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1948년 11월 20일 이승만 대통령이 호국군으로 예비 전력을 편성했다가 1949년 4월 폐지한 이후 1961년 향토예비군설치법을 발의했는데, 1968년 4월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계기로 다시 예비군을 설치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상비군뿐만 아니라 예비군에서도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규모의 예비군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1954년 자위대 발족과 동시에 ‘예비 자위관 제도’를 도입했고, 1997년엔 제도의 능률을 높이고자 ‘즉응 예비 자위관 제도’를 도입했다. 2001년에는 예비 자위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민간 전문 기술을 활용할 목적으로 ‘예비 자위관 보조 제도’를 도입해 채용을 시작했다. 기존 예비 자위관은 퇴임 후 자위대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면, 예비 자위관 보조는 엄연히 하나의 직무로 인정돼 민간인이 일정 훈련과 교육을 수료하면 임용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예비군의 활동도 다르다. 한국은 주로 북한 관련 소집 등 전시 상황 대비를 주목적으로 예비군을 동원하지만, 일본은 주로 재해 관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예비군을 소집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68년 11월 북한 유격대가 남한에서 반정부 민중 봉기를 일으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울진과 삼척으로 침투한 적이 있는데, 이때 우리 군은 대간첩대책본부를 세우면서 향토 예비군까지 동원해 소탕 작전을 벌였다. 반면 일본은 이러한 전투 목적으로 예비 자위관을 소집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자위관의 주 임무는 재해 수습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소방대원과 자위대, 그리고 예비 자위관이 함께 동원됐으며 2016년 4월 14일 구마모토熊本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역시 자위대와 예비 자위관을 소집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전 세계 군사력 평가 단체(GFP·Globla Fire Power)가 집계한 한국 예비군 수는 310만 명이었던 반면, 일본의 예비 자위관은 5만 5000명에 불과했다. 이는 누군가 예비 자위관을 직업으로 택하거나, 또는 민간인이 발탁된다 해도 지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는 차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자위대가 모병제 기반이란 점에서 지원자가 없을 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자 일본은 2018년 10월부터 자위관이 될 수 있는 지원자의 연령 제한을 18세 이상 27세 미만에서 18세 이상 33세 미만으로 변경했지만, 그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대졸자 취업률이 97퍼센트에 이르고 구인배율이 1.6배에 이르는 일본의 상황과도 맞물리며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군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금, 모병제를 취하는 일본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방위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지난 1970년, 우리나라는 ‘자주 국방력 확보’라는 목표 아래 국방과학연구소(ADD·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를 설립했다. 1974년 일명 ‘율곡사업’을 시작으로 소총부터 미사일, 전차 등 무기 생산을 본격화한 결과 재래식 무기의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1980년대에는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를 진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K-9 자주포를 비롯해 잠수함, 구축함 등의 대규모 사업으로 방위산업 육성에 속도를 붙였고, 2006년에는 방위사업청이 출범하면서 산업 수출을 추진했다. 이후 한국의 방위산업은 2012~2016년 기준 연평균 22.2퍼센트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5년에는 글로벌 방위산업 10위권에 들어섰다.
일본은 어떨까?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무기 개발과 생산은 금지됐지만, 1950년 한국 전쟁을 핑계로 무기 보수와 정비를 통해 군수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1954년에는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군대가 부활하며 병기류 개발 역량을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위산업이 본격 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방위성 장관이 ‘방위 장비 개발 및 생산의 기본 원칙’을 발표했고, 1986년부터는 동맹국인 미국에 한해 무기 기술 공여를 예외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통한 제3국 수출이 가능해졌다. 이후 아베 정권 시절이었던 2014년 4월부터는 일본의 평화주의를 상징하던 무기 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폐기하고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신설했다. 여기서 3원칙은 분쟁 당사국과 유엔 결의 위반국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되, 평화와 일본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무기를 수출하고, 수출 상대국에 의한 목적 외 사용 및 제3국 이전은 적정한 관리가 확보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일본은 사실상 무기 수출 금지의 족쇄가 완전히 풀리게 됐다.
일본 방위성은 2015년 한국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방위장비청을 신설했다. 방위장비청은 무기의 구상→연구·개발→취득→정비→구입→수출까지 일원화했으며, 방위성 전체 예산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예산을 매년 집행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각종 무기 및 부품의 국내 생산을 강조해 제조 실력을 키워 온 결과, 일본 방위산업은 국산화율 90퍼센트 이상을 달성했다.[5]
현재 일본 방위산업은 다수의 중소업체와 대기업이 협력해 안정적인 산업 구조를 이루고 있다. 부품 수출과 기술 이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고, 높은 수준의 소재 산업들을 군수 분야에 접목해 방탄복과 안전복 등 특수복을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동남아에 군수 장비를 제공·납품하는 등 방위 장비 수출에 나서며 기존 내수 위주 방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타개하려 한다.
