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되면 안 된다
완결

쇼는 계속되면 안 된다

COP27은 역대급 그린워싱이다. 전 세계 정상이 연출하는 거대한 쇼 앞에서 기후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는 흩어진다.

지난 7월, 이탈리아 토리노 소재 이집트 박물관(Museo Egizio) 외부의 스핑크스에 기후활동가들이 걸어놓은 시위용 현수막. ⓒPhotograph: Stefano Guidi/Getty Images
기후 위기 관련 편지 한 통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범 중 한 명인 알라 압드 엘 파타(Alaa Abd El-Fattah)가 지난달 카이로의 감방에서 단식 투쟁을 하며 편지를 작성했다. 그가 나중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 내용은 “파키스탄의 소식을 듣고 지구 온난화에 관해 쓴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330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파키스탄의 홍수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대참사가 말해주는 앞으로의 기후 재난과 그에 비해 보잘것없는 국가적 대응에 대하여 우려했다.

선견지명이 있는 기술 전문가이자 지식인이었던 알라 압드 엘 파타의 이름은 2011년의 민주화 혁명을 상장하게 되었다. #프리알라(#FreeAla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Tahrir Square)을 뒤덮었던 청년들이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의 30년 통치를 종식시켰던 바로 그 혁명 말이다. 압드 엘 파타는 지난 10년 동안 철창에 갇혔다 풀리기를 반복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편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었다. 그가 감옥에서 쓴 글들은 올해 초에 《당신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You Have Not Yet Been Defeated)》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압드 엘 파타의 가족과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는 그 편지들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 특히 그가 단식 투쟁을 시작한 올해 4월 2일부터는 더욱 그렇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직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던 그는 이후 하루에 겨우 100칼로리만 섭취했다. (인체는 하루에 최소 2000칼로리 정도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압드 엘 파타의 단식은 그가 ‘가짜뉴스를 퍼트린’ 혐의로 수감된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가 투옥된 표면적인 명분은 다른 수감자의 고문에 대한 내용을 페이스북 게시글로 공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안다. 그는 민주화의 꿈을 품고 있는 미래의 젊은 혁명가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보여 주기 위해 수감된 것이다. 압드 엘 파타는 단식 투쟁을 통해서 간수들에게 영국 영사관과의 접촉 등 중요한 권리를 허용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압드 엘 파타의 어머니가 영국 태생이기 때문에, 그는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간수는 지금까지 이를 거부해 왔고, 그는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다. 그의 여동생인 모나 세이프(Mona Seif)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해골이 되었습니다. 그의 의식만이 또렷합니다.”

단식 투쟁이 더욱 길어질수록,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는 편지들은 더욱 소중해졌다. 그의 가족들에게 있어서 편지는 그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기후 붕괴에 대한 내용을 적었던 주의 편지는 압드 엘 파타의 어머니이자 저명한 인권 수호자인 라일라 수에이프(Laila Soueif)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이후 어머니에게 다시 쓴 편지에서 그는 “교도소장이 그 편지에 커피를 쏟았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좀 더 그럴듯한 이유는, 그 편지가 언급해서는 안 되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건드린 것으로 간주되었을 가능성이다. 압드 엘 파타가 이집트 정부에 대해서, 그리고 ‘다가오는 컨퍼런스’에 대해서는 더더욱 언급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했음에도 말이다.

