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한다
완결

카지노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한다

암호 화폐 세계에는 당신이 상상하는 투기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평한 기회를 찾아 뛰어들고 있다.
나스닥 상장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의 광고판 ©Photograph: Shannon Stapleton/Reuters
내가 어쩌다가 암호 화폐 트위터(crypto Twitter, CT)와 지난여름부터 지켜보기 시작한 암호 화폐 관련 텔레그램, 디스코드 그룹 등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작가로서 나는 사실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로는 소설과 영화에 대해 글을 써왔다. 보건과 형사법 체계 간의 중복에 대해서도 써왔다. 암호 화폐는 내가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높고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보이며 가격은 오르는 상승 장세가 그간 이어졌다. 또, 암호 화폐 가치가 치솟을 때마다 기업과 언론은 우연히 터트린 대박에 관한 헤드라인을 쏟아내는 혼란을 빚는다. “이 주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암호 화폐에 풀타임으로 집중하여 ‘세대로 이어지는 부’를 쌓고 있다. 현재 그녀는 매달 약 8만 달러를 번다.” 혹은, “이 33세의 ‘도지코인 백만장자’는 밈(SNS 등에서 유행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이미지 혹은 패러디물을 이르는 말)에서 시작된 암호 화폐를 지급 받고 있으며, 하락장에서만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 주제는 피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수수께끼 같은 금융 시장 역학에 대한 내 오래된 개인적이고 기이한 관심이 나를 암호 화폐라는 주제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좀 더럽고 부끄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이 공간에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돈이란 것은 직장이나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대화하기에는 아직 어색한 주제이다. 하지만 곧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관해 궁금해졌다. 나는 지하철에서, 밤늦게 침대에서 관련 SNS를 좀 더 둘러보게 되었다. 이것은 인터넷만이 허용하는 일종의 돌아보기(rubbernecking)로, 당신이 속해 있지 않은 하위문화에 거의 완전한 접근을 허락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암호 화폐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나 줄임말, 예컨대 gm(good morning, 굿모닝), wagmi(we’re all gonna make it, 우리 모두 해낼 수 있을 거야), ngmi(not gonna make it, 성공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에 따른 hfsp(have fun staying poor, 가난함을 즐겨라) 등에 익숙해졌다. 말투나 글을 올리는 방식을 통해 스윙 트레이더(통상 2~3일 간격으로 매매 포지션을 바꾸는 투자자)나 단타족들을 ‘존버족’(hodlers, hold on for dear life)이나 ‘투기족’(degens, 투기 중독자)과 구별하는 법도 터득했다. 나는 그들의 하위문화 안에 있는 하위문화도 알게 되었다. 즉 비트코인 극단주의자(비트코인이 유일한 암호 화폐), 이더리움 극단주의자(비트코인은 베이비붐 세대, 기성세대를 위한 것), 그리고 이드킬러 극단주의자(이더리움은 ngmi, 성공하지 못할 거야) 간의 대립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아바타를 통해 충성심을 나타내는 방법(비트코인 극단주의자는 종종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과 더 작은 하위그룹의 경우, 라이프 스타일까지 공유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부 비트코인 극단주의자는 고기만 먹는다. 반면, 다른 극단주의자들은 종자유를 사용하지 않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기도한다. 상처에 얼음찜질하거나 영수증을 만지지 않는다.) 게시판 전체를 살펴볼 때, 나는 정부와 부유한 엘리트들이 암호화폐라는 이 작은 아이를 억압하고 있다는 공통된 확신 외에는 어떤 정치적 일관성도 찾아낼 수 없었다.