한국 또한 방위산업 수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출 산업화를 추진한 결과 한국 방산 기업들의 인지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권총과 소총을 비롯한 개인 총기류부터 자주포,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공군의 전투기까지 세계 군수품 시장에서 각종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핵심 부품의 국산화 역량은 아직 60퍼센트 수준으로, 일본의 90퍼센트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는 한화디펜스나 현대로템 등 소수의 기업만이 방산에 참여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해질 경우, 국내 방위산업은 실적 면에선 성장할 수 있어도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한 시장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 민간 업체 및 협력 업체를 적극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방위산업을 진행해 왔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방위 품목의 국산화에는 성공했으나 이 성공이 무기 수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반면 한국은 방위 품목의 국산화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으며, 이제는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K-방산까지 접수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단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 이 계획을,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세일즈 국가로의 도약
한국 방위산업은 이제 ‘방산 메이저 리그’에 진입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방산 수출액은 지난 2019년 16억 달러를 기록한 뒤 불과 2년 만인 2021년 70억 달러로 네 배 이상 증가하며 전 세계 방산 시장 수출의 2.8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6]
지난 2022년 6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를 띄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주 산업뿐 아니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와 소형 무장 헬기(LAH·Light Armed Helicopter), 민수 헬기(LCH·Light Civil Helicopter) 등을 개발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을 이끌고 있다. 공격용 헬기를 설계하고 양산하는 나라는 전 세계 일곱 개 국가에 불과할 만큼 어려운 기술력을 한국이 이룩한 것이다. 2022년 8월 3일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파트너로 참가한 대한 공군 곡예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는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며 한국 항공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며,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다목적 경전투기 ‘FA-50 파이팅 이글’도 이집트와의 공동 생산 방안을 협의 중이다. 또 현대로템에서는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차를 파괴할 만큼의 화력을 자랑하는 ‘K2 전차’를 생산하고 있다. 2008년 독일을 제치고 터키에 기술을 수출했고, 2022년 7월 27일에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강화에 나서면서 K2 전차 1000대와 K-9 자주포 600여 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주문한 바 있다.
1978년에 방위산업에 진출한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일본과 중국의 자주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해 대한민국 방위 수출의 효자 제품으로 등극했다. 2001년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2022년 2월에는 2조 원 규모를 수출했으며, 2022년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에 4000억 원 규모의 요격 미사일 ‘천궁Ⅱ’ 발사대를 수출하는 등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69퍼센트)를 차지하며 K-방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자주포 도입 사업을 진행하던 중, 독일의 PzH-2000 자주포가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K9 자주포를 대신 택했다. 핀란드도 독일 PzH-2000 가격의 3분의 1인 약 3억 8000만 달러에 K9 자주포를 계약했으며, 인도도 기존에 사용하던 중국 및 소련제 자주포보다 성능이 뛰어난 K9에 눈을 돌렸다. 이외에도 아랍에미리트는 2022년 LIG넥스원이 K-방산에 합류하면서 4조 2000억 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전문 방산업체가 부재하고, 일부 기업이 방위산업의 각 분야를 담당하는 형태다. 2014년 방위 장비 수출의 물꼬를 튼 이후 2020년 8월 28일 미쓰비시전기가 만든 장거리 대공 감시 레이다 세 대와 이동식 대공 감시 레이다 한 대를 필리핀에 수출한 바 있으며, 그 기세를 몰아 수출량을 늘리고자 동남아 국가들과 협상을 벌여 왔다. 대표적으로 2020년 10월 19일, 스가 총리가 첫 해외 순방 국가로 나선 베트남에서는 방위 장비 및 기술 수출 협정을 체결했고, 인도네시아와도 방위 장비 수출과 기술 이전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방산 수출 경험이 부족하고 업체들 또한 미진한 태도를 보인 탓에 실제 거래는 지지부진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인도에, 2016년 호주에, 2018년 프랑스 그리고 독일에 방위 장비를 수출하기로 하고 협정에 서명까지 했지만 구매로 이어진 건은 없었다.
현재 일본 방산 1위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총 매출 중 방위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6퍼센트에 불과하다. 상술했듯 일본에서 방산은 대기업이 산업의 일부만을 맡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전차 한 량을 만들기 위해선 약 13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직공 기술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중소기업의 후계자는 찾기 힘든 상황에서 방산에 투자하거나 연구·개발을 지원할 유인(insentive)은 높지 않다. 그래서 일본의 방산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 사업 규모를 키우려는 동기가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일본 정부의 방산 계약은 꾸준하지 않고 산발적으로 이뤄져서 실제 마진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무기 수출은 가격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그리고 군사 지원 등에 관해 수출 상대국과 관민 일체의 협상 체제가 필요한데, 일본은 아직 이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오랜 기간 엄격히 금지됐던 수출이 2014년이 돼서야 풀렸기 때문에 아직은 방산 영업을 위한 준비가 충분치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방산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 가성비를 무기로 세일즈를 해왔으며, 윤석열 대통령 또한 2022년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무기 영업을 벌이기도 했다.[7]
방산이 과거엔 정부가 주도하는 내수형 보호 육성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중심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즉, 민간 기업 입장에선 블루오션인 것이다. 향후 일본 정부가 관민 협력을 통해 국제 수출 등에 힘을 실어 줄 경우, 이는 한국의 방산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비하고자 우리나라도 기업 위주의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고도성장 당시 국제 사회에서 일본 이케다 수상(池田勇人)의 별명은 일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 이케다’였다. 우리나라 정부에게도 기대되는 타이틀이다.