이 마지막 부분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컨퍼런스’란 다음달 11월 6일에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Sharm el-Sheikh)라는 휴양지에서 개최되는 제27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가리킨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장관, 특사, 지명 관료들은 물론이고 기후 활동가와 NGO 참관인들, 그리고 기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만 명이 이 도시로 몰려들 것이며, 그들의 가슴에는 색상으로 코드가 구분되는 명찰과 목줄이 걸려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분실된 편지가 중요한 이유이다. 압드 엘 파타의 고민에는 굉장히 감동적인 부분이 있다. 그와 가족들이 지난 십 년 동안 치욕의 고통을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방 안에 앉아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우리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굶주림으로 서서히 쇠약해지면서도 그는 여전히 최근의 편지에서 파키스탄의 홍수, 인도의 극단주의, 영국의 통화 붕괴, 브라질 대통령 재도전에 나선 룰라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었다. 이 내용은 그의 가족들이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에는 안쓰러운 부분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압드 엘 파타가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서, COP27을 위해 이집트로 향하는 세계도 그만큼 압드 엘 파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혹은 투옥된 것으로 추산되는 이집트의 6만여 명의 정치범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집트에서는 ‘조립 라인’ 위에서 야만적인 형태의 고문이 행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아니면 박해를 받고, 감시당하고, 여행을 금지당하는 인권 활동가와 환경 운동가들, 그리고 비판적 언론인들과 학자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러한 현실이 이집트의 “일반적인 공포 분위기”와 “시민 사회에 대한 가차 없는 탄압” 양상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집트 정권은 그들이 공식적으로 선정한 기후 분야의 ‘젊은 리더’들을 온난화와의 싸움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추켜세우면서 그들을 찬양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랍의 봄[1] 당시의 용감했던 젊은 리더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들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국가의 폭력과 체제로부터의 박해를 겪으며 이제는 원숙한 나이가 되었다. 그런 체제는 현재 서방의 강국들로부터, 특히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원조를 받으며 재정적으로 크게 지원을 받고 있다. 예전의 활동가들이 이제는 좀 더 새롭고 문제를 덜 일으키는 홍보 모델로 대체된 것처럼 보인다.

압드 엘 파타는 2019년에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나는 지나간 봄의 유령이다.” 그 유령은 다가오는 정상 회의를 떠돌면서 그곳에서 고상한 말이 나올 때마다 싸늘한 기운을 보낼 것이다. 그러한 유령이 조용히 던지는 질문은 냉혹하다. 만약 국제적 연대가 너무 약해서 한 세대의 꿈의 상징인 압드 엘 파타 한 명조차 구할 수 없다면, 우리의 지구를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카이로에서 알라 압드 엘 파타. ⓒPhotograph: Khaled Desouki/AFP/Getty Images

 

1. 이집트가 감추는 것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의 지리학 조교수로 이집트의 도시환경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모하메드 라피 아레핀(Mohammed Rafi Arefin)은 “모든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는 비용과 편익의 복잡한 계산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우선 각국의 대표단이 그곳까지 이동하면서 대기 중에 탄소를 내뿜고, (풀뿌리 단체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싼) 호텔에 2주간 머무르면서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주최국은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누리는데,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가 친환경 투사임을 자처하지만 반대되는 증거에는 결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점들도 있다. 행사가 치러지는 2주 동안 기후 위기는 세계적인 뉴스가 되어 브라질의 아마존에서부터 남태평양의 투발루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최국의 현지 활동가들이 반대 정상 회의(counter-summit)를 개최하고, 가식적인 친환경 행사를 치르는 자국 정부의 이면을 폭로하기 위한 ‘독소 투어(toxic tour)’를 진행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연대도 이루어진다. 물론 회의에서는 협상이 타결되기도 하고, 가장 가난하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에 지원하겠다는 기금도 조성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구속력을 가진 것은 없다. 이러한 논의들의 상당수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아주 신랄하게 표현한 것처럼, 그저 “헛소리, 헛소리,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다가오는 이집트에서의 기후 정상회의와 관련하여 아레핀은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인 계산식이 바뀌었습니다. 균형이 기울어졌습니다.” (COP27을 치르며 소요되는) 탄소나 비용 외에도 살펴볼 것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 정부들도 이중어법(doublespeak)[2]을 구사하긴 하지만, 전 세계 앞에 친환경의 허세를 뽐낼 기회를 갖게 될 이번 주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보기도 힘들다. 아레핀은 (현재의 이집트 정부가) “이집트의 현대사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고 말한다. 여러 인권 단체에 의하면, 2013년의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그리고 이후로는 엉터리 선거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압델 파타 알 시시(Abdel Fatah al-Sisi)가 주도하는 이집트 정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며 억압적인 체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거의 10년 전에 권력을 차지한 이후로, 24개 이상의 감옥을 새로 지었다.

