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기에 그가 경험한 일 중에는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
[2]의 바로크풍 장르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마틴은 당시의 일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일이 이목을 끄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기본적으로 항상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 번은 텔아비브에서 의심스러워 보이는 두 명의 신사가 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건축가들이 들고 다니는 화구통에서 두 점의 그림을 꺼내더니, 그것을 마치 양탄자처럼 흔들어 펼쳤다. 그들은 그것이 모딜리아니의 작품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둘 다 모딜리아니의 진품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의뢰인은 마틴에게 경매장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 작품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 그는 한 창고에서 그 그림과 “끔찍할 정도로 똑같은 복제품”을 검사한 일도 있었다. 그 의뢰인은 위조품이 진짜 작품과 얼마나 비슷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현관 근처에 두 마리 사나운 개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주택에 갔는데, 그곳에는 도난당한 중국의 조각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마틴에게 비행기를 타고 은밀한 장소로 날아와달라고 요청한 수집가도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보안요원들이 그를 차에 태워 멕시코의 오래된 비석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약 5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돌조각을 검사할 예정이었다. 그곳으로 떠나기 전날 마틴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 수집가에 대해 구글로 찾아보았다. 그는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마틴은 그 수집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의뢰를 거절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수집가가 말했다.
“아,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은 거요?”
마틴이 말했다. “아니요. 그런데 살인사건이라고요?”
알고 보니, 그 수집가는 멕시코의 비석과 관련해서 두 명이 살해된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마틴은 다음날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FBI가 마틴을 처음 찾아온 것은 1994년이었다. 미국 남부의 흑인 소작농들의 그림을 자주 그렸던 19세기 화가 윌리엄 에이킨 워커(William Aiken Walker)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스러운’ 작품들이 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마틴은 말한다. “그 작품들은 작은 시골의 경매장에서 5000달러나 10000달러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었습니다.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서 분석을 의뢰하기에는 너무 저렴한 가격이었죠.” 마틴은 그 그림들에서 PY3라는 노란색 색소를 샘플로 추출했는데, 그것은 독일에서 제조된 것으로 1940년대 후반까지는 미국의 화가들이 사용할 수 없던 물질이었다. 워커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뒤 제조된 안료인 것이었다. 마틴은 또한 워커가 연백(lead white) 물감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반면에 위조범은 아연백(zinc white) 물감을 사용했다. 결국 찰스 헬러(Charles Heller)라는 전직 비타민 판매원이 일련의 위조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형량이 더 낮은 혐의들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되어 1년간 복역했다.
조금만 더 조사를 했더라면 사기꾼은 아연백 물감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위조범들은 기술 저널과 연구 사례를 찾아보면서 전문가들이 무엇을 찾아내려 하는지 배우고 연구한다. 마틴은 1932년에 그려졌다고 하는 약 3.5제곱미터 크기의 그림의 조사를 의뢰받았던 일을 떠올렸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아무런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작품은 소유권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출처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그는 현미경으로 다시 한번 검사를 했다. 그는 온종일, 눈이 마를 때까지 동전 크기 단위로 그림을 훑어보았다. 그림 안에 먼지나 머리카락, 아니면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이 박혀 있지 않을까? 먼지가 일부러 더럽힌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가? 마침내 그는 푸른 반점 속에 박혀 있는 가는 섬유를 하나 찾아냈다. 그는 그것을 메스로 잘라낸 다음, 적외선 분광기(infrared spectroscopy)로 검사했다. 그 섬유는 폴리프로필렌으로 밝혀졌다. 폴리프로필렌은 1951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걸 그리던 시대에 누군가 모조 스웨터라도 착용했던 걸까?
마틴은 그가 가르치는 이틀 과정의 강좌에서 이 사례를 언급했었다. 그는 작년에 〈위조범(Faussaire)〉이라는 프랑스 소설을 읽었는데, 거기에서 위조범들이 참고할 만한 지식을 아주 많이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한 인물이 다른 이에게 이렇게 조언을 한다. “만약 고대의 납 성분을 구하고 싶다면 로마의 오래된 건물에서 그걸 조금 가져오면 된다네.” 경계해야 할 사항도 빼놓지 않는다. “옷에서 나오는 미세한 입자들을 조심해야 해. 항상 오래된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만 한다네. 절대 나일론이나 현대의 앞치마를 입어선 안 돼.” 마틴은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상세한 내용이 자신의 강연을 참고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모든 강좌와 교육을 중단했다.
범죄의 관점에서 보자면 예술품 위조는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오직 부자들만 강탈하는 로빈 후드의 반쯤 장난 같은 행위보다도 덜 사악해 보이기도 한다. 2010년에 벨트라키가 체포된 이후, 독일의 언론사〈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는 예술품 위조를 두고 “1600만 유로를 횡령하는 가장 도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슈피겔(Der Spiegel)〉은 벨크라치가 부패한 은행가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범죄에는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틴은 그러한 피해자들을 자주 만나면서, 그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기 위한 나름의 부드러운 방식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마련해 놓았던 돈을 털어서 그림을 구입한 사람들도 만났다. 그는 그들에게 그 작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부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 전부가 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미술품 감별사의 필요성
예술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그와 함께 각종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미술작품의 진위에 대한 요청을 받은 사람에게는 거센 압력이 가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마틴이 겪었던 가장 가혹한 경험은 노들러(Knoedler) 갤러리의 운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법적 공방이었다. 노들러는 한때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갤러리였다. 2011년에 마틴은 노들러 측이 1700만 달러에 판매했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작품이 가짜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결국 갤러리는 며칠 만에 문을 닫았다.
폴록의 위작은 거대한 스캔들의 시작에 불과했다. 노들러는 15년간 대표적인 현대 화가들의 작품 40점을 판매했고, 그 과정에서 약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빌럼 데 쿠닝(Willem de Kooning),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리처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등이 있었다. 이 작품들은 출처가 모호했고, 결국 의혹이 불거졌다. 10명의 구매자들이 노들러와 그곳의 관장인 앤 프리드먼(Ann Freedman)을 고소했다. 해당 소송은 단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의로 종결되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수사관들은 이 위작들이 2013년에 당시 73세였던 중국인 이민자가 퀸즈에 있는 그의 차고에서 그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예술품 중개인이 그걸 노들러에 전달한 것이었는데, 결국 그 중개인은 재판에서 유죄 판정을 받았다. 노들러의 임원들은 그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고, 판매하기 전에 학자들의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진행된 이 소송 중에서 적어도 4건의 원고가 마틴을 고용해 자신들이 구입한 그림을 조사하도록 했다. 마틴은 그 작품들이 모두 위작이라고 판단했다. 830만 달러에 팔린, 로스코가 1956년에 그렸다고 하는 작품은 캔버스와 유화물감 사이에 흰색 물감으로 바탕칠이 되어 있는데, 그 시기에 로스코는 바탕칠 용도로 투명한 색을 사용했다. 폴록의 것으로 보이는 작품에서는 그걸 그린 사람이 화가의 서명을 “Pollok”으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범했다. 더 나아가서 마틴은 그가 분석한 노들러의 그림 16점에서 같은 흰색 바탕칠을 찾아냈고, 시대에 맞지 않는 안료를 사용한 흔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더웰과 데 쿠닝, 로스코가 모두 시대를 뛰어넘어서, 어느 술집에서 만난 다음, 같은 물감을 서로 주고받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