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WHY: 평범한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이유
다만 이런 사실들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내가 이 암호 화폐 세계에서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사실은 바로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10대이거나 어린아이들의 부모, 혹은 노인 가족 구성원의 보호자이다. 내가 상상했던, 몇 개나 되는 모니터 앞에 앉아 트레이딩을 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암호 화폐로 돈을 버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자신의 직업을 경멸하는 이들이다. 시스템은 조작되어 있으며, 따라서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국가가 수년간 전쟁 중이어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떠나서 뒤에 남은 가족을 돕고 싶은 사람들이다. 암호 화폐에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 자기 삶이 바뀌거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저는 투자할 돈이 100달러밖에 없어요. 아내는 아이와 함께 집에 있고, 저는 주말에 풀타임으로 배달 앱을 통해 돈을 더 버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잘나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여대생으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요. 나는 삶이 어떠한지 또 내가 얼마나 인내심이 있는지 징징거리려고 온 것이 아니에요. 83달러를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이 그룹은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저는 투자에 관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세명이 죽는 것을 보았는데 그중 두명은 친한 친구였고, 나는 4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돈을 벌기 위해 바빴는데, 이렇게 일이 잘못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삶에 감사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17살이에요.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에 머물며 일하게 된다면 일주일에 벌 수 있는 최대치는 아마 100달러 정도일 겁니다.”
“매니저에게 똥이나 먹으라고, 당신 해고라고 하루빨리 말하고 싶어요. 마치 제가 상사인 것처럼요.”
“며칠 전 카불에 왔는데, 여기에서 아이들이 굶주리는 모습, 그 부모가 빵 한 조각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쌀 포대, 기름, 밀가루, 옷, 담요를 많은 가족에게 사주었지만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어요. 자선단체 사이트인 ‘고펀드미’에 링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프간에 있어서 여기서는 할 수 없어요. 여기 계신 모든 분을 위해 기도하고 가능하다면 경제적으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아프간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무슬림이 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인간이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직장에서 급여가 1달러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사람들은 친절이라도 베푼 줄 알겠지만요, 사실 뭣도 아닌 돈이잖아요.”
“10달러로 시작한다면 그걸로 충분할까요?”
미국, 영국, 인도,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에 사는 사람들이 내놓은 좌절과 절망의 표현들이다. 이 밖에 내가 본 수많은 메시지는 훨씬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여성 혐오가 섞인 농담이나 잡담, 스테로이드로 인한 불안증 치료에 대한 조언을 나누는 가운데 이런 표현들이 드러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무방비 상태인 순간에 경계심을 늦추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직장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 결과, 이들이 이미 불안정한 수입을 암호 화폐로 보충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필요한 것은 오직 스마트폰뿐이다. 특히 현지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필리핀, 브라질 및 베네수엘라 등에서 ‘엑시 인피니티’라는 포켓몬 고 스타일의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하고 디지털 자산을 벌어들인 다음, 그것을 현지 화폐로 현금화할 수 있다. 물론 현지 화폐의 가치는 변동한다. 8월 초 한 디스코드 포럼에서 누군가가 “필리핀은 봉쇄가 너무 잦아서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게임’을 하기 위해 애쓰며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심지어 이곳 최고의 재무 어드바이저가 현재 게임의 $AXS, $SLP, $SKILL과 같은 토큰들을 홍보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열광하고 있다.”
실업률이 팬데믹 고점 대비 이미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임금, 근로 조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2021년 11월에 4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이는 같은 해 10월의 420만 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대 사직(Great Resignation)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호주, 독일, 영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위해,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것이므로, 전통적인 의미의 퇴사라기보다는 일자리 개편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노동 참여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4백만 명이 아직 노동 인력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부유하면서, 많은 근로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및 고용 불안정이라는 잔인한 현실 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더 나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데이비드 그레버가 자신의 책 《불쉿 잡》의 기초가 된 기사에서 썼듯이, “자신이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하는 데 노동의 삶을 전부 소비해 버리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동 조건에 대한 분노는 2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한 서브 레딧 r/antiwork을 통해 표출되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고용주에 대한 불만을 올리고 혹사당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 사기를 돋운다. 특히, 그레버의 글은 이 서브 레딧의 지적 토대 중 하나이다. 역사학자 벤자민 훈니쿠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우리는 아마도 우리 중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익에 봉사하며 노예처럼 사는 것에 대한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서브 레딧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야기이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탕핑(躺平), 즉 “평평하게 누워있기”는 일주일에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라는 9-9-6 직장 생활을 반대하며 젊은이들 사이의 트렌드를 말한다. 요점은 사람들이 암호 화폐를 통해 비참하고 착취뿐인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충분한 돈만 있다면 직장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암호 화폐 세계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