다.
노골적인 위조에 대해서는 잠시 제쳐두고, “진본성(authenticity)”에 대한 논의를 하다 보면 마치 작은 옆문들처럼 아주 혼탁한 의미론의 세계가 열린다. 미술사학자들은 진본성에 있어서 ‘~가 그린(painted by)’, ‘~의 손을 거친(hand of)’, ‘~의 작업실(studio of)’, ‘circle of(~의 서클)’, ‘~의 양식(style of)’, ‘~의 사본(copy of)’ 등 다양한 차원의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미술가가 직접 그린 것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진다. 이런 미묘한 차이에 덧칠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까지 더해지면 사안은 더욱 복잡해진다. 비평가들은 〈살바토르 문디〉를 두고 아주 많이, 그리고 너무도 심하게 재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것은 다 빈치의 그림이라기보다는 복원가들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도적인 위작, 잘못된 판정, 형편없는 복원 등이 모두 진본성의 영역을 침범한다. 1977년까지 관장을 포함해 20년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근무했던 토마스 호빙(Thomas Hoving)은 지금까지 최소한 5만 점의 예술품을 검사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거짓 인상(False Impressions)》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세상에 진품만큼이나 거짓 작품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다른 모든 유형의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위조범들은 그들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검사 기술에 보조를 맞춰왔다. 어떤 그림의 추정 연대와 거기에 사용된 재료의 제작 시기가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마틴이 가진 기술의 핵심이다. 그래서 위조범들도 재료를 선정하는 데 더욱 엄격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예를 들면 그들은 위조하고자 하는 그림과 같은 연대에 만들어진 가구에서 나무판자를 잘라내 사용한다. 물론 이런 속임수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17세기의 사기꾼이었던 테린치오 다 우르비노(Terenzio da Urbino)는 여기저기를 뒤져서 더럽고 오래된 캔버스와 프레임을 찾아냈고, 그것을 깨끗이 씻어서 ‘라파엘’의 작품들로 바꿨다. 또한 위조범들은 자신이 만든 위작이 합격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자체적인 테스트를 수행한다. 4500만 달러 상당의 그림들을 위조해서 3년 동안 수감되었던 독일의 화가 볼프강 벨트라키(Wolfgang Beltracchi)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X선 형광(X-ray fluorescence) 검사기 아래에 놓고 화학 성분을 조사했다. 마치 〈스타트렉〉의 페이저(phaser)를 연상시키는 이 휴대형 기기는 현재 수많은 미술 전시회에서 작품을 검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미술 시장의 과잉에 대해 다룬 《호황의 어두운 면(Dark Side of the Boom)》을 쓴 조지나 애덤(Georgina Adam)은 현재 많은 위조범이 모방할 대상으로 영리하게 20세기의 화가들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20세기 화가들은 지금도 구할 수 있는 물감과 캔버스를 사용했고, 그들의 추상적인 표현이 모방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을 위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모딜리아니(Modigliani) 같은 화가의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작을 가려내는 게 더 쉬워졌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의 말이다. 2018년 1월에 제노바에서 모딜리아니의 전시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전시된 21점의 그림들 가운데 20개가 위조품으로 밝혀졌다.
미술 시장으로 밀려오는 자금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작품의 진위를 판정하는 일은 위험하고 난처한 모험이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큰 금액을 잃게 될지 알고 있는 수집가들은 작품의 진위에 대한 최종적인 권위자인 학자들과 감정가들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면 서슴없이 그들을 법정에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들의 명성, 더불어 은행 잔고까지도, 이러한 상황에 휘말려 위축될 것을 우려해 이 게임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20세기 몇몇 미술가의 유산 집행인들은 한때 진위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그 작품을 가장 잘 안다고 여겨지는 전문가들이나 예전의 동료들 또는 친구들로 구성된 인증 위원회를 만들었다. 2007년, 조 사이먼 웰런(Joe Simon-Whelan)이라는 수집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 인증위원회(Andy Warhol Art Authentication Board)를 고소했다. 위원회가 시장에서 워홀 작품의 희소성을 원한다는 이유로 그가 소유한 워홀의 실크 스크린 작품의 인증을 두 번이나 거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4년 뒤, 소송비용으로 700만 달러를 소모한 유산 집행인은 위원회를 해산했다.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등 다른 현대 미술가들의 인증위원회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비평가인 제리 살츠(Jerry Saltz)는 〈살바토르 문디〉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신랄하게 비판한 에세이에서, 미술계에서 개인 감정인(Connoisseur)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은 더이상 대중의 인식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들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제도를 흔들고자 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며 가만히 지켜만 보는 세상에서, 수많은 예술품 전문가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 위원회의 해체는 진본의 입증이라는 명분에 대한 타격이자, 학계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느껴진다. 뉴욕에서는 학자들이 단지 의견을 표명하는 것만으로 소송당하는 걸 막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군의 변호사들이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의 의견이 부재한 가운데, 작품의 감정을 신비한 본능이나 직감이 아니라 과학적 절차에 의해 도출된 검증 가능한 결과물로 제시하는 마틴의 역량은 더욱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키가 크고 어깨가 앙상한 마틴은 나긋하게 말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그는 완벽한 너드(nerd)이다. 마틴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푸리에 분광 적외선(FTIR)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회화 보존전문가(paintings conservator) 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즉, 그림의 화학 성분을 골라내고, 안료와 결합제(binder)를 조사하며, 겹겹이 칠해진 색상들을 들여다본다. 그림에 사용된 재료들로부터, 그는 그것이 언제 만들어질 수 있는지 또는 만들어질 수 없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세부 사항을 추적할 수 있다.
