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의 예술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인공지능과 함께 살기

천장에 매달린 프린터 스무 개에서 종이가 커튼처럼 쏟아진다. 끊임없이 나오는 종이에는 정치를 주제로 한 트윗이 인쇄되고 있다. 2018년 10월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8’에 출품된 마이크 타이카의 설치 미술 작품 〈우리, 그리고 그들〉의 한 장면이다.

프린터에서 출력되고 있는 정치 트윗을 올리는 주체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었다.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는 누군가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누구라고 말할 수 없는 얼굴 사진이 들어가 있다. 각각의 프로필 사진은 타이카의 또 다른 인공지능 작품 〈비현실 초상화〉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 낸 얼굴을 앞세워, 사람처럼 정치 트윗을 작성한 것이다.

전시 주제는 ‘좋은 삶’이었으나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좋은 삶을 그려 보기란 쉽지 않았다. 인간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율적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며 창작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거부감마저 일으킨다. 인간이 특별한 이유가 자율성과 창의성 때문이라고 믿어 왔던 우리에게 인공지능 예술은 당황스러운 광경일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오리처럼 보이기 위해 속임수까지 써야 했던 조악한 수준의 자동 오리가 등장한 지 두 세기 만인 1973년, 인공지능은 인간 작가의 동료가 됐다. 해럴드 코헨이 만든 인공지능 아론은 주체적으로 그림을 그려 코헨과 공동 작가로 작품을 내놨다. 2016년에는 거장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특징을 뽑아내 렘브란트식 작품을 창작하는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가 등장했다. 이후 인공지능 예술은 전시회, 경매장, 비엔날레를 오가면서 예술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저자는 창의성이 마법같이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원료가 되는 아이디어들을 결합해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우연성이 더해지면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선택하고 연결하는 것도, 논리에서 벗어난 우연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가능하고, 또 실재한다. 이제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넘어 인공지능의 예술에 주목해야 한다. 예술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보여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가능성, 창의성을 내다보는 틀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창작은 이미 시작됐다.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늘 기술을 앞서 있었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인간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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