물론 COP27에 앞서 이집트가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방식에서는 전혀 그런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COP27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홍보 동영상에서는 ‘친환경 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에 오는 각국 대표단을 환영하고 있다. 지저분한 턱수염에 목걸이를 걸친 남성 등 환경 활동가처럼 보이게 연출한 것이 분명한 젊은 배우들은 해변에서 셀카를 찍으며 친환경 빨대와 생분해성 음식 용기를 즐기고, 실외에서 샤워를 하고, 전기 자동차를 몰고 사막으로 가서 낙타를 탄다.

해당 동영상을 보는 동안, 나는 알 시시가 이번 정상 회의를 이용하여 새로운 유형의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배우들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는 그의 ‘감옥 군도(archipelago of prisons)’ 안에서 고문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는 실제 활동가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활동가들을 ‘연기하는’ 쇼였다. 이번 정상 회의는 오염 국가(polluting state)를 그린워싱하는 것을 넘어, 경찰 국가(police state)를 그린워싱한다.

이집트에서 환경 오염이나 기온 상승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 사회나 집단의 모습은 샤름 엘 셰이크에서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독소 투어도 없을 것이며 활기 넘치는 반 정상 회의도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은 반 정상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에게 주최국 정부가 보여 주는 홍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행사에 관련된 이집트인들은 어쩌면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거나 시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국제 대표단은 학술 자료나 NGO의 보고서에서도 이집트의 오염 및 환경 파괴의 현황에 대해서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 이유는 2019년에 제정된 삼엄한 법률 때문이다. 이 법률에 의하면, 연구자들은 ‘정치적’이라고 간주되는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라 전체에 재갈이 물렸고, 지속적으로 탄압받았던 주요 매체 마다 마스르(Mada Masr)를 포함하여 수백 개의 웹사이트가 차단당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 의하면 다수의 단체가 이러한 제약 아래에서 강제로 연구에 억압을 받고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이집트에서 유명한 환경 단체 한 곳은 현장에서의 연구가 불가능해져 연구팀이 해산되었다”고 한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이야기를 나눈 환경 운동가들 모두는 강력하게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가혹한 보복 때문이었다.

이처럼 심각한 일련의 최신 법률들이 시행되기 전에 이집트 도시들의 폐기물과 홍수에 대하여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던 아레핀은 자신을 비롯한 비판적 학자와 언론인들이 “더 이상 자신의 업무를 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집트의 환경적인 해악은 이제 어둠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규정을 깨고 불을 켜려 시도하는 사람들은 결국 어두운 감방 안에 갇히거나, 어쩌면 더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압드 엘 파타의 여동생인 모나 세이프는 자신의 오빠를 비롯한 다른 정치범들의 석방을 위해 몇 년 동안 로비를 벌여 왔는데, 그녀는 최근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COP27에 참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중략)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당신들의 진정한 우군은,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들은 감옥에서 쇠약해져 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기억 속에 있는 다른 모든 기후 정상 회의들과는 다르게, 이번 회담에는 진정한 현지 파트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 회의 현장에는 아마도 자신들이 ‘시민 사회’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이집트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어느 정도는 알 시시의 해변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것들이 이집트 정부의 조사와 승인을 받고 있으며, 이는 UN의 일반적인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다. 앞서 소개한 휴먼라이츠워치의 지난달 보고서는 이런 단체들도 오직 “환영받는” 주제에 관해서만 발언하도록 초대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집트 정권에게 환영받는 주제는 무엇일까?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쓰레기 수거, 재활용, 재생 에너지, 식량 안보, 기후 재정”이다. 그렇다면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기업이 발생시킨 환경적 피해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지키지 못한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 피해에는 물 부족, 산업 오염, 부동산 개발에 의한 환경 파괴, 관광지 개발, 기업형 농업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집트의 방대하고 불투명한 군수 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중략) 특히나 민감한 주제다. 새로운 행정 수도 사업과 같은 ‘국가적’ 기간 시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업들의 상당수가 대통령 집무실이나 군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공해나 물 사용에 대해서도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코카콜라는 이번 정상 회의의 자랑스러운 공식 스폰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만약 당신이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거나 쓰레기를 줍고 싶다면, 샤름 엘 셰이크에 들어가는 배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화석 연료로 가동되는 이집트의 시멘트 공장들이 보건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거나, 카이로에 남은 마지막 녹지 공간의 일부를 개발하려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이집트의 비밀 경찰이나 사회연대부(Ministry of Social Solidarity)[3]가 당신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이집트인이라면, 그리고 자국민의 배고픔과 절망을 더욱 심화시킨 알 시시에게 과연 아프리카의 빈민층과 기후 위기 취약층을 대변해 발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면, 그런 발언은 이 나라 밖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15년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 ⓒPhotograph: Anadolu Agency/Getty Images