평화헌법, 발목을 잡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2014년까지, 일부를 제하고 사실상 무기 수출이 금지됐던 일본은 방위산업을 내수 중심으로 진행해 왔다. 소총류 같은 비교적 간단한 소화기나 거대한 틀들은 국내 개발과 참고 품목 구매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전차나 함정 그리고 기체에 사용되는 특수 기술에선 국제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채택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가 중·후발국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며 무기 수출에서 일본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과거엔 지상·해양·항공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우세했다. 개발 초창기였던 1950년대부터 국산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이미 1970년대 중반에 대부분의 무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가 PAC-3 탄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도입할 당시 부품의 30퍼센트가 일본산이었다. 최근 일본의 항공 자위대가 F-2 전투기의 후계기로 스텔스 전투기 F-35 시리즈를 미국과 공동 개발·배치한다는 기사 등을 보면, 일본은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8]
또 일본은 자국을 알리는 목적으로 세계 시장에 여러 차례 군수품을 공여했다. 필리핀에 전투 능력을 지닌 순시선 열 척과 TC-90 훈련기를 공여했고, 말레이시아에는 대형 순시선 한 척과 P3-C 대잠 초계기의 노후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동아시아권 우방국들에게 공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이렇다 할 무기 수출 거래를 성사시키진 못했는데, US-2라는 기체를 인도에 수출하기로 했지만 한 기체에 100억 엔이 넘는 가격 부담으로 거래는 무산됐으며 호주와의 잠수함 사업에서도 본격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2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이라는 꼬리표와 오랜 시간 지속해 왔던 무기 수출 3원칙에 발목이 잡힌 결과, 내수 위주의 제품을 개발하며 가격이 상승한 것이 세계 무기 시장에서 뒤처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일본산 군수품을 필요로 하는 곳은 현재로서는 자국 내 자위대가 유일하다. 또 하나, 평화헌법에 근거해 자위대 편제 이상의 무기를 비축할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패전 후 미(美) 군정하에 공표된 일본국헌법, 일명 평화헌법의 제9조가 전쟁 및 무력행사의 포기,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선제공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소유할 수 없으며, 군사 장비 또한 정해진 수요량만 생산해야 한다.
즉, ‘생산 →보급 → 종료’라는 단순한 구조에 갇혀 대량 생산이 불가하다. 이에 따라 일본 장비는 필요한 수량이 책정되면 그 이상을 넘기지 않는 주문 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매우 비싸지고, 그러다 보니 일본 방산 업계는 해외 수출을 위한 준비가 미흡해 특유의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육상 자위대가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섬나라 일본은 육상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선제공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자위권을 통한 방어만을 상정하며, 구 일본제국군과는 달리 모병제를 통해 병력을 충원하기 때문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라는 점에서, 오히려 일본의 적군 입장에선 상륙 작전이 필수다. 미사일 등의 장거리 타격 무기로 일본을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시대가 변해도 전장에서 땅에 깃발을 꽂는 역할은 지상군이다. 그래서 일본을 점령하고자 하는 국가는 상륙 작전에 엄청난 전력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반면, 일본의 육상 자위대는 주로 해상 자위대의 방어를 이미 한 번 뚫고 상륙한 적군의 병력을 본토 내에서 제거하는 정도라서 많은 병력을 요하지 않는다.
일본 자위대와 달리 한국 육군은 무기를 개발하고 장비를 소유 및 수출하는 데 제한이 거의 없으며,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다. 오히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 갖는 특수한 상황과 적극적인 방산업 개발 및 수출에 따라 소위 ‘가성비 높은’ 무기를 생산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곧 기술력이 부족해 무기를 수입해야 하는 중·후발국들 입장에서 한국과 무기를 거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범용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점유율이 아직은 66퍼센트대에 머물러 있으며, 국방 과학 기술 수준의 경우 2021년 기준 일본이 8위, 한국이 9위로 한 단계 낮다. 그러나 이 또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 윤석열 정부는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해 대한민국을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발표하고, “국방 연구·개발 예산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해외 유수 방산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 방산 기업의 몸집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9]
사실 북한, 중국, 러시아라는 거대 세력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육군의 힘은 막강한 기갑과 포병 전력에서 나온다. 전시 상황에서 대규모 기갑 세력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육군을 보유해야 하는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다. 2021년도 기준 한국의 총병력 53만여 명 중 무려 39만 명(약 75퍼센트)이 육군으로, 이는 국가 규모에 비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진보적인 3세대 전차를 수천 단위로 보유하고 있으며 자주포 전력 규모는 미군도 능가할 정도다. 수도권 바로 위에 북한을 이고 있는 준 전시 국가인 동시에 서방 세계의 일원으로서 중국군과 러시아군까지 상대할 수 있는 특수한 입장이기에, 육군은 80년대의 대규모 화력전을 상정하는 교리를 유지하며 지금까지도 그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