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션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만다린어를 구사하는 35세의 CEO 게리 리우(Gary Liu)에게 맡겨졌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디지털 뉴스 회사 디그(Digg)의 CEO를 지냈고, 그 전에는 음악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했다. 우리가 그와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면서 “SCMP가 조셉 차이의 비전을 잘 충족시키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약간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소유주들은 그들만의 문법을 가지고 있고, 신문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중국을 객관적으로 다루고, 매우, 매우 복잡한 이야기의 양면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그의 말처럼 SCMP의 역할은 ‘중국에 대한 국제 여론을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리우는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받고 있다. 직원들은 SCMP의 예산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어떤 직원은 신입 사원이 영화 〈벤허〉의 등장인물처럼 많다고도 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SCMP는 세밀한 정치적 분석과 인권 변호사, 종교 탄압과 같은 기존의 민감한 문제를 계속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냉소주의자들은 SCMP가 신화통신의 복사판을 면하기는 했지만, 시진핑 이야기, 친(親)베이징 성향의 사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 기사들을 점점 더 두드러지게 게재하는 등 일종의 중국 일간지로 변질되고 있다고 농담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신문에서 ‘현대의 공자’로 묘사되는 소유주 마윈을 하품이 날 정도로 끊임없이 보도하는 것과 결합되어 있다.
특히 두 기사가 심한 비판을 받았다. 첫째는, 1년 전 경찰에 구금되면서 사라진 젊은 여성 인권 활동가 자오웨이(Zhao Wei)와 가졌던 2016년 인터뷰다. 과거의 행동을 철회한다는 그 활동가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은 마오 시대의 ‘자아비판’을 떠올리게 했다. 1년 뒤 그녀가 협박의 공포 속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년간 감시가 심한 감옥에 억류된 끝에 ‘솔직한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대화도, 산책도 금지되었다. 손, 발, 자세… 그 모든 신체 활동이 철저하게 제한되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초 SCMP는 출판업자 구이민하이(Gui Minhai)와 ‘중국 정부가 주도한’ 인터뷰를 진행해 다시 비판을 받았다. 스웨덴 국적의 출판업자 구이민하이는 중국 지도부의 사생활에 관한 책을 펴낸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는데, 2015년 태국의 자택에서 사라진 뒤 2016년 중국에서 경찰에 구금된 채로 나타났다. SCMP와의 인터뷰는 보안 요원이 배석한 채로 구금 시설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리우는 그의 감독하에서 SCMP는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리우는 SCMP가 정부로부터 보도 강요가 아닌 초대를 받았으며, 구이민하이와의 인터뷰는 저널리즘적 가치를 근거로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위급 편집국원들이 함께 모여 논의했다. 우리에게는 보여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사가 보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기사들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구이민하이의 양쪽에 보안 요원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리우는 “정부 선전에서 예상되는 보도 방식과 실제로 우리가 보도하는 방식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홍콩 사람들은 한때 기록을 중시하는 저널로 인식되었던 신문이 중국 정부를 대신하여 강요된 자백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SCMP의 중국에 대한 직설적인 보도마저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이 신문에 기고해 온 스티븐 바인스(Stephen Vines)는 “모두 교묘한 속임수다. 많은 것들이 그럴듯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라고 말한다. 2018년 11월 바인즈는 더 이상 SCMP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현직 SCMP 기자는 ‘언론 자유의 겉치레’라고 묘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기사에서 빠지거나 바뀌는 부분은 많지 않다. 기사가 확산되는 것은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것을 아주 쉽게 만들었다. 기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것을 통제한다.” SCMP는 검열에 대한 대중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해 왔는데, 검열 비판에 대해 ‘분개하여 복수를 벼르는 퇴직자’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자금은 남아프리카를 포함해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신문사에도 투입되고 있다. 유명 신문사 20곳을 운영하는 남아프리카 2위의 미디어 그룹 인디펜던트 미디어(Independent Media)의 지분 20퍼센트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이 신문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최근 남아프리카의 기자 아자드 에사(Azad Essa)가 중국의 위구르인 억류를 비판하는 칼럼을 인디펜던트 미디어가 발행하는 수많은 신문에 게재했다가 몇 시간 뒤 게재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 미디어는 지면 구성을 새롭게 바꾸면서 칼럼니스트들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아자드 에사는 이후에도 외교 정책 관련 기사의 예봉을 꺾지 않았다. “레드 라인은 두껍고 협상도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뉴스룸의 위기를 감안할 때 레드 라인에 정면으로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아프리카 동맹국들은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확히 중국이 바라는 미디어 환경이다.” 이는 비단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국의 미디어가 전 세계에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구의 거대 언론사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의 미디어 제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싸움은 뉴스 제작 수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오늘날 호주는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다. 