 

2. 유럽이 외면하는 것


도널드 트럼프가 “나의 친애하는 독재자”라고 불렀던 알 시시에게, 적어도 지금까지는 COP27 주최가 횡재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쇠락한 해양 관광에도 호재다. 그래서 분명 이집트 정권은 실외 샤워와 낙타 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설레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린 골드러시(green gold rush)의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영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영국국제투자(BII)는 이집트의 “현지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놀라운 발표를 했다. BII는 글로벨레크(Globeleq)[4]의 대주주이기도 한데, COP27의 개최에 앞서서 글로벨레크는 이집트에서 친환경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BII는 “이집트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이 나라의 친환경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후 재정을 늘리기 위한 자사의 헌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바로 그 영국 정부가 압드 엘 파타의 석방에는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영국 시민권이나 단식 투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압드 엘 파타에게는 불행하게도, 그의 운명은 몇 달 동안 리즈 트러스(Liz Truss)의 손에 달려 있었다. 트러스는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며 무능한 영국의 총리가 되기 전에 역시나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며 무능한 외무 장관이었다. 그녀는 앞서 설명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 및 개발 원조 가운데 일부를 동포 시민의 석방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었다. (지난주 영국의 외무부에서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질리언 키건(Gillian Keegan) 차관은 주영 이집트 대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알라 압드 엘 파타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도덕적 실패도 역시나 참담한 수준이다. 독일 녹색당의 공동 대표였던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가 지난해 12월 독일 최초의 여성 외무 장관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인권과 기후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는 새로운 “가치 기반의 외교 정책”을 발표했다. 독일은 이집트의 주요 원조국이자 무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며, 따라서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집트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베어보크는 인권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대신에 올해 7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페테르스베르크 기후 회의(Petersberg Climate Dialogue)[5]를 함께 주최하는 등, 알 시시 대통령에게 귀중한 선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회담에서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무자비한 독재자에서 친환경 지도자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 때문에 독일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집트는 현재 자신들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가스와 수소의 공급국임을 스스로 열심히 어필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거대기업 지멘스 모빌리티(Siemens Mobility)는 이집트를 가로지르는 전기 고속 철도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역사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분야의 국제 자금들도 때맞춰 문제적인 알 시시 정권에 흘러들고 있다. 자국 체제의 부실 관리와 부패라는 문제에 더해서 (인플레이션, 팬데믹, 식량 부족, 연료비 상승, 가뭄, 부채 등) 전 세계적인 위기의 쓰나미를 맞이하고 있는 이집트는 현재 자칫하면 자국의 외채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다. 디폴트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면, 정세는 알 시시의 통치가 무너질 정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이번 COP27은 단순한 홍보의 기회로만 보기는 힘들다. 그것은 생명줄이기도 하다.

이런 행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기후 활동가들은 이러한 정상 회의가 과학에 근거한 실질적인 진전을 거의 이뤄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가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탄소 배출량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윤리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비난받아 마땅한 정권을 더욱 강화하고 부유하게 해주는 것이 이 총회에서 반드시 성취돼야 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일 때, 대체 올해의 정상 회의를 지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아레핀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그만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올해 7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기후회담에 참석한 이집트의 압델 파타 알 시시 대통령(가운데). ⓒPhotograph: Clemens Bilan/EPA

 

