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와 수익의 균형; 포드 재단의 실험
1960년대 미국 뉴욕의 5번가에는 아프리카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온 낡은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오래되어 재생이 시급했던 이 미술관을 살리기 위해 도시 재생 보조금 80만 달러(9억 원)가 책정됐다. 문제는 선 개축, 후 지원을 조건으로 한 지원금이었다는 점이다. 건물을 다시 지을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개축을 전제로 한 지원금은 무용지물이었다.
1968년, 이미 80년 역사를 자랑하던 자선 재단인 포드 재단은 도시 재생 보조금을 담보로 미술관 개축 비용 105만 달러(11억 8230만 원)를 대출해 줬다. 포드 재단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업에 기부나 보조금 지원이 아닌, 대출이라는 투자 방식을 활용한 첫 번째 사례였다. 재단의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기증하지 않고 저금리 대출, 주식 투자의 방식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연계 투자(Program-Related Investment·PRI)의 시작이었다. 기존의 자선 사업 분야에 투자한 뒤 투자금과 수익을 회수해 또 다른 사회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PRI가 시작된 지 50년이 지난 2017년 4월 포드 재단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재단의 총자산 120억 달러(13조 5120억 원) 중 10억 달러(1조 1260억 원)를 향후 10년간 미션 연계 투자(Mission-Related Investment·MRI)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임팩트를 좀 더 우선하는 투자인 PRI에서 임팩트와 재무적 수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MRI로의 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재단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PRI와 달리, MRI는 재단 자체 자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재무적 수익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포드 재단의 이행 선언은 다른 재단들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임팩트 투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회 투자 도매 금융;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
포드 재단의 PRI와 같이 민간 재단이나 공적 기관의 기금이 목표로 하는 사회적 미션에 투자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사회 투자(social investment)라고 부를 수 있다. 사회 투자라는 용어는 유럽, 특히 영국에서 발달된 개념으로 재무적 수익보다는 비재무적 가치 창출을 우선시하는 임팩트 우선 투자의 성격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임팩트 투자와 사회 투자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임팩트 투자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사회 투자는 임팩트 투자의 하위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임팩트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소셜 엔터프라이즈나 사회 연대 기업, 비영리 기구의 경제적 활동이 주요 투자 대상이 된다. 추구하는 투자 수익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낮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사업 총경비를 회수하는 수준에 만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 회수 기간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인내 자본 성격의 주식 지분 투자와 낮은 금리의 대출 또는 채권 투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ig Society Capital·BSC)[2]은 정부 주도로 출범한 사회 투자 도매 금융 기관이다. 2000년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재무장관이 사회 투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이후 BSC가 설립되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2012년 시중 은행의 휴면 예금과 바클레이스(Barclays), HSBC, 로이즈(Lloyds),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 메이저 은행 네 곳의 출자를 합해 6억 파운드(8547억 원) 규모로 출범했다.
도매 금융 기관으로서 BSC가 사회 투자 금융 중개 기관(Social Investment Finance Intermediaries·SIFIs)에 자금을 공급하고, 중개 기관이 사회적 기관이나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지원하는 구조다. 투자 수익을 통해 운영비와 제반 손실을 충당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임을 실증해 보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BSC의 펀딩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15년이 넘은 휴면 예금이 이관되면, 인출 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이 사회적 목적을 위해 영국 복권 기금(Big Lottery Fund)으로 이전된다. 이 자금은 다시 영국의 4개 지역으로 배분되는데, 이 중 잉글랜드에 할당된 몫이 빅 소사이어티 트러스트를 통해 BSC로 출자된다. 4대 메이저 은행은 각각 5000만 파운드(715억 원)씩, 총 2억 파운드(2859억 원)를 출자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BSC가 선정한 사회 투자 금융 중개 기관을 통해 집행된 사회 투자는 총 7억 6000만 파운드(1조 827억 원)다. 이 가운데 자체 자금이 2억 2000만 파운드(3134억 원), 매칭에 의한 공동 투자가 5억 4000만 파운드(7693억 원)다. 집행 자금의 59퍼센트는 자선 기관 및 소셜 엔터프라이즈에, 26퍼센트는 사회 투자 관련 부동산에, 6퍼센트는 운용 보수로 집행됐다.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는 74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6퍼센트는 소셜 임팩트와 재무적 수익 면에서 양호한 그린(green) 등급을, 35퍼센트는 보통 수준인 앰버(amber) 등급을 받았다. 위험도가 높은 레드(red) 등급은 9퍼센트다. 펀드 투자는 투자 위원회의 투자 승인이 나면 민간으로부터 최소한 같은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는 일대일 매칭을 원칙으로 한다. BSC와 민간 자금의 비율을 1 대 3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BSC는 네 가지 운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첫째, 독립성의 원칙이다. BSC는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BSC에 투자한 은행 네 곳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둘째, 투명성의 원칙이다. BSC는 사회 투자 시장의 주도자로서 제3 섹터와 관련한 정보와 전문 지식을 적극 공유한다. 셋째, 자급자족의 원칙이다. 운영과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손실을 투자 이익으로 만회하고, 나아가 적은 금액이라도 재무적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수익이 곧 사회 투자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넷째, 도매 금융의 원칙이다. BSC는 재원을 중개 기관을 통해 투자하고 직접 투자는 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관 직접 투자; 소셜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 그룹
BSC가 사회 투자 금융 중개 기관을 지원하는 도매 금융 기관이라면 사회적 기관과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관리하는 금융 중개 기관 중 하나가 소셜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Social Investment Business·SIB) 그룹[3]이다. 영국의 SIB 그룹은 공공 기관으로부터 특정 사회적 사업을 위한 자금을 펀드로 위탁받아 운용하는 중간 금융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SIB 그룹은 2002년 12월 마을 공동체 기업 지원을 위해 2200만 파운드(313억 원)의 홈 오피스(home office) 투자 자금으로 어드벤처 캐피털 펀드(Adventure Capital Fund)를 설립하며 출발했다. 이 펀드는 2006년 보증에 의한 유한회사로 변경된 후 같은 해 등록 자선 기관이 되었다.