금융시장에 대한 보고서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시장 상황이 극단적으로 혼란스럽게 묘사 되곤 하는 것이다. 복잡 미묘한 개념들은 추상적인 단어들로 압축되어버리고, 각각의 스토리가 생겨난다. 암호 화폐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강세장에 운이 좋아 부자가 되거나, 부자가 된 다음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을 주로 다룬다. 이런 스토리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인다. 여기 매수와 매도를 통해 자신의 감정, 즉 탐욕은 물론 그에 못지않은 두려움과 싸우며 복잡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뚜렷한 필요와 욕구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더 많은 부를 얻으려고 하는 부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추월당했던 바로 그 방법으로 이제는 앞서나가고자 하며, 그 방법을 터득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서로를 ‘fam(가족)’이라고 부르며, 암호 화폐 거래 전쟁터에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실패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암호 화폐의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이 우리의 모든 경제적 병폐와 왜곡이 집결된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암호 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전광판이 설치된 태국의 한 카페 ©Photograph: Soe Zeya Tun/Reuters

1. WHAT: 암호 화폐 세계의 ABC

내가 처음 암호 화폐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은 2021년 늦여름이었다. 그때엔 내가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선입견들을 품고 이 담론에 뛰어들었다.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고상한 비전은 대중의 욕망에 자리를 내줬다. 정치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암호 화폐의 ‘급진적인 잠재력’이라는 가치는 실리콘 밸리의 허풍쟁이들이나 운동광들의 이미지에 밀려버린 것이다.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롤렉스를 클로즈업해서 SNS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암호 화폐의 경우, 장이 좋은 날은 주식시장의 1년 치 수익에 맞먹는 돈을 벌 수 있다.) 암호 화폐 세계의 이러한 면에 대해 내가 얻은 정보의 대부분은 주변의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곧 암호 화폐가 더 이상 그것이 품고 있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정확히 설명하기에 부족한 용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가끔 나오는 ‘밈 코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해당 토큰이 가지고 있는 수천 개의 프로젝트로서, 이들 대부분은 미국의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기축통화의 자리를 쟁탈하고자 하는 야심과는 무관하다. 간단히 말해서 각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며, 암호 세계에서는 이를 ‘정산 레이어’ 또는 ‘제1 레이어’라고 부른다. 이더리움은 제1 레이어이며, 다른 것들 중 테라, 아발란체, 솔라나, 코스모드 등의 코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각 제1 레이어에는 자체 고유 통화 또는 토큰이 있으며, 이는 생태계에서 거래를 발생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토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 번째는 단타 투자자가 외환이나 주식 등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중앙 집중식 거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분산형 거래소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자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든 토큰에는 프로젝트별로 디스코드나 텔레그램 채널을 이용한 커뮤니티가 있다. 충성스러운 보유자들이 그곳에 모여 로드맵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거나 종종 가격에 대해 불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왜 가격이 하락하죠? 무슨 소식 있어요?” 같은 것이다.) 관리자는 프로젝트팀과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업데이트를 공유한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커뮤니티의 지원이 마치 종교적인 믿음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공개된 기여 수준이 프로젝트의 성과와 비례하지 않는 경우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수천 명의 아마존 주주들이 모여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응원하거나 회사 대표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때 불평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럴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암호 화폐 세계에서는 현실이다.

나는 이 온라인 공간을 둘러보고 모든 토큰, 모든 프로젝트가 과대광고 사이클, 즉 암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순화해서 부르는 “네러티브”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용 가치는 단지 부수적인 것이었다.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과대광고는 주로 NFT, ‘메타버스’와 ‘게이밍’이라는 단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지도 않은 ‘관련’ 프로젝트, 제1 레이어, 그리고 DeFi 2.0으로 알려진 일련의 커뮤니티 소유 분산형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했다. 트레이딩 이외에도,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의존하는 주요 전략은 최신 과대광고를 식별하여 일찍 뛰어든 다음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보다 한발 빠르게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차트를 공부해보면 하나의 투기에 집중하다가 다른 투기로 돈이 몰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과대광고를 하는 사람은 인플루언서들이다. (다른 누가 있을까?) 그들 중 일부는 진정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강세장에서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성장시키고 차트를 거래하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과시함으로써 팔로워를 구축한 사람들, 즉 ‘OG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료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위험 관리를 위한 복음을 전파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포트폴리오의 1%를 넘는 위험은 감수하지 말 것 등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마케터들이 특정 토큰을 팔로워에게 강요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낮은 가격에 토큰을 사들이거나 배당받은 후 일단 가격이 오르면 토큰을 홍보한다. 모든 매도자는 매수자를 필요로 하는 법이다. 팔로워가 토큰을 사들이면 더 높은 가격으로 팔고 벗어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들은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을 사용하고, 일부는 개인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채널을 가지고 있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선의를 가진 사람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사기꾼들은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비트코인은 인내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상한다”, “나는 내 트위터 팔로워 중 95만 명 이상이 2022년에 #암호 화폐 백만장자가 되기를 바란다!”)