3. 권위주의와 기후 위기


유럽과 미국에 망명 중인 이집트인들은 지난 몇 달 동안 NGO들과 함께 이집트의 정치범들에 대한 문제를 다가오는 정상 회의의 협상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청원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절대 우선시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회의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COP”라는 말을 들었다. COP는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이며, 여기에서 당사국이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에 서명한 국가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전까지의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 27차 COP는 “이행” 및 “손실과 피해”에 대해서 마침내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오염 유발의 책임이 큰 부유한 국가들이 마침내 파키스탄과 같은 가난한 나라들에 진 빚을 갚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UN식 표현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그로 인해 치솟는 비용의 대부분을 대신 치르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주최국의 인권 상황 같이 사소해 보이는 사안에 한눈팔기에는 이번 정상 회의가 너무나도 심각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COP27은 과연 정말 기후 정의를 위해 싸우게 될까? 그것이 과연 가난한 나라들에게 친환경 에너지, 깨끗한 교통수단, 식량 주권을 가져다줄까? 과연 많은 이들이 주장하듯, 이번 정상 회의에서 정말로 기후 부채(climate debt)[6]와 기후 배상금(climate reparations)[7]이라는 사안을 직시하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이집트의 언론인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소설가인 오마르 로버트 해밀턴(Omar Robert Hamilton)은 자신의 진지한 에세이에서 기후 배상금에 대한 사안은 명백하다고 했다. “(그것보다) 더욱 어려운 문제는 배상 시스템이 권위주의적인 국가 권력을 더 강화시키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기후 배상금이 진정한 탈탄소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남반구와 북반구 나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COP 협상의 핵심에 자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남반구를 위해 협상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권위주의적인 국가 권력들인데, 그들의 단기적인 이익이 무엇인지는 석유 회사의 임원들보다도 훨씬 더 뻔하다.”

간단히 말해서, 이번 기후 회의에서 “이행”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전의 다른 모든 회담이 그랬던 것처럼 이집트에서도 실질적인 기후 행동을 통한 성취를 거의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고문 정권을 지원하고, 나쁜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 수많은 사진과 현금이 쏟아지는 것만 하더라도, COP27은 이미 호사스러운 선물이다.

압드 엘 파타는 폭력적으로 진압당한 이집트 혁명의 오랜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 회의가 다가오면서, 그는 또 다른 것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후 위기의 핵심에 있는 ‘희생구역(sacrifice zone)’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이는 어떤 장소나 사람들이 무시되고, 고려되지 않고, 지워진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화석 연료와 광물들을 채취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가 오염됐을 때 이러한 사고방식이 작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그 지역 사회를 보호해 주지 않는 기후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명분으로 그들이 희생될 때,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국제 기후 정상 회의라는 맥락 안에서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 협상에서의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허망한 명분 때문에 주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가 희생당하며 무시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난해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이 그저 ‘헛소리, 헛소리, 헛소리(blah, blah, blah)’에 불과했다고 한다면, 이번 회담의 의미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불길하다. 그것은 바로 ‘유혈, 유혈, 유혈(blood, blood, blood)’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통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집트의 군대에 의해 대량 학살된 시위대 약 1000명의 피. 계속해서 암살되는 사람들의 피. 길거리에서 구타당하고 감옥에서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피. 압드 엘 파타 같은 사람들의 피.

어쩌면 이런 시나리오를 바꿀 시간이 여전히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정상 회의는 전 세계에 밀려드는 권위주의와 기후 혼란 사이의 연관성을 비추는 탐조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와 같은 극우 지도자들이 지지를 얻기 위해 기후 위기의 피해자를 포함한 난민들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것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럽의 해안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알 시시와 같은 잔혹한 지도자들에게 현금을 쏟아 주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정치적인 자유 없이는 기후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저와는 다르게, 당신들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알라 압드 엘 파타가 2017년에 쓴 글이다. 당시 그는 많은 기술 대기업이 후원하는 디지털 시대의 인권을 다루는 연례 모임인 라이츠콘(RightsCon)의 연사로 초대를 받은 상태였다. 이 컨퍼런스는 미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압드 엘 파타는 악명 높은 토라(Tora)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신 편지를 보냈다. (당시는 그가 이곳에서 4년을 지낸 후였다.) 그것은 매우 훌륭한 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창의성과 실험과 자유의 공간으로 지켜내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아직) 철창에 갇히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자유롭게 컨퍼런스에 참석해 정의, 민주주의, 인권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촉구이기도 했다. 그러한 자유에는 책임이 있다. 그것은 단지 자유로워야 할 책임만이 아니라 자유롭게 행동해야 할 책임이며, 그리고 그것이 가진 변혁적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책임이다. 너무 늦지 않도록 말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수만 명의 COP27 대표단들이 샤름 엘 셰이크의 11월 평균 기온을 확인하고(섭씨 28도로 높은 편이다), 혹시 모르니까 가벼운 셔츠와 샌들, 수영복까지 적절하게 짐을 꾸리며 회의 장소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 말했던 압드 엘 파타의 발언을 다시 한번 우선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정상 회의에 참석하는 이집트인들이 마주하게 될 강도 높은 조사와 위협을 고려할 때, 이곳에 참석하는 외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자신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을까? 그들은 여전히 패배하지 않은 상태일까?

