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오미크론의 조상이 변이를 감시하는 검사 장치에 거의 1년 동안 감지되지 않고 어렵사리 돌아다니면서, 다른 어떤 변종들보다도 더욱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둘째, 오미크론의 조상이 지난 1년 동안 어떤 동물 개체군에 들어간 다음,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오미크론이 가진 돌연변이의 상당수는 이전의 변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라서, 이러한 가설에 더욱 신빙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세 번째의 가능성이 가장 그럴듯한데, 특히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이전에도 기록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오미크론의 조상이 면역 체계가 무력한 사람들을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그것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는 몇 달 동안 그들 내부에서 진화하면서, 바이러스가 원래 그렇게 하듯이 돌연변이를 축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사람들의 신체는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섀런 피콕(Sharon Peacock)이 “진화의 체육관”이라고 부르는 환경을 제공한다. 즉, 변종들이 스스로의 체력을 기르고 새로운 변칙들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너는 괜찮아
오미크론 변종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돌기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에 있다. 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자신을 세포에 연결시켜서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델타의 전염력이 강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것이 세포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델타 변종은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1273개의 아미노산 사슬 가운데 9개의 아미노산이 매우 뚜렷하게 다른 돌기를 만들어낸다. 특별한 이름이 없이 C.1.2라고 불리는 변종의 돌기는 지난 몇 주 동안 가장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켰는데, 그렇게 바뀐 아미노산은 14개였다. 오미크론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아미노산은 35개이다. 그들 중에서 10개의 돌연변이는 지금까지 관련된 어떠한 변종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종류였다.
35개의 돌연변이들 가운데 거의 절반은 수용체 결합 부위에 있는데, 이곳은 돌기 단백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맨 끝 부분이며, 또한 가장 효과적인 항체가 목표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돌기 단백질의 이 부위를 바꿈으로써, 오미크론 변종은 세포 안으로 더 잘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종류의 돌기에 효과가 있는 항체들에게 쉽게 들키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돌연변이 돌기라고 해서 반드시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C.1.2는 이 부위에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켰지만 다른 변종들보다 더 많은 이점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변종은 그리 멀리 확산되지 못했으며, 현재는 소멸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지점이 우려를 하게 만든다. “문헌에 있는 염기서열을 보면, 돌연변이의 수와 그것이 발생한 위치가 항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면역학자인 수잔나 두나치(Susanna Dunachie)의 말이다.
일부 다른 돌연변이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바이러스가 일단 세포에 연결되고 나면, ‘퓨린 분절 부위(furin cleavage site)’라고 하는 지점에서 돌기가 두 개로 부러지면서,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케임브리지의 라빈드라 굽타(Ravindra Gupta)는 이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세 가지의 돌연변이가 오미크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델타 변이가 누렸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이점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다른 돌연변이는 오미크론으로 하여금 면역 체계 안에서 인터페론(interferon)이라고 불리는 화학적 전달자를 사용하는 방식에 혼란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알파벳(Alphabet)이 소유한 영국의 인공지능 연구 기업인 딥마인드(DeepMind)는 그들이 개발한 알파폴드(AlphaFold)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오미크론 돌기 모양을 예측하기 위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샬럿에 소재한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컴퓨터 생물학자인 콜비 포드(Colby Ford)가 말해줬는데, 인체 내의 항체가 오미크론에 들러붙는 능력이 아주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관련된 개별 돌연변이의 영향에 대해 비교하는 실험적인 접근법에서도 이러한 추정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1]은 아주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단지 다른 양상의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특성이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서로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것은 다른 기능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실험은 바이러스 입자에서 발견되는 모든 단백질을 상대로 다양한 항체들을 겨루게 하는 실험일 것이다. 이런 연구는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실험을 가장 긴급하게 수행하고 있는 곳은 바로 여러 백신 제조업체들의 실험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한 두 곳의 회사들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앤테크(BioNTech)의 대표인 우우르 샤힌(Ugur Sahin) 박사는 코로나19 백신들이 항체 세포들로 하여금 가장 초기에 분석된 유전에 염기서열에 의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서 (바이러스에 들러붙는) 돌기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기 때문에, 백신에 의해 유발된 항체들의 무력화 효과는 오미크론 변이에서 낮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난 그는 그러한 효능이 얼마나 크게 감소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이며, 면역학적인 보호 기능을 단지 항체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백신은 면역 체계의 T세포(T-cell)와도 관련이 있다. T세포는 림프구의 일종인데, 이들은 항체가 하는 것처럼 완성된 단백질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단백질의 조각들도 인식한다. 우우르 샤힌 박사의 말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는 염기서열의 97퍼센트가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와 일치하기 때문에, T세포들의 반응은 여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부스터샷까지 맞아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약 오미크론에 감염된다면,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경미한 증상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라호이아 면역학연구소(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에 근무하는 면역학자인 알레산드로 세테(Alessandro Sette)와 그의 동료들은 T세포가 새로운 변종을 마주했을 때에도 목표 능력의 93-97퍼센트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앤테크는 오미크론의 돌기를 형성하는 mRNA를 사용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모더나도 마찬가지이다. 두 기업은 베타와 델타를 상대로도 맞춤형 백신을 개발하면서 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그들은 다만 아직까지 그것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하지 않았다. 원래의 백신도 충분히 효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종에게도 상황이 비슷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기업 모두 몇 주안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제약 업계에서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백신 제조사들 역시 오미크론에게 특화된 작용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mRNA 기술이 본질적으로 연구개발의 속도가 더욱 빠르기 때문에, 아마도 시장에 먼저 출시되어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 은행은 두 기업이 내년에 60억 회 접종 분량의 부스터샷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타와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을 연구하던 당시, 두 기업은 수정된 버전의 백신이 규제당국으로부터 빠르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샤힌 박사는 만약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의 회사는 100일 안에 그걸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규제 당국의 승인 기간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 과정을 변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2022년 중반까지는 오미크론을 표적으로 하는 백신을 충분히 생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교체한다는 것은 기존의 백신 생산은 중단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면역성
기존의 백신들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새로운 백신도 출시될 수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만약 오미크론이 전염력도 강하며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능력까지도 뛰어난 혼합종이어서 세계를 계속해서 감염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입증된다면, 그렇다면 이후의 몇 달 동안은 단지 경제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험난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만약 사람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면 하던 일을 그만 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노동력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현상이 단지 중국만이 아니라 베트남 같은 곳에 강하게 타격을 입힌다면, 전 세계의 공급망 차질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퍼센트 이하로 낮추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2020년 3월에 그랬던 것처럼 Y축의 값을 0 이하로까지 내리지는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11월 29일에 실시한 비공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참여자들 중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연말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겨우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예전처럼 생활에 지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현재의 확진자 발생 현황과 병원 입원율, 심지어 사망률까지 고려하더라도 예전보다는 경제적인 타격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골드만삭스 은행은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의 내용과 그것이 지켜져야 하는 정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실질적인 봉쇄지수(effective lockdown index)”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심각했던 두 가지 변이였던 알파와 델타는 봉쇄조치를 더욱 강화했지만, 이는 2000년 초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표2 참조) 지난 9개월 동안, 2020년 수준으로 엄격하게 봉쇄조치를 시행했던 나라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