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랩스는 2021년에 다수의 크립토펑크 파생 프로젝트에 대해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테이크다운(Takedown)을 요청하기도 했다. DMCA 테이크다운 요청은 DMCA에 의거하여 저작권자가 어떤 웹 사이트에 불법적으로 게재된 자신의 저작물을 내려 달라고 해당 웹 사이트 운영자에게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화제가 된 사례는 ‘크립토훵크(CryptoPhunks)’였다. 크립토훵크는 크립토펑크의 패러디 작품을 자처했다. 얼굴의 방향과 배경색을 제외하고 크립토펑크와 크립토훵크는 똑같았다.
라바랩스는 오픈씨에 DMCA 테이크다운을 요청해 크립토훵크를 오픈씨에서 제거했다.
[6] 이에 크립토훵크는 ‘낫라바랩스닷컴(notlarvalabs.com)’을 만들어 그들의 NFT 홀더들에게 마켓을 제공했으며
[7], 크립토펑크의 불명확한 라이선스 조건과 라바랩스가 크립토펑크의 파생 프로젝트들을 대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8] 비슷한 논란은 크립토펑크 V1에서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크립토펑크는 정확히 말해 크립토펑크 V2다. 라바랩스는 크립토펑크 V2 배포 이전에 1만 개의 크립토펑크 V1을 먼저 배포했다. 문제는 크립토펑크 V1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9]에 생긴 오류였다. 크립토펑크 V1을 거래할 때 구매자가 크립토펑크 V1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이더리움을 다시 인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라바랩스는 크립토펑크 V2를 만들어 재배포했다. 이후 라바랩스는 크립토펑크 V2만이 공식적인 크립토펑크라고 못을 박았고, 오픈씨는 그들의 거래소에서 크립토펑크 V1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런데 라바랩스의 의사와는 별개로 몇몇 개발자들은 크립토펑크 V1을 주시했다. 일부 개발자들이 크립토펑크 V1의 결함을 해결하고 이를 ERC-721 버전으로
[10] 래핑(Wrapping)해 ‘랩드 크립토펑크(Wrapped Cryptopunks) V1’라는 이름의 NFT를 냈다. 크립토펑크 V1을 ERC-721 프로토콜의 기준에서 거래할 수 있게 변환, 즉 포장했다는 의미다. 크립토펑크 V1의 부활이었다. 또한 그들은 오픈씨의 경쟁사인 ‘룩스레어(LooksRare)’에 랩드 크립토펑크 V1을 리스팅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오픈씨도 다시 랩드 크립토펑크 V1의 거래를 허용했다. 라바랩스는 이러한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라바랩스는 오픈씨에 랩드 크립토펑크 V1에 대해서도 DMCA 테이크다운을 요청했고 오픈씨는 다시 한 번 크립토펑크 V1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크립토펑크 V1 커뮤니티는 또 한 번의 거래 중단 조치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홀더는 미국 최고의 IP 변호사와 통화한 결과 크립토펑크 V1의 거래는 합법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2022년 2월에는, 라바랩스가 크립토펑크 V1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나아가 싫어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보유한 크립토펑크 V1을 판매할 것임을 알렸다. 라바랩스는 실제로 그들이 보유한 크립토펑크 V1을 예의 ERC-721 버전으로 래핑한 후 판매해 약 210ETH(8억 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그들은 이 수익으로 크립토펑크 V2를 재구매하는 한편 동일 액수를 추가 마련하여 열대 우림 보호 재단에 기부하려 했다. 하지만 크립토펑크 커뮤니티는 이와 같은 대응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폐기했던 프로젝트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매트 홀은 라바랩스의 디스코드 서버에서 그 결정이 나쁜 결정이었고,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커뮤니티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크립토펑크 V1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라바랩스의 노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이 만약 크립토펑크 V1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 크립토펑크의 공급량이 두 배가 되어 V2의 바닥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테이크다운 요청으로 인해 크립토펑크 커뮤니티의 파생 프로젝트 의지가 꺾였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들이 공인한 크립토펑크는 V2가 유일하므로 크립토펑크 V2의 가격은 유지되었을 것이다. 앞서 BAYC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파생 프로젝트들을 통해 확인했듯, 파생 프로젝트는 근원이 되는 프로젝트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기존 커뮤니티의 유대를 강화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다. 크립토펑크는 이 부분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