합법적인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사기도 있다. 개발자는 익명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누구나 토큰과 해당 유동성 풀을 쉽게 만들어 분산형 거래소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타이틀과 디자인 계획, 승자독식이라는 결말까지 차용한 $SQUID 토큰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SQUID 토큰 구매자들은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약 1주일 사이에 가격이 11만 퍼센트나 치솟은 후, 제작자는 프로젝트를 중단하여 유동성을 제거하고 약 336만 달러를 가지고 떠났다. 널리 사용되는 두 개의 암호 화폐 지갑 이름인 ‘메타마스크’ 또는 ‘트러스트 월렛’이라는 단어, 그리고 피싱봇이 포함된 내용을 트윗하면 언제든지 지원 직원 행세를 할 수 있다. 순진한 사람들을 DM으로 유인해 시드 문구(비밀번호의 일종)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뒤, 사기범들은 곧바로 이를 이용해 암호 화폐 지갑을 고갈시킨다. 
 
마닐라에서 NFT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하고 있는 사람들 ©Photograph: Jam Sta Rosa/AFP/Getty Images

2. WHY: 평범한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이유

다만 이런 사실들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내가 이 암호 화폐 세계에서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사실은 바로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10대이거나 어린아이들의 부모, 혹은 노인 가족 구성원의 보호자이다. 내가 상상했던, 몇 개나 되는 모니터 앞에 앉아 트레이딩을 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암호 화폐로 돈을 버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자신의 직업을 경멸하는 이들이다. 시스템은 조작되어 있으며, 따라서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국가가 수년간 전쟁 중이어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떠나서 뒤에 남은 가족을 돕고 싶은 사람들이다. 암호 화폐에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 자기 삶이 바뀌거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저는 투자할 돈이 100달러밖에 없어요. 아내는 아이와 함께 집에 있고, 저는 주말에 풀타임으로 배달 앱을 통해 돈을 더 버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잘나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여대생으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요. 나는 삶이 어떠한지 또 내가 얼마나 인내심이 있는지 징징거리려고 온 것이 아니에요. 83달러를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이 그룹은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저는 투자에 관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세명이 죽는 것을 보았는데 그중 두명은 친한 친구였고, 나는 4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돈을 벌기 위해 바빴는데, 이렇게 일이 잘못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삶에 감사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17살이에요.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에 머물며 일하게 된다면 일주일에 벌 수 있는 최대치는 아마 100달러 정도일 겁니다.”

“매니저에게 똥이나 먹으라고, 당신 해고라고 하루빨리 말하고 싶어요. 마치 제가 상사인 것처럼요.”

“며칠 전 카불에 왔는데, 여기에서 아이들이 굶주리는 모습, 그 부모가 빵 한 조각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쌀 포대, 기름, 밀가루, 옷, 담요를 많은 가족에게 사주었지만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어요. 자선단체 사이트인 ‘고펀드미’에 링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프간에 있어서 여기서는 할 수 없어요. 여기 계신 모든 분을 위해 기도하고 가능하다면 경제적으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아프간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무슬림이 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인간이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직장에서 급여가 1달러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사람들은 친절이라도 베푼 줄 알겠지만요, 사실 뭣도 아닌 돈이잖아요.”