이집트는 그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그들이 누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곳이다. 우리의 지구와 정치적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계 공통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단지 회담이 이루어지는 배경으로서만 대할 것인가? 혹은 화려한 녹색 컨퍼런스 센터 내부로, 이집트의 교도소가 가지고 있는 섬뜩한 진실의 일부라도 들일 방법을 찾을까? 몇몇 수감자의 이름이라도 언급할 수 있을까? COP시민공간(COP Civics Space)의 이름하에 모여 있는, 카이로에 얼마 남지 않은 시민 사회 단체를 찾아낼까? 그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압드 엘 파타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나 자선도 아니라고 가장 먼저 말할 것이다. 오히려 멕시코의 치아파스에서부터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투쟁에 연대해 온 헌신적인 국제주의자인 그는 모든 나라의 전투 현장에 있는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라이츠콘에 보낸 옥중 서신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강력한 동맹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동일한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해 있고, 연대의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함께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반민주적인 파시스트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정치적 조류는 좋든 나쁘든 국경선을 넘는 파도를 타고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진전’이라는 대의를 위한 편의성의 이름으로 국제적 연대가 절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이집트의 혁명은 튀니지의 혁명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 결과 ‘타흐리르(Tahrir)[8] 정신’이 전 세계에 퍼졌다. 이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처럼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청년들이 주도하는 여러 운동들에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 시위는 다시 반자본주의적이며 생태사회적인 새로운 정치의 탄생에 일조했다. 실제로 우리는 타흐리르에서부터 월스트리트까지,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에 이르기까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가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그녀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옹호하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반듯한 직선을 그릴 수 있다.
카이로를 흐르는 나일강의 오염. ⓒPhotograph: Khaled Desouki/AFP/Getty Images

 

4. 면죄부가 된 COP27


인간의 권리가 공격받는 곳에서는 자연도 마찬가지로 공격을 받는다. 필리핀이든 캐나다든 브라질이든 미국이든 사는 곳과 관계없이, 결국 전 세계에서 국가로부터 가장 심각한 억압과 폭력을 마주하는 지역과 단체는 대부분 오염을 일으키는 채굴 사업으로부터 자신의 지역을 지켜 내려고 노력하는 원주민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의 상당수는 기후 위기를 가속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든, 인권을 지키는 것은 거주 가능한 지구를 지키는 일과 분리할 수 없다.

게다가 일부 국가의 정부들이 결국 유의미한 기후 법안을 어느 정도까지 도입할 수 있느냐 역시 정치적 자유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상원과 바이든 행정부는 그 자체로 결함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침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9]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중적 압력, 탐사 저널리즘, 시민 불복종, 의회 사무실에서의 연좌 농성, 법정 소송을 비롯하여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비폭력 무기를 동원해서 이뤄낸 직접적 결과이다. 그리고 결국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이유는 그들이 빈손으로 돌아가 유권자를 볼 경우 11월의 선거에서 벌어질 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대중들이 정치인들을 더 두려워해서 정치인들이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런 일들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시위를 하고, 연좌 농성을 하고, 정치 지도자들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공개적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기후 위기에 필요한 변화를 쟁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말이다. 만약 알 시시의 이집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위가 금지되고 불편한 사실을 알리는 일이 ‘가짜뉴스’ 유포로 범죄화된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파업과 시위와 탐사 보도가 없다면, 우리는 현재보다도 더욱 처참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집트의 활동가 혹은 언론인이 이러한 활동 가운데 무엇이든 하나를 한다면, 그것은 압드 엘 파타가 갇혀 있는 교도소의 옆방에 수감될 명분으로 충분할 것이다.

