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표 방송 초반부에는 정준희 교수를 진행자로 하여 패널로는 정청래 의원과 김용태 전 의원 등이 출연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MBC 라디오의 정치 토크 프로그램 〈정치인싸〉의 진행자와 패널이 등장했다. MBC 〈정치인싸〉는 라디오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방송되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보수 패널은 장성철 교수와 천하람 변호사, 진보 패널은 현근택 변호사와 김준우 변호사다. 진행자는 허일후 아나운서다. 출연진 네 명은 모두 여야 정당 경험이 있는 논객들로 다양한 TV 정치 토크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다. 이들은 TV보다 라디오에서 그 매력과 위력이 증가한다. 여러 제약이 많은 TV와 달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훨씬 직설적인 정치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진 지방 선거에서도 MBC는 〈정치인싸〉팀을 패널로 선택했다.
KBS와 MBC는 왜 패널 구성에 변화를 줬을까? 이들의 ‘케미스트리’ 때문이다. 이러한 패널 구성 변화는 뉴스 전달 방식과 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치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수차례 손발을 맞춘 출연자와 패널은 서로에게 익숙하다. 때로는 진행자의 질문을 기다리지 않고 패널끼리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뉴스를 다룬다. 대선이 주는 무게감이 있으니 평소 프로그램에서만큼 편한 분위기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농담을 던지거나, 분석이 틀리면 면박을 주기도 한다. 또 자기 후보 측이 잘못한 부분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들의 정치 토크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티키타카(tiqui-taca)’다.
전원책 : 민주당이 스스로 자기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 : 재보궐 선거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가 엄청나게 캠페인을 잘했어요. 패배했다고 해서 정치 인생이 끝날 것도 아니고요. 민주당이 분열에 빠질 가능성 거의 없습니다. 혹시라도 윤석열 캠프에서 그걸 기대하고 무슨 작업을 하려고 손대는 순간 여야 관계는 곧장 파탄으로 치닫게 될 겁니다.
전원책 : 대장동 게이트 같은 것은 검찰 수사가 정말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엄청난 정계 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여야 지도자들이 손잡고 악수한다고 해서 국민 통합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시민 : 변호사님, 캠프에 자문해 주시는 거 아니죠. 윤석열 후보가 저런 말을 듣고 따르면 그대로 패가망신할 겁니다. 정치적으로.
-KBS 2022년 대선 개표 방송 패널 발언 중에서
허일후 : 두 후보자의 배우자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많이 미쳤을까요?
천하람 : 양쪽 다 네거티브가 워낙 많다 보니까⋯ 둘 다 지쳐서⋯ 할 말 없는 대선이고요.
김준우 : 다들 우리 후보가 부끄럽다는 걸 아는 거예요.
허일후 : 현 변호사님 말씀도 들어 볼까요.
현근택 : 이야기 안 해도 됩니다. (일동 웃음) 사실, 제일 방어하기 힘들었어요. 배우자 법인 카드 문제는 민감하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팩트 파악도 쉽지 않고. 제가 방송에서 이야기하면 그걸로 고발도 하시더라고요.
허일후 : 국민의힘, 방어하기 힘드셨던 것은?
천하람 : 학력이나 경력 부풀리기 논란 이런 부분이죠. 본인이 사과를 했습니다만 알맹이가 잘 들어가 있지 않았고, 저희가 내놓은 초기 메시지도 굉장히 안 좋았죠.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MBC 2022년 대선 개표 방송 패널 발언 중에서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무겁게 격식을 차리면서, 진영 논리에 충실해 예상 가능한 대화가 오가는 일은 없다.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들이 선거 뉴스와 투표 및 개표 상황을 놓고 서로 재치 있게 직설적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시청자들도 과거 선거 방송 패널들의 딱딱한 대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낀다. 선거 방송에서 패널의 비중이 커지면서, 시청자들은 더 많은 정치 분석과 선거 정보를 패널들의 대화 속에서 얻게 된다.