“10달러로 시작한다면 그걸로 충분할까요?”

미국, 영국, 인도,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에 사는 사람들이 내놓은 좌절과 절망의 표현들이다. 이 밖에 내가 본 수많은 메시지는 훨씬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여성 혐오가 섞인 농담이나 잡담, 스테로이드로 인한 불안증 치료에 대한 조언을 나누는 가운데 이런 표현들이 드러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무방비 상태인 순간에 경계심을 늦추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직장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 결과, 이들이 이미 불안정한 수입을 암호 화폐로 보충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필요한 것은 오직 스마트폰뿐이다. 특히 현지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필리핀, 브라질 및 베네수엘라 등에서 ‘엑시 인피니티’라는 포켓몬 고 스타일의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하고 디지털 자산을 벌어들인 다음, 그것을 현지 화폐로 현금화할 수 있다. 물론 현지 화폐의 가치는 변동한다. 8월 초 한 디스코드 포럼에서 누군가가 “필리핀은 봉쇄가 너무 잦아서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게임’을 하기 위해 애쓰며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심지어 이곳 최고의 재무 어드바이저가 현재 게임의 $AXS, $SLP, $SKILL과 같은 토큰들을 홍보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열광하고 있다.”

실업률이 팬데믹 고점 대비 이미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임금, 근로 조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2021년 11월에 4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이는 같은 해 10월의 420만 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대 사직(Great Resignation)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호주, 독일, 영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위해,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것이므로, 전통적인 의미의 퇴사라기보다는 일자리 개편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노동 참여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4백만 명이 아직 노동 인력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부유하면서, 많은 근로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및 고용 불안정이라는 잔인한 현실 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더 나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데이비드 그레버가 자신의 책 《불쉿 잡》의 기초가 된 기사에서 썼듯이, “자신이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하는 데 노동의 삶을 전부 소비해 버리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동 조건에 대한 분노는 2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한 서브 레딧 r/antiwork을 통해 표출되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고용주에 대한 불만을 올리고 혹사당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 사기를 돋운다. 특히, 그레버의 글은 이 서브 레딧의 지적 토대 중 하나이다. 역사학자 벤자민 훈니쿠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우리는 아마도 우리 중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익에 봉사하며 노예처럼 사는 것에 대한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서브 레딧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야기이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탕핑(躺平), 즉 “평평하게 누워있기”는 일주일에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라는 9-9-6 직장 생활을 반대하며 젊은이들 사이의 트렌드를 말한다. 요점은 사람들이 암호 화폐를 통해 비참하고 착취뿐인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충분한 돈만 있다면 직장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암호 화폐 세계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
 