유엔의 차기 COP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집트 활동가들은 국내에 있든 망명 중이든 그것을 보이콧하기 위한 기후 행동을 촉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하여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대를 요청했다. 예를 들자면, 카이로인권연구소(CIHRS)는 이 정상 회의를 “이집트에서 자행되는 범죄들을 더욱 부각시키고 이집트 당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하자고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북미 지역이나 유렵의 활동가들이 자국의 정부를 압박하여 그들이 COP27에 참여하고 참석하는 조건으로 이집트로 하여금 기본적인 인권 요건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예를 들자면, 시위를 조직했거나,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성명서를 게시했거나, 외국의 보조금을 받은 것과 같은 “범죄”를 이유로 투옥된 양심수들을 사면하는 것이다.

COP27의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전 세계의 기후 행동 진영은 침묵하고 있다. 물론 많은 그룹이 청원서에 단체의 이름을 올렸고, 정상 회의 기간 중 인권 현황에 대한 기사가 몇 개 보였으며, 독일에서는 상당수가 이집트 망명자로 구성된 기후 활동가들이 “압드 엘 파타가 풀려나기 전까지 COP27 반대”와 “이집트의 감옥들을 친환경으로 위장하지 말라”와 같은 현수막을 들고 소규모의 시위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통치자가 두려워할 만한 국제적인 압력은 볼 수 없었다.

알 시시가 시민 사회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의 전체적인 특성이 과장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2014년, 알 시시 대통령은 ‘국익’ 또는 국가의 독립성을 해치거나, 공공의 안보나 안전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자금의 전송을 요청하거나, 수령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그 자금의 출처가 외국이든 현지의 단체든 관계없이 누구라도 종신형이나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관계법령에 따라 형법을 개정했다.” 보조금을 수령할 경우에는 사형이 선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재단들은 모두 샤름 엘 셰이크에 와서 그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거나 후원을 고려할 수도 있는 단체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나라 안에서 만약 그 돈을 받아서 이집트의 환경 파괴에 대하여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든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치를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조금은 당황스럽다.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활동들에 그토록 명백하게 적대적인 이집트 정권은 대체 왜 자금 후원자들과 친환경 단체들을 초대하는 것일까? 진실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모든 사람에게 불편할 수도 있다. 회담 장소인 샤름 엘 셰이크를 일종의 비영리 체험형 동물원(petting zoo)[10]으로 만드는 것만큼 알 시시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국제 기후 활동가들과 자금 후원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평등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면서 2주 동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로 국가의 승인을 받은 몇몇 현지 단체들이 함께할 것이다. 왜일까? 그래야만 이집트가 실체와는 전혀 다르게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천연가스의 훌륭한 공급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아니면 IMF로부터 새로운 대출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집트 정부는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정신없이 거품을 만들고 있다. 거품은 그곳에서 민주주의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흉내 낼 것이다. 시민 사회 단체들이 마주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이러한 쇼에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인가?
2013년 카이로의 고등법원에 출석한 알라 압드 엘 파타. ⓒPhotograph: Ed Giles/Getty Images

 

5.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


다음 달에 개최될 코카콜라 후원 COP27에 대한 계획 중에서도 세부적으로 가장 소름끼치는 것은 단연코 이번 회의가 공식 행사장 내에 아동청소년관이 설치될 첫 번째 회담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이곳은 “대화, 교육, 창의성, 정책 브리핑, 휴식, 안정 등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전 세계 유소년들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유소년들이 “권력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허용될 것이다.

나는 이곳 아동청소년관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글래스고를 비롯한 이전의 COP에서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발언을 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기후 리더의 역할을 해왔으며, 기후를 논의하는 많은 공식적인 자리들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시급성과 도덕적 선명성을 불어넣어 주었다. 바로 그러한 도덕적 선명성이 지금도 필요하다.