KBS 〈정치합시다〉, MBC 〈정치인싸〉의 코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정체성이 분명했기 때문에 12시간이 넘는 대선 라이브 개표 방송 안에서도 주목도가 높았다. 패널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보니, 생방송 중에 나눈 발언 자체가 또 다른 속보 뉴스로 보도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1] 이처럼 2022년 선거 방송에서 정치 토크 패널이 보조적 역할이 아닌 핵심 요소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뉴스 소비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이트, 리포트를 넘어
과거 어른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 알려면 뉴스를 봐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지금 시대에 그 말을 적용하려 하면 갸우뚱해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무엇을 어디서 보는 게 좋은지, 어떤 걸 봐야 뉴스를 보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뉴스 형태를 고려하면 과거 이 행위는 꽤 명백했다. 가령 저녁 아홉 시 뉴스나 조간신문을 보는 행위는 뉴스를 보는 것에 해당했다.
기존 방송 뉴스는 크게 스트레이트 뉴스와 기자 리포트로 나뉜다. 스트레이트 뉴스는 기자가 글로 써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도한다. 리포트에서는 기자가 사건 사고 현장 등을 담은 영상 화면과 함께 핵심 내용을 목소리로 전달한다. 보통 각 방송사가 저녁 메인 뉴스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주된 방식은 기자의 리포트다. 보도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저녁 메인 뉴스에는 그날그날 꼭 알아야 할 뉴스들이 압축적으로 전달된다. 특종 기사나 발로 뛴 탐사 기획 기사들도 많다. 앵커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리드 멘트를 하고, 이어서 방송 전에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2분 내외의 기자 리포트가 나간다. 권력자나 정부, 기업의 민낯을 고발하는 기자의 리포트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기도 하고, 앵커의 ‘촌철살인’ 멘트는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두고두고 이야기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뉴스 전달 형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 기자가 출연해 앵커와 함께 취재한 내용을 대화식으로 풀어내면서 뉴스를 전달하거나, 앵커가 뉴스메이커와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뉴스를 전하는 토크 쇼, 즉 토크 뉴스가 트렌드로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팩트 중심의 보도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치인 또는 이슈 당사자에게서 직접적이고 충분하게 의견을 듣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시청자들의 요구가 변하면서 같은 이슈를 다루더라도 사실 나열의 리포트가 아니라 토크 뉴스 형식으로 다룰 수 있는 뉴스 아이템의 가치가 올라간다. 토크 뉴스는 다소 딱딱했던 뉴스의 문법을 깨고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는 의미도 있다.
하루 종일 뉴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토크 뉴스는 예상외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출퇴근길 라디오에는 여야 정치인과 주요 인물이 나와서 진행자와 함께 뜨거운 이슈에 대해서 이리저리 떠든다. 전통적으로 토크 하면 라디오인데, 청취율이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이 있다.[2]
TV 역시 다르지 않다. 지상파와 종합 편성 채널 가릴 것 없이 낮 시간대에 뉴스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다. 낮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의 일대일 토크, 또는 여야 패널 간 토크 형식으로 주요 뉴스가 다뤄진다. 보통 한 프로그램당 1~2시간씩 편성돼 있다.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뉴스를 생각하면 큰 변화다. 앵커의 리드 멘트와 기자 리포트로 이뤄진 기존 형식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편적인 것이었다. 요즘엔 짧은 기자 리포트 비중이 낮아지고 진행자와 출연 패널 간 토크가 핵심 포맷이 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들로는 KBS1TV 〈사사건건〉, MBC 〈2시 뉴스외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등이 있다.