암호 화폐 로고들 ©Photograph: Omar Marques/SOPA Images/REX/Shutterstock

3. WHO: 암호 화폐 세계가 꿈꾸는 다양성

대부분이 남성인 단타 투자 그룹은 기술 분석이 주요 수익 창출 기반이다. 그리고 이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암호 화폐 투자자 그룹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지표들을 분석하고 프로젝트에 빠르게 참여하는 것을 주요 관심사로 하는, DeFi나 NFT 수집에 중점을 둔 게시판의 아바타를 살펴보면, 여성이 존재한다는 것, 혹은 적어도 여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아바타로 사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익명이기 때문에 정확한 성별은 알 수 없다.) DeFi 그룹의 정신은 단타 투자자들의 독한 농담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덜 남성적인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공간에는 규칙이 존재하며 이를 지키도록 하는 관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은행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금융 상품이 복제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지지자들은 사용자가 익명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은행 계좌가 없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금융에의 장벽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카고 대학의 연구 기관인 NORC가 발표한 미국 내 암호 화폐 거래자의 41퍼센트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여성 비율이 더 낮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투자자는 나보다 어린 20대 초중반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평균 투자자의 나이는 38세로, 나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며, 때문에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38살은 자신의 재정적 취약성에 대한 불안을 억누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몇 년이 아니라 몇 시간이나 며칠에 걸쳐 100달러를 1000달러로 전환함으로써 재정 격차를 메우거나, 재정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암호 화폐의 매력은 나에게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만약 당신이 절박하다면, 다른 종류의 변화(예컨대 정부 정책 등)는 너무나 먼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내가 참여한 포럼에는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가 있었기 때문에, 암호 화폐에 관한 일부 은유적인 표현이 암시하듯, 암호 화폐 세계가 거의 전적으로 일론 머스크 유형의 백인들로 채워져 있다는 편견에서는 이미 벗어났다.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그 수치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만 같다. NORC의 조사에서도 암호 화폐 투자자의 44퍼센트가 유색 인종이며(주식 투자의 경우 35퍼센트), 55퍼센트가 대학 학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유색 인종은 평균적으로 백인보다 수입이 적고 부채가 매우 많으며 집을 소유할 가능성이 낮다. 미국에 있는 13조 달러라는 부의 극히 일부만이 그들의 것이다. 내가 포럼에서 표현해 온 것이 바로 이런 사실이다. 즉 사람들이 암호 화폐 세계에 발을 들인 이유는,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 통계 속에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12월 워싱턴포스트는 암호 화폐 투자에 성공해 재정적 파탄에 빠졌던 이민자 출신 부모를 구해 낸 쌍둥이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오바마 정권의 상무부에서 일했던 클레브 메시도르의 말을 인용하여 암호 화폐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이 시스템에 속하지 않다면, 자식에게 물려 줄 부를 쌓을 방법이 없다면, 암호 화폐를 기회로 받아들이게 된다.” 메시도르는 블록체인 국가유색여성정책네트워크의 설립자이다. 《타임》의 자넬 로스는 2021년 9월 하워드 대학에서 열린 흑인 블록체인 회담에 참석해, 함께 한 약 1500명의 “흑인 암호 화폐 투자자, 교육자, 마케터 및 투자 전문기관”을 “팬데믹 기간 급격히 성장한 분야로 보이며, 이 분야가 흑인들의 미국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모이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와 같은 언론 보도는 암호 화폐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잠재적인 수익률이 이 위험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험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 착취적이고 배타적인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취약하고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해결책일까? 아니면 이 현상은 기존의 시스템이 얼마나 악화하였는지를 반영한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암호 화폐로 돈을 잃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경험이 적은 투자자에게는 위험은 크다. 보안 및 소비자 보호 대책이 없고, 이른바 “고래”(거래소, 공인 투자자, 투자 전문기관, 그리고 스스로 가격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토큰을 보유한 개인)에 의한 가격 조작은 물론 그와 연계된 변동성과 관련된 위험도 있다. (기존 금융과는 달리, 세탁 거래, 가격 조작, 사재기 등과 같은 시장 조작 전략을 감시하는 규제 기관이 없다.) 대규모 기관의 매도나 매수로 인해 강제 매도 및 강제매수가 쇄도하는 등 연쇄적 청산과 관련된 위험도 있으며, 그 결과 적지 않은 수의 개인이 깡통 계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동안 거래소 플랫폼이 중단되는 경우도 다반사로, 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플랫폼에 접속 조차 할 수 없다.

“죽은 코인”이라는 위험도 있다. 처음에는 가치가 있었지만, 나중에 제작자에 의해 폐기되어버리는 경우다. 또한, IT 버블 당시처럼 투기 거품이 꺼지고 나면 투자자들이 빈털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더 넓은 맥락에서 볼 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는 곧, 누구나 망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 ©Photograph: Brendan McDermid/Reuters