2002년에 설립된 이후 2013년까지 1200개가 넘는 사회적 기관에 약 4억 파운드(5700억 원)를 대출과 교부금(grant)으로 지원했다. 운용하는 펀드도 대출 전용과 교부금 전용 두 가지가 있다. 교부금과 대출을 따로 운용하기도 하지만 동일한 사업에 두 가지를 동시에 적용하기도 한다. 사업 대상은 자선 기관이나 소셜 엔터프라이즈다. 제도권 금융 기관들은 상환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대출을 거절하는 사회적 사업을 지원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SIB는 대출과 교부금 지급에만 그치지 않고 대상 사회적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사업 수행을 위한 인적 자원 연결, 컨설팅 등을 다각도로 지원한다. 이는 실제 투자 위험 관리의 중요한 과정이다.
SIB 그룹은 SIB 재단과 그 자회사인 SIB 유한회사, 퓨처빌더스 잉글랜드(Futurebuilders England) 유한회사,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orward Enterprise) FM 유한회사로 이루어져 있다. SIB 재단은 지역 공동체 기반의 소셜 엔터프라이즈에 투자하는 어드벤처 캐피털 펀드와 커뮤니티 빌더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SIB 유한회사는 주로 정부 부처를 대신해 펀드 운용 계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FM은 출소자나 마약 중독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셜 엔터프라이즈에 투자하기 위해 2018년 3월 설립되었다.
알트 밸리 커뮤니티 트러스트(Alt Valley Community) Trust는 SIB 그룹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알트 밸리 커뮤니티 트러스트는 영국 중부 리버풀에서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경제 개발,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구축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시 의회뿐 아니라 지역 학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산하 조직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공동체 대학(communiversity)의 평생 배움 센터, 스포츠 및 여가 생활 센터, 공동체 농장, 중급 기술 노동 시장 취업 기회 발굴, 14~16세 청소년들에게 직업 기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건강 증진 활동 프로그램 운영, 전과자 직업 훈련 등이다.
SIB의 대출 사업을 통해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부실률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겠지만 재무적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운영비를 마련하고 적정 부실률을 유지하는 수준의 수익에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전문가, 혁신을 연결하라; 소셜 파이낸스
소셜 파이낸스(Social Finance)는 영국의 사회 투자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2007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구다. 이 기관의 설립 목적은 금융, 전략 컨설팅, 사회 부문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개인들을 연계해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투자 제안을 실제 사업으로 실행해 내는 것이다.
소셜 파이낸스 초기 팀은 휴면 예금 위원회를 도와 2007년 3월 사회 투자 은행(Social Investment Bank)의 설립을 제안했고, 이 제안에 따라 2012년 4월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이 공식 출범했다. 운영비는 주로 영국 복권 기금과 자선 단체의 기부금으로 충당하지만, 정부 및 사회적 기관들에게 제공하는 컨설팅을 통해서도 수익을 얻는다.
소셜 파이낸스는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를 규명하고, 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기관 및 개입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혁신적인 모델을 만드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소셜 임팩트 본드(social impact bond, 사회 성과 연계 채권)[4]다.