그 중심에 중국의 억만장자 후앙 시앙모(Huang Xiangmo)가 있다. 2017년 호주 노동당 상원의원 샘 다스티아리(Sam Dastyari)는 후앙 시앙모와의 유착 스캔들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3년 전 후앙은 시드니 공과 대학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ACRI(Australia China Relations Institute) 설립에 1800만 호주 달러(144억 5000만 원)의 종잣돈을 제공했다. 호주 외무부 장관을 지낸 밥 카(Bob Carr)가 이끄는 ACRI의 설립 목적은 ‘호주-중국 관계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견해’를 증진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ACRI는 적어도 28명의 유명 호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중국 연구 투어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전체 경비는 물론이고 특별한 접근도 제공했다. ‘ACRI의 손님’ 또는 ‘모든 중국 언론 협회의 손님’이라는 주석이 붙은 채 숨 가쁘게 이어진 결과 보고 기사들은 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 기사들은 중국의 현대성, 규모에 대한 찬가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이니셔티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나 그 밖의 다른 어떤 정책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말 것을 호주인들에게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 소식통들은 이런 전략이 호주에서 보도되는 중국 기사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자 스티븐 조스케(Stephen Joske)는 중국의 경제적 도전에 관한 ACRI의 첫 번째 투어를 언급하면서 관련 보도의 무비판적인 어조를 지적했다. “호주의 엘리트들은 중국을 거의 모르고 있다. 정보의 공백이 있는데, ACRI가 지원하는 기자들은 그 공백을 매우 일방적인 정보로 채우고 있다.”
연구 투어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여행은 환상적이었다. 호주 내의 중국 관련 보도는 보통 일당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내용을 넘어서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기술, 사업, 무역 분야에서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보도는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여행을 좀 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2016년 ACRI가 후원하는 여행을 다녀온 ABC 방송의 경제 특파원 피터 라이언(Peter Ryan)은 “그들의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여행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 여행에 대해 질문하자 ACRI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조직했던 유사한 여행들과 비교할 때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답했다. ACRI 대변인은 “ACRI는 기사 내용을 두고 한 번도 기자들에게 로비를 한 적이 없다. 기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어떠한 입장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행의 현물 지원은 중화 전국 신문 공작자 협회(All-China Journalists Association)가 제공했는데, 이 기관의 임무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좋게 전달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퍼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후앙 시앙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가 ACRI의 영업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CRI는 이 게임에서 비교적 신참에 속한다. 홍콩 출신의 백만장자 둥젠화(Tung Chee-hwa)가 이끄는 중·미 교류 재단(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Cusef)은 2009년 이래 40개 언론사, 127명의 미국 언론인과 상하원 의원을 중국으로 데려갔다. 둥젠화는 중국 정부의 자문 기구인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Chinese People’s Political Consultative Conference) 부주석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어서 중·미 교류 재단은 외국 단체 등록법에 따라 주요 외국 기관(foreign principal)으로 등록되었다.
중·미 교류 재단이 어떻게 미국 내 중국 관련 기사를 좌지우지했는지에 대한 실상은 2009년부터 이 재단을 위해 일해 온 홍보 회사가 작성한 외국 단체 등록법 기록물에서 찾을 수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와 카다피 가족을 대변하고, 카타르 월드컵 유치전에서 활약했던 BLJ 월드와이드는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언론인 투어를 조직하고 소위 ‘제3의 지지자’들을 양성했다. 2010년 1년간 BLJ의 목표는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국 매체에 매달 약 2만 달러(2270만 원)를 지불하고 주당 평균 3개의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에 작성된 메모에 따르면 BLJ는 제3의 지지자 8명의 명단을 작성해 추천했는데, “이들은 자신의 기명 논평을 쓰거나, 중·미 교류 재단을 지지하거나, 미디어 선택에 잠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2010년에는 미국 학생들이 티베트 관련 중국의 역할에 비판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영향을 미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기록도 있다. BLJ는 4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토한 후, “티베트 자치구에서의 중국의 행동을 옹호하고 홍보하기 위해 강력하고 사실적인 대항 내러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미 교류 재단은 미국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야심 찬 문화 외교 계획을 추진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2018년 1월의 메모에 따르면, 그 계획 중 하나는 ‘궁호(Gung-Ho)’로 불리는 중국인 타운을 디트로이트에 만드는 것이었다. 그 기록에는 800~1000만 달러(90~113억 원)의 예산과 양국 모두의 디자인 요소를 사용해 전체 도시 블록을 중국의 혁신을 보여 주는 사례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 메모는 심지어 궁호 지역의 발전을 “미·중 관계의 약속을 위한 살아 있는 상징”으로 보여 주는 리얼리티 TV쇼 촬영도 제안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위태로운 상황을 감안할 때 “뉴스 매체들이 이 프로젝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 메모는 결론을 내린다.
중·미 교류 재단은 활동에 관한 질문에 성명으로 응답했다. “우리는 미국 국민과 중국 국민의 소통과 이해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우리의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진실성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BLJ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언론인들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는 단기 연구 투어를 넘어, 개발 도상국 기자들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 운영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설립된 중국 공공 외교 협회의 후원하에 공식화되었다. 5년 동안 500명의 남미와 카리브해 기자들을, 2020년까지 매년 1000명의 아프리카 기자들을 훈련한다는 매우 야심 찬 목표가 세워졌다.
이 계획을 통해 외국 기자들은 중국 자체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저널리즘의 관점도 함께 교육받게 된다.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비판적 보도나 객관성과 같은 저널리즘의 이상은 적대적일 뿐 아니라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문서 9(Document 9)’로 알려진 중국 정부의 유출 문서에는 서구 언론의 궁극적 목표가 ‘우리 이데올로기에 침투할 수 있는 통로를 뚫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2018년에 발표된 CGTN 비디오 시리즈에는 이러한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유명한 중국 언론인들이 비중국계 인사들이 서구적인 언론 가치에 의해 세뇌당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비디오에서 서구적 가치는 사회에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신화통신의 편집인인 뤼준(Luo Jun)은 “우리는 보도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 의식이 검열로 간주된다면 그것은 좋은 검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젊은 국제 기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추진되는 거대한 국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기자들에게 언론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레지 유제니오(Greggy Eugenio)는 모든 비용이 무료인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필리핀 언론인이다. 유제니오는 10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여행하고 연구했을 뿐 아니라 국영 TV 방송국에서 6주간의 인턴십도 경험했다. 또한, 베이징 인민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 과정을 밟으며 일주일에 두 번은 언어, 문화, 정치, 뉴미디어 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유제니오는 “이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를 풀고 마음을 열게 했다”고 이메일을 통해 말했다. “정부 소유의 국영 미디어가 저널리즘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중국의 미디어는 여전히 잘되고 있으며 국민은 그들의 작업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그는 필리핀 국영 통신사에 기사를 송고해 왔으며, 다음 달에 프로그램이 끝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어떤 관측자들은 러시아 투데이나 이란의 프레스 TV와 같은 권위주의적 선전 네트워크의 확장이 과대평가되었으며, 세계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활동은 더 크고 다각적이다. 국내에서는 거대한 세 개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하나로 합쳐 세계 최대의 방송사 ‘중국의 목소리(Voice of China)’를 건설하고 있다. 동시에 조직 개편을 통해 이 ‘선전 기계’의 책임 소관을 정부에서 공산당으로 이양했다. 이로 인해 공산당은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디지털 고속도로를 구축하면서 스타타임스 같은 대리인을 활용해 글로벌 통신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사라 쿡(Sarah Cook)은 말한다. “진정으로 탁월한 것은 모든 콘텐츠를 제어하려 하지 않고 정보의 흐름에서 핵심 연결 고리를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당장은 위협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정보의 연결 고리들을 제어하게 되면 이를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골적인 힘의 과시는 확신이라는 새로운 분위기를 시사한다. 정보 전쟁 시대에는 “힘을 숨기고 호기를 기다리라”던 등소평의 격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새로운 국제적 위상에 맞는 담론 역량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2018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중국 전문가 집단은 중국이 더 공격적으로 힘을 투영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과의 교류를 장려하는 데 지난 수십 년을 보냈지만, 그들은 “금융 자본 투자의 폭과 깊이 측면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보여 주는 야망과 밀도를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과 그 대리인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들은 경쟁을 잠재우기 위해 시장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에게 담론의 힘은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흡수되거나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게재될 플랫폼이 없이 방치되거나, 중국이 ‘빌리거나 구매한’ 배들이 만들어 낸 긍정적인 메시지들의 바다에 빠져 버린다. 서구의 거대 언론사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의 미디어 제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싸움은 뉴스 제작 수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