4. HOW: 현실 경제가 암호 화폐를 지배하는 방법

나는 우리의 현재 순간이 비트코인이 출시된 시기와 좌우가 뒤바뀐, 거울에 비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코로나19에 의해 야기된 경제 위기의 여파 속에 다시 한번 살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즉,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높고 실업률은 비교적 낮으며 임금은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러나 그 활력은 인플레이션의 망령에 가려지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의 주택 구매 가격은 거의 20%나 치솟았는데, 한 경제학자의 추산에 따르면, 이 상승으로 인해 노동 계층 가구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주택을 소유하려면 앞으로 5년에서 10년 동안 저축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육류, 가금류, 생선, 계란 가격은 약 12.5퍼센트, 과일과 채소 가격은 약 5퍼센트, 전기 요금은 6.3퍼센트 올랐다. 이래서는 절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임금 인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임금노동자의 형편은 사실 1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은 연준의 임무이다. 암호 화폐 세계는 마치 축구에 사람들이 헌신과 열정을 바치듯이 연준의 활동을 따라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카메라 앞에 서기 며칠 전부터 FOMC라는 단어는 형씨(bro)와 같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만큼 자주 디스코드와 CT를 통해 유포된다. 나는 미국 밖의 사람들이 얼마나 달러 제국주의에 익숙해져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미국 안에서는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연준이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파월 의장이 보내기 시작하자, 미국 주식 시장은 더 위험한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기술주 등 투기성이 강한 종목은 폭락했다. 암호 화폐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도 매도세가 시작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암호 화폐가 우리 금융 시스템 외부에 존재한다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모순이 있다. 최근의 강세장은 정부의 부양책과 양적 완화 정책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종료됨과 동시에 강세장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모순점도 있다. 거대 은행인 BNY 멜론, 골드만삭스 및 JP모건 체이스는 모두 암호 화폐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암호 화폐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 100명의 헤지 펀드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은 2026년까지 포트폴리오 자산의 평균 7.2퍼센트를 암호 화폐로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그 수치는 10.6퍼센트로 훨씬 더 높다. 한편, 벤처 기업 투자 세력도 2021년에 무려 328억 달러의 자금을 이 부문에 쏟아 부었다. 상업 갤러리, 옥션 등 돈 많은 미술계는 이미 NFT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슈퍼볼은 시청자에 노출되는 모든 암호 화폐 관련 광고 덕에 크립토 볼(Crypto Bowl)이라고 불렸다.

암호 화폐가 피라미드식 다단계 방식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주류 기관들이 참여하고 싶어 안달하는 방식이다. FOMO(Fear Of Mossing Out, 다른 사람이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 – 역자 주)는 너무도 강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초기 암호 화폐가 맞서왔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기관, 부자 엘리트, 사악한 세력들이 이제 그들의 적을 포섭하여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위문화가 포섭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암호 화폐가 어떤 시스템이라면 더 이상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라고 부를 수 없다. 암호 화폐 기술에는 지배적인 금융 질서에 동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또한 암호 화폐를 가지고 있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현재 우리 사회의 부자들보다 좀 더 자비로운 엘리트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포브스》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게 억만장자 리스트에는 2021년 3월에 12명의 암호 화폐 억만장자가 포함되었다.)

지난 2021년 12월, 한 암호 화폐 인플루언서가 내가 부정할 수 없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들은 임금을 너무 많이 후려쳤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의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한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비록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현실에 대한 진실하고 꾸밈없는, 충격적인 설명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여 돈을 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면 고용주의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가 둔화하여 경기 침체에까지 빠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실업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구매력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근로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높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경제정책연구소가 지난 2022년 1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높은 부문의 경우 높은 임금이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한편, CEO들은 가격 인상과 함께 역대급 이익에 관해 주주들에게 자랑하며 인플레이션을 은폐하고 있다. 3M은 최근 실적을 발표하며, “이 팀은 가격을 올리는 데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가격은 0.1퍼센트에서 1.4~2.6퍼센트로 올랐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카지노는 늘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우린 이미 그 결말을 잘 알고 있다. 카지노 하우스가 항상 이긴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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