소셜 임팩트 본드는 특정한 사회 문제의 해결에 유용한 것으로 검증된 프로그램의 실행에 소요되는 자금을 민간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 프로그램 수행의 성과에 따른 지급 보상을 계약하고, 이에 따른 모든 소요 비용을 일정 목표 이상의 성과가 나올 때만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다자간 계약 구조다. 정부는 사업 성공 시에만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검증된 사회 문제 해법을 가진 프로그램 서비스 기관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scale up)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민간 투자자들은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사업 성과에 따른 재무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소셜 임팩트 본드는 2018년 10월 현재 23개국에서 119건, 총 4억 1000만 달러(4617억 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5] 여기에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진행되는 두 건의 한국 소셜 임팩트 본드도 포함되어 있다.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 지역 금융; CDFI
미국의 CDFI(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6]는 저소득층과 저소득 지역에 대한 자금 제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지역 개발 금융 기관이다. CDFI가 탄생한 배경은 1980년대 저축 대부 조합 사건으로 알려진 대형 은행의 스캔들과 은행의 고객 차별 행위, 특히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이었다.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소액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은행 통폐합 과정에서 많은 지역에 지점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소기업 및 도심의 저소득층 지역, 농촌 지역, 인디언 원주민들은 금융에서 소외되었다.
지역 개발 금융 기관의 주요 법인 유형 다섯 가지는 신용 협동조합, 융자 기금, 소기업 기금, 은행, 벤처 캐피털이다. 자산 규모는 5만 달러(5630만 원)에서 10억 달러(1조 1260억 원) 이상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미국 내에서 공식 인증된 CDFI 개수는 1000개가 넘고 총자산도 1000억 달러(112조 6000억 원)가 넘는다. CDFI로 인증을 받으려면 지역 개발 촉진이 주요 목적임을 증명해야 하고, 금융 서비스 및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 혹은 경제적 낙후 지역을 대상으로 금융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457건의 신청 가운데 약 3분의 1인 158건이 채택되었다. 금액으로는 총 6억 7500만(7600억 원) 달러를 요청했고, 약 4분의 1인 1억 7020만 달러(1916억 원)가 지급됐다. CDFI 1개당 200~500만 달러(23~56억 원)가 지원되었다. 지원을 받으려는 신청 기관은 사업의 파급 효과와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아닌 자금원으로부터 매칭 펀드를 확보해야 하고, 지원금은 운영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
미국 CDFI 기금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금융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BEA 프로그램, 인가받은 발행 채권에 대해 정부가 보증해 주는 CDFI 채권 보증 프로그램, 저소득 낙후 지역 사회적 금융 기관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NMTC 프로그램 등이다.
지구의 가난을 투자로 해결하다; 아큐먼 펀드
아큐먼 펀드(Acumen Fund)[7]는 투자 은행 출신의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가 미국의 록펠러 재단, 시스코 시스템스 재단, 개인 후원자 세 명의 도움으로 2001년 설립한 비영리 임팩트 투자 기관이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의 저소득 인구가 처한 빈곤 문제를 기존의 원조 방식이 아닌 임팩트 투자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셜 엔터프라이즈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해 왔다. 2017년 6월 기준으로 13개국에 걸쳐 102개의 소셜 엔터프라이즈, 385명의 리더들에게 1억 1000만 달러(1239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 관심 분야는 농업, 의료 및 보건, 교육, 주택, 에너지, 물과 위생 등 신흥국 저소득층의 기본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다.
아큐먼의 흥미로운 투자 사례 중 하나는 탄자니아의 에이 투 지 텍스타일 밀스(A to Z Textile Mills)다. 이 소셜 벤처는 한 해 4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그물에 살충제를 입힌 모기장을 제조한다. 일본 스미토모 화학 등과 협업해 만들었는데, 5년간 살충제를 보충하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아큐먼은 이 회사에 2003년 32만 5000달러(3억 6600만 원)를 대출해 줬고, 2005년에는 대출과 보조금을 합해 67만 5000달러(7억 6000만 원)를 투자했다. 연간 2900만 개의 모기장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03년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다.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아큐먼은 이 투자가 최상의 자선 사례에 비해 52배 더 효율적(cost effective)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동일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자선과 비교할 때 52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8]
아큐먼은 글로벌 및 지역 펠로우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촉진할 지식, 지원 시스템, 그리고 실행의 지혜를 가진 탁월한 리더들을 선정하는 일도 하고 있다. 리더들의 미션 성취를 다각적으로 지원하는데, 미국에 두 곳, 영국 런던에 한 곳, 신흥국 다섯 곳에 글로벌 사무실을 두고 있다.