10년 전의 이집트 젊은이들에게는 국가의 승인을 받은 공간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혁명이 있었다. 그들은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운 채, 다른 방식의 나라를 요구했다. 항시 존재하는 공포의 그림자가 없는 나라, 청소년들이 경찰서의 지하 감옥으로 사라졌다가 얼굴이 퉁퉁 붓고 피범벅이 된 채로 죽어서 나오지 않는 나라를 요구했다. 그 혁명은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통치해 왔던 독재자를 무너트렸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꿈은 정치적 배신과 폭력에 의해 으스러졌다. 압드 엘 파타는 최근에 보낸 편지 중 하나에서, 어린아이였을 때 체포된 청소년들과 함께 감방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서 썼다. “그들은 감옥에 들어왔을 때 미성년이었고, 지금은 법적인 성년이 되기 전에 나가려고 싸우고 있습니다.”

2011년 타흐리르 광장 장악에 도움을 줬던 청소년 중에는 압드 엘 파타의 비범한 여동생인 사나 세이프(Sanaa Seif)가 있다. 당시 불과 17세였던 사나는 알 고르날(Al Gornal)이라는 혁명적 신문을 공동 창간했다. 이 신문은 수만 부를 발행했으며, 일종의 타흐리르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녀는 또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더 스퀘어(The Square)〉(2013)의 편집자이자 카메라 감독이었다. 그녀 역시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오빠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수감됐다. 나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다가오는 기후 정상회의의) 아동청소년관으로 향하는 젊은 활동가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권력에게 진실을 말했습니다.” 그랬던 많은 활동가들이 지금은 감옥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만약 그곳에 간다면, 여러분이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중략) 그 유산을 함께 지킵시다.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해 주세요. 분명히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 (중략) 모두가 여러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OP27의 개막이 다가오고 압드 엘 파타의 단식 투쟁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사나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거대 친환경 단체들에 대한 인내심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행사장에 참석할 수 있는) 배지를 잃어버리거나 국경에서 차단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 그녀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솔직히 나는 기후 운동의 위선에 진저리가 난다. 이번 #COP27이 단순한 그린워싱을 훨씬 넘어설 것이며 우리에게 미치는 파문이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아우성이 몇 달 동안 이집트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집트의) 인권 실태를 무시하고 있다.”

그녀는 이것이 바로 기후행동주의가 엘리트 운동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가족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것처럼 일상의 시급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기후행동(ClimateAction)은 오늘 이후를 생각할 수 있는 사치를 가진 소수에게만 허용된 생경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것과 인권을 위해 싸우는 것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투쟁이며, 그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영국계 석유기업인) BP와 (이탈리아계 석유기업인) 에니(Eni)의 지원을 받는 정권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정말, 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들을모두석방하라(FreeThemAll) #알라를석방하라(FreeAlaa).”

그것이 매우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들이 이집트 현지로 찾아가든, 아니면 멀리에서 참여하든, 활동가들이 이번 COP27에 가져가야 할 메시지는 단순하다. 정치적 자유가 보호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기후 조치는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운명이 그러하듯, 이러한 사안들도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늦었지만, 그래도 이것을 바로잡을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정상 회의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이 “향후 COP의 주최국들이 COP을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인권 기준을 만들어서 주최 협약의 일부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정상 회의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10년 전에 폭군을 무너트리면서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을 고무시켰던 혁명가들을 향해 기후 정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를 보여주기에는 그리 늦은 시점이 아니다. 홍해의 녹색 홍보는 완전한 실패가 될 것이라는 걸 보여줄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알 시시 대통령은 스스로 겁먹고 수많은 카메라가 도착하기 전에 지하 감옥의 문을 열 것이다. 알라 압드 엘 파타가 감옥에서 필사적으로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듯이,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인터셉트(The Intercept)에 처음 실렸다.
[1]
아랍권에서 민주화 운동의 물결이 거세게 폭발했던 2010년대 초의 시기
[2]
이중적인 의미를 통하여 가치 체계의 전도를 일으키는 방식
[3]
명목상으로는 이집트의 취약 계층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이지만, 알 시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민간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4]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 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
[5]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준비하기 위해 매년 봄이나 여름에 개최되는 회담
[6]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데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선진국들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개발 도상국 및 저개발 국가들에게 지고 있는 부채
[7]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들이 그로 인해 초래된 기후 변화의 최대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 보상
[8]
아랍어로 ‘해방’이라는 의미
[9]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제정된 법안
[10]
아이들이 동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petting)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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