미술 보존은 지원자들로 북적이는 분야는 아니다. 이 분야에서 미국 최초로 영리 목적의 연구소를 설립한 제임스 마틴은 지난 25년 동안 거의 모든 굵직한 위조 사건을 자문해왔고, FBI를 비롯한 수사 기관과도 자주 협업했다. 그는 현재 미술계 최고의 포렌식 탐정으로 소개된다. 이러한 찬사는 수십 건의 예술품 거래를 주관했던 뉴욕의 존 케이힐(John Cahill) 변호사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나올 정도다. 케이힐 변호사는 마틴을 두고 “단연코 이 업계의 최고”라고 말한다. 독일의 위조 화가인 벨트라키는 체포된 이후에 경찰과 검찰이 수집한 다양한 연구 내용을 보았다. 그는 마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보고서에는 가장 정확한 결과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의 보고서는 중립적이었고, 거기에 비현실적인 추측은 없었습니다.” 소더비는 마틴을 자체 인력으로 영입함으로써 작품이 화려하고 값비싼 구경거리로 전락하기 전에 그것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술계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가장 귀중한 인재를 울타리 안에 가두었다는 느낌도 든다.
세계 최고의 미술품 감별사, 제임스 마틴
마틴은 지난해 대부분을 맨해튼에 있는 소더비 본사 5층의 기존에 사진 스튜디오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연구소를 꾸리면서 보냈다. 조만간 그는 런던에도 이러한 시설을 하나 열게 될 예정이다. 그곳은 비틀즈가 〈BBC〉를 위해 “A Taste of Honey”를 녹음했던 건물 인근에 있다. 하나의 커다란 방으로 된 뉴욕의 연구소는 마치 치과 진료소처럼 하얗고 무균 상태이다. 많은 캐비닛이 아직 비어있었고, 책상 위에는 마틴이 올려놓은 빨간색 덴타인 파이어(Dentyne Fire) 껌 한 팩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연구소 바깥의 납으로 안쪽을 덧댄 이중문 위에는 경고등이 있었다. 경고등에 불이 들어와 있다면 그것은 거대한 X선 형광 기계가 작동하고 있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다.
2월 중순의 어느 금요일, 방에는 오직 두 개의 예술 작품만이 놓여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조각이 새겨진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고, 스탠드 위에는 그림 한 점이 놓여 있었다. 기밀 유지를 위해 “19세기 말 미국 작품”이라고만 설명하겠다. 연구소에 그림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흰색의 밝은 불빛 아래에서 육안으로 검사를 한다. 그런 다음에 램프를 한쪽으로 가져가 불빛이 그림의 표면을 비스듬히 비추게 해서 복원된 부분과 변경된 부분을 확인한다. 다음 단계는 연구소 내부의 캔버스로 덮여 있는 공간에서 진행된다. 그곳에서 자외선과 적외선으로 촬영하고, 그다음은 X선을 통해서 그림의 화학 성분을 밝혀낸다.
마틴은 두 명의 동료가 있다. 그중 한 명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그 이미지들을 쭉 훑어보았다. 적외선 아래에서 그림의 갈색과 노란색, 녹색이 모두 회색으로 변했지만, 유령 같은 밑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밑그림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작품의 진위에 대한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단지 고려해야 할 추가적인 정보일 뿐이다. X선 형광 장치가 납(lead)을 찾아낼 수 있도록 매핑(mapping)된 그림은 빛이 바래고 짙은 녹(rust)으로 얼룩져 보였다. 복원 전문가들이 납이 첨가되지 않은 현대의 페인트로 덧칠했을 것으로 보이는 부위에서는 줄무늬가 나타났다. 장치를 칼슘으로 매핑하자, 복원 전문가들이 탄산칼슘 충전재(filler)로 그림을 복원한 부위에 황록색의 얼룩이 나타났다.
모든 작품이 이러한 일종의 외과수술 같은 검사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오라이언에서 일하던 시절 마틴은 적외선을 비춰 위조범이 작업용 안내선으로 그렸을 것으로 보이는 희미한 격자무늬를 발견하면서 그것이 모딜리아니의 위작임을 밝혀냈었다. 만약 마틴이 그림을 건드려야 한다면, 그는 그것을 입체현미경 아래에 놓고, 두 개의 렌즈로 들여다보면서 수술용 메스로 물감을 아주 조금 떼어낼 것이다. 그는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 덩어리들을 담아 놓은 상자 안에서 합성 색소인 프탈로시아닌 블루(phthalocyanine blue) 샘플을 꺼내 그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그는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되고 신중한 태도로 업무에 집중했다. 그는 사람의 머리카락 단면보다 작은 입자 하나를 집어 부드럽게 떼어냈고, 작고 얇은 직사각형의 금속 조각 위로 가져갔다. 그리고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 사이에 그것을 고정했다.
그는 찡그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