글로벌 소액 금융 서비스; 액시온
액시온(Accion)[9]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 금융 서비스 기관을 지원, 육성하고 투자하는 글로벌 비영리 조직으로 조지프 블래치포드(Joseph Blatchford)가 1961년 설립했다. 1973년 브라질에서 소액 대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지난 50여 년간 4개 대륙, 32개국에 63개의 소액 금융 기관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1983년 소액 금융 기관 글로벌 네트워크인 레드(Red) 액시온을 설립한 이후,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부터 동부 뉴욕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 소액 금융 기관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소액 금융 서비스는 론 오피서(loan officer)로 불리는 대출 담당 직원들의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고, 고객들의 신용 정보에 기초한 금리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금리도 높다. 액시온은 이러한 고비용 구조로 인한 높은 금리를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통해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액시온의 사업은 자문 서비스와 투자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문 서비스는 소액 금융 기관의 지속적인 성장 전략, 고객 가치 창출과 장기적 관계 구축을 위한 고객 중심 상품 설계 전략, 디지털 기술의 접목, 경영 효율화, 위험 및 신용 분석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제공된다.
액시온의 투자는 소액 금융 기관의 성장을 돕기 위해 1995년 설립한 액시온 게이트웨이 펀드(Gateway Fund)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3년에는 라틴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의 소액 금융 기관 투자를 위해 영리 투자 회사인 액시온 인베스트먼츠를 설립했다. 2010년에는 프론티어 인베스트먼츠 그룹을 설립해 상품 및 서비스의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기반 소액 금융 벤처에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액시온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는 2006년 나이지리아에 설립한 액시온 소액 금융 은행을 포함해 21개의 소액 금융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방에서 주류로
2010년 11월 JP모건(Morgan)이 록펠러 재단, GIIN과 함께 발표한 〈임팩트 투자: 떠오르는 애셋 클래스(Impact Investments: An Emerging Asset Class)〉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자본 시장을 이끄는 메이저 증권사가 임팩트 투자를 새로이 부상하는 하나의 자산군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세계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임팩트 투자가 더 이상 소수의 관심 영역이 아니라 주류 자본 시장의 한 흐름으로 편입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본 시장 전체의 관리 자산에 비하면 임팩트 투자의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대형 금융 기관의 경우 임팩트 투자를 위한 자금 모집 단위가 전통적인 투자 상품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재무적 수익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수익, 임팩트의 측정 문제 역시 상당 수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수조 달러의 총자산을 관리하는 스위스 은행인 UBS가 두 건의 임팩트 투자 펀드로 모집한 자금은 5000만 달러(563억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펀드를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규모 펀드만큼 들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투자 자금 모집 단위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대형 은행의 판매 플랫폼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유수 투자 은행 증권사는 이미 오래전에 사회 책임 투자 또는 지속 가능 투자의 영역에 뛰어들었다. 이에 더해 특정한 사회적, 환경적 미션을 투자에 접목하는 임팩트 테마 투자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2001년 이후 골드만 삭스 어번 인베스트먼트 그룹(Urban Investment Group)을 통해 저소득 지역 공동체 개발 프로젝트에 70억 달러(7조 8820억 원)를 투자했다. 지역 비영리 조직과 협력해 적정 가격 주택, 양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소셜 엔터프라이즈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성장 자본을 공급해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뉴올리언스, 뉴욕, 뉴어크, 디트로이트, 멤피스 등 미국 전역에 걸쳐 지역 개발과 재생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어번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2013년에 2억 5000만 달러(2815억 원) 규모의 골드만 삭스 소셜 임팩트 펀드(Social Impact Fund)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2018년 9월 자사의 임팩트 투자 플랫폼인 인베스팅 위드 임팩트 플랫폼(Investing with Impact Platform)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 자산이 250억 달러(28조 1500억 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개인 투자자, 패밀리 오피스, 종교 단체, 기업, 대학, 연금, 재단, 비영리 단체, 기부자가 원하는 다양한 투자 목적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미션 얼라인 360˚툴킷(Mission Align 360˚ Toolkit)이라는 임팩트 투자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종교적 가치, 기후 변화, 성 다양성 등과 같은 지속 가능 투자 테마를 지원한다. 고객마다 임팩트 디렉터(impact director)를 지정해 분명한 목적을 가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건 스탠리는 2012년 4월 미국 국무부의 글로벌 임팩트 경제 포럼(Global Impact Economy Forum)에서 지속 가능 투자를 시작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JP모건 체이스(Chase)는 2008년에 신설된 소셜 파이낸스 부서를 통해 임팩트 투자를 직접 실행하고 상품을 설계해 고객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고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와 파트너십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임팩트 투자의 공급 측면에서, 최근 다국적 환경 보호 단체 네이처 컨서번시(Nature Conservancy)와 함께 환경 보전 사업 투자 플랫폼인 네이처베스트(NatureVest)를 출범시켰다. 네이처 베스트는 공공 및 자선 자본을 보완할 수 있는 10억 달러(1조 1260억 원)의 민간 자본 유치를 목표로 투자성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 수요 측면에서는 임팩트 투자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GIIN과 연계해 매년 임팩트 투자 보고서를 발간, 임팩트 투자의 성과와 기회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