종합 편성 채널에는 이러한 프로가 더 많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JTBC 〈정치부 회의〉, 〈사건반장〉,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파이터〉 등이다. 하나같이 정치나 사회적 관심 이슈를 놓고 진행자와 전문 패널들이 속보도 전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는 수많은 정치 토크 프로그램이 수시로 업로드되고,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는 유력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진행자와 패널이 특정 이슈를 놓고 쉴 새 없이 떠드는 내용이 그저 그들만의 대화에 그치거나 뉴스로서 알맹이가 없다면, 토크 뉴스를 새로운 뉴스의 형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TV와 라디오, 유튜브에서 주요 정치인이나 이슈메이커가 발언한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긴급 속보나 주요 뉴스로 끝없이 재생산되어 포털 사이트의 주요 뉴스들을 장식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 뉴스의 생산은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와 신문사 조간 보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구조도 깨졌다. 최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방송되는 토크 뉴스들이 이러한 뉴스 생산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갖춘 논객이나 정치인, 그리고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토크 뉴스들은 신뢰할 만한 뉴스 소스인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현재 뉴스를 소비하는 큰 패턴은 스트레이트 속보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고 핵심을 잘 정리해 둔 기자의 TV 리포트 뉴스를 챙겨 보는 것 외에 쉴 새 없이 사방에서 떠드는 토크 뉴스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팩트 플러스를 원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토크 뉴스의 가장 큰 강점은 보고 듣기가 편하고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전달 방식의 특성을 고려하면, 글로 써진 신문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동영상 뉴스를 시청하는 게 더 쉽다. 동영상 뉴스는 문맥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원래 말이 글보다 쉬운 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나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의 강연 동영상에서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토크 뉴스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뉴스를 전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귀를 열어 두고 대화에 집중하면 된다. 따라서 토크 뉴스는 신문 기사나 TV 리포트처럼 사안을 요약해 짧은 시간 내에 전달하는 것보다는 충분히 긴 시간에 걸쳐 이슈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토크 뉴스의 이런 특성은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뉴스와 정보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처럼 인터넷에서 비슷비슷한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는 팩트(fact)만 나열된 뉴스로는 부족하다. 이면에 담긴 맥락을 아는 것이 좀 더 핵심 정보가 된다. 팩트를 넘어선 뉴스, 즉 ‘팩트 플러스(+)’가 요구되는 것이다. 플러스가 되는 것들은 기자와 패널의 의견이기도 하고, 이슈를 분석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토크 뉴스는 진행자와 출연자가 뉴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핵심을 잘 짚은 뒤, 궁금한 부분을 파고들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팩트 플러스’를 충족시킬 수 있는 뉴스 형식이다. 사람들은 틱톡 등에서 숏폼 콘텐츠를 즐기지만, 동시에 특정 이슈에 대해 역사와 배경까지 길게 설명하는 롱폼 콘텐츠 역시 좋아한다.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등 뉴스메이커 입장에서도 토크 뉴스는 매력적이다. 예전에는 정치인이 TV 메인 뉴스에 등장하려면, 유력 정치인이거나 국회 국정 감사에서 소위 한 건 해야 하는 등 나름 조건이 까다로웠다. 뉴스 시간이 짧은 데다, 정치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다 들어 주는 경우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나 신문사 인터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낮 시간대 TV 뉴스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졌다. 여기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뉴스의 전파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주요 정치인들은 라디오와 TV 토크 뉴스에 출연해 뉴스 가치가 높은 발언을 하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노린다. 주요 발언들은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로 다시 다뤄진다.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도 토크 뉴스의 특성이다. 출연자는 시청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앞뒤 맥락은 물론, 말의 뉘앙스까지 살려서 표현할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말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행자가 시청자를 대신해서 송곳 질문을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토크 뉴스는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더 강력한 전달력을 발휘한다. 촌철살인 멘트와 해박한 지식, 풍부한 위트를 가진 진행자나 출연자의 말을 보고 듣노라면, 평소 정치 뉴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배우가 유명 배우가 아닌 것처럼, 토크 뉴스를 잘하는 정치인이나 셀럽도 대체로 정해져 있다.
토크 뉴스는 OTT에서 강하다
보고 듣는 영상 뉴스
뉴스 생산과 소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튜브다. 요즘은 TV와 라디오에 편성된 대부분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통해 동시에 스트리밍되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통된다.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수년 전만 해도 낯선 일이었다. 포털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방송사들은 유튜브를 경쟁 매체로 인식해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아예 유튜브에 뉴스를 공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뉴스 소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사람들이 ‘보고 듣는 영상 뉴스’를 점점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로서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Over the Top)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자연스레 뉴스는 